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이라는 아늑한 곳, 익숙하도다.
미끈미끈 쫀득쫀득, 맛있는 국물.
하카다(博多) 우동, 사랑이 배가(倍加)된다."
미끈미끈 쫀득쫀득, 맛있는 국물.
하카다(博多) 우동, 사랑이 배가(倍加)된다."
1965년에 문을 연 후쿠오카(福岡) 어느 우동 집의 홍보 문구다.
'고향의 맛, 하카다 우동-'
옛날에 하카다(博多)와 후쿠오카(福岡)가 있었다. 후쿠오카(福岡)와 하카다(博多)라는 이름의 두 도시가 후쿠오카로 합병된 지 125년이 됐으나, '하카다'는 여전히 전설이 아닌 현실로 남아 있다.
도심의 형형색색 단풍이 아직은 가을의 여운(餘韻)을 남기고 있다. 하지만, 기온은 뚝 떨어져 어느새 겨울로 접어들었다. 이럴 때 생각나는 음식이 있다. 다름 아닌 따끈한 우동이다. 한국, 일본 공히 서민들은 모락모락 김이 나는 우동 한 그릇에 환호한다. 하지만, '일본인들이 면(麵)을 더욱 좋아한다'는 점에서 보면 당연히 우동이 일본의 대표적인 음식이다.
100년을 이어온 우동 집...6대 째 이어져
후쿠오카의 명물 우동 집으로 소문난 음식점이 하나 있다.
"아니! 이게 일인(一人)분입니까?"
"이걸 다 먹을 수가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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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쿠오카의 명물 돈멘- 지름 32cm의 우동 그릇 자체가 명물이다. |
그 집의 트레이드마크는 크고 넓은 우동 그릇이다. 그릇의 지름이 32cm나 되기 때문에 '세숫대야'라는 별명이 붙었다. 지름 32cm의 큰 그릇에는 양배추, 숙주나물, 마늘 등 야채가 수북하다. 우동 한 그릇에 담겨 나오는 야채만 400g이다. 야채와 함께 돼지고기, 어묵, 조개, 토당귀가 가세해 맛을 돋운다. 그 아래 면발이 유난히 굵은 우동이 버티고 있다.
이 우동 집은 메이지(明治) 43년 즉, 1910년에 창업했고, 1979년 주식회사 '미네마쓰 본가(峰松 本家)'로 성장했다. 우동 하나로 104년을 살아온 것이다. 가업을 잇고 있는 사장은 어느 덧 6대 째다.
아뿔싸! 양(量)이 많다고 놀라던 사람들이 순식간에 국물까지 다 마신다. 이 우동 집은 도심에서 멀리 떨어진 후쿠오카 공항 근처 고가도로 밑에 있다. 차가 없으면 가기가 쉽지 않은 곳이다. 그런 여건이지만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거기에는 분명 특별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비결은 무엇일까?' 종업원의 말을 들어본다.
"야채는 당일 새벽시장에서 신선한 것으로 골라옵니다. 좋은 재료가 생명이지요. 우동의 멘(麵)은 저희가 직접 만든 수제(手製)입니다."
총 120석인 음식점의 분위기도 만점이다. 문을 열자마자 전통적인 일본의 문화가 느껴진다. 음식점 중앙을 4각으로 차지하고 있는 '이로리(囲炉裏: 화로)'도 특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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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가도로 밑에 있는우동 집의 외부 전경(좌)과 내부의 모습(우) |
'이로리(囲炉裏)'는 일본의 전통적인 난방 기구다. 농가나 가정집에서 방바닥 일부를 사각형으로 잘라 내고, 그곳에 재를 깔아 취사용이나 난방용으로 불을 피웠던 화로를 말한다. 옛날에는 화롯가에 둘러앉아서 가족끼리 담소를 나누는 커뮤니케이션의 장소이기도 했다.
'돈멘'은 후쿠오카의 유명 축제 '돈타구'에서 따와
이 집의 주요 메뉴인 '돈멘'이라는 우동의 이름을 '돼지고기(豚) 국물의 멘(麵)'으로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답은 전혀 엉뚱하다.
"후쿠오카의 유명 축제 '돈타구'가 있지요? 그 축제의 머리글자 '돈'과 후쿠오카에 라면이나 우동 등 '멘(麵)'이 유명하기 때문에 '전체의 멘(麵)을 대표한다'는 측면에서 '멘'을 붙였습니다."
'미네마쓰 다카히코(峰松 孝光·66)' 대표의 말이다. '돈타구'는 네덜란드어의 'Zondag'- 일요일·축제(일)을 의미한다. 매년 5월 3일, 4일 열리는 이 축제에 200만 명이 넘는 인파가 몰린다. 올해는 특히 사람들이 많이 모여 240만 명이 넘었다고 한다. 후쿠오카의 인구가 150만 여명이다. 후쿠오카 뿐만아니라 인근 도시에서도 이 축제에 많이 참가하는 모양이다.
축제의 이름을 따와서일까. 이 우동 집은 날마다 축제(?) 분위기다. 메뉴도 다양하다. 기본 메뉴 '돈멘'을 비롯해서 카레 돈멘, 된장 돈멘, 매운맛 돈멘, 냄비 돈멘 등과 수십 종류의 어묵도 판매하고 있다. 일본의 우동을 '가케 우동', '덴뿌라(튀김) 우동'쯤으로 간단하게 생각하면 오산(誤算)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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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먹음직스러운 카레돈멘(좌)과 냄비돈멘(우) |
필자가 25년 전 그 우동 집에 갔을 때는 한국인이 거의 보이지 않았었다. 맛은 좋으나 교통이 그리 편리하지 않아서다. 하지만, 이제는 한국어 메뉴까지 등장했다. 그만큼 한국 여행객들이 많아진 것이다.
"지난 달만해도 약 7,000여명의 한국 여행객들이 다녀가셨습니다. 참으로 고마울 따름입니다. 한국인의 입맛에 맞는 메뉴도 다양하게 개발하고 있습니다."
'미네마쓰(峰松)' 사장은 "한국인 손님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면서 즐거워했다. 감칠맛 나는 우동으로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은 이 음식점이 관광객들의 입을 통해서 자연스럽게 소문난 듯싶다.
필자가 얼마 전 이 음식점을 찾았을 때는 일본어·한국어가 뒤섞여서 난무했고, 사이사이 중국어까지 끼어들고 있었다.
우동의 발상지 경쟁?
우동의 발상지는 어디일까? 사람들은 대체로 시고쿠(四國) 지방의 '사누키(讚岐) 우동'을 떠올린다. '사누키(讚岐) 우동'이 일본 전역에서 유명하기 때문이다.
사누키(讚岐)는 가가와(香川)현의 옛 이름으로 세토(瀨戶) 내해에 연해있는 시고쿠 북동쪽에 있는 마을이다. 이곳은 일본 전국의 현(懸) 중에서 일인당 우동 소비량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래서 일명 '우동현'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사누키 우동은 시호(諡號)를 구우카이(空海)라고 하는 헤안(平安)시대의 고보대사(弘法大師)가 중국에서 도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규슈 사람들은 우동의 발상지는 '하카다(博多, 현 후쿠오카)이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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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동의 발상지 죠텐지(承天寺) 입구 |
"하카다(博多)가 일본의 우동 발상지(發祥地)입니다. '죠텐지(承天寺)'에 가면 우동의 유래를 자세히 알 수 있습니다."
후쿠오카의 지인 '와타나베 아키라(渡邊 章·67)'씨와 '오쓰보 시게다카(大坪 重隆·74)'씨의 설명이다. 필자는 일본 우동의 발상지가 '후쿠오카'라는 것도 생소했지만, 우동이 '절(寺)에서 시작됐다'는 사실도 재미있었다.
'하카다(博多)'에는 '가마쿠라(鎌倉, 1241년)' 시대에 탄생한 전통적인 축제 '야마가사(山笠)'가 있다. '하카다(博多)'에 전염병이 창궐해 많은 사람이 죽어나갈 때, 중국 송(宋)나라에서 귀국한 '죠텐지(承天寺)'의 '쇼이치 국사(聖一 國師)'가 '가마(施餓鬼棚)'를 탄 채 감로수를 뿌리고 다니면서 전염병을 물리쳤다고 한다. 그 가마가 오늘날 하카다의 전통 축제인 '기온야마가사(祗園山笠)'로 발전했다. '야마가사(山笠)'가 태동한 사찰 '죠텐지(承天寺)'가 바로 우동의 발상지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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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동, 소바 발상지의 비(碑) |
<1241년(仁治 2년) 중국 송나라에서 귀국한 쇼이치(聖一) 국사는 갱(羹), 만(饅), 면(麵)의 제법과 함께 제분 기술도 일본에 들여왔다. 갱(羹)은 양갱(羊羹), 만(饅)은 만두(饅頭), 면(麵)은 온돈(饂飩)·소바(蕎麦)를 지칭한다. 쇼이치 국사에 의해 전해진 제법·제분기술의 덕택에 일본의 분식문화가 크게 발전했다. 이 비(碑)는 하카다(博多) 지방에 있어서 쇼이치 국사의 위업을 후세에 전하려고 세운 것이다.>
'죠텐지(承天寺)' 입구에 세워져 있는 비문(碑文)이다. 1241년이라면 지금으로부터 773년 전의 일이다. 그리고, 여기에 나오는 온돈(饂飩)이 바로 '따뜻하게 먹는 우동'을 지칭한다. 하지만, 우동이 지방마다 맛과 형태가 다르기 때문에 "하카다(博多)가 일본 최초의 우동의 발상지라는 것을 주장하기는 무리다"는 의견도 있다.
"하카다 우동이라는 하나의 장르에서 보면 후쿠오카가 우동의 발상지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우동은 많은 종류가 있고, 지역마다 맛과 형태가 다르기 때문에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나고야(名古屋)에서 활동하고 있는 언론인 '이토 슌이치(伊藤 俊一·61)'씨의 의견이다.
아무튼, 우동과 소바(蕎麦)는 일본의 식문화를 대표하고 있다. 일본의 각 지방은 크게 비싸지 않은 우동과 소바의 특색 있는 맛을 내세우며 앞을 다투어 대표 주자가 되기 위한 선의의 경쟁을 하고 있다. 그러한 경쟁 속에서 식문화가 진화(進化)하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