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열린민주당 김의겸 의원. 사진=조선일보DB
또 흑석 김의겸인가. 국민권익위원회가 야당 국회의원 부동산 투기 의혹을 전수조사 한 결과 ‘흑석 선생’으로 불리는 김의겸 의원의 이름이 또다시 나왔다.
23일 국민권익위가 발표한 부동산 투기 의혹 연루자는 모두 13명이다. 발표에는 국민의힘 12명과 5개 군소정당 중 열린민주당 1명이 나왔다. 권익위는 관례대로 발표에서 투기 의혹 의원 명단은 공개하지 않았다. 그런데 ‘흑석 선생’이 스스로 찔렸던 모양이다. 자신의 SNS에 해명글을 올리는 바람에 ‘열린민주당 1명’은 김의겸 의원이라는 것이 밝혀졌다.
이 정부 사람들의 정형화된 패턴이 하나 있다. 소위 ‘제 발등 찍기’다. 이들은 부동산 투기 의혹 등 부정과 비리가 적발되면 일단 최대한 버티기에 들어간다. 그 와중에 온갖 거짓말과 해명을 하는 게 습관화 돼 있다. 보통 범죄자들이 하는 전형적인 버티기 수법이다. 조국이 그랬고 윤미향이 그랬다. 그러다 한동안 잠잠해지면 남 탓을 한다. 그렇게 역공을 한답시고 한껏 공세를 펼친다. “나도 나쁘지만 나보다 더 나쁜 놈들이 있다”는 식이다. 그런데 그러다 결국 스스로 발등을 찍어 버린다.
‘흑석 선생’ 김 의원도 마치 그런 길을 걷는 사람 같다. 김 의원은 청와대 대변인 시절인 2018년 7월 서울 동작구 흑석동에 상가주택에 투기해 논란이 됐다. 전셋집까지 팔아 청와대 관사에 살면서 16억원의 빚을 지고 투기를 해 ‘관사재테크‘란 신조어를 낳았다.
그는 일단 부동산 투기 논란이 일자 이튿날 곧바로 사퇴했다. 그런데 사퇴의 변이 재밌다. 느닷없이 부인 핑계를 대고 나온 것이다. “아내가 상의도 없이 내린 결정”이라며 아내에게 책임을 전가했다. 조국 전 법무장관이 청문회에서 사모펀드 투자는 아내(정경심)가 전담했다고 한 것과 너무 닮았다.
당시 정부가 부동산 투기로 골머리를 앓는 와중에 청와대 대변인이 거액의 빚을 내 투기를 한 데 대한 사과는 끝내 없었다. 이후에 본인이 직접 은행 대출서류에 서명한 사실이 알려졌지만 그는 끝까지 견뎠다.
그렇게 2020년 4·15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에 공천을 신청했지만 결국엔 위성정당인 열린민주당으로 말을 갈아탔다. 비례 4번으로 김진애 의원 뒤를 이어 국회에 들어간 뒤에는 여당을 대신해 굳은 일을 마다하지 않았다.
그렇게 나온 것이 지난 6월 “흑석 김의겸부터 조사 받겠다”는 국민의힘에 대한 역공이었다. 당시는 권익위가 더불어민주당 의원 12명을 부동산 투기 의혹 대상으로 발표한 직후였다. 민주당 윤호중 원내대표도 “국민의힘도 권익위 전수조사를 받아야 한다”고 야당을 압박하고 있었다. 그 때 김 의원이 여당을 대신해 총대를 맸다. 당시는 전현희 권익위원장이 민주당 재선의원 출신이어서 국민의힘이 권익위 조사를 꺼리던 때였다.
그러나 김 의원의 이 역공은 회심의 일격이 아니라 제 발등을 찍는 자책골이 돼 버렸다. 권익위 발표 결과 국민의힘 부동산 투기의혹 의원들이 문제가 되는 대신 본인의 과거 흑석동 투기 의혹이 더 주목을 받게 돼 버린 것이다. 이 정부 사람들이 자주 범하는 실수(?)에서 김 의원은 한 치도 벗어나지 않았다. 근거 없이 야당을 끌어들여 우월감을 내세우려다 비난과 수모만 자초한 꼴이 됐다.
권익위 발표 결과 김 의원은 업무상 비밀을 이용한 투기 의혹을 받고 있다. 그는 자신의 해명글에서 “흑석 재개발은 9구역은 2017년 6월 사업시행인가가 났고 2018년 5월 롯데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하는 등 누구나 접할 수 있는 정보였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청와대 대변인직 사퇴를 부른 부동산 투기 논란 때도 이 문제는 핵심 쟁점이었다. 당시 청와대도 대변인 지위를 이용해 부동산 투기를 했는지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그러나 지위를 이용했든 안했든 정권 핵심인 청와대 대변인이 거액의 빚을 내 부동산 투기를 한 사실은 명백하다. 그것도 정부가 부동산 투기와 전쟁을 벌이는 사이에 말이다.
그런 김 의원이 이번에 권익위 조사를 거쳐 경찰 수사를 받게 됐다. 정작 아이러니 한 것은 2019년 시민단체 고발로 시작된 검찰 수사가 지지부진하면서 부실 수사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런 상황에서 본인 요청으로 권익위가 부동산 투기 의혹을 재차 확인하고 경찰 수사를 받아야 할 처지가 됐다. 이 정권 사람들의 제 발등 찍기 공식은 한 치의 어긋남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