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가기 메뉴
메인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NewsRoom Exclusive
  1. 칼럼

[아시아 문명의 뿌리를 찾아서 4] 아름다운 그리스 문화의 고향인 아테네

김승열  한송온라인리걸앤컨설팅센터(HS OLLC) 대표 변호사, IP ART 발행인

  • 트위터
  • 페이스북
  • 기사목록
  • 글자 크게
  • 글자 작게
세계 문명의 발상지인 카이로를 거쳐 아테네에서 느낀 그리스문화는 또 다른 놀라움을 선사하였다. 고대 문명에서 미학의 절정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기 때문이다. 그리스문화가 현대 서양문화의 초석으로서 그 문화적인 아름다움과 미학의 완성이 눈에 띄이게 드러났다. 다만 현재의 그리스의 모습이 과거의 아름다운 문화와 대비하여 좀 아쉬울 뿐이다. 그러나 아테네에는 그리스 문화의 아름다움이 곳곳에 다 배여 있었다.
레바논의 수도 베이루트에서 고민을 하다가 시내에 가는 것을 포기했다. 그 대신에 라운지에서 그간 밀린 컴퓨터 작업도 하면서 좀 쉬기로 했다. 편견 때문인지 공항은 그리 화려하지 않고 약간 맑은 회색빛 느낌이었다. 그기에 잔잔한 블루스 풍의 음악이 외롭고 지친 이방인의 마음을 깊이 자극한다. 그 음악이 여정을 떠난 여행자 대신에 슬픔을 품어 내는 것 같다. 그리고 잔잔한 수준의 음악의 흐름과 공항내의 분위기가 기가 막히게 잘 어울린다. 마음속의 깊은 외로움, 슬픔 그리고 복잡한 마음 모두들 그저 잔잔하게 쓰다듬어 준다.
 
라운지에는 시설이 별로 좋지 않고 음식도 너무 대충 마련한 느낌이었다. 그리고 술은 없었다. 술이 있었다면 오늘도 맥주나 포도주 등을 마셨을 것이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모르지만 술도 마시지 않게 되어 그나마 건강상에는 도움이 된 것 같다. 어제 과음한 포도주가 내내 몸 상태를 신경 쓰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푹신한 의자에 앉아 테이블에 발을 얹은 상태에서 망토 같은 가운을 덮으니 완벽한 취침자세가 되었다. 실제로 아주 단잠을 잤다. 눈을 떠 보니 3시 정도가 되었다. 다시 눈을 좀 붙여 눈을 떠니 4시 30분이다. 잠을 그나마 잘 자서인지 기분도 나쁘지 않고 몸 상태도 약간 가뿐하게 느껴진다.
 
창밖으로 비행기가 보이고 작업하는 불빛이 보인다. 조용히 흐르는 음악과 함께 외로운 이국에서의 새벽 풍경이다. 라운지의 불빛이 밝아 좋다. 너무 센치해질 수 있는 분위기이나 라운지의 은은하지만 아주 맑고 밝은 불빛이 균형을 잡아 준다. 그리고 창밖의 어둠도 작업하는 사람들이나 차량의 불빛 등과 조화를 이루어 활기찬 아침 공기를 느끼게 해준다.
 
약간 지치기는 하지만 그리 기분이 나쁘지 않은 이국땅에서의 아침이다. 허름한 호텔보다는 맑고 밝은 라운지에서의 아침이 훨씬 깔끔하게 와 닿는다. 아테네의 호텔은 비교적 고급스러운 호텔을 예약하였다. 기분 전환을 위하고 또한 건강을 위해서이다. 계속 다운되거나 몸 상태가 좋지 아니하면 무리가 따를 것으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자기 방어본능이 스스로 컨트롤한 셈이다.
 
그리스 신화에서 나오는 멋진 궁전 등을 그리니 혼자 미소가 절로 나온다. 그저 감사하고 싶다. 지금 나오는 저음의 잔잔한 블루스풍의 음악이 그저 애잔하고 복잡 다양한 마음을 달래어 준다. 음악이 이렇게 기분을 좌우할 줄이야……. 이국땅에서 그 어느 친구보다도 은은하게 외로움과 애잔함을 끄집어내어 달래어 준다. 지금 이 시간은 귀가 정말 호강을 하는 느낌이다. 가슴 속의 상처가 그나마 많은 부분 쓰다듬어 지는 것 같다. 음악이 이렇게 삶에서 가까이 올 줄이야……. 온 세상에서 그저 마음을 쓰다듬어 주는 고요하고 잔잔한 음악만이 느껴질 정도이다. 그만큼 마음의 상처도 많은 모양이다. 라운지에서 청소하는 사람들의 소음이 싱그럽다. 새로운 아침이다. 새로운 태양이 뜰 것이다. 새로운 도전하는 삶의 과정을 마음껏 느끼고 즐기고 싶다. 또한 감사할 뿐이다.
 
호텔에 일찍 짐을 풀고 제일 먼저 아테네 고고학 박물관으로 향하였다. 숙소에서 20 여분 떨어져 있었다.
 
그간 세계의 다양한 박물관을 보아서 그리 큰 감흥이 없을 것 같았다. 그런데 막상 고고학 박물관에 들러서 다시 한 번 놀랐다. 이집트 문명은 워낙 오래 전의 작품들이어서 투박하고 미학적으로는 좀 거친 편이었다.
 
그런데 고고학 박물관에 있는 작품은 그냥 입을 딱 벌리게 했다. 미학에서 미(美, 아름다움)가 무엇인지를 그대로 알려주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2층으로 된 전시관의 작품을 볼 때마다 ‘이렇게 아름다움이 표현될 수 있구나!’라는 감탄을 하였다. 그리고 전시 등도 좀 더 정교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그리스 문화의 진수가 어떠한지를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스 문화시기에 미학이라는 의미가 정리된 것 같이 느껴졌다.
 
지금까지 본 이집트, 이스탄불, 뉴델리의 문화와는 또 다른 매력이 있었다. 솔직하게 미의 절정에 이른 것 같이 느껴졌다. 이집트는 너무 오래된 시절이어서 투박하고 거친 맛이 있었다. 그리고 뉴델리의 경우는 이슬람 문화를 받아 좀 더 정교하기는 하였으나, 그 아름다움이 정형화되거나 일정한 경계가 있어 보였다.
 
그런데 그리스 문화의 경우는 실제 미가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전달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미를 보는 시각을 넓힐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고고학 박물관의 작품에 대하여 경탄을 금하지 못하였는데 아크로폴리스 박물관에 와서 또 한 번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고고학 박물관의 작품은 다소 역사가 오래되었지만 미학적으로 너무 매력적이었다. 그런데 막상 아크로폴리스 박물관에 가서 작품을 보니 좀 더 정교하고 더 미학적으로 완성도가 높아 보였다.
 
일부 지역은 사진 찍는 것을 금지하여 아쉬움이 있었지만 그만큼 작품의 가치가 높아 보였다. 이집트에서 문명이 시작되었지만 그 문화의 1차적인 완성은 분명 그리스에서 이루어진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본문이미지
아테네 시가지 전경
고고학 박물관과 아크로폴리스 박물관을 가보니 벌써 그리스 문화에 대하여 깊이 취하여 더 이상 보지 않아도 될 것 같이 마음이 가득 찬 느낌이었다.
그간 이집트 문명, 이슬람 문명, 동서양의 혼합문명 등을 보면서 그 가운데에 그리스 문화는 분명 그중에서도 가장 매력이 있는 문화 중의 하나임이 분명해 보였다.
 
이번과 같이 촉박한 일정으로 그리스에 오는 것은 적절하지 않아 보였다. 좀 더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오거나 아니면 이곳에 생활하면서 그 문화를 접하고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느껴졌다.
이번 방문을 통하여 한국의 젊은이들이 좀 더 세계문화와 일찍 부터 접하여 이로 부터 많은 자극을 받을 필요가 있다는 것을 절감했다. 한국이라는 좁은 사회에 둥지를 내리고 안주하는 어리석음에서 벗어나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런 의미에서 어렸을 때부터 세계의 문화와 문명에 대한 공부뿐만이 아니라 직접 해당문화권에 가서 이를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것을 절감했다.
 
미의 완성이 그리스문명부터 시작된 것임 분명해 보인다. 그런 가운데 이집트 문명이나 고대 동양 그리고 이슬람 문화권과도 극히 일부지만 서로가 같이  공유하는 문화도 있어 보였다.
 
아테네에 있는 개선문도 보고 나아가 제우스 신전(神殿)도 구경을 하였다. 일부가 손상되어 복구 작업이 진행 중에 있었다.
 
아크로폴리스를 향하다

그리고 아크로폴리스(Acropolis)로 향하였다. 아크로폴리스는 아테네의 중심가에 위치하고 나아가 그 지대가 상당히 높아 아테네 전역을 다 볼 수 있게 설계가 되어 있었다. 지금은 전 세계를 내려다보는 인류문화의 신전이라고 해야 할까.
이곳에서 직접 정치를 한 극장도 보이고 같이 토론을 한 광장도 보였다. 아크로폴리스는 상당한 언덕을 지나 시내 가운데 최고 높은 지역에 위치하고 있었다.
파르테논 신전은 손상이 많아서 현재 복구 작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그 당시에 이와 같이 아름다운 건물을 지울 수 있었는지 불가의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아크로폴리스의 유래를 찾아보니 이렇다.

도시국가가 ‘폴리스’로 불리게 되어, 본래 폴리스였던 작은 언덕은 ‘akros(높은)’라는 형용사를 붙여 ‘아크로폴리스’라고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아크로폴리스 위에는 폴리스의 수호신 등을 모시는 여러 신전이 세워져 있다. 도시국가의 신앙 중심지인 셈이다. 아크로폴리스는 수비하기 알맞은 곳이 선정되고 ‘높은 언덕’에 성벽을 쌓았다. 그리스의 도시국가는 본래 전사계층(戰士階層)의 사회였으므로 자연히 방어에 적합한 지점이 선택되었다. 동서 약 270m, 남북 약 150m로 서쪽의 올라가는 입구를 제외하고 다른 세 방향은 가파른 절벽으로 되어 있다.
 
이미 미케네 시대부터 중요한 거점이었고, 그 후 로마와 터키인 등의 지배를 받은 시대에는 언덕이 고쳐지거나 강화되기도 하였다. 19세기에는 중세 이후에 고쳐진 부분은 제거되고 언덕의 발굴도 행하여졌다. 1987년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목록에 등재되었다. (네이버 지식백과 인용)
 
아테네 시가지는 곳곳이 카페로 구성이 되어 있어서 야외에서 커피나 음료를 즐기고 있었다. 도시의 전체분위기는 일반적인 유럽의 중소도시와 크게 다른 점은 없었다. 좀 낡은 중소도시같은 느낌이 들 뿐이었다.
 
그러나 시내 곳곳에 역사의 흔적이 그대로 드러내는 것 같았다. 도시 자체가 하나의 역사적 유물 같았기 때문이다. 바다도 접하고 시내 가운데에는 산이라기보다는 언덕 같은 장소가 있어서 사람들이 모여서 같이 논의하고 의견을 교환하기에 좋은 장소인 것으로 보였다. 실제로 도시 곳곳에 많은 카페가 늘어져 있었다.
 
기분전환을 위하여 전망이 좋고 깔끔한 호텔을 예약했는데 막상 와보니 다소 실망스러운 점이 있다. 일단 규모도 그렇고 엘리베이터는 1명만이 탈 수 있다. 마치 파리를 연상시킨다. 이곳도 문화유산보존을 위하여 개축이 허용되지 않아서 그런 모양이다. 다만 위치는 최고였다. 모든 유적지를 걸어서 볼 수 있고 또한 가장 중심지였다.
 
전날 밤 맥주를 사러 잠시 나가보니 곳곳에 젊음이 넘쳐흐른다. 유럽의 배낭족을 비롯한 젊은이들이 시간가는 줄 모르고 모여서 술도 마시고 담소를 나누고 있다. 부러운 광경이다.
그런 분위기에 필자도 휩싸여 보고 싶기도 했지만 피곤하여 일찍 잠에 들었다. 그나마 이튿날 몸이 가벼워 다행이었다.
 
전망이 좋은 루프탑(Rooftop, 옥상)에서 조찬이 준비되어있다고 하여 기대를 하고 올라가 보았다. 생각보다 전망이 아주 좋았다. 아크로폴리스가 보이고 나아가 아테네 전역이 눈에 들어왔다.
그뿐만이 아니라 조찬도 아주 훌륭하였다. 특히 딸기가 싱싱해 보였다. 야쿠르트도 좋았고 기타 음식도 아담하게 골고루 잘 정리되어 있었다. 시원한 오렌지 주스가 상큼하다. 먼 아르코폴리스를 바라보면서 마신 커피가 산뜻하다.
 
다소 이른 아침이어서인지 손님이 많지 아니하여 좋았다. 거의 혼자시피한 상태에서 맑은 하늘의 아테네의 전경을 품었기 때문이다. 비싼 숙박료가 그 값을 하는 모양이다. 전망 값과 멋진 조찬이 어느 정도 보상이 되는 느낌이다. 그리고 어제 레드와인 한잔도 무료로 제공되었다. 사실 와인이 제공된다고 하여 좀 기대를 했었다. 즉 호텔 투숙객을 위한 일종의 루프탑 파티를 상상했었다. 그런데 실상은 하나의 마케팅 차원에서 포도주 1잔만 맛보기로 제공하는 것이다. 그 이후는 사서 먹도록 유도하기 위함이었다. 어쨌든 그 덕분에 루프탑의 전망이 좋은 것을 알아서 이른 아침을 먹으면서 그 전망을 마음껏 느끼고 있다.
 
한국 사람으로 보이는 중년의 아주머니와 딸이 와서 식사를 하고 있었다. 중년의 여유가 보이고 젊음의 산뜻함이 느껴지는 모습이었다. 두 분 다 즐거운 아테네 여행과 좋은 추억거리가 되기를 소망해 보았다. 중년의 모습에서 그간 힘들게 살아온 세월이 느껴졌고 좀 더 일찍 이런 여행도 즐기지 못한 아쉬움이 표정에서 느껴졌기 때문에 좀 애잔하게 와 닿았다. 이는 모두가 느끼는 감정일 것이다.
 
전망 좋은 루프탑에서의 상큼한 조찬이 비싼 숙박비에 대한 어느 정도의 보상으로 삼아 스스로의 마음을 달래어 본다. 그리고 보니 수천 년의 과거 여행을 하였으니 그 교통비로서는 싼 셈이기는 하다.
본문이미지
그리스 헤파이스토스 신전
 
아고라에서

당초 비행기 일정이 오후 3시로 변경되어 그나마 다행이었다. 어제 급하게 보느라 정신이 없었다. 고고박물관, 아크로폴리스 박물관, 제우스 신전 그리고 아크로폴리스를 돌아보니 더 이상 보기가 시간상 애매하였다.
 
오늘 조찬은 루프탑에서 좋은 전망을 바라보면서 비교적 사치스런 조찬을 하였다. 이제 남은 아테네 기행을 떠나기로 했다. 호텔직원에게 하루 반나절 볼 만한 곳을 물으니, 케라미코스(Keramicos)와 그 박물관 그리고 아고라(Agora)를 추천했다.
 
먼저 케라미코스로 향하였다. 고대 아테네인들의 묘지로서 가장 오래된 건물 중의 하나라고 했다. 아테네를 위하여 기여한 사람들을 위한 곳이다. 한국의 동작동 국립묘지와 같은 공간이다. 지금은 거의 흔적이 제대로 보존되지 않았지만 곳곳에 남은 흔적들이 잔디와 묘한 조화를 이루어 나름대로의 매력이 숨어 있었다.
그리고 구석에 있는 조그마한 박물관도 있었다. 조그마한 박물관이었는데 아주아담하고 깔끔하게 조성이 되어 있어 인상적이었다.
 
이어서 아크로폴리스 언덕에 위치한 아고라도 가 보았다. 아고라는 고대 그리스의 도시들에 있었던 열린 ‘회의 장소’다. 시민들이 이곳에 모여 물건을 사고파는 상업의 중심지이다. 또한 나아가 이곳은 철학가, 정치가 그리고 예술가 들이 서로의 의견을 개진하는 사교의 장이었다고 한다.
 
아고라는 그리스 시대에 융성한 고대 아고라와 로마시대에 활발했던 로마 아고라가 있다. 고대 아고라에는 헤파이스토스 신전(Temple of Hephaestus)이 가운데 그 아름다움을 자랑한다. 또한 아포스틀레스 교회(Church of the Holy Apostles)와 아그리파 음악당(Odeon of Agrippa) 등도 있다. 또한 죄수들의 감옥소도 위치한다. 이곳에서 소크라테스 등이 활발한 토론을 즐겼다고 하니 신기할 따름이다.
 
이어서 하드리아누스 도서관(Library of Hadrian) 등도 보이는데 그 형체가 거의 보존이 안 되어 있어서 안타까웠다.
또 아크로폴리스 아랫길인 플라카(Plaka) 지구에 각종 상점이 모여 있다. 이 지구에 숙소가 있다. 오전이어서 인파가 그리 많지는 않다.
 
아테네에 있으면 마치 시간이 멈춘 것 같다. 그리고 타임머신을 타고 수천 년 전의 세계로 온 듯하다. 그리고 규모는 크지 않지만 곳곳에 아기자기한 공간이 있어서 산채하고 생각에 잠기기에 좋다. 실제로 고대 아고라에서는 젊은이가 앉아서 조용히 책을 보는 모습이 보이기도 하였다. 아름다운 모습 그자체이다.
 
본문이미지
그리스 아고라에서 만난 건축물 기둥들
그리스 아크로폴리스의 아고라(agora) 등을 방문하면서 그 느낌이 좋아 공항 가는 길이 아쉬웠다. 자꾸 시간을 끌다가 할 수 없이 기차를 타고 공항으로 갔다.
공항이라는 표지를 보고 해당 플랫폼으로 가서 기차, 아니 전철을 타니 갑자기 피곤이 풀려왔다. 자리에 앉자마자 정신없이 졸았다. 아니나 다를까 겨우 눈을 떠니 마지막 정거장이었다. 모두다 내리기에 같이 내렸다. 역 밖으로 나가니 비행기 등의 모습이 없다. 주위에 물어보니 공항은 상당히 떨어진 곳이라는 것이다. 어제 탔던 전철 매트로가 바로 호텔 앞에서 내렸기 때문에 이번에도 아무런 문제가 없을 줄 알았다.
놀라서 창구에서 공항 행(行) 티켓을 발급 받으려고 하자 직원이 "가지고 있는 티켓으로 사용하면 된다"고 했다. 직원이 안내해 준 1번 플랫폼으로 나아갔다. 그런데 지금 1시다. 비행기는 3시. 그렇다면 1시간 이상이 걸리면 체크인이 여의치 않을 것 같다. 그렇지만 마음을 안정시키기로 했다.
 
이번 비행기를 놓치면 돈이 좀 들더라도 그 다음 비행기를 타기로 마음 먹으니 그나마 진정이 되었다. 그런데 어느 정도 걸리는지는 알아야 겠다. 구글맵을 켜니 기차가 흔들리고 눈도 침침하여 제대로 파악이 안 된다. 할 수 없이 옆에 직장인으로 보이는 친구에게 공항까지 얼마나 걸리느냐고 물어 보자 15분 이내에 도착한다고 한다.
 
이 얼마나 반가운 소식인지……. 다행스럽게 비행기를 놓칠 염려는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감사하는 마음으로 즐겁게 공항으로 나아가 체크인을 하였다.
문제는 또 발생했다. 키예프를 거쳐 조지아로 가기 때문에 2개의 보딩패스를 발급해달라고 했다. 그러자 창구 직원의 답변이 이상하다. 전자 보딩패스가 없어 보딩패스를 오프라인으로 발급받으려면 한 장 당 15유로라는 것이다. 2장 발급에 30유로다. 아니, 이럴 수가……. 그간 한 번도 이 같은 비용청구를 받은 적이 없었다. 물론 티켓을 발급할 때 이와 같은 내용이 있었다고 하니 제대로 검토하지 못한 내 잘못도 있으니 달리 할 말은 없었다.
 
30유로를 내고 우여곡절 끝에 비행기를 타니 마음이 좀 심란하였다. 중간 기착지는 우크라이나의 수도 키예프는 좀 추웠다. 생각보다는 덜 추웠지만 기분도 좀 다운되어 있었으니 상승작용 등으로 심란하게 만들었다.
 
다시 키예프 공항 라운지에 가니 시설은 그리 좋지 않았다. 그런데 스프가 일품이었다. 추운 데에 따뜻한 국물이 들어가니 그나마 살 것 같다. 의자도 널찍해서 누워서 자기에도 여유 공간이 있었다.
 
우크라이나 사람들의 모습이 시원시원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그리스 아테네 등과는 달리 라운지에 와인도 제공이 되었다. 따뜻한 스프로 몸을 데우고 나아가 포도주를 한 잔을 하니 우크라이나 항공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도 많이 상쇄시켜 주었다.

입력 : 2020.02.10

Copyright ⓒ 조선뉴스프레스 - 월간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NewsRoom 인기기사
Magazine 인기기사
사진

김승열의 지식재산과 문화예술

⊙ 법무법인 양헌 대표변호사, KAIST 겸직 교수 ⊙ 55세, 서울대 법학과 졸업. 美 보스턴대 국제금융법 석사, 미국 노스웨스턴 법과대학 LL.M. ⊙ 사법시험 합격(24회), 환경부·보건복지부 고문변호사, 금융위 자금세탁방지정책위원, 미국 뉴욕주 Paul, Weiss 변호사, 대통령 직속 국가지식재산위 산하 지식재산활용전문위원장 역임. 現 한송온라인리걸센터(HS OLLC) 대표 변호사, 대한중재인협회 수석 부협회장(PRESIDENT ELEC)
댓글달기 0건
댓글달기는 로그인 하신 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