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바 일기(15)
포도주의 원산지인 보드도를 방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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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페리에에서 보르도까지는 400킬로미터가 넘는 다소 먼 거리였다. 때마침 안개가 끼고 비까지 내려 운전이 쉽지 아니하였다. 그럼에도 거의 모든 차가 130킬로미터 이상으로 달리고 있어서 그들의 운전솜씨에 경탄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신기하게도 보르도에 도착하니 언제 그러하였느냐는 듯이 날씨가 너무나도 화창하게 바뀌었다. 필자가 예약한 보르도의 숙소는 알고 보니 포도주 도매 판매를 하는 중년부부가 살고 있는 아름다운 집이었다. 남편은 일 년에 한두 차례 서울을 방문한다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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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는 조그마한 수영장, 잔디밭 그리고 멋진 나무들로 잘 꾸며진 아름다운 2층 집이었다. 내 방은 2층에 있었는데 지붕 부분에 유리창이 있어서 누워서 하늘을 바라볼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었다. 모든 것이 깔끔하게 정리정돈 되어 있어서 너무 기분이 상쾌하였다.
이어 도심으로 나가니 강 주변으로 광장이 있고 아름다운 건물이 즐비하였다. 기대 이상으로 도시가 크고 아름다운 볼거리로 가득 찼다. 지나가는 프랑스 여성들의 모습이 다 멋쟁이여서 모두 마치 영화배우들같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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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전철과도 같은 지상 트램의 경우는 사방이 유리로 되어 있어서 도시의 전경을 마음껏 바라볼 수 있게 멋지게 설계되어 있었다. 다만 트램을 타기 위하여 티겟을 구입하는데 무인 기계가 필자의 신용카드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여 곤혹스러웠다.
당황하여 주위에 도움을 요청하여 겨우 발급을 받았지만, 돌아오는 길에 다시 사용하자 이번에는 기계가 계속하여 거부반응을 일으켜 티켓을 구할 수가 없었다. 때마침 현지의 프랑스 아주머니께서 친절하게 도와주셔서 겨우 트램을 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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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게가 많은 도심지역에 온 김에 그간 미루어오던 심 카드를 사서 전화를 개통하고 나니 이제 겨우 프랑스의 사회의 네트워크에 진입한 기분이었다. 독일에서 심 카드 개통에 어려움을 겪어서 그간 미루었는데 이번에 개통을 하니 진작해야 할 것을 미루어온 것 같아서 후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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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지금이라도 하였으니 다행이라는 마음으로 현지 전화통화를 자유롭게 하기로 작심하고 좀 더 적극적으로 현지를 살펴보기로 마음먹었다. 내일 포도주 원산지를 방문하기로 하였지만, 오늘 저녁이 포도주를 맛보기에 좋은 날일 것 같아서 화이트와인과 레드와인을 사서 맛을 보았다. 레드와인이 내 입맛에 맞아서 마시다 보니 상당히 취기가 올랐다. 와인 덕분에 모처럼 깊고 달콤한 잠에 빠질 수 있었다.
제네바 일기(16)
마고의 샤토 라스꽁브를 방문하여 포도주 공부와 포도주 산업의 현황을 파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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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랑크루 2등급으로 우리나라에 비교적 널리 알려진 보르도 지역에서도 유명한 마고마을의 샤토 라스꽁브를 방문하였다. 미리 예약을 한 덕에 반갑게 맞아 주었다. 가이드와 인사를 나누고 리셉션 지역을 벗어나 같이 다니면서 설명을 들었다.
먼저 샤토 라스꽁브의 포도주의 주원료인 포도는 메를로가 50%, 카베르데 쇼비농이 45%, 그리고 피티 베르도가 5%로 구성된다고 한다. 원래 이 지역은 카베르데 쇼비농이 잘 자라는 지역이나 샤토 라스꽁브소유 포도밭은 메를로가 더 적합하다는 전문가의 최근 의견에 따라 메를로의 비중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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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으로 라스꽁브 기사(knight)가 이 성의 성주여서 그 이름을 따서 포도주 이름을 사용했는데 그간 다소 어려움을 겪다가 2001년에 미국의 colony 캐피탈 회사가 투자를 하면서 과거의 명성을 되찾도록 노력을 하였다. 이후 2011년경에 구입가의 2배 가격으로 프랑스의 생명보험회사인 MACSF에 매각하였다.
그리고 과거에 숙박하면서 포도주를 테이스팅하는 장소로 사용하였던 고성은 지금은 리노베이션 중이어서 아무도 거주하지 아니하였다. 그리고 지금 포도주에 사용하고 있는 로고는 성 앞의 게이트(문)의 모양을 따서 이를 최근부터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여기에 와이너리가 얼마 정도가 있냐고 하자 보르도 지역에만 7000개가 넘는다고 하고 마고 지역에만 80개의 와이너리가 있다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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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많은 와이너리가 있으면 경쟁이 되어 어려움이 있지 않냐고 하자 각자 각기 다른 포도주를 생산하고 있기 때문에 달리 큰 문제는 없다는 것이다. 다만 올해 4월에는 서리가 많이 내려서 실제 수확량의 50%를 잃게 될 정도로 어려움을 겪었다고는 하였다. 주인은 집 옆에 있는 포도밭을 안내하여주었는데 그곳에는 카베르데 소비뇽이 심어져 있었다.
최근에 수확을 하여 지금은 달린 포도가 하나도 없었다. 다만 일반포도 나무와는 달리 키가 아주 작았다. 포도주에 사용하는 포도는 왜 키가 작은 것을 사용하느냐고 하자 포도주에서는 포도의 껍질이 중요하다고 하였다. 이 부분이 색깔, 향기 그리고 타닌을 결정하기 때문에 아주 중요하다고 한다. 예컨대 카베르데 쇼비농의 경우에 껍질이 두꺼워서 포도주의 재료로 사용하기에 좋다는 것이다. 수확은 메를로를 먼저 하고 나서 이후에 카베르데 쇼비농을 수확한다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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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도를 수확하여 줄기는 제거하고 이를 40개의 용기에 넣어 30일간의 발효 및 침용추출과정을 겪는다고 하였다. 각 용기는 포도의 종류, 재배연수 그리고 토양에 따라 별도 용기에 담는다고 한다. 이후에 섞는 과정은 있지만 발효 및 침용추출 과정에서는 엄격하게 구분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들은 다시 요크 통에 넣어서 12개월간의 숙성기간과 또 다른 방에서 또다시 6개월간의 숙성기간을 거친다고 하였다.
포도주를 숙성하는 요코통도 포도주의 품질을 결정하는 데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한다. 요코통은 7개의 회사로부터 공급을 받고 있으며 요크통 한 개에 750-800 유로 정도 한다고 하니 1개당 100만원 정도 되는 셈이다. 그리고 요크통은 포도주의 향기를 결정하는 데에 중요한 요소가 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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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라스꽁브에서 판매하는 퍼스트 와인인 샤토 라스꽁브는 새 요크통을 그리고 세컨드 와인인 슈발리에 드 라스꽁브는 중고 요크통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새 요크통에서는 이를 만든 과정에서 불을 피웠기 때문에 이를 통한 향이 좀 더 강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일반적인 와이너리의 정책처럼 두 가지 종류의 와인을 판매한다고 한다. 즉 퍼스트 와인이 샤토 라스꽁브이고 쎄컨드 와인은 이곳 성주의 이름을 사용하여 슈발리에 드 라스꽁브라고 명칭을 붙였다고 한다.
따라서 품질이 고급인 샤토 라스꽁브와 연수가 작고 젊은 슈발리에 드 라스꽁브를 시장에 내 놓고 있는데 샤토 라스꽁브는 대략 연간 30만병을 슈발리에 드 라스꽁브의 경우는 이보다 적은 20만병 정도를 생산판매한다고 한다. 이의 판매가격은 2012년 포도주를 기준으로 보면 슈발리에 드 라스꽁브는 31유로, 샤토 라스꽁브는 86유로에 판매하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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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석 창고에는 숙성기간이 백년이 넘은 와인들이 보관되어 있어서 놀라웠다. 그들에게 이렇게 오래된 와인은 품질이 좋아서 비싸겠다고 하자 “그것은 알 수 없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실제로 열어보아야 그때 그 품질을 평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보존상태에 따라 오히려 맛이 변질될 수도 있어서 조심스럽게 이야기했다.
숙성기간이 오래되면 좋은 포도주가 될 가능성이 크지만, 그렇다고 반드시 그렇게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재료인 포도의 성격 및 그 보존상태 등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왜 이 포도주를 이렇게 오래 보관하는지 물어보니 일종의 도서관의 하나로 후손들을 위하여 보존한다는 것이라고 이야기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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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서 테이스팅 실에 들어가서 두 개가 포도주를 시험하였더니 역시 슈발리어는 샤토보다는 가볍고 샤토는 그 맛이 상당히 미묘하였다. 통상적으로 카베르테 쇼비농은 남성적인 맛을 가지나, 이에 반하여 메를로는 좀더 여성적이고 부드러워서 샤토 라스꽁브는 적정한 배합이 이루어져서 남성과 여성적인 맛이 잘 어울어져서 미묘한 맛을 낸다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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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나 다를까 사토 라스꽁브를 시음하니 전체적으로는 무거운 느낌이 들었지만 동시에 혀에 다가오는 촉감이 부드러우면서도 일부는 실크처럼 부드럽게 감싸는 느낌이 들었다.
그렇게 느껴지는 이유는 샤토 라스꽁브의 경우에 남성적인 카베르테 쇼비농과 여성적인 메를로가 실제 거의 반반씩 섞여 있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그리고 추가하여 2009년에 이곳의 날씨가 좋아서 2009년 와인이 좋다고 앞으로 마실 때 참고하라는 조언을 주었다.
가이드를 해주신 분에게 오랜 시간에 걸쳐 포도주 생산과정에 대한 친절한 설명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는 말을 남기고 아쉬운 마음으로 그 자리를 떠났다.
포도주 생산 현장인 와이너리에서 포도주 공부를 제대로 하였다는 뿌듯한 마음이 들어서 기분이 상큼하였고 발걸음도 가벼워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