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콴유는 싱가포르를 어떻게 초일류 국가로 만들었나?

교육개혁②- 싱가포르의 능력주의 교육
  • 박동운 단국대 경제학과 명예 교수
  • 업데이트 2015-10-24  7:13
URL이 성공적으로 복사되었습니다.
싱가포르의 '교육 능력주의' 소개
본문이미지
2006년 5월 18일 서울 한남동 그랜드 하얏트 서울 호텔에서 한국씨티은행 VIP 고객 600명을 대상으로 강연을 하고 있는 리콴유 前싱가포르 총리. 2015년 3월 23일 향년 91세로 타계했다. /조선DB

리콴유, 인재 확보에 전력투구하다
 
리콴유 전 싱가포르 수상은 1983814일 독립기념일 연설에서 대졸 남성들이여, 자신만큼 우수한 아이를 원한다면 자신보다 교육 수준이 낮은 아내를 고르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말라고 말했다. 이 연설은 대결혼논쟁을 불러 일으켜 이듬 해 선거에서 리콴유가 이끄는 인민행동당의 인기가 12%나 떨어졌다. 그렇게 말한 이유를, 리콴유는 자신의 두 번째 자서전 내가 걸어온 일류국가의 길1)에서 손수 밝혔다. 그 이유란, ‘싱가포르 대학 졸업자의 50%가 여성인데 이들 중 3분의 2가 결혼을 하지 않고, 다음 세대에 후손을 남기지 않을 것이라는 보고서 내용 때문이었다는 것이다.
 
리콴유는 또 똑똑한 학생들의 부모는 좋은 교육을 받은 부모라는 생각에서 세 명의 자녀를 둔 대졸 여성에게는 세 아이 모두 부모들이 높게 평가하는 가장 좋은 학교를 선택할 수 있는 우선권을 주기로 했다고 썼다. 이뿐만이 아니다. 리콴유는 외국 인재를 영입하기 위해 결혼과 국적취득제도를 개선했고, 대졸 남녀 간의 교제활동을 도와주는 사교개발기구도 설립했다고 썼다. 이처럼 리콴유는 인재 확보에 전력투구했다.
 
싱가포르는 리콴유가 만든 나라
 
싱가포르는 리콴유(19232015)가 만든 나라다.2) 1959년에 초대 수상이 된 리콴유는 싱가포르를 나라다운 나라로 만들기로 결심했다. 그는 싱가포르를 독립 국가로 만들고, 인재를 양성하고, 나라를 바꿀 수 있는 정책을 실행하고, 경제를 완전 개방하여 해외자본 유치에 국운을 걸었다. 이 글은 인재 양성에 초점을 맞춰 리콴유가 도입한 '교육 능력주의'를 이야기한다.
 
리콴유, ‘교육 능력주의를 도입하다주3)
 
리콴유가 실시한 정책 가운데 교육 능력주의는 우리의 관심을 끌지 않을 수 없다. 우리나라는 박정희 정부부터 박근혜 정부까지 일관되게 교육 평등주의를 실시해왔기 때문이다. ‘교육 능력주의를 철저하게 실시해온 싱가포르의 교육제도를 보자.
 
조기교육
조기교육은 생후 6개월부터 시작되어 5세까지 진행된다. 4세는 유치원 1년생, 5세는 유치원 2년생이다. 6세에 초등학교에 입학한다.
 
초등교육
초등학교부터는 철저하게 능력 중심이다. 초등학교는 기본 과정 4년과 적응 과정 2년으로 구분된다. 초등학생들은 4학년 말에 모두 국가시험을 치른다. 수학뿐만 아니라 영어, 2외국어 등 이중 언어 능력을 가장 중요하게 본다. 특히 영어와 자신의 출신 종족어를 모국어 수준 이상으로 구사할 수 있어야 한다.
 
이 시험 결과에 따라 초등학생들을 모두 3등급으로 구분해 우열반 학급을 편성한다. 우선 상위 60%는 우수 학급으로 이동한다. 이들은 2년 뒤 졸업시험(PSLE)을 칠 수 있다. 여기에 합격해야 중등학교에 진학할 수 있다. 중위 성적 20%의 학생들은 영어와 자신의 출신 종족어 구사 능력이 조금 부족한 그룹이다. 일단 이들도 2년 더 초등학교에 다니는데 졸업시험 합격자에게는 중등학교 진학권을 주지만 떨어지면 직업교육을 받기 위해 직업훈련원으로 배치된다. 최하위권 20%에 들어가면 예외 없이 4년 더 초등학교에서 공부한 뒤 바로 직업훈련원으로 가게 된다.
 
중등교육
중등교육 기간은 4년인데 초등학교 졸업시험 성적에 따라 상위 성적 6%의 특별이중언어과정(SBC), 중위권 성적 60%의 신속이중언어과정(EBC), 나머지 하위 성적의 보통이중언어과정(NBC)으로 나뉘어 있다. 물론 학기마다 평가를 해서 성적이 올라가면 올라가는 대로, 내려가면 내려가는 대로 움직인다.
 
중위권 성적 60% 이상 학생들은 졸업하면 중등학교 졸업자격시험을 보지만 하위권인 NBC 학생들은 중등학교 수료시험을 본다. 이 때 우수한 성적을 거둔 학생은 중등학교 5학년으로 진급하고 이를 수료하면 다시 보통 이상의 학생들이 이미 1년 전에 본 중등학교 졸업자격시험을 거쳐 상급학교에 진학할 기회를 얻는다. 일종의 패자부활전이다. 그러나 이 시험 성적이 좋지 않으면 다시 직업훈련원으로 진로를 바꿔야 한다.
 
고등교육
고등교육도 같은 형태다. 중등학교 졸업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올리면 2년제 주니어 칼리지로 가는데, 이는 일종의 대학 예비학교의 성격을 갖는다. 성적이 중간에 있는 학생은 3년제 전문 기술교육기관인 폴리텍으로 간다.
 
고등교육 수료자는 졸업할 때 졸업자격시험을 보는데, 성적이 우수하면 3년 내지 5년 과정(의과대학의 경우)의 대학에 진학한다. 싱가포르에는 국립싱가포르대(SNU), 난양공대(NTU), 싱가포르 경영대(SMU), 그리고 국립교육원(NIE) 4개 대학이 있다. 이들 대학은 모두 수준이 세계적이다. 타임지가 선정한 201415년 세계 100대 대학에 국립싱가포르대가 25, 난양공대가 61. 한국은 서울대가 50, KAIST52.
 
리콴유, ‘교육 능력주의로 싱가포르를 초일류 국가로 만들다
 
이처럼 싱가포르 교육은 유치원부터 대학까지 철저하게 능력주의를 바탕으로 한다. 이는 세계 일류 국가가 되기 위해서는 세계 최고의 인재를 길러내고, 자체적으로 그런 역량이 없다면 세계 끝까지라도 가서 인재를 데려오겠다는 리콴유의 통치철학이 가져온 결과다. 이러한 인재정책의 결과 싱가포르는 현재 성별과 국적은 아무런 의미가 없는 나라가 되어 있다. 능력만 있으면 누구나 싱가포르의 대학에서 교수가 될 수 있다. 현재 싱가포르에는 미국의 MIT, 존스홉킨스, 와튼 스쿨, 독일의 뮌헨 공대 등 10여 개의 세계 명문 대학이 분교를 운영하고 있다. 서울 크기의 1.1배에 지나지 않은 이 작은 나라에 외국 명문대 분교가 10여 개나 있다니! 우리나라는 인천 송도에 외국인 학교를 유치하려 했을 때 국수주의자들의 반대가 얼마나 심했던가!
 
리콴유의 비전은 이루어졌다. 싱가포르는 연평균 성장률이 19712013년간 7.2%, 같은 기간 9.1%의 중국 다음으로 높다(한국은 7.1%). 싱가포르는 고도성장의 결과 1인당 국민소득이 1989년에 1만 달러, 1994년에 2만 달러, 2006년에 3만 달러, 2010년에 4만 달러, 2011년에 5만 달러(2013년 현재 53,363달러)에 이른 선진국이다.
 
싱가포르는 IMD가 평가한 국가경쟁력 순위에서 2014년에 60개국 가운데 미국, 스위스에 이어 3위다. 대부분의 연도에서 싱가포르는 미국에 이어 2위를 차지해 왔다. 싱가포르는 프레이저 인스티튜트가 평가한 경제자유지수(이는 시장경제 활성화 수준을 나타냄) 순위에서 2013년에 157개국 가운데 홍콩에 이어 2위인데, 홍콩은 국가가 아니므로 사실상 1위다. 대부분의 연도에서 싱가포르는 23위 내에 든다. 서울 크기의 1.1배 정도에 지나지 않은 작은 나라 싱가포르는 오늘날 세계 초일류 국가다. ‘교육 능력주의’가 가져온 결과. 싱가포르는 50여 년 동안 '교육 평등주의'에 매달려온 한국이 벤치마킹해야 할 나라다.
 
각주
주1) 리콴유(2000), From the Third World to First. (류지호 역(2001), 내가 걸어온 일류 국가의 길, 문학사상사.)
2) 김성진(2007), 리콴유 작지만 강한 싱가포르 건설을 위해, 살림. 박동운(2007), 희망한국 이야기 더 좋은 대한민국 가꾸기, FKI미디어. 박동운(2008), CEO 정신을 발휘한 사람들, 三英社.
주3) 싱가포르의 교육제도는 다음 저서에 의존한 것임을 밝힌다. 김성진(2007), 리콴유 작지만 강한 싱가포르 건설을 위해, 살림.
.
  • 스크랩
URL이 성공적으로 복사되었습니다.
많이 본 뉴스
  • 세계속 코이카'
  • 배진영의 '어제 오늘 내일'
  • 김태완 'Stand Up Daddy'
  • 권세진 ‘별별이슈’
  • 정혜연 ‘세상 속으로’
  • 박희석 ‘시시비비’
  • 이정현 ‘블루오션을 찾아서’
  • 박지현 ‘포켓 저널리즘’
  • 하주희 ‘블루칩’
  • 이경훈 현장으로’
  • 김광주의 뒤끝
  • 백재호의 레이더
  • 고기정의 特別靑春
  • 슬기로운 지방생활
  • 이상곤의 흐름
  • 서봉대의 되짚기
  • 국제상인 장상인의 세계, 세계인
  • 취재본부는 지금’
  • 조갑제 기자의 최신정보파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