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평우 변호사님, '변호사 김평우'라고 쓰세요.

  • 박동운 단국대 경제학과 명예 교수
  • 업데이트 2017-11-27  9:41
URL이 성공적으로 복사되었습니다.
저명인사들 사이에 만연된 '잘못된 말투'를 지적하고, '올바른 말투'를 제시
(여기에서 언급하는 ‘말투’는 공식석상이나 모르는 사람과의 관계에서 사용되는 것임을 미리 밝혀둔다.)
 
몇 가지 ‘잘못된 말투’ 사례
 
종편을 보노라니 한 변호사가 자기소개를 한다: “저는 홍길동 변호사입니다.” 이런 장면을 대하고나면 화가 치민다. 금년 초 박근혜 대통령 탄핵 관련 찬·반 열기가 온 나라를 뜨겁게 달구던 때의 일. (이 글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과는 무관함) 대한변협 회장을 역임했다는 김평우 변호사가 박근혜 대통령 탄핵 반대 성명을 여러 차례 신문에 게재했다. 성명의 끝은 어김없이 이렇게 마무리되었다: “김평우 변호사”
 
이 같은 사례는 변호사 직업에만 한정되어 있지 않다. 심야토론에 참석한 교수가 자신을 소개한다: “저는 홍길동 교수입니다.” 세미나 축하 위해 참석한 국회의원이 자신을 소개한다: “저는 홍길동 국회의원입니다.” 전국으로 방송되는 조찬기도회에서 목사가 자신을 소개한다: “저는 홍길동 목사입니다.” 보도 후 방송기자가 자신을 소개한다: “워싱턴에서 홍길동 기자입니다.”
 
저명 인사 지인 한 분이 이메일로 내게 글을 보내오곤 한다. 그는 ‘보내는 사람’을 항상 이렇게 쓴다: “Professor S. H. Kim” 
 
‘잘못된 말투’를 바로 잡으면

상대방을 부르거나 글에서 어떤 사람을 지칭할 때 우리는 ‘존경’의 뜻으로 이름 다음에 ‘직함’을 붙이고, 때로는 직함 다음에 ‘님’자도 첨부한다: “홍길동 변호사님”, “홍길동 교수님”, “홍길동 국회의원님”, “홍길동 목사님”, “홍길동 기자님”. 영어는 ‘남북’을 ‘north and south’라고 쓰듯이 우리말과는 반대여서 상대방을 부를 때 직함을 앞세워 ‘Professor Kim’이라고 한다. 이 같은 표현은 모두 ‘존경’의 뜻을 지닌다.
 
앞의 ‘잘못된 말투’를 바로 잡으면 다음과 같다. 변호사: “저는 변호사 홍길동입니다.” 교수: “저는 교수 홍길동입니다.” 국회의원: “저는 국회의원 홍길동입니다.” 목사: “저는 목사 홍길동입니다.” 영어로 이름을 쓴 지인: “I am S. H. Kim, Professor of Hankook University.” 이 같은 표현은 모두 ‘겸손’의 뜻을 지닌다. 그런데도 자기소개에서 “저는 김평우 변호사입니다”라고 말하면 스스로 자신을 ‘존경’하는 꼴이 되고 만다. 그래서 김평우 변호사님, “김평우 변호사” 아닌 “변호사 김평우”라고 쓰세요.

배운 사람들은 다 안다
 
‘올바른 말투’를 배운 사람들은 다 안다. 경험담 하나. 2007년 8월 어느 날, 예술의 전당에서 열린 국악페스티벌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는 노무현 대통령을 비롯하여 11개국 외국 대사가 참석했다. 사회를 맡은 50대 후반으로 보이는 한 한국정신문화원 교수가 자신을 소개했다: “저는 사회를 맡은 한국정신문화원 ㅇㅇㅇ 교수입니다.” 이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여기저기서 험한 욕설이 터져 나왔다. 감히 대통령과 외국 대사들 앞에서 자기 자신을 ‘겸손’ 아닌 ‘존경’ 한다는 뜻으로 “저는 사회를 맡은 한국정신문화원 ㅇㅇㅇ 교수입니다”라고 말하다니! 
 
역대 대통령들의 휘호, ‘올바른 말투’의 모델이다
 
내가 지금까지 살아오는 동안 “나는 ㅇㅇㅇ 대통령입니다”라고 말한 대통령은 한 분도 찾아보지 못했다. 역대 대통령들은 어김없이 ‘올바른 말투’를 써왔다. 한 예로, 일간지 신년특집호에 휘호를 남긴 여러 대통령들은 한결같이 휘호 말미를 이렇게 장식했다: “대통령 ㅇㅇㅇ”. 만일 이 분들이 “ㅇㅇㅇ 대통령”이라고 썼다면 나라가 꽤나 시끄러웠을 것이다, ‘교양 없는 대통령’이라고.
 
자기 가족을 말할 때는 ‘님’ 등 존칭 붙이지 말아야
 
금년 초 박근혜 대통령 탄핵 관련 찬·반 열기가 온 나라를 뜨겁게 달구던 때의 일 또 하나. TV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여동생 박근령 씨는 시종일관 “형님께서는 … ”라는 표현을, 남동생 박지만 회장은 “누나는 … ”라는 표현을 썼다. 자매 사이에 ‘형님’이라는 표현이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박근령 씨는 ‘님’ 자를 빼고 ‘형’이라고 말했어야 한다. 박지만 회장은 시종일관 ‘누님’ 대신 ‘누나’라고 말했다! 저명 인사들이 TV에 나와 “아버님께서는 …, 어머님께서는 …”라고 말하는 것을 날마다 듣는다. “아버지는 …, 어머니는 …”라고 말하는 것이 옳다.     
 
김윤옥 여사의 ‘올바른 말투’
 
이명박 대통령 취임 직후 조선일보(2008.3.12.)에 실린 기사.
“새 주소로 잡지를 보내주셨으면 합니다. 서울시 세종로 1번지 청와대 ….”(김윤옥)
“주소가 청와대라구요? 그럼 비서실에서 전화를 하신거구요.”(출판사)
“그게 아니라 … 제 남편이 이번에 대통령이 된 이명박인데요.”(김윤옥)
청와대 입주 후 이명박 대통령의 부인 김윤옥 여사가 평소 받아오던 잡지의 배달 주소를 바꾸려고 출판사에 전화를 걸었을 때 오간 대화다. 김윤옥 여사의 말투의 핵심은 “제 남편이 이번에 대통령이 된 이명박인데요”에 있다. 인용 내용을 요약하면, ‘제 남편이 대통령 이명박’. 김윤옥 여사는 ‘이명박 대통령’ 대신 ‘겸손’의 뜻으로 남편을 ‘대통령 이명박’으로 말한 것이다.
 
‘잘못된 말투’가 ‘올바른 말투’로 뿌리 내릴까 봐 겁이 난다
 
‘잘못된 말투’가 사회지도층의 무지로 동방예의지국(東方禮儀之國) 대한민국에서 ‘올바른 말투’로 뿌리 내릴까 봐 겁이 난다. 나는 정년퇴직 이전부터 지금까지 25여 년 남짓 ‘올바른 말투’ 보급을 위해 나름대로 열심히 노력해 왔다. 그래서 또 쓴다.
  • 스크랩
URL이 성공적으로 복사되었습니다.
많이 본 뉴스
  • 세계속 코이카'
  • 배진영의 '어제 오늘 내일'
  • 김태완 'Stand Up Daddy'
  • 권세진 ‘별별이슈’
  • 정혜연 ‘세상 속으로’
  • 박희석 ‘시시비비’
  • 이정현 ‘블루오션을 찾아서’
  • 박지현 ‘포켓 저널리즘’
  • 하주희 ‘블루칩’
  • 이경훈 현장으로’
  • 김광주의 뒤끝
  • 백재호의 레이더
  • 고기정의 特別靑春
  • 슬기로운 지방생활
  • 이상곤의 흐름
  • 서봉대의 되짚기
  • 국제상인 장상인의 세계, 세계인
  • 취재본부는 지금’
  • 조갑제 기자의 최신정보파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