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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곤의 ‘흐름’】 또 ‘이준석 리스크‘?

이상곤  정치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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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21일 오후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선대위 공보단장인 조수진 최고위원과 갈등을 빚고 있는 가운데 서울 여의도 국회 당대표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조선일보DB

그때 박근혜는 난공불락의 철옹성이었다. 2016년 8월9일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 등장한 박근혜는 그렇게 비쳤다. 웅장하고 경쾌한 음악과 함께 등장한 박근혜는 그날 보란 듯이 자신의 비서였던 이정현 신임 당 대표 손을 치켜들었다. 여론조사를 가미한 당원투표지만 대통령 박근혜가 ‘버튼’을 누르지 않았다면 이정현의 당 대표 당선은 불가능했다. 그렇게 박근혜는 집권 여당인 새누리당에 자신의 ‘호위무사’를 당 대표로 앉혀 친정체제를 공고히 했다.


그러나 얼마가지 못했다. 박근혜는 이정현의 당선을 축하하기 위해 청와대 오찬에 최고급 요리인 ‘송로버섯’과 ‘캐비어’ ‘능성어’까지 내놓았지만 이정현은 제 역할을 못했다. 재해현장 방문 등으로 바깥으로만 돌았고 당 대표 주재 회의가 중진들의 불참으로 파행을 보이기도 했다. 심지어 당직에 임명된 소속 의원들이 임명장 수령식에 나타나지 않는 일도 있었다. 


결과적으로 이정현은 박근혜의 ‘은혜’에 보답을 못했다. 전당대회 후 꼭 두 달 만에 jtbc가 최순실의 테블릿 PC를 공개했고 넉 달 만에 박근혜 탄핵안은 국회를 통과했다. 이정현은 탄핵안 국회 통과 후 ‘친박’부터 탈당하라는 요구를 받고 불명예 퇴진을 했다. 박근혜는 이듬해 3월 헌법재판소 결정을 거쳐 지금까지 영어(囹圄)의 몸이 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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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1월 4일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가 서울 여의도 당사 대표실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문 발표를 지켜보고 있다. 사진=조선일보DB

 

지난 6월 11일 국민의힘 당원들은 만 36세 이준석을 당 대표로 선출했다. 원내교섭 단체 정당의 대표로 30대가 당선된 것은 사상 최초였다. 이준석의 급부상에 나경원, 주호영 등 원내대표를 지낸 거물들도 맥을 못 췄다. 이준석 본인도 ‘이준석 돌풍’이 점화될 때까지 자신이 당 대표가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TK 등 전통적 당 지지기반인 영남 당원들도 이준석의 손을 들어주는 이변이 연출됐다. 보수정당의 변화와 쇄신 요구가 ‘이준석 현상’으로 나타났다. 이준석이 당 대표가 되면 당 체질이 바뀌고 대선 승리가 가능하다고 봤다. 이 대표도 당선 일성으로 “우리의 지상과제는 정권 교체”라고 화답했다.

 

그런데 그렇게 뽑힌 이 대표가 21일 대선 선대위를 보이콧했다. 이 대표는 이날 긴급기자회견을 갖고 국민의힘 선대위 상임선대위원장직 등 모든 선대위 직책을 내려놓는다고 밝혔다. 나흘간 당무를 거부하다 지난 3일 복귀 한 지 18일 만이다.


이 대표의 선대위 보이콧은 예의 ‘윤핵관(윤석열 후보측 핵심관계자)’ 때문이다. 지난달 29일 당무거부  때도 뇌관은 ‘윤핵관’이었다. 당시 이 대표는 ‘윤핵관’이 윤 후보와 자신을 이간질하고 후보 유세일정을 ‘패싱‘했다고 주장했다. 그렇게 초선의원들과 당일 밤 ’폭탄주’로 폭음을 하고 “^^그렇다면 여기까지입니다”라는 SNS글을 남기고 나흘 동안 외부로 돌았다.


이번에도 ‘윤핵관’과의 분란이 문제였다. 선대위 공보단장을 맡고 있는 조수진 최고위원이 “나는 후보말만 듣는다”며 ‘후보의 뜻’을 언급하는 바람에 충돌해 버린 것이다. 그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선대위 구성원이 상임선대위원장 지시를 따를 필요가 없다고 한다면 이것은 선대위 존재의 필요성을 부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상임선대위원장의 지시가 먹히지 않는 선대위 지휘체계는 용납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 때다 싶어 솟아나와 양비론으로 한마디 던지는 ‘윤핵관’을 보며 어쩌면 이런 모습이 선거기간 내내 반복될 것이라는 비통한 생각이 들었다”며 “미련 없다”는 말도 했다. 직전에 장제원 의원이 이 대표와 조 최고위원간 다툼을 문제 삼은 것을 비판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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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20일 국민의힘 김종인(가운데) 총괄 선거대책위원장과 이준석 당대표 겸 상임 선대위원장이 국회에서 열린 선대위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지금은 민생과 나라 경제를 놓고 대통령 후보들이 경쟁할 때”라며 “네거티브 전쟁을 그만해야 한다”고 했다. 사진=조선일보DB

 

이대로라면 이 대표와 ‘윤핵관’ 사이는 더 이상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넌 것 같다. 1차 당무거부 때와 달리 이 대표 결심이 예사롭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긴급기자회견 직전 선대위원장 사퇴를 만류하는 ‘멘토‘ 김종인 총괄위원장의 말도 듣지 않았다. 그는 “당 대표 직무에만 집중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그의 선대위 보이콧은 ‘가벼운 처신’과 ‘역할 방기(放棄)’라는 비판이 뒤따른다. 지난번 당무 거부 때도 그의 처신은 너무 가벼웠다. 초선의원 5명과 폭음을 하고 종적을 감춰 당시 당내에는 온갖 억측이 난무했다. 당 대표를 사퇴할 것이라는 ‘중대 결심설’까지 돌았다. 하지만 ‘중대 결심설’로 비화된 당시 소셜미디어 글이 취중에 쓴 것으로 확인되면서 당내 여론이 급속도로 악화됐다. 김기현 원내대표도 당시 이 대표 페이스북 글이 술김에 우발적으로 나온 것이라는 식으로 말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선대위 내 ‘윤핵관’ 문제 해결을 위한 그의 노력이 얼마나 있었는지 의문이 든다. 느닷없이 조수진과의 마찰을 핑계로 선대위원장직을 던져버렸다. 너무 가볍고 무책임한 처사다. 앞서 당 대표 리더십과 선대위 운영을 위한 설득 노력이 보이지 않은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기분 나쁘니 일단 던지고 보자”는 식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윤핵관’들의 당 대표 ‘패싱’만 나무랄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당 대표로 인정을 받으려면 당 대표 역할을 제대로 해야 한다. ‘당 대표 리스크‘ 때문에 대선 승리와 정권 교체 희망에 금이 가지 않을까 우려된다.

입력 : 2021.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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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곤의 흐름

l9137@naver.com 전직 언론인. 포항 출생으로 성균관대와 연세대 행정대학원에서 수학했다. 매일신문 서울 정치부장, 청와대 행정관을 거쳐 현재 블로그 '천지인애'를 운영하며 자유기고가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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