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좌로부터 이윤선 신문명정책연구원 부원장, 권태망 전 의원(16대), 장기표 원장, 제정호 신문명정책연구원 상임고문. 사진=이상곤.
586 운동권의 위선을 가장 신랄하게 비판하는 사람 중 대표적 인물이 장기표 신문명정책연구원장이다. 그는 지난 5년 문재인 정권과 정권의 핵심 실세들이 민주화 운동을 전매특허 낸 것처럼 위선을 떠는 것을 가장 강도높게 비판했다. 그래서 “박근혜에게는 최순실이 한 명이지만 문재인에게는 최순실이 열 명은 될 것”이라고 지적한 적도 있다. 특히 문재인 정권 ‘강남좌파’들에 대해서는 “수십억 부자이면서 민주화 운동의 후예인양 ‘없는 사람’ 행세를 한다”고 경멸하기도 했다. 대표적으로 조국 전 장관, 장하성 전 청와대 정책실장 등을 꼽았다.
이같은 장 원장의 비판에 문 정권 실세들은 꼼짝을 못한다. 운동권 경력은 물론 민주화 운동에 투신해 헌신한 경력으로 따져도 장 원장을 따라올 사람이 없다. 70년대와 80년대 4번의 투옥, 9년이 넘는 구속과 12년이 넘는 수배 생활은 그의 처절하고 고통스런 삶을 증명한다. 장 원장이 괜히 ‘영원한 재야’ ‘운동권의 대부’로 불리는 것이 아니다.
그가 민주화 운동 보상금 신청을 거부한 것도 유명하다. 주위에서는 보상금이라도 받아 그간의 가족의 노고에 보답하고 노후라도 대비하라 했지만 한사코 거부했다. 민주화 투쟁은 보상을 바라고 한 것이 아니라 온전히 본인의 결정이라는 것이다. 민주화 운동을 빌미로 가족들의 취업과 교육, 양로지원까지 받겠다며 민주화 보상법을 발의했던 현 정권 사람들과 너무 대조를 보여 늘 회자되는 일이다.
이런 장 원장이 요즘 또다시 분노하는 일이 생겼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가 ‘몸통’으로 지목되는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사건 때문이다. 장 원장은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 이후 대장동 의혹 규명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유신’과 ‘5공’의 불법과 비리에 치를 떨었던 장 원장은 대장동 의혹을 ‘사상 최대 특혜 부정사건’으로 규정하고 이재명 후보를 직접 겨냥하고 나섰다. 그는 일찌감치 “대장동 몸통인 ‘그 분’은 이재명으로 거의 드러났다”며 검찰에 이 후보의 소환을 주장했다. 지난 9월 23일에는 이재명 후보를 검찰에 직접 고발하기도 했다.
대장동 개발 의혹에 대해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날인 지난 23일 장 원장을 여의도 신문명정책연구원 사무실에서 만났다. 전날 검찰은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와 천화동인 4호 소유주 남욱 변호사를 배임 및 뇌물 공여 혐의로 구속기소하고 천화동인 5호 소유주 정영학 회계사를 배임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하지만 검찰의 이번 중간수사 결과 발표는 “‘그 분’ 근처에도 못간 대장동 수사”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그는 대장동 의혹 관련 검찰 중간 수사 결과 발표 이야기가 나오자 마자 정색을 했다. 검찰 수사 발표에 대해 “검찰이 직무 유기를 넘어 직무를 포기해 버린 것”이라며 “세상에! 돈을 받은 것으로 드러난 곽상도(전의원), ‘50억 클럽’의 박영수(전 최순실특검), 권순일(전대법관)을 소환해 조사도 한 번 안하고 (수사를)끝내다 시피하는 것은 검찰로서 직무 유기 정도가 아니고 직무를 포기한 것이고 아예(검찰은) 집에 가야한다”고 비난했다.
그는 “사상 최대의 부정 부패 사건인 대장동 사건은 확인된 특혜만 무려 8000억원이 넘고 이재명 시장이 허가 책임이 있는데 소환을 안했다”면서 “그러면 이제 누가 소환을 해야 하느냐. 나라의 제1헌법 기관은 국민이다. 국민이 (소환을)하는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실제로 지난 10월 28일 대장동 부패수익 국민환수단과 부동산 비리 ‘국민특검’ 출범식을 갖고 대장동 의혹 규명에 직접 나섰다. 그는 “나라가 잘못되면 검찰책임으로 돌릴 수가 없다. 자동적으로 국민의 책임이다. 그래서 국민이 직접 부패 수익을 환수하고 국민특검을 실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국회가 특별검사를 임명해야 하는데 그걸 안하니까. 우리가 국민특검을 선정해서 수사를 하고 있다”며 “수사가 거의 종결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재명이 얼마나 큰 배임죄를 저질렀는지 법률조문으로 확인해서 특별검사가 구형을 할 것”이라며 “구형은 한 30년 정도 하지 않을까. 배임도 액수가 크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이다. 어쩌면 사형까지도 구형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이재명의 뇌물죄도 밝혀진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그 근거로 대장동 아파트 분양업체 대표가 2014년 성남시장 선거를 전후해 남욱과 김만배 측에 전달한 43억원을 들고 “그게 다 뇌물”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국민특검은 조만간 국민배심원단을 모집해 특검이 논고와 구형을 하고 배신원단이 평결을 할 것“이라며 ”다음달 초, 아주 가까운 시일내에 평결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민특검과는 별개로 대장동 부패수익 국민환수단 모집 작업 때문에 분주하다. 부패수익 국민환수단 경기북부지부를 시작으로 지난 21일에는 전북지부, 22일 경남지부를 만들었고 부산지부 결성 논의를 거쳤으며 오는 26일에는 광주지부를 결성할 계획이다. 전국적인 국민환수단 조직이 완성되면 최종적으로 서울에서 대규모 집회를 가질 계획이다.
1970년 11월 청계천 평화시장에서 ‘근로기준법을 지키라’며 분신한 전태일의 ‘대학생 친구’ 장기표 원장은 우리나라 민주화 운동의 산 역사다. 숱한 투옥과 도피생활 속에서도 고통받는 노동자와 민중 곁에 머물렀다. 현실정치에 뛰어들기도 했지만 올곧아 강직한 그의 성품과 정치는 늘 엇박자를 냈다.
하지만 인간해방 시대를 꿈꾸는 그는 지금 “마음가는대로 해도 법도에 어긋나지 않는다(從心所欲不踰矩)”는 공자(孔子) 나이 70세 경지를 지나고 있다. 그런 그가 대장동 게이트 의혹을 정면에서 규명하겠다고 나섰으니 대장동 몸통인 ‘그분’도 긴장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