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에 보내는 편지- 팔을 걷어붙이고 노동개혁을 추진하세요!

노동개혁은 반드시 성공해야 합니다
  • 박동운 단국대 경제학과 명예 교수
  • 업데이트 2015-07-18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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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7월15일 울산광역시 남구 울산대 울산 창조경제혁신센터 스마트 선박 플랫폼 및 개발룸을 방문해 신현수(오른쪽) 현대중공업 중앙기술원장의 설명을 들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조선DB

박근혜 대통령은 미래세대를 위해
노동·금융·공공·교육을 대상으로 4대 개혁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해 왔습니다. 그런데 4대개혁이 어느 정도 추진되고 있는지 알려진 것은 별로 없습니다. 여기서는 노동개혁을 다룹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경제 살리기 조건으로 노동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하자 노사정위원회가 20141223노동시장 구조개선 기본 합의문을 채택하여 ‘5대 의제 14개 세부 과제를 다루기로 합의했습니다. 그런데 최종 합의 도출 과정에서 민노총은 불참한 가운데 한국노총이 201548일 노동개혁 협상테이블을 박차고 나가버렸습니다. 노사정위원회가 3월 말까지 합의를 전제로 논의해 왔던 5대 현안을 한국노총이 수용을 거부했기 때문입니다. 노사정위원회가 협상 테이블에서 머리를 다시 맞대게 될지는 예측불허입니다. 그런 가운데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노동개혁을 반대한다며 가두시위를 벌였고, 뒤이어 박근혜 대통령은 노사대타협을 촉구했습니다.
 
한국은 노동시장 규제가 약하기로 2012152개국 가운데 134, 거꾸로 말하면 노동시장 규제가 심하기로 152개국 가운데 19위입니다. 한국보다 규제가 심한 나라는 아프리카의 미개국이나 남미의 독재국가입니다. 노동시장 규제가 심하다보니 한국은 2006년부터 한 해도 예외 없이 해외직접투자 유입이 유출보다 적어 순유입이 마이너스입니다. 20062013년간 자본의 해외유출은 (유입을 제하고) 1,106.9억 달러(120조 원)에 이릅니다. 자본의 해외유출을 부추기는 주요 요인은 지나친노동시장 규제와 기업 규제입니다. 그래서 노동개혁은 반드시 성공해야 합니다. 노동개혁에 성공하여 경제가 활성화된 영국, 뉴질랜드, 아일랜드, 독일 이야기부터 하려고 합니다.
 
1. 영국은 법과 원칙적용으로 노동개혁에 성공했습니다
 
1970년대의 영국은 노조가 정권을 멋대로 바꿨을 정도로 노조천국이었습니다. 노동당 윌슨 총리에서 보수당 히스 총리로, 다시 노동당 윌슨 총리로, 이어 노동당 캘러헌 총리로 정권이 바뀌었습니다. 이런 과정에서 보수당 마거릿 대처가 등장했습니다.
 
대처는 1979년 초 총선거에서 사회주의 정책 추방노조파워 무력화를 선거 공약으로 내세웠습니다. 정권을 잡은 대처는 이전에 노동당 윌슨 정권과 보수당 히스 정권이 노조파워 앞에 무너지는 것을 보았고, 4개 노조의 연대파업으로 1978년 가을부터 이듬해 봄까지 약 4개 월 동안 계속된 불만의 겨울이 영국을 공포 속으로 몰아넣었기 때문에 노조에 대해 적대감을 갖고 있었습니다. 대처는 노조파워를 무력화시키기 위해 혁명적 절차를 밟았습니다. 대처는 노사정위원회격인 소득정책 기구를 없애버린 것입니다. 그 후 대처는 집권 11년 반 동안 다섯 차례에 걸쳐 고용법과 노동관계법 제정 및 개정을 통해 법과 원칙을 적용하여 노조파워를 무력화시켰습니다.
 
대처가 노동개혁을 통해 노조파워를 무력화시킨 이야기는 역사적인 사건으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19836월 선거에서 승리한 대처는 1기에 마무리 짓지 못한 정책과제를 정리해 갔습니다. 그 중 하나가 효율성이 낮은 탄광 구조조정이었습니다. 대처 정부는 198436일 효율성이 낮은 탄광 20개를 폐쇄통합하고 직원 2만 명을 감원한다는 계획을 노조측에 제시했습니다. 석탄노조는 곧바로 파업에 들어갔습니다. 대처는 석탄노조 파업이 장기화하리라고 예상해 석탄을 몰래 수입해 놓는 등 대비책을 마련했습니다. 노조위원장 스카길은 대처를 무너뜨리기 위해 전국적인 파업을 유도했지만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파업은 198436일에 시작하여 363일 동안 계속되었습니다. 스카길이 198533여러분, 투쟁은 물론 계속합니다. 그러나 파업은 끝입니다라고 선언하자 1년 가까이 지속된 석탄노조의 파업은 끝이 났습니다. 스카길은 1974년 전국탄광파업을 통해 당시 보수당 히스 정권을 무너뜨린 제왕같은 노조위원장이었습니다. 그러한 그가 철의 여인대처 총리 앞에서는 무릎을 꿇고 만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대처는 탄광까지 찾아가 석탄 가루가 흩날리는 현장에서 팔을 걷어붙이고 석탄노조 대표와 협상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2. 뉴질랜드는 고용법도입만으로 노동개혁에 성공했습니다
 
뉴질랜드는 영국인들이 신이 내린 천국을 건설할 목적으로 1800년대 중반부터 정착하기 시작하여 세워진 나라입니다. 영국인들은 출발부터 뉴질랜드를 노동자 천국으로 건설해 갔습니다. 뉴질랜드는 1894년에 노동자 천국의 기반을 마련해 준 산업평화와 중재에 관한 법’(Industrial Conciliation and Arbitration Act of 1894)을 도입했고, 같은 해 세계 역사상 처음으로 최저임금제도를 도입했습니다.
 
산업평화와 중재에 관한 법은 노동문제를 보통법에서 분리하여 특별법으로 다뤘습니다. 이 법을 기반으로 뉴질랜드는 중앙집권적 노사관계를 도입했습니다. 그런데 이 법이 뒷받침되어 강성노조는 오히려 법을 무시하고 파업을 강행하다가 1916년 노동당을 창설했고, 1935년 집권에 성공했습니다. 노동당은 모든 노동자를 의무적으로 노조에 가입케 했고, 각종 사회입법과 사회보장제도를 도입했습니다. 이로 인해 노조 권한이 막강해졌습니다. 뉴질랜드는 산업평화와 중재에 관한 법도입으로 100여 년 동안 중앙집권적 노사관계를 유지했습니다. 이 결과 뉴질랜드는 1980년대 중반에 노동시장이 세계에서 가장 경직된 나라가 되고 말았습니다.
 
노동당 롱이 총리는 1984년에 정권을 잡자마자 영국의 마거릿 대처처럼 구조개혁을 추진하기 시작했습니다. 구조개혁은 어렵지 않게 추진되었지만 노동개혁은 노조의 막강한 힘에 밀려 성역(聖域)으로 남아 있었습니다. 노동개혁은 1990년에 국민당이 재집권한 후에야 가까스로 추진되었습니다. 국민당은 1991515일에 고용계약법’(Employment Contract Act of 1991) 도입에 성공했습니다. 이 법 도입만으로 뉴질랜드는 100여 년 동안 유지되어왔던 중앙집권적 노사관계가 분권적 노사관계로 혁명적으로바뀌었습니다. 드디어 노동개혁이 성공했습니다.
 
3. 아일랜드는 야당과 노조가 제안한 사회연대협약으로 노동개혁에 성공했습니다
 
아일랜드는 1987년에 찰스 호이 총리가 구조개혁을 추진할 때까지 유럽의 병자로 불렸을 만큼 경제가 좋지 않았습니다. 구조개혁 추진 과정에서 개혁은 정부 밖에서도 이루어졌습니다.
 
정부가 추진하는 구조개혁을 지켜보던 제1야당인 민족당의 앨런 덕스 당수와 최대 노조인 전국노조연합이 공동으로 정부에 제안하여 국가재건을 위한 프로그램이라는 사회연대협약’(Social Partnership Agreement)198710월에 체결되었습니다. 사회연대협약은 소위 아일랜드식 노사정위원회입니다. 사회연대협약은 구조개혁이 추진된 1987년부터는 3년 단위로, 2006년부터는 10년 단위로 체결되어 2015년까지 모두 7차례에 걸쳐 경제사회 발전을 위한 프로그램을 제공해 왔습니다. 사회연대협약은 생산적 노사관계를 정착시켜 아일랜드경제 안정에 결정적으로 기여했습니다.
 
4. 독일은 아젠더 2010’의 노동개혁으로 일자리 기적을 이루었습니다
 
독일은 사민당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총리가 통치한 2005년까지 선진국 가운데서 노동시장이 사실상 가장 경직된 나라였습니다. 독일 노동시장은 규제가 약하기로 2005년에 141개국 가운데 124위였는데, 거꾸로 말하면 규제가 심하기로 141개국 가운데 18위였습니다.
 
독일 노동시장은 산업별노조가 막강한 파워를 행사하고, 임금교섭은 산업별 단체교섭으로 이루어졌습니다. 노동자경영참여제도 역시 기업이 경쟁력 제고를 위해 사업을 다각화하거나 경영구조를 개선하려 해도 걸림돌이 되었습니다. 정부가 노동 관련 법안을 도입하거나 개정하려 해도 노조와의 합의 없이는 이루어질 수 없었습니다. 이처럼 경직된 노동시장 구조에다 높은 노동비용으로 인해 독일 기업은 1980년대부터 생산기지를 해외로 이전했습니다. 2001년 현재 500명 이상 대기업의 경우 85%가 생산기지를 해외로 이전한 상태였습니다. 1)
 
이런 실정에서 슈뢰더는 독일 자체가 망할 것 같으니까 분배 중심의 사회주의 정책을 버리고 성장 중심의 시장경제 정책을 펴겠다2003아젠더 2010(Agenda 2010)’이라는 개혁정책을 도입했습니다. 아젠더 2010’노동시장, 사회복지제도, 경제 활성화, 재정, 교육 및 훈련에 관한 개혁을 골자로 한 것입니다. 불행하게도 슈뢰더는 앙겔라 메르켈에게 정권을 내주고 말았습니다. 메르켈은 정권을 잡자마자 슈뢰더가 계획한 어젠다 2010’의 노동개혁을 그대로 추진하여 성공했습니다.
 
노동개혁의 성과를 봅시다. 대표적인 성과는 실업률 감소와 고용률 증가입니다. 독일 실업률은 슈뢰더 통치 마지막 해인 2005년에 11.3%OECD 국가 가운데 두 번째로 높았으나 메르켈 통치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하여 2014년에 4.8%로 낮아졌습니다. 실업률이 9년 동안에 무려 6.5%포인트나 감소했습니다. 독일이 마이너스 성장률에도 실업률 증가가 낮은 것을 놓고, OECD는 한 보고서에서 독일의 일자리 기적(German job miracle)’이라 표현하고2), 이는 노동개혁의 효과라고 평가했습니다. 또 독일 고용률은 2005년에 65.5%였는데 2013년에 73.3%, 8년 동안에 무려 7.8%포인트나 증가했습니다. 또 독일은 노동시장 규제가 약하기로 슈뢰더 통치 때인 2005124위에서 메르켈 통치 때인 201280위로 개선되었습니다. 이 결과 독일경제는 현재 선진국 가운데 가장 좋습니다. 노동개혁은 독일경제 회생의 주역으로 평가받습니다3). 슈뢰더는 2012어젠다 2010독일의 경제적 성공의 열쇠라는 연설에서, 독일경제의 회생은 근본적으로 어젠다 2010’이 도입한 노동시장 개혁의 결과라고 밝혔습니다4). 노동시장 개혁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보여주는 증거입니다.
 
5. 박근혜 대통령님, 팔을 걷어붙이고 노동개혁을 추진하세요!
 
영국, 뉴질랜드, 아일랜드, 독일을 보면 노동개혁의 중요성을 알 수 있습니다. 이들 나라의 노동개혁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을 정리합니다.
 
대처는 법과 원칙을 적용하여 노조파워를 무력화시킴으로써 노동개혁에 성공했습니다. 우리는 노조파워를 무력화시킬 필요까지는 없지만 노조활동이 불법일 경우에는 법과 원칙을 적용해야 합니다. 역대 정부는 노조활동이 불법인 경우에도 솜방망이 대응으로 노조파워만 키워왔습니다.
 
뉴질랜드는 고용계약법도입만으로 노동개혁에 성공했습니다. 한 젊은 여성이 아버지 삼촌 임금피크제로 일자리 좀 나눠줘요라는 피켓을 들고 있는 것을 보면서 청년 일자리 창출에 확실히 기여할 수 있는 임금피크제 도입이 그다지도 어려울까 갸우뚱하게 되지요. 어렵습니다. 소수당의 파워에 힘 실어준 국회선진화법때문이지요. 현 시점에서 야당이 동참하지 않는 한 노동개혁을 위한 법 도입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아일랜드는 야당과 노조의 자발적 참여로 우리의 노사정위원회 격인 사회연대협약이 체결되어 노동개혁에 성공했고, 그 결과 역사상 처음으로 17년 만에 1인당 국민소득이 1만 달러에서 5만 달러로 증가한 나라입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노사정위원회는 1998년 김대중 정부 때만 빼고 지금까지 정치 싸움만 일삼아 왔습니다.
 
게르하르트 슈뢰더의 권고는 박근혜 대통령에게 소중한 교훈을 줍니다. 슈뢰더는 2015521일 전경련에서 행한 <독일 어젠다 2010의 경험과 한국에 주는 조언>이라는 강연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노동개혁에 교훈이 되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이를 어록(語錄) 형식으로 정리합니다.
 
-노동시장 개혁을 할 때 노동자와 사용자 등 이해당사자들에게 결정권을 줘서는 안됩니다.”
-노동 개혁안을 만들기 위해 정부와 노조, 사측이 한 테이블에서 모여 의논을 했지만, 노사가 모두 적대적인 위치에서 정부에 요구만 했기 때문에 노사정위원회를 통한 개혁은 불가능하다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정부가 합법적인 권한을 가지고 있고, 개혁의 당위성이 충분했기 때문에 하르츠 위원회라는 별도 위원회를 구성해 개혁안을 만들었습니다.”
-선거를 통해 구성된 정부와 정부 수반이 개혁을 할 수 있는 정당성이 있습니다.”
-개혁이라는 것은 밑에서 위로 갈 수 없습니다. 개혁은 위에서 아래로 가야합니다. 그것이 정치가 해야 하는 일입니다.”
 
그래서 박근혜 대통령은 더 이상 노사정위원회에 의존하지 말고 대처와 슈뢰더처럼 정부 단독으로 노동개혁을 추진할 것을 권합니다. 박근혜 대통령님, 팔을 걷어붙이고 노동개혁을 추진하세요! 노동개혁에 성공하지 않는 한 한국경제는 전망이 밝지 않습니다. 청년 실업자들이 울고 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님, 대통령 두 번 할 것 아니니 영국의 대처, 독일의 슈뢰더가 되어주세요.
 
각주
1)박영곤(2003. 10), 독일 구조개혁안(Agenda 2010’의 주요 내용과 향후 전망, KIEP.
2)OECD(2013), Economic Survey of Germany 2012, p.47.
4)Spiegel Online(2008.1.15.), “Schröder Reforms Bear Fruit in German Recovery.”
Schroeder, Gerhard(2012.4.23.), “Agenda 2010The Key to Germany’s Economic Success.”(http://www.egmontinstitute.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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