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부터 국민의힘 김웅, 김은혜, 윤희숙 초선 의원과 이준석 전 최고위원.
야당의 시간이 시작된 걸까? 새 당대표를 뽑는 6·11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초반부터 뜨겁다. 역대 보수정당에서 볼 수 없던 초선 출마도 러시를 이루고 있다. 추가 출마를 감안하면 당 대표 후보만 13명에 이를 것 같다. 보수당 전당대회에 흥행 몰이 기운이 감돌고 있는 것이다.
이는 4·7 보궐선거 승리가 가져다 준 변화다. 보선 압승으로 내년 대선 승리에 대한 기대감이 한껏 높아졌다. 초선, 중진 할 것 없이 전당대회라는 공간을 이용해 자신들의 존재감을 높이겠다는 의도가 돋보인다. 특히 초선들의 약진은 보수정당에 새 기운을 불러오고 있다.
이 와중에 당내 세력 간 세 대결 양상도 보인다. ‘영남 배제론’은 수도권 당협에 포진해 있는 유승민 전 의원계와 연계됐다는 주장도 나온다. 김웅 등 초선 들이 보선 후 가진 ‘깜짝’ 기자회견에서 ‘영남후보 배제론’을 들고 나온 것을 두고 그 순수성을 의심하는 이유다. 이들은 또 ‘초선 당 대표론’을 제기한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 지원도 받고 있다.
그러나 주호영 의원 등 영남권 주자들의 반발에 ‘영남 배제론’도 탄력을 받지는 못하는 분위기다. 여기에 정진석·권성동 의원 등 중부권 중진들도 가세했다. “영남당 운운은 해당 행위”라며 연일 측면지원을 하고 있다. 이 같은 세 대결의 향배는 새로 꾸려지는 지도부와 함께 전당대회 최대 관심사가 됐다. 국민의힘 전당대회 관전 포인트를 하나씩 짚어보자.
5선의 주호영 의원과 4선의 나경원 전 의원
◆신진 對 중진
당 최다선인 5선으로 직전 원내대표를 지낸 주호영 의원은 11일 초선급 인사들에게 작심 발언을 했다. 11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이준석, 김웅 등 초선 주자들의 짧은 정치이력을 거론하며 “전당대회를 개인의 정치적 성장을 위한 무대로 삼아선 안된다”고 일침을 놓았다. 그러면서 ‘에베레스트’를 오르려면 경험을 더 쌓아야 한다는 이야기까지 했다.
그러자 이준석 전 최고위원이 곧바로 ‘팔공산만 다섯 번 오른 분’이라고 맞대응을 했다. 이튿날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해서는 주 의원을 ‘아저씨’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바로 ‘무례’ ‘싸가지’ 란 당내 비판에 곤욕을 치렀지만 신진의 존재감을 알리는 데는 성공했다.
현재 초선그룹은 출마를 선언한 김웅·김은혜 의원과 원외 이준석, 출마를 저울질하는 윤희숙 의원 정도로 꼽을 수 있다. 당 쇄신과 인물교체를 내걸고 출마하고 도중에 중진 유력후보와의 대결을 위해 초선 단일화를 시도할 예정이다. 이들의 주 타깃은 주 의원과 4선의 나경원 전 의원 정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주 의원은 영남배제론을 앞세운 초선들의 견제에 일단 맞대결을 배제하고 제 갈 길을 간다는 입장이다. 대응해봐야 득 될 것이 없다고 판단하고 지방일정을 강행 중이다. 나 전 의원은 황교안 전 대표와 한 묶음으로 ‘도로한국당’ 비판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여권 원로인 유인태 전 국회사무총장이 최근 “민주당이 가장 환영하는 야당 대표는 나경원”이라고 한 것 등이 부담이다.
3선의 조해진 의원과 5선의 조경태 의원
◆영남 對 비영남
지난 주 초 발표된 여론조사에서는 수도권 주자들이 1, 2위를 차지했다. 영남권에서 선두권을 기록한 주자는 3위를 한 주 의원이 유일하다. 나머지 영남권 의원들은 모두 5위 이하를 기록했다. 이는 4·7 보선 직후 초선 그룹에서 제기한 ‘영남 배제론’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또 일반시민을 상대로 한 여론조사라는 특성상 1, 2위를 차지한 나 전 의원, 이 전 최고 등의 지명도도 작용했다. 수도권 주자들의 약진이라는 조사 결과는 나경원·심재철·신상진 전 의원 등 서울 수도권 전직 의원들의 출마에도 영향을 미쳤다.
그러자 영남권이 분주해졌다. 당장 영남권 대표주자인 주 의원이 적극 방어에 나섰다. 주 의원은 지난 주 마포포럼에 참석해 “(더불어)민주당 직전 원내대표였던 김태년 대표, 현재 송영길 당 대표, 대선후보까지 당 전체가 다 호남이다. 그런데 민주당에서 ‘호남당’이라고 스스로 논쟁하지 않는다”면서 “아주 낡고 잘못된 프레임이다. 분열주의고 당을 자해하는 행위”라고 말했다.
영남당 논란은 영남 이외지역 중진들도 비판했다. 충청권 정진석 의원은 ‘영남당’ 논란에 대해 “영남 유권자의 정서를 후벼 파는 것”이라며 “자해 행위”라고 비판했다. 강원의 권성동 의원도 “(당대표는)사람을 봐야지 영남이냐 아니냐가 잣대가 돼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윤석열 영입 對 반대
현 야권 최대 기대주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 영입을 두고 당권 주자들이 엇갈린다. 윤석열 영입을 두고 대표적으로 주 의원과 나 전 의원의 입장이 갈린다.
주 의원 역시 자강론을 우선하고 있다. 하지만 정권 교체라는 ‘쥐‘를 잡기 위해서는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가릴 것 없다(흑묘백묘론)는 실용노선이다.
주 의원은 마포포럼 강연에서 “당 대표가 되면 윤석열 전총장을 최단 시간 내에 우리당에 입당 시키겠다”고 했다.
나 전 의원은 자강파를 중심으로 지지층을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윤 전 총장에 대한 친박 세력의 반감을 활용할 공산이 크다. 그는 최근 “우리는 (당)밖에 인물이 있으면 우르르 몰려간다”며 “스스로 변하고 쇄신해야 한다”며 자강론을 강조했다.
당초 초선 주자들도 자강론을 주장했지만 요즘은 분위기가 바뀌었다. 윤 전 총장과의 연대를 기대하는 김종인 전 위원장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유승민 전 의원 대선 등판을 위해 윤 전 총장에게 견제구를 날릴 가능성도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