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증현 전 장관의 교육개혁 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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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두 달여 앞둔 2015년 9월 2일, 대전 둔산여고 3학년 학생들이 모의 평가를 보는 모습./조선DB |
윤증현 전 장관, ‘3불정책 폐지’를 주장하다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이 최근 한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교육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1) 그의 주장을 요약하면, 한 마디로 3불정책 폐지다. 윤 전 장관의 3불정책 폐지 주장은 박 대통령의 교육개혁과 관련하여 의미가 크다. 윤 전 장관의 주장이 ‘시의에 맞다’고 평가되어 오랫동안 대학에 몸담았던 필자의 마음이 꿈틀거렸다. 여기서는 3불정책으로 인해 세계 속의 한국 교육의 위상이 얼마나 일그러져 있는가를 살펴보고, 다음 글에서는 능력주의를 도입하여 초일류 국가가 된 싱가포르를 소개한다.
윤 전 장관은 20%가 넘는 체감 청년실업률을 놓고, 이는 노동시장에 진입하는 고졸자는 15만 명인데 비해 대졸자는 50만 명에 이르는 ‘기형적인 교육 구조’ 곧, 교육의 양적· 질적 문제 때문에 일어난 결과라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 교육은 아직도 평준화 논리에 따른 본고사 폐지, 고교 등급(입학)제 폐지, 기여 입학제 금지라는 틀에 갇혀 있다”고 지적하고, “변별력이 없는 수능을 없애고 본고사를 부활시키자. 고교 입시를 부활시켜 고등학교 진학 시점부터 대학 진학자와 취업 희망자를 갈라주고, … 사립대학이 기여 입학자를 받도록 허용하고 기존에 정부가 사립대에 지원하는 돈은 전부 국·공립대에 집중해 형편이 어려운 이들은 부담 없이 국립대학에 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 마디로 말해, 그의 주장은 교육에 경쟁원리를 도입하여 대학교육을 살리자는 것이다. 맞는 말이다.
이어 윤 전 장관은 교육개혁을 추진하는 정부의 태도에 일침을 가했다. 그는 “정부가 교육정책을 수립하는 데 나라의 미래를 위해 결단하는 게 아니고, 국민 눈치를 본다”고 지적했다. 이는 정부가 최근 노동개혁을 한답시고 노조에게 소위 ‘합의문’이라는 항복문서를 써주며 노동개혁을 추진하려는 것과 비슷하다는 지적이다. 그는 “사회부총리는 물론 대통령도 ‘관을 3개는 짜놓고 한다’는 각오로 교육 개혁에 달려들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3불정책(三不政策)은 교육 규제의 대명사
1960년대 박정희 정부에서 2015년 박근혜 정부에 이르기까지 우리나라는 50여 년 동안 교육 평등주의를 고수해 왔다. 우리나라의 교육 평등주의는 역대 모든 정부가 실시해온 규제의 ‘합작품’이어서 그 등장 배경과 내용을 설명하기란 쉽지 않다. 다행히도 우리나라의 교육 평등주의는 ‘3불정책’이라는 말로 요약될 수 있을 것 같다. 교육 규제의 대명사 3불정책의 내용을 보자.
① 고교등급제 금지(또는 평준화)
고교등급제를 금지한 고교평준화는 박정희 정부 때 당시 민관식 문교부장관의 주도로 도입되었다. 고등학교 입시에서 낙제 경험이 있었던 민관식 장관은 고등학교가 ‘일류, 이류’ 등으로 등급 매겨져서는 안 된다고 보고 지역에 따라 중·고등학교를 평준화시켰다. 그 후 중·고교 평준화정책은 전국적으로 실시되어 지금에 이르렀다.
그런데 헌법학자 김철수 서울대 명예교수는 평준화는 ‘위헌’이라고 지적했다.2) 그는 “교육에서의 평등은 능력에 따른 차이를 인정하는 상대적 평등이다. ‘같은 것은 같게, 다른 것은 다르게’ 취급하는 것이 평등의 이념이다”고 지적했다. 잘못된 교육 평등주의가 교육에서 능력 차이와 경쟁을 인정하지 않음으로써 한국 교육은 ‘바보 만들기’에 기여해 왔다. 지금은 전교조의 파워로 평준화가 더욱 강화된 상태다.
② 본고사 금지
우리나라 사람들은 연대순 대학입시제도에 따라 ‘본고사세대, 학력고사세대, 수능세대’로 분류될 수 있다. 본고사는 고령층과 관계되는데, 본고사는 광복 이후로 실시되어 폐지와 부활을 되풀이하다가 김영삼 정부에서 1997년 국립대를 대상으로, 3년 후에는 김대중 정부에서 사립대까지 포함하여 완전 폐지되었다. 그 후 학력고사, 수능시험이 등장했고, 지금은 수능·내신·논술이 자리 잡고 있다. 그런데 정부는 수능시험에서 변별력이 높아지는 것을 규제하고 있어서 수능은 ‘물수능’으로 일컫는다.
본고사 폐지를 놓고, 정운찬 서울대 전 총장은 2005년 대학이 원하는 학생들을 마음대로 뽑을 수 있어야만 대학경쟁력이 높아질 수 있다며 본고사 금지 정책을 비판했다.3) 이를 놓고, 노무현 정부에서 김진표 전 교육부총리는 한국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대학 15개가 만들어진다면 3불정책을 완화할 수 있다고 맞받았다. 2004년에 세계 100위 안에 드는 대학이 하나도 없는 나라 한국에서 세계적인 대학 15개를 만들고 나서야 3불정책 완화를 고려하겠다는 김 전 교육부총리의 말은 3불정책을 끝까지 고수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되었다. 어떻든 본고사 금지 같은 규제 때문에 대학이 원하는 학생들을 마음대로 뽑을 수 없는 나라가 지구상에 한국 외에 또 있을까!
③ 기여 입학제 금지
대학이 경쟁력을 높이려면 교육지출 증가가 필수적이다. 한국의 대학들은 공·사립 할 것 없이 주로 학생들의 등록금에 의존해 왔다. 역대 정부는 대학에 재정 지원을 한다며 규제의 손길만 내밀어 왔다. 대학이 교육지출을 증가시킬 수 있는 방법의 하나는 기여 입학제인데, 이는 가진 자와 안 가진 자 간에 위화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되어 공론화되기가 쉽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글로벌시대다. 글로벌시대에는 대학경쟁력이 높아져야 국가경쟁력도 높아질 수 있다. 이런 시각에서 윤증현 전 장관은 기여 입학제 도입을 제안했을 것이다.
3불정책의 폐해: 대학 진학률 증가와 사교육비 증가
50여 년 동안 한국 교육을 평등주의 안에 가둬온 3불정책의 대표적 폐해는 대학 진학률 증가와 사교육비 증가일 것이다. 한국은 대학 진학률이 1980년 27.2%에서 지속적으로 증가하여 2008년 83.8%로 피크를 기록한 후 감소하기 시작하여 2014년 70.9%를 나타냈다. 대학 진학률이 증가한 이유는 고교등급제 금지와 변별력 없는 ‘물수능’이 누구나 다 대학에 갈 수 있다는 믿음을 주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2008년 이후 대학 진학률이 낮아진 이유는 글로벌 금융위기를 계기로 우리 사회에 ‘선취업 후진학’이라는 분위기가 지배했기 때문일 것으로 풀이된다.
[대학 진학률 (단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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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료: 교육부 |
사교육비를 낮춘다는 명분을 내세워 역대 정부는 변별력 없는 수능을 강화하는 등 끊임없이 노력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교육비 부담은 해결되지 않았다. 평등주의로 공교육을 살리기 어렵다는 것을 잘 아는 학부모들이 자녀들의 대학 진학을 위해 사교육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이제 ‘진학률과 교육비’ 관련 몇 가지 지표를 사용하여 한국 교육의 위상이 OECD 34개국 가운데 얼마나 일그러져 있는가를 보자.
<표> OECD 34개국과 비교한 한국 교육의 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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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표 |
측정 (연도) |
OECD 순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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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34세 연령층 학생 등록률*
(OECD 평균)
GDP 대비 사교육비 비율
(OECD 평균)
총교육비 중 사교육비 비율
(OECD 평균)
학생 1인당 교육비
(OECD 평균) |
67.14% (2013)
(26.42%)
2.75% (2011)
(0.91%)
75.8% (2011)
(30.8%)
144.1 (2011)
(124.7) |
1위
1위
2위
4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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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는 25∼34세 연령층에서 3차 교육기관에 등록한 학생 비율.
자료: OECD, Education at a Glance(2014).
*한국은 ‘25∼34세 연령층의 3차 교육기관4) 학생 등록률’이 OECD 국가 중 1위
OECD는 ‘25∼34세 연령층’에서 3차 교육기관에 진학하는 학생들의 ‘등록률’을 발표한다. 여기서 ‘3차 교육기관’이란 우리가 사용하는 ‘고등교육기관’과 차이가 없다. 2013년 한국은 이 비율이 67.14%로, OECD 34개 회원국 가운데 압도적으로 1위다. (2위 일본: 58.36%, 3위 캐나다: 57.82%, 4위 아일랜드: 51.07%, 5위 영국: 8.31%, OECD 평균: 40.53%, 최하위 터키: 22.45%) 이 비율에서 2000년 한국은 5위였는데 13년 만에 1위로 올라섰다.
‘25∼34세 연령층의 학생 등록률’ 1위는 ‘인적자본 형성’이라는 점에서는 일단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그러나 ‘학력 인플레이션’ 세계 1위(이 분야에서 OECD 1위는 세계 1위다)가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그리고 이 분야 세계 1위는 과연 바람직할까? 이는 본고사 금지, 변별력 없는 물수능, 직업훈련을 외면한 대입 위주의 교육정책 등이 가져온 결과라고 필자는 믿는다. '학력 인플레이션'은 곧장 '높은 청년 실업률'로 이어졌을 것이다. '내가 대학을 나왔는데 왜 중소업체 따위에서 일을 해!'-젊은이들의 일반적인 생각이다.
*한국은 ‘GDP 대비 사교육비 비율’에서 OECD 국가 중 1위
OECD는 ‘GDP 대비 사교육비가 차지하는 비율’을 발표한다. 한국은 2011년 이 비율이 2.75%로, OECD 34개국 가운데 1위다. (2위 칠레: 2.57%, 3위 미국: 2.21%, 4위 이스라엘: 1.66%, 5위 캐나다: 1.59%, OECD 평균: 0.91%, 최하위 핀란드: 0.14%) 이 역시 본고사 금지, 변별력 없는 물수능이 가져온 결과다.
*한국은 ‘총교육비 대비 사교육비 비율’에서 OECD 국가 중 2위
OECD는 ‘총교육비 가운데 사교육비가 차지하는 비율’을 발표한다. 한국은 2011년 이 비율이 73.0%로, OECD 34개국 가운데 2위다. (1위 칠레: 75.8%, 3위 영국: 69.8%, 4위 일본: 65.5%, 5위 미국: 65.2%, OECD 평균: 30.8%, 최하위 노르웨이: 4.1%) 이 역시 본고사 금지, 변별력 없는 물수능이 가져온 결과다.
*한국은 ‘1인당 교육비’에서 OECD 국가 중 4위
OECD는 ‘1인당 교육비’를 발표한다. 이 자료는 2005년 OECD 국가들의 총교육비를 미국 달러로 환산한 후 이를 100.0으로 보고 다른 연도의 교육비를 지수로 나타낸 것이다. 한국은 2011년 이 지수가 144.1로, OECD 34개국 가운데 4위다. (1위 칠레: 183.8, 2위 체코: 166.7, 3위 에스토니아: 162.3, 5위 러시아: 136.1, OECD 평균: 124.7, 최하위 아이슬란드: 97.5) 이 역시 본고사 금지, 변별력 없는 물수능이 가져온 결과다.
진정한 교육개혁은 ‘3불정책 폐지’부터!
박근혜 대통령이 집권 3년차에 들어오면서 노동·공공·금융·교육을 대상으로 4대개혁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 가운데 교육개혁과 관련해서는 ‘능력중심의 사회 구현, 기업이 원하는 인재상 육성을 목표로 자유학기제 확대, 일·학습병행제, 선취업후진학제, 능력중심 채용·보상 확산 등’이 핵심 내용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내세운 교육개혁 내용도 중요하다. 그러나 더 시급한 것은 교육 규제 철폐―50여 년 동안 한국사회를 지배해온 교육 규제의 대명사인 ‘3불정책’ 폐지다. 글로벌 시대에 역행하는 이 같은 규제를 폐지해야만 한국은 학력 인플레이션, 사교육비 부담 등으로부터 벗어나 국가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아버지 박정희 대통령이 ‘평준화’를 도입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결자해지(結者解之)’ 정신으로 평준화를 폐지할 수는 없을까?
각주
1) 조선일보, 2015.9.25.
2) 동아일보, 2002.2.18.
3) 박동운(2006), 『경제정책의 방향을 돌려라』, 자유기업원.
4) ‘3차 교육기관(tertiary education institutes)’을 한국에서는 ‘고등교육기관’이라고 부르는데, 이는 ‘전문대, 교육대, 대학, 각종학교(전문대, 대학과정), 방송통신대, 산업대, 기술대, 원격대, 사내대, 대학원’을 포함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