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거철만 되면 집토끼, 산토끼를 놓고 정치권이 분주하다. 전통적 지지층인 집토끼와 그렇지 않은 산토끼를 어떤 식으로 공략해나갈지를 놓고 전략을 짜지만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집토끼와 산토끼를 구별하는 것조차 쉽지않기 때문이다.

전통적으로 보수 강세지역이었던 강원과 충북에선 국민의힘 우위가 흔들리고 있다. 2000년 이후 역대 총선에서 진보계열 정당과 보수계열 정당이 번갈아 가며 우위를 점하고 있는 상황이다. 앞서 1996년 15대, 1992년 14대 총선 때만 해도 강원에선 보수계열 정당이 독점했고 진보계열 정당은 한 석도 얻지못했을 정도였다.

대선에서도 이들 지역이 엎치락뒤치락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이번 서울,부산시장 보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은 강세였던 서울 강북과 서부, 부산 서부지역에서 참패했다. 특히 지지기반으로 꼽았던 20-30대 표심까지 야당에 뺏겼고 노무현 돌풍의 주역이었던 40대에서도 간신히 이겼을 뿐이다.

이처럼 특정 정당에 쏠려왔던 지역별, 연령별, 이념 성향별 표심에 변화가 일고 있는 셈이다. 집토끼라고 믿었는데 산토끼가 돼버린 ‘스윙 보터’가 늘어나고 있다.

김대중 평민, 김영삼 민주, 김종필 공화당 총재가 1989년 11월 20일 회동하던 모습이다. 당시 현안이었던 추곡 수매가에 대한 야권의 공동 대응방안을 협의하기 위해서 머리를 맞대었다. 

# 이같은 변화는 특정 정치인에 대해 충성도가 높은 지지율, 이른바 콘크리트 지지율도 약화시켰다. 

콘크리트 지지율은 3김(김대중 김영삼 김종필)이 할거했던 1980~1990년대가 전성기였다. 

이들 모두가 출마했던 1987년 대선에서 김대중은 호남, 김영삼은 부산·경남, 김종필은 충남에서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1996년 총선에서도 이들이 이끌었던 정당이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박근혜전 대통령이 정계 입문했던 1998년 국회의원 보선 당시, 유세장엔 박정희 전 대통령 향수에 젖은 50대 이상 유권자들로 가득 찼다. 이후 박근혜 전 대통령은 영남권을 중심으로 열성 지지자들을 끌어모았고 ‘선거의 여왕 ’으로 불렸다.

이처럼 3 김이나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우 지역을 기반으로 진보층이나 보수층, 중도층에서 지지세력을 확산해갔다. 이런 지지율이 30% 안팎이나 됐고 웬만해선 흔들리지 않았다.

여론조사 결과, 1997년 대선 때 김대중 후보가 자신의 비자금의혹 파문으로 충격에 휩싸였을 때도 지지자들 대부분은 지지를 철회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우 국정농단 사건으로 지지율이 10% 이하로 급락했을 때도 대구·경북에선 20% 중·후반대를 유지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나 문재인 대통령의 콘크리트 지지층은 달랐다. 이들의 지지층은 대선 과정을 거치면서 본격적으로 형성됐던 것으로, 오랜 정치활동 과정에서 다져졌던 경우와는 달랐고 이 때문에 충성도는 떨어질 수 있다.

노 전 대통령의 경우 ‘노사모 ’라는 열성 지지세력을 갖고 있었지만 대선 출마후 악재들에 직면하자 지지율이 10%대까지 급락했다가 젊은층이 가세했던 덕에 지지기반을 다질 수 있었다. 문 대통령도 2016년 총선에서 드러났듯 호남에서 비토 세력이 적잖았고 지난 대선에서도 이 지역을 놓고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와 접전을 거듭하다 보수층 결집에 긴장한 호남 유권자들의 ‘전략적 선택’ 덕에 안 후보를 제치면서 지지세를 확산해갔다.

# 여권 중진이었던 전직 의원은 “현대 정치사를 보면 국민들을 끌고 다닌 지도자는 3김과 박근혜 정도였다”고 평가했다. 

콘크리트 지지율에 의존하는 식의 대선전략이 더 이상 통하기 어렵다는 말이다. 김대중, 김영삼 전 대통령의 지지기반조차 임기말로 접어들자 크게 흔들렸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김대중 전 대통령의 지지기반에 집착했다면 대선결과는 달라졌을 수 있다.

과거에 비해 선거 판세가 여야간 인물.정책 경쟁이나 폭로전, 막말 등에 따라 더욱 출렁거렸던 것도 이같은 ‘게임 체인지’ 상황때문이다.

내년 봄 대선을 앞두고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기반을 과신하거나, 집토끼와 산토끼를 오판하다간 폭망하기 십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