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료 폭등으로 세입자만 괴롭힐 전월세 상한제 논의 중단해야

‘임대료 규제’ 대신 ‘주택 공급 증가’ 방안을 모색해야
  • 박동운 단국대 경제학과 명예 교수
  • 업데이트 2016-07-08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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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월세 상한제의 피해를 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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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 게시판에 월세 매물과 가격이 붙어 있다. 월세에 두 줄을 긋고 가격을 올렸다. 최근 전세금이 오르면서 월세도 치솟아 서울 반포에서는 월세 100만원 이상 아파트가 1년 사이에 2배 가까이 늘었다./조선DB

야당, ‘전월세 상한제’ 도입 검토
 
2011년 초 전월세 급등으로 전세 대란이 일어났다. 서울 도심에 살고 있던 대부분의 서민들이나 신혼부부들은 급등한 전월세에 밀려 변두리나 수도권으로 옮겨가야 했다. 이를 계기로 여야가 ‘전월세 상한제’ 도입을 놓고 숨 가쁜 경쟁을 벌였는데 전월세 상한제 도입은 지금까지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런데 20대 국회에서 다수파가 된 야당은 내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표를 얻기 위해 전월세 상한제 도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더불어민주당 박영선·윤후덕·정성호 의원과 국민의당 송기석 의원이 관련법 개정안을 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야당이 전월세 상한제 도입을 주장하는 이유는 전세금이 치솟고 있기 때문이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2011년 주택 가격의 56.3%였던 전세금은 2016년 6월 67.9%까지 올랐다. 세입자들의 고통을 이해할 수 있다.
 
야당, ‘연간 임대료 인상률 5%에, 세입자 4년 살 수 있게’
 
개정안의 핵심 내용은 다음과 같다.
 
∙세입자에게 1회에 한해 전월세 계약 갱신 청구권을 부여해 총 4년간 같은 집에 살 수 있도록 한다.
∙연간 임대료 증액(增額) 상한을 5%로 법률에 명시한다.
 
현행 임대차보호법은 계약 기간을 2년으로 보장하고 세입자의 임대보증금을 일부 보호하고 있지만, 집주인이 2년 계약 기간이 끝나면 임대료를 얼마든지 올릴 수 있고 계약 연장을 안 할 수도 있다. 따라서 ‘전월세 상한제‘를 도입하면 세입자는 4년간 살 수 있고, 2년 후 연장할 때는 임대료 연간 증액이 5%로 제한되어 세입자에게 도움이 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19대 국회에서도 당시 민주당 등 야당 중심으로 ‘전월세 상한제’ 도입이 활발하게 논의되었다. 그 내용은 앞에서 언급한 20대 국회의 경우와 전혀 다르지 않다.
 
야당 주도의 ‘전월세 상한제’ 도입을 놓고, 나는 2011년부터 줄기차게 “국회의원님들, 제발 ‘전월세 상한제’만은 도입하지 마세요!”라는 글을 써가면서 전월세 상한제 도입을 적극적으로 반대해 왔다. ‘전월세 상한제’ 도입은 세입자만 괴롭힌다는 것을 확신하기 때문이다.
 
‘영세상인을 위한 상가임대차보호법’을 반면교사(反面敎師) 삼아야
 
‘전월세 상한제’ 도입에 앞서 야당 의원들은 ‘영세상인을 위한 상가임대차보호법’을 반면교사 삼을 것을 제안한다. ‘영세상인을 위한 상가임대차보호법’은 민노당의 발의로 2001년 12월 19일 김대중 정부가 도입하여 2003년 1월부터 시행되었다. 이 법은 문자 그대로 영세상인을 보호하기 위해 도입된 법으로, 그 내용은 전형적인 가격규제다. 이 법의 핵심 내용을 보자.
 
∙ 이 법은 일정금액 이하의 임대보증금에만 적용되는데, 기준금액은 서울 2억 4,000만 원, 수도권 1억 9,000만 원, 군 지역과 인천을 제외한 광역시 1억 5,000만 원, 그 외 지역 1억 4,000만 원이었다.
∙ 이 법은 임대보증금을 내는 상가임차인이 세무서로부터 사업자로 확정되면 보호받을 수 있게 되는데, 보호의 핵심 내용은 5년간 임대료 인상폭이 5~10%로 규제된다는 점이었다. (현행 임대료 인상률은 5년간 9%.)
 
법이 시행되기도 전에 상가임대료가 폭등해
 
이 법 시행이 발표되자마자 대부분의 건물주들은 법 적용에서 벗어나고자 법 시행 이전에 임대료를 기준금액 이상으로 올려버렸다. 예를 들면, 서울은 임대료가 2억 4,000만 원 이하일 경우에만 적용되므로 건물주들은 법 적용에서 벗어나고자 임대료를 2억 4,000만 원 이상으로 올려버린 것이다.
 
이 결과 법 시행은 2003년 1월인데도 2002년 11월경 명동, 강남, 신촌, 여의도 등 서울지역 주요 상권의 경우 영세상인 관련 임대료는 평균 50% 이상이나 폭등했다. 이 같은 폭등은 법 시행 이전에 전국적으로 확산되어 법 시행 직후에는 전국 평균 임대료 상승률이 85% 정도나 되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결과적으로 영세상인을 위한 상가임대차보호법은 영세상인을 보호하기는커녕 오히려 피해만 주고 말았다. 이는, 잘못된 가격규제는 두고두고 국민만 괴롭힌다는 사례가 되었다. ‘전월세 상한제’ 도입도 결국 세입자만 괴롭히고 말 것이다. 따라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영세상인을 위한 상가임대차보호법’을 반면교사(反面敎師) 삼아야 한다.
 
무엇이 ‘전월세 상한제’의 문제점인가?
 
‘전월세 상한제’는 어떤 문제점을 안고 있는가? 그 시행이 가져올 부작용을 보자.
 
첫째, ‘전월세 상한제’ 시행 다음날부터 전세금이 폭등할 것이다. ‘전월세 상한제’의 핵심 내용은 ‘전월세 계약기간 갱신 때 전월세 인상률을 연 5% 이내로 제한하는 것’이다. 현행 법정 전월세 계약기간이 2년이므로 이는 곧 전월세 인상률은 ‘2년 동안 10% 이내’가 된다는 뜻이다. 전월세 계약은 전국적으로 일 년 내내 이루어지기 때문에 ‘전월세 상한제’가 시행된다면 시행 다음날부터 신규계약에 들어가는 집주인들은 ‘2년간 전월세 10% 이내 인상’ 규제에서 벗어나고자 전월세를 미리 엄청나게 인상할 것이다. 전국 평균 연평균 전세금 인상률이 2010년 7.1%, 2011년 12.3%였는데, 이런 추세라면 특별법을 동원하여 강요한다 해도 2년 계약에 10% 이내의 인상률이 지켜지겠는가? 새로운 ‘전월세 대란’이 일어날 것이다.
 
둘째, ‘계약갱신 청구권’이 도입되어 세입자가 4년 동안 살 수 있게 보장된다면 계약이 끝나고 신규계약에 들어가는 집주인들은 4년 동안 20%밖에 인상하지 못한다는 점을 내세워 신규계약 때 전세금을 엄청나게 올리게 될 것이다. 미국은 1970년대 초 닉슨 정부가 1차 유가파동 직후 임금·물가규제 정책을 2년 동안 실시했다가 이를 해제한 직후 임금과 물가가 폭등하자 이 같은 정책을 더 이상 실시하지 않는다. 이를 감안할 때 4년 동안 전세금 인상이 규제되다가 해제되면 전세금은 폭등하고 말 것이다.
 
셋째, 주택정책이 실효를 거두어 전월세 공급이 수요를 웃돌아 전세금이 하락할 경우 ‘전월세 상한제’는 독소조항으로 남게 될 것이다. 공급 초과로 전월세가 떨어지는 경우에도 전국의 모든 집주인들이 ‘전월세 상한제’를 내세워 2년간 10% 정도 인상을 요구한다면 세입자들은 여전히 피해를 보게 될 것이다.
 
넷째, ‘계약갱신 청구권’이 도입되어 세입자가 4년간 마음 놓고 살 수 있게 된다면 집주인이 어떤 이유로 자기 집을 반드시 팔아야 할 경우에도 팔기가 어렵게 될 수 있다. ‘계약갱신 청구권’ 때문에 헌법이 보장하는 사유권이 침해당하는 것을 야당 의원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전세 대란’의 해법은 주택공급 확대에서 찾아야
 
그래서 필자가 애절한 마음으로 글을 썼다―“국회의원님들, ‘전월세 상한제’만은 제발 도입하지 마세요! 서민들은 물론 온 국민들이 ‘전월세 대란’ 폭탄을 맞게 됩니다.” 어떻든 2011년 초에 핫이슈로 등장한 ‘전월세 상한제’는 지금까지 도입되지 않고 있다.
 
‘전월세 대란’의 해법은 딱 하나다. 공급을 늘리는 것이다. 공급을 늘려 집주인들이 싼 임대료를 제시할 때까지 공급을 늘리는 것이다. 야당이든, 여당이든 ‘임대료 규제’ 대신 ‘주택 공급 증가’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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