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13일 노사정 합의는 대타협 아닌 대국민 사기극"

  • 박동운 단국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 업데이트 2015-09-21  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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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9월 1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제89차 본위원회에 참석한 최영기(왼쪽부터) 노사정위원회 상임위원,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 최경환 기획재정부 장관, 김동만 한국노총 위원장, 박병원 한국경총협회 회장, 김대환 노사정위 위원장, 김정숙 세계여성단체협의회 회장, 윤상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김태기 단국대 교수가 합의문에 서명한 뒤 손을 맞잡고 있다. /조선DB

변죽도 울리지 못한
‘9·13 노사정 합의
 
913일의 노사정 합의가 노사정 대타협이라! 누가 대타협이라 부르는가? 노사정 위원장과 정부, 그리고 박근혜 대통령. 대타협인가? 알 수가 없다.
 
그런데 대타협을 남성일 교수는 노동개혁이 아니라 개악으로 가는합의라고 말한다.1) 
박기성 교수는 최악의 합의이고 노조의 털끝도 건드리지 못한합의라고 말한다.2)
누가 혹시 글로 썼는지 모르겠지만 최근 한 전문가 토론에서 카메라 앵글이 비켜가자마자 참가자들은 서슴지 않고 대타협대국민 사기극이라고 말했다.
 
필자도 참견하지 않을 수 없다그것은 대타협이 아니라 변죽도 울리지 못한 합의. 왜 그럴까? 두 가지 이유를 든다.
 
첫째, 9·13 노사정 합의는 실제로 변죽도 울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집권 3년차에 들어와 미래세대를 위해 노동·금융·공공·교육을 대상으로 4대 개혁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에 맞춰 노사정위원회가 20141223노동시장 구조개선 기본 합의문을 채택하여 ‘5대 의제 14개 세부 과제를 다루기로 합의했다.
 
그런데 약속된 3월 말까지 최종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민노총은 불참한 가운데 한국노총이 201548일 노동개혁 협상테이블을 박차고 나가버렸다. 한국노총의 냉담한 분위기 속에서 913일에야 가까스로 노사정위원회가 노동개혁 합의를 이끌어냈다.
 
그 내용은 일반해고 기준 완화와 임금피크제 도입을 가능케 하는 취업규칙 변경이다. 이어 위에서 언급한, 3월 말까지 합의를 전제로 논의했던 노동개혁의 ‘5대 의제를 보자.
 
일반해고 요건이나 취업규칙을 바꾸는 것
기간제 사용기간을 4년 연장하거나 파견업무를 확대하는 것
-35세 이상 비정규직 사용기간을 2년에서 4년으로 연장
-60세 이상 근로자는 파견근로 업종을 현행 33개에서 전 업종으로 확대
근로시간 단축을 당장 시행하지 않고 단계적으로 시행하는 것
정년 연장 및 임금피크제를 의무화하는 것
-정부안은 59세부터 임금을 낮춰 가는 것
임금체계를 개편하는 것
-정부안은 연공급을 직무와 성과 중심으로 개편하는 것
 
그런데 9·13 합의 내용이란 기껏해야 일반해고 요건이나 취업규칙을 바꾸는 것뿐이다. 그 내용을 들춰보면 실제로 변죽도 울리지 못한 합의다. ‘경영상의 이유로 해고하는 정리해고’(근로기준법 2326조 및 관련 시행령) 아닌 일반해고를 노사정위가 다뤄야 할 이유가 뭐란 말인가!
 
예를 들면, 어떤 근로자가 습관적으로 술에 취해 동료보다 생산성이 크게 떨어진다면 이는 회사 단독으로 처리할 수 있는 해고 요건이 아닌가! 임금피크제는 회사 단독으로 적용할 수 있는 취업규칙이 아닌가! 우리 경제가 1998IMF 관리체제에 들어간 것을 계기로 국민은행은 일찌감치 임금피크제를 시행했고, 현재 많은 기업들이 시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58세를 넘긴 근로자가 자발적으로 덜 받고 더 일하고 싶어 하는경우 회사 단독으로 임금을 조정하면 됐지 왜 노사정위가 이를 처리해야 한단 말인가! 이렇게 볼 때 ‘9·13 노사정 합의는 실제로 변죽도 울리지 못한 합의다. 특히 ‘5대 의제②∼⑤ 논의는 아예 실종되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러하다.
 
둘째, 말이 합의노조에 대한 항복 문서이기 때문이다.
9·13 합의문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들어 있다.
 
노사정은 인력운영 과정에서의 근로관행 개선을 위하여 노사 및 관련 전문가의 참여하에 근로계약 전반에 관한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한다. 제도개선 시까지의 분쟁예방과 오남용 방지를 위하여 노사정은 공정한 평가체계를 구축하고, 근로계약 체결 및 해지의 기준과 절차를 법과 판례에 따라 명확히 한다. 이 과정에서 정부는 일방적으로 시행하지 않으며 노사와 충분한 협의를 거친다.”
 
이 같은 내용을 놓고 남성일 교수는 다음과 같이 평한다노사정위원회는 법에 명시된 협의기구를 넘어서 이제는 합의가 없이는 어떤 것도 할 수 없는 합의기구로 변하고 있다.3) ” 한 마디로, 정부는 노동개혁을 하려다 오히려 노조에 발목을 잡혀준 셈이 되고 말았다. 두고 보면 알게 될 것이다.
 
박근혜 정부에서, 한국은 노동시장 규제가 심하기로 157개국 가운데 15!
 
그런데도 9·13 합의 관련자들과 박근혜 대통령은 노사정 대타협이라 부르며 축배를 드는 분위기다. ‘변죽도 울리지 못한 노동개혁을 놓고 박근혜 대통령은 축배를 들 일이 아니다. 소위 대타협이틀 후에 전 세계로 퍼져나간 뉴스 하나는 한 마디로, 쇼킹 그 자체였다박근혜 정부 첫 해인 2013년 한국은 노동시장 규제가 약하기로 157개국 가운데 143위, 달리 말하면 노동시장 규제가 심하기로 157개국 가운데 15위!
 
대선 후보 때부터 필자는 박근혜 대통령의 노동정책이 노동시장을 경직시킬 것으로 우려하면서 이 자료를 초조하게 기다려 왔다. 그 우려가 드디어 915일 현실로 나타났다. 이날 발표된 프레이저 인스티튜트의 경제자유에 따르면(이 자료는 현시점에서 2년 늦다), 박근혜 정부 첫 해인 2013년 한국은 노동시장 규제가 약하기로 157개국 가운데 143위이고, 이명박 정부 때보다 더 악화된 것으로 밝혀진 것이다.
 
<>는 역대 정부에서 노동시장 규제가 얼마나 악화되어 왔는가를 보여준다. 노동시장 규제는 약하기로 2000년 김대중 정부에서 58(123개국 중), 2003년 노무현 정부에서 81(127개국 중), 2005년 노무현 정부 말에 107(141개국 중), 2009년 이명박 정부에서 129(141개국 중), 2012년 이명박 정부 말에 134(152개국 중), 그리고 2013년 박근혜 정부 첫해에 143(157개국 중), 지속적으로 악화되어 왔다. 2013년 노동시장 규제가 한국보다 심한 나라는 노르웨이(145), 베네수엘라 등 남미 5개국, 앙골라 등 아프리카 8개국, 모두 합쳐 14개국뿐이다.
 
            <> 한국과 독일의 노동시장 규제 관련 경제자유’ 순위, 20002013  
 
2000
김대중 정부
2003
노무현 정부
2006
노무현 정부
2009
이명박 정부
2012
이명박 정부
2013
박근혜 정부
 
123개국 중
127개국 중
141개국 중
141개국 중
152개국 중
157개국 중
한국
독일
58
74
81
101
107
124
129
112
134
80
143
79
: 순위 수치가 낮을수록 노동시장 규제가 약하다는 것을 뜻한다.
자료: Fraser Institute, Economic Freedom of the World, 20002013.
 
노동시장 규제가 박근혜 정부에서 더욱 악화된 것은 일차적으로 박근혜 대통령에게 책임이 있다고 본다. 17대 대선 직전으로 돌아가 보자. 대선 후보들이 복지정책 남발 경쟁을 하는 과정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 후보로서 적잖은 노동정책을 쏟아냈다.
 
대표적인 것들은 ‘70-70%’정책 가운데 고용률 올리기, 60세 정년 의무화, 공공부문 일부 비정규직 정규직화, 공공부문 채용 늘려 4명 중 1명을 시간선택제 근로자로 뽑기, 근로시간 단축, 통상임금 조정, 임금체계 개편 등이다. 그런데 이 같은 정책들은 대부분 노동시장 유연화보다는 노동시장 경직화에 기여하게 될 것으로 필자는 우려했다. 이제 노동시장 경직화에 기여한 것으로 평가되는 세 가지 정책만 언급한다.
 
첫째, ‘60세 정년 의무화는 청년들의 노동시장 진입을 늦춤으로써 노동시장 규제로 등장했다. 이로 인해 청년실업과 관련하여 고용 절벽이라는 말이 생겨났다.
둘째, ‘공공부문 일부 비정규직 정규직화는 경쟁을 배제함으로써 노동시장 규제로 등장했다.
셋째, ‘통상임금 조정은 해법을 찾기가 쉽지 않아 노동시장 규제는 물론 새로운 노사분규 불씨로도 등장했다.
 
어떻든 여러 가지 친노(親勞)정책을 편 김대중·노무현 대통령, 임기 말에 느닷없이 비정규직 보호법을 도입한 이명박 대통령, 표를 얻기 위해 온탕냉탕(溫湯冷湯)’ 노동정책을 남발한 박근혜 대통령이 합작으로 만들어낸 대한민국 노동시장의 현주소‘157개국 가운데 143번째로 노동시장 규제가 약한 나라 또는 157개국 가운데 15번째로 노동시장 규제가 심한 나라.’
 
독일은 노동개혁으로 2006년부터 노동시장 규제가 완화돼
 
한국 노동시장을 독일과 비교해보자(<> 참조). 노동시장 규제 관련 경제자유로 평가할 때 독일은 노동시장 규제가 20002005년까지 한국보다 훨씬 더 심했으나 2006년부터는 개선되기 시작하여 2013년에는 노동시장 규제가 약하기로 157개국 가운데 79위를 나타냈다(한국은 143위). 독일이 이렇게 된 데는 게르하르트 슈뢰더가 2003어젠다 2010’을 도입해 노동개혁을 마련했고, 이어 앙겔라 메르켈이 2006년부터 슈뢰더의 노동개혁을 그대로 추진하여 성공한 결과 노동시장이 유연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 ‘결자해지(結者解之)’ 책임지고 노동개혁 다시 추진해야
 
박근혜 대통령은 노사정 대타협에 취하지 말고 판을 다시 짜야 한다. 두 가지를 제안한다.
 
첫째, 노사정위원회를 제쳐놓고 노동개혁을 다시 시작하는 것이다.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는 2015521일 전경련에서 행한 <독일 어젠다 2010의 경험과 한국에 주는 조언>이라는 강연에서, “노동시장 개혁을 할 때 노동자와 사용자 등 이해당사자들에게 결정권을 줘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그는 개혁안을 만들기 위해 정부와 노조, 사측이 한 테이블에 모여 의논했지만, 노사가 모두 적대적인 위치에서 정부에 요구만 했기 때문에 노사정위원회를 통한 개혁은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다면서 정부가 합법적인 권한을 가지고 있고, 개혁의 당위성이 충분했기 때문에 하르츠 위원회라는 별도 위원회를 구성해 개혁안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 같은 결정을 한 배경에 대해 그는 선거를 통해 구성된 정부와 정부 수반이 개혁을 할 수 있는 정당성이 있다면서 개혁이라는 것은 밑에서 위로 갈 수 없다. 개혁은 위에서 아래로 가야한다. 그것이 정치가 해야 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슈뢰더가 말한 대로, 박근혜 대통령이 반드시 귀담아 들어야 할 조언이다.
 
둘째, 노동개혁의 범위를 넓혀야 한다. 한국에서 청년실업과 비정규직이 느는 중요한 이유는 정규직 과보호 때문이다. 정규직 보호가 심하면 신규채용이 늘지 않아 청년들은 노동시장에 진입하기 어렵고, 생기는 일자리는 기껏해야 비정규직에 지나지 않는다. 따라서 근로기준법 2326조와 관련 시행령에 포함된 정규직 과보호 조항은 개선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노동개혁이라고 할 수 있지 기껏해야 일반해고 요건 완화합의를 놓고 노동개혁이라고 샴페인을 마신다는 것은 국민을 속이는 일이다. 이것이 어렵다면 위에서 언급한, 20141223노동시장 구조개선 기본 합의문에 포함된 ‘5대 의제 14개 세부 과제라도 개혁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마거릿 대처의 개혁의지나 게르하르트 슈뢰더·앙겔라 메르켈의 개혁정신을 벤치마킹 하여 알맹이 있는 노동개혁을 다시 추진하기를 제안한다.
 
1) 남성일, <노동개혁과 거리가 먼 노사정합의>(자유경제원, 자유정론-정책제안, 2015.9.17.) 
2) 박기성, <노사정위원회: Enough is Enough>(자유경제원, 자유정론-현안해부, 2015.9.18.)
3) 남성일(주1)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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