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바 일기(21)
파리, 제네바를 거쳐 독일 뮌헨으로 돌아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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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근교에 숙박을 하기로 하였는데 조금 늦게 도착하니 리셉션 지역에 사람이 전혀 없었다. 놀라서 알아보니 해당 호텔은 늦은 시간에는 무인으로 체크인을 하는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늦은 시간에는 전화로 체크인을 하고 해당 방의 비밀번호를 알려주고 있었던 것이다. 이를 사전에 제대로 알려주지 않아서 굉장히 당황스러웠다.
그러나 아침에 일어나서 보니 주위가 녹음으로 가득찬 비교적 조용하고 목가적인 지역이어서 그나마 기분을 달랠 수 있었다. 프랑스는 중저가 호텔의 경우에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무인체크인이 일반화되어 이를 제대로 알지 못하는 방문객은 상당히 당황스러워질 수 있으니 이 지역을 여행할 때는 이점을 미리 챙겨야 할 것이다.
아침에 파리 근교에서 프랑스 국왕과 귀족들의 사냥터로 널리 알려진 퐁텐블로 지역을 가보기로 하였다. 산적한 시골길을 지나니 아담하면서 아름다운 성이 눈에 띄였다. 파리 근교는 의외로 평탄한 지역이 많고, 전체적으로 조용하면서 목가적인 분위기가 느껴졌다. 퐁테블로 지역에 있는 멋지고 조용한 성같은 건물에서 사냥을 즐긴 이후에 다함께 쉬기도 한 것으로 보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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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서 베르사유궁전을 잠시 들러 보았다. 22년 전에 OECD에 한국 대표로 출장을 왔다가 시간이 나서 전철을 타고 와서 그 아름다움에 상당한 충격을 받았던 모습이 기억이 난다. 당시 다음 방문 기회에는 차를 몰고 와서 파리 근교를 한번 다녀 보고싶다는 생각을 한적이 있었다. 그동안 사는 게 바빠 차일피일하다가 지금에 와서 차를 몰고 이곳을 다시 방문하게 되니 상당히 감회가 새로웠다.
다시 와보니 이번에는 과거에 느꼈던 큰 감흥까지는 일어나지 않았고, 단지 반가운 모습으로만 와닿았다. 어쨌든 유럽의 거의 모든 국가에서 베르사유궁정의 아름다움에 감탄을 금하지 못하고 서로 이를 본받아 많은 궁전을 만들어 온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베르사유 궁전이 그만큼 아름다운 궁전임에는 틀림이 없다.
다만 그간 세월이 많이 흘러 필자로서는 젊었을 때와 같은 깊은 감흥을 느낄 수 없다는 것이 아쉬움이라고나 할까... 그 만큼 감수성이 무디어 진 것인지 아니면 그간 많은 곳을 보아 견문이 넓어져서 더 이상 큰 감흥을 가져다 주지 못하는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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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파리의 드골 공항에 들어서니 다른 나라의 공항보다는 좀 더 아름답고 공간 사용 등에 있어서 여유가 있어 보였다. 그리고 직원들도 좀 더 여유가 있고 상당히 친절했다. 의자나 배치된 가구 등도 다른 공항보다 더 세련되어 보였다. 아무래도 문화와 예술을 즐기는 나라의 특성상 공항도 아무래도 아름답게 꾸미고자 하는 욕구가 많이 표출된 것으로 보였다. 이에 반하여 스위스의 제네바 공항은 실용적이면서 깔끔한 인상이다. 뮌헨 공항은 좀 더 실용적인 측면이 강조된 것 같아 서로 비교를 해보는 것도 재미있었다.
독일 뮌헨에 도착하였다. 비교적 알려진 렌탈 회사에 차를 예약하였는데 차고에 들어온 차가 없다는 이유로 "계약을 취소하거나 아니면 버스를 운전하라"는 어처구니 없는 응대를 받는 황당한 상황이 발생하였다. 더 놀라운 사실은 이런 상황에서 너무나도 당당한 해당 직원의 태도였다. 마치 차가 없는 데 어쩌라는 말이냐는 식의 너무나 몰상식한 태도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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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독일에 대하여 가졌던 좋은 인상 자체를 전부 갈아치울 정도로 충격적인 경험이었다. 일부 직원이 문제일지는 모르나, 국제 공항에서 그것도 상당히 알려진 자동차 렌탈 회사에서 이런 식으로 손님을 응대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 곳이 독일이 맞는지 나의 눈과 귀를 의심할 지경이었다.
이런 일이 만약 한국에서 일어났으면 어떻게 되었을까? 직원의 태도와 고객의 태도 모두 달랐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고객이 큰 소리를 내지 않는다는 사실이 더 놀랍기도 하였다. 이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이를 성숙한 시민의식이라고 해야 하나? 꼭 그것은 아닌 것으로 보였다. 물론 소리를 지르며 소동을 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을지 모르나 이와 같이 몰상식한 직원들을 제대로 응징할 수 있는 개인의 의식과 나아가 사회시스템은 필요할 것으로 보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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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일련의 사건을 과연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작은 사건 하나를 너무 침소봉대하는 것일까? 아니면 과거에는 선진국이었으나 이제 점차 경쟁력을 잃어가는 EU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것일까? 예약에 따른 차가 회사 사정으로 준비가 안 되었으면 이에 대하여 제대로 대책을 세워주는 조치를 취하기는 커녕, 어느 직원하나 진정으로 미안해 하는 모습조차 찾아볼 수 없는 현상을 어떻게 이해해야할까?
물론 이 사건 하나를 가지고 독일 혹은 EU를 너무 일반화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것은 인정한다. 다만 이런 현상을 과연 어떻게 이해하고 또한 해석하여야 할 것인가가 굉장히 궁금해졌다. 앞으로 필자는 독일에서 방문 연구원 생활을 통하여 이에 대한 해답을 찾아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어쨌든 자동차 렌탈 회사 직원의 태도는 독일 사회가 어떤 형태로든지 문제가 있다는 점을 직간접적으로 보여주는 것만은 분명한듯하다. 이런 시각에서 보면 우리나라의 회사 직원들의 손님을 대하는 태도는 분명히 경쟁력이 있고, 또 명실상부한 선진국의 대열에 접어들었다는 사실을 느끼게 해주는 면이 있다. 이렇게 볼 때 이번 일은 비록 개인적으로는 황당한 경험이었지만, 나름대로 의미있는 사건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네바 일기(22)
독일 산학협동의 요체인 막스 프랑크 연구소의 시스템 등을 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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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자동차 렌탈 회사와의 해프닝으로 예상지 않게 공항에 위치한 힐튼 호텔에서 하루밤을 보내는 기쁨(?)을 맛보게 되었다. 비록 속은 쓰렸지만 테레사 수녀님의 가르침대로 "역경은 하나님께서 나에게 또 하나를 깨우쳐 주시는 것"이라고 믿고 긍정적인 마음을 가졌다.
그동안 중저가 호텔을 다니느라 힘들었는데 역시 세계적인 호텔의 경우는 방부터 달랐다. 값이 비싸 부담은 되었지만 어찌할 수 없는 운명으로 받아들이고 즐거운 마음으로 사워를 하고 모처럼 좋은 호텔에서 단잠을 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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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일어나니 거의 8시였다. 전날 밤에 지식재산권 분야에서 성공한 변호사가 갑자기 담낭암으로 별세하였다는 국내 신문 기사를 보고 충격에 빠졌다. 아주 성공적인 삶을 살아 온 나와 학번이 같은 변호사였는데 마음이 아프고 안타까웠다. 법무법인을 제대로 일으켜 세우기 위하여 너무 많은 스트레스를 받은 모양이다. 삼가 명복을 빌면서 인생의 무상함과 유한함을 실감하였다. 지금이라도 나는 좀 더 삶을 즐기면서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스스로에게 하면서...
오늘은 시간을 내어 막스 프랑크 연구소의 사택을 방문하기로 하였다. 막스 프랑크 연구소는 저녁에 도서관을 닫지만, 막스 프랑크 소사이터라는 사무실은 일년 내내 24시간 열고 있었다. 이는 전 세계에서 오는 학자들의 편의를 위함으로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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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는 어제 저녁에 방문하기로 했지만, 차 렌탈에 문제가 생겨 아침에 들렀더니 친절하게 나에게 전달하여야 할 물품을 주었다. 시스템적으로 잘 되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연구소 내에 나에게 배정된 사무실 공간을 둘러보았더니 그렇게 화려하지는 않았지만 일을 하는 데에는 큰 무리가 없어 보였다.
안내 편지에 따라 배정된 아파트를 찾아가 보기로 하였다. 전철과 버스를 번갈아 타야 해서 다소 번거로웠지만, 막상 도착해 보니 아주 근사한 아파트였다. 그리고 바로 옆에 호수같은 곳이 있어서 산책하기에 너무 좋았다. 주변도 상당히 조용하고 사색하거나 책을 읽기에 알맞아 보였다. 호수 주변을 산책하여 보니 의외로 조용하고 주위 경관도 좋아서 더 한 층 기분이 업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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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스 프랑크 연구소는 독일의 산학연구의 중심 연구소이다. 독일뿐만이 아니라 전 세계의 학자나 전문가를 초빙하여 필요한 경우에 장학금을 주고 공동연구를 수행하는 기관이다. 그리고 독일 내의 거의 모든 대학은 대학별로 하나의 막스 프랑크 연구소가 있어서 해당 대학과 산학합동연구를 하는 것으로 보였다.
이번에 와서 보니 제대로 연구를 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여 전세계의 학자와 함께 협업과 상호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시스템을 잘 갖추고 있었다. 실로 대단한 프로젝트가 아닐 수 없다. 그런 차원에서 막스 프랑크 연구소의 사택 역시 비교적 신경을 써서 나름대로 잘 꾸며져 있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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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의 렌트카 사건으로 다소 실망한 느낌이 이번 막스 프랑크의 시스템과 사택을 접하게 되면서 다시 반전되었다. 역시 독일은 개인의 미래를 위한 투자에서 대단하다는 것을 실로 절감하게 되었다. 다시 독일에 대하여 호의와 좋은 감정이 새롭게 들었다. 내 마음이 너무 변덕이 심한 것인가?
우리나라도 막스 프랑크 연구소의 모델을 벤치마킹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세계적인 학자들을 모여들게 하여 이를 통한 학문적인 업적을 쌓고 종국에는 한국산업발전의 모태가 되도록 하는 노력이 절실하게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나라도 독일의 막스 프랑크 연구소와 같은 산학협동의 구심점을 좀 더 진지하게 추구하고 이를 모색하여야 할 중요한 시점으로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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