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시장 규제를 강화하면서 개혁이라니!

  • 박동운 단국대 경제학과 명예 교수
  • 업데이트 2015-01-10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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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정부가 도입한 고용보호법은 한국을 OECD 국가 가운데 포르투갈 다음으로 정규직 보호가 심한 나라로 만들었다. 사진은 기사의 내용과 관련없음. /조선DB

‘기업들이 정규직 고용을 늘리도록 하겠다’는 최경환 경제부총리의 화두를 시작으로 박근혜 대통령이 노동개혁의 칼을 빼들었다.1) 이와 관련하여 최근 한국경제연구원이 세미나를 개최했고 노사정위원회가 회의를 거듭했지만 개혁 내용과 방향은 원론적 수준의 언급에 그쳐 있는 상태다. 그러면 ‘기업들이 정규직 고용을 늘릴 수 있는 방안’은 어떤 것일까? 이 글은 ‘정규직 과보호’를 다룬다.

한국은 정규직 보호가 지나치게 심한 나라다

노동시장 규제로 볼 때 한국은 남미의 독재국가나 아프리카의 미개국 수준이라고 말해도 될 듯하다. 프레이저연구소의 ‘노동시장 규제 관련 경제자유’에 따르면, 한국 노동시장은 규제가 약하기로 2000년에 김대중 정부에서 123개국 가운데 58위였는데 2005년에 노무현 정부에서 127개국 가운데 74위로 떨어졌다가 2006년에 141개국 가운데 107위로 더욱 떨어졌고, 2012년에 이명박 정부에서 152개국 가운데 134위로 더더욱 떨어졌다. 노동시장 규제를 강화해온 박근혜 정부에서는 순위가 한층 더 떨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이는 정규직 과보호, 비정규직 과보호, 기타 노동시장 규제가 가져온 결과다. 현재 한국보다 노동시장 규제가 더 심한 나라들은 거의 모두 남미의 독재국가들이나 아프리카의 미개국들이다.

정규직 보호를 보자. 정규직 보호법은 김대중 정부가 1998년 2월에 도입했다. 한국이 외환위기로 1997년 12월 3일에 IMF 관리체제에 들어간 것을 계기로 김대중 정부는 IMF의 요구에 따라 4대 경제개혁의 하나로 노동개혁을 추진했다. 그 내용이 근로기준법 23∼26조 및 관련 시행령에 포함되어 있는데, 이는 정규직 보호가 얼마나 심한가 또는 정규직 해고가 얼마나 어려운가를 잘 보여준다. 근로기준법을 바탕으로 정규직 해고에서 갖춰야 할 요건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해고요건으로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있어야 하는데, 해고를 위해 ‘긴박한’을 어떻게 평가하느냐가 관건이다.
둘째, 해고에 앞서 사용자는 노조와 성실하게 협의해야 하는데, 노조가 조합원 해고를 쉽게 받아들이느냐가 관건이다.
셋째, 사용자는 고용노동부 장관으로부터 해고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장관이 해고를 쉽게 허용하느냐가 관건이다.
넷째, 해고 근로자에게 고충수당을 지급해야 하는데, IMF 보고서에 따르면 금융산업의 경우 한국은 영국이나 홍콩에 비해 고충수당이 2배 정도 많은 것으로 나타나 있다.
다섯째, 해고 전 해고 근로자에게 50일 전에 통보해야 한다.

김대중 정부가 도입한 이 같은 고용보호법은 한국을 OECD 국가 가운데 포르투갈 다음으로 정규직 보호가 심한 나라로 만들었다.2)

그러면 정규직 과보호는 고용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정규직 과보호는 높은 실업률, 낮은 고용률, 높은 청년실업률, 높은 자영고용률, 비정규직 증가 등을 가져온다.  이는 정규직 과보호가 높은 해고비용을 가져와(주: ‘높은 해고비용’이란 해고가 어렵다는 것을 뜻함) 기업들이 신규채용을 꺼리기 때문에 나타난 결과다. 현재의 한국 고용시장이 대표적인 경우다.

무엇이 ‘정규직 과보호’의 해법인가?

노동시장 개혁은 노무현 정부에서도 시도되었다. 산자부는 2003년 8월 12항목에 이르는 ‘노동관계법·제도 선진화 과제’를 발표하여 정규직 고용보호를 완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노동부와 재계도 참여했다. 핵심 내용의 하나는 ‘근로기준법 제23조 1항’에 명시되어 있는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라는 해고 요건에서 ‘긴박한’을 빼고 ‘경영상의 필요’로 바꿔야 한다는 것이었다. 개정은 쉬울까? 결코 쉽지 않다. 이 법 개정은 국회에서 통과되어야 하는데 어디를 둘러봐도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 국회의원은 나타날 것 같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추진하고 있는 ‘기업들이 정규직 고용을 늘릴 수 있는 방안’에 관한 논의는 헛바퀴만 돌 가능성이 크다.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하나는, 노동개혁을 논의하면서 정부나 노조나 할 것 없이 ‘고용 안정’부터 내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규직 고용보호를 완화하면 정규직 고용이 증가한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 곧 이어 논의할 고용보호 완화로 ‘일자리 기적’을 이룩한 독일이 교훈을 준다. 다른 하나는, 한국은 노조파워가 세계에서 가장 막강한 나라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미국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미국은 어느 지표로 보나 노동시장이 세계에서 가장 유연한 나라다. 고용보호와 관련하여 미국은 특이한 나라다. 첫째, 미국은 고용보호 조항이 단 하나밖에 없다. 이 조항은 1992년에 도입된 것으로, 이에 따르면 종업원 100명 이상인 기업이 해고를 하려면 60일 전에 해당 근로자에게 미리 통보만 하면 된다. 이 조항 하나만 지키면 미국 기업은 근로자 해고에서 아무런 걸림돌이 없다. 둘째, 미국이 해고가 쉽고, 근로자의 저항이 없는 이유는 해고와 관련하여 사회안전망이 갖춰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일시해고제도’(temporary lay-off system)라는 것을 갖고 있어서 사용자는 경영 상태가 악화되면 아무 때나 해고가 가능하다. 일시해고제도란 경영 악화로 가동률이 떨어질 때 사용자가 입사기간이 짧은 근로자부터 일시적으로 해고하고, 경영 사정이 좋아지면 재취업시킨다는 제도다. 2013년 10월 오바마 대통령의 건강보험 법안인 ‘오바마케어’(Obama와 health care의 합성어)를 놓고 공화당이 반대하여 공무원 20여만 명이 해고되고도 저항이 없었던 것은 바로 일시해고제도 덕분이었다. 미국에서 근로자가 일시해고되면 노동국에 신고하여 실업보험금을 받는다. 일시해고된 근로자는 다른 기업에서 일자리를 찾든지 아니면 일했던 기업에서 재취업을 통보받을 때까지 기다리면 된다. 이것이 미국의 해고 관련 사회안전망이다. 우리도 정규직 해고와 관련하여 미국식 사회안전망 도입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반드시 앙겔라 메르켈의 독일을 벤치마킹해야 한다

우리는 독일을 벤치마킹해야 한다. ‘노동시장 규제 관련 경제자유’가 낮기로 독일은 슈뢰더 체제에서 2005년에 141개국 가운데 124위였는데(같은 해 한국은 74위) 메르켈 체제에서 2006년부터 개선되기 시작하여 2012년에 152개국 가운데 80위를 나타냈다(같은 해 한국은 134위). 노동시장 유연성과 관련하여 한국은 독일과 정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다.
  
슈뢰더는 독일경제가 더 이상 추락하는 것을 막기 위해 2003년 ‘어젠더 2010’을 발표했다. 이는 ‘노동시장, 사회복지제도, 경제 활성화, 재정, 교육 및 훈련’에 관한 다섯 가지 개혁 내용을 골자로 한 것이다. 메르켈은 정권을 잡은 후 슈뢰더가 계획한 ‘어젠다 2010’의 노동개혁을 그대로 추진했다.

어젠더 2010’에 포함된 노동개혁의 핵심 내용은 바로 노동시장 유연화다. 메르켈이 실시한 독일 노동시장 개혁의 주요 내용을 소개한다.3)

•5인 이하의 소기업들이 해고를 쉽게 할 수 있게 하여 신규채용 부담을 줄였다.
•파트타임과 임시직(비정규직) 규제를 완화하여 이 분야 일자리 증가를 꾀했다.
•실업자들이 취업에 나서도록 자극책을 마련했다.
•실업급여 기간을 32개월에서 12개월로 줄여(55세 이상은 18개월) 취업을 촉진했다.
•취업 알선 거부자에게는 실업급여 지급을 중단하여 일자리를 고르지 못하게 했다.  
•창업의 경우 창업 이후 4년까지는 고용계약기간을 신축적으로 조정할 수 있게 하여 단기계약근로자 채용을 촉진했다.
•산업별 단체협상으로 이루어졌던 임금협상을 기업별 협상으로도 가능하게 했다.
•연방고용서비스청을 민간운영체계로 개편하여 고용알선제도를 효율화했다.
•실업자나 훈련생을 고용한 기업에 감세와 저리 융자로 10만 유로까지 지원했다. 
•연방·지방정부로 나뉜 실업자 지원체계를 하나로 통합하여 재정 부담을 줄였다.

‘어젠다 2010’가 내포한 노동개혁의 핵심 내용은 노동시장 유연화를 위한 ‘5인 이하 소기업의 정규직 고용보호 완화’와 ‘단시간근로 활성화’다. 단시간근로제도란, 경기 불황이나 계절적 이유로 인해 근로시간이 감소하게 될 때 사용자가 근로시간 단축을 연방고용청에 신고한 후 근로자에게 근로시간 단축 이전 임금의 60∼70%를 지급하면 나머지를 연방고용청으로부터 지원받는 제도다.

독일의 노동개혁은 어떤 성과를 가져왔을까? 대표적인 성과는 실업률 감소와 고용률 증가다. 독일 실업률은 2005년에 11.3%로 OECD 국가 가운데 두 번째로 높았으나 지속적으로 감소하여 2014년 10월에는 4.9%를 기록했다. 실업률이 9년여 동안에 6.4%포인트나 감소했다. 이처럼 짧은 기간에 실업률이 이처럼 크게 감소한 사례는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다. 이뿐만이 아니다. 독일 고용률은 2005년에 65.5%였는데 2012년에 72.8%로, 7년 동안에 무려 7.3%포인트나 증가했다. 이 같은 사례 역시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다.

세계경제가 불황인데도 독일은 실업률이 크게 감소하고 고용률이 크게 증가한 것을 놓고, OECD는 보고서에서 ‘독일의 일자리 기적’(German job miracle)이라 표현하고4), 이는 ‘정규직 고용보호 완화’와 ‘단시간근로(short-time work) 제도의 도입’ 효과라고 평가했다. 앙겔라 메르켈이 독일경제를 살리기 위해 슈뢰더 전 총리가 계획한 노동개혁 가운데 5인 이하 소기업의 고용보호를 과감하게 완화한 결과로 나타난 성과다.

‘정규직 過보호’ 완화 내용은 어떤 것이어야 하는가?

‘정규직 過보호’ 완화란 간단하다고 생각한다. ‘정규직 過보호’ 완화란 한 마디로, 해고를 쉽게 해주는 것이다. 그것은 ‘근로기준법 제23조 1항’에 명시되어 있는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라는 해고 요건에서 ‘긴박한’을 빼고 ‘경영상의 필요’로 바꾸기만 해도 효과가 있을 것이다. 이 오랜 숙제부터 최경환 부총리는 노사정위원회를 설득하여 풀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박근혜 정부, 노동시장 규제를 강화하면서 개혁이라니!

박근혜 정부의 노동정책은 우려를 자아낸다. 박근혜 정부는 대선 후보로서 2012년 ‘70-70정책’을 제시하여 ‘중산층 70%에 고용률 70% 달성’을 약속했다. 그런데 ‘중산층 70% 달성’은 저성장으로 인해 실종된 지 이미 오래다. 대신 박근혜 대통령은 현재 ‘고용률 70% 달성’에 전력투구하고 있다. 그러나 이 또한 ‘꿈’으로 끝나고 말 것 같다. 한국은 고용률이 2002년에 63.3%였는데 2012년에 64.2%로 10년 동안에 겨우 0.9%포인트 증가했다. 이 같이 느리게 증가해온 고용률을 박근혜 대통령이 2017년에 70%로, 곧 5년 동안에  5.8%포인트나 올리겠다고 한다! 앙겔라 메르켈은 고용률을 8년 동안에 7.8%포인트 올려 연평균 1%포인트 정도 올린 셈인데, 박근혜 대통령은 2012∼3년 1년 동안에 겨우 0.2%포인트 올렸을 뿐이다!

특히 박근혜 정부의 노동정책은 노동개혁과는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어서 그 결과가 더욱 우려된다. 그동안 박근혜 정부가 관심 두어온 노동 정책은 ‘고용률 올리기, 정년 연장, 공공부문 일부 비정규직을 정규직화, 공공부문 채용 늘려 4명 중 1명을 ‘시간선택제 근로자’로 뽑기, 근로시간 단축, 통상임금 조정, 임금체계 개편, 임금피크제 도입,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역대 어느 정부보다도 적극적이다. 그런데 이 같은 정책은 ‘일자리 만들기’보다는 ‘일자리 나누기’이고, ‘노동시장 유연화’보다는 ‘노동시장 경직화’라고 평가된다. 네 가지 내용을 언급한다.

첫째, ‘60세 정년 의무화’는 청년들의 노동시장 진입을 늦춤으로써 노동시장 규제로 등장했다.
둘째, ‘공공부문 일부 비정규직 정규직화’는 경쟁을 배제함으로써 역시 노동시장 규제로 등장했다.
셋째, ‘통상임금5) 조정’은 해법을 찾기가 쉽지 않아 노동시장 규제는 물론 새로운 노사분규 불씨로도 등장했다. 한 예로, 현대차 노조는 2014년 8월 15일 ‘전체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노조 쟁의행위 찬반 투표를 실시한 결과, 재적 인원의 68.7%가 파업에 찬성’함으로써 통상임금 확대 입장을 고수하면서 파업을 선택했다. 통상임금 확대를 요구하는 노조파업은 다른 기업으로 계속 이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넷째,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 공약의 하나로 최저임금 인상 방안6)을 발표하여 2014년에 적용되었는데 최근에 최저임금을 또 인상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최저임금은 전 세계적으로 대표적인 노동시장 규제로 인정되고 있는데 정부가 나서서 최저임금을 올리겠다고 하니 노동시장 규제를 더욱 강화하겠다는 정책이 아니고 뭐겠는가! 
 
각주
 
1) 이는 박근혜 대통령이 2014년 12월 22일에 밝힌 ‘노동·교육·금융·공공분야’ 개혁의 하나다. 
2) OECD는 1998년과 2003년에 회원국들의 고용보호 수준을 심도 있게 발표한 후 이를 바탕으로 해마다 고용보호지수를 발표해 오고 있다. 그런데 필자는 1998년 내용을 즐겨 사용하는데, 그 이유는 다른 나라는 정규직 고용보호를 완화했지만 한국은 아무것도 바꾸지 않았기 때문이다. 
3) 박영곤(2003. 10), 「독일 ‘구조개혁안(Agenda 2010’의 주요 내용과 향후 전망」, KIEP. 
4) OECD(2013), Economic Survey of Germany 2012, p.47. 
5) 통상임금은 박근혜 대통령이 2013년 미국을 순방했을 때 미국 GM의 한 간부가 한국에서 통상임금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요청하자 박 대통령이 즉석에서 긍정적인 답변했고, 그 후 대법원의 한 판사가 ‘고정적이고, 정기적이고, 일률적인’ 성격의 통상임금에 보너스가 포함되어야 한다고 판결을 내림으로써 한국사회에서 새로운 노사분규 불씨가 되고 있다. 
6) 박근혜 대선 후보가 제시하여 적용되고 있는 최저임금 인상률은, 물가상승률에다 노동생산성 증가율을 더하고 여기에 노동소득 증가분을 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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