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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DB |
앞선 글에서, 유엔의 『인간개발보고서』를 바탕으로 세계 141개국 가운데 어떤 나라가 소득불평등과 소득양극화가 심한가를 비교했다.1) 미국을 비롯한 대부분의 남미와 아프리카 국가 등 68개국들이 소득불평등 지표인 지니계수가 4.0 이상이고, 소득양극화 지표인 D10/D1(‘최하위 10% 소득점유율(D1)’에 대한 ‘최상위 10% 소득점유율(D10’)의 크기) 크기가 13∼100 정도여서 소득불평등과 소득양극화가 심하다는 것을 살펴보았다.
한국은 소득불평등이 심하지 않기로 141개국 중 19위
그러나 한국은 2009년 141개국 가운데 지니계수가 0.316으로 소득불평등이 심하지 않기로 19위, D10/D1가 7.8로 소득양극화가 심하지 않기로 25위다. 지니계수와 D10/D1에서 문제가 없다고 본다면 한국은 전 세계를 통틀어 소득불평등과 소득양극화가 그다지 심하지 않은 국가의 하나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한국의 지니계수는 추계 자료에 따라 0.316 아닌 0.38~0.39에 이를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2) 필자는 소득불평등의 국제비교에 관심을 갖고 이를 가능하게 해준 유엔 자료를 활용했기 때문에 한국의 지니계수 추계 논쟁에 참여할 생각은 없다.
그러면 한국은 왜 소득불평등과 소득양극화가 심하지 않을까? 먼저 한국의 소득불평등과 소득양극화를 몇몇 대표적인 국가들과 비교해보자. <표 1>은 G7 국가, 스칸디나비아 반도의 복지 3국, 사회주의에서 시장경제로 전환한 중국과 러시아, 포퓰리즘 국가인 아르헨티나와 브라질, 필리핀, 그리고 한국의 소득양극화 지표인 지니계수와 소득불평등 지표인 D10/D1 크기를 나타낸 것이다.
한국의 소득불평등과 소득양극화는 G7 수준
한국을 G7과 비교해보자. G7 국가 가운데 지니계수가 작은 나라부터 차례대로 쓰면(괄호 안 수치는 지니계수와 D10/D1) 일본(0.249; 4.5), 독일(0.283; 6.9), 캐나다(0.326; 9.4), 프랑스(0.327; 9.1), 이탈리아(0.360; 11.6), 영국(0.360; 13.8), 미국(0.408; 15.9)이다. 소득불평등을 G7 국가와 비교할 때 한국(0.316; 7.8)은 일본과 독일보다는 심한 편이지만 캐나다, 프랑스, 이탈리아, 영국, 미국보다는 덜 심한 편이다. 또 소득양극화를 G7 국가와 비교할 때 한국은 소득불평등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일본과 독일보다는 심한 편이지만 캐나다, 프랑스, 이탈리아, 영국, 미국보다는 덜 심한 편이다. 지니계수와 D10/D1에서 문제가 없다고 본다면 한국은 G7 국가들과 비교할 때 소득불평등과 소득양극화가 대부분의 G7 국가들보다 덜 심한 편이다.
|
나라 |
소득점유율(%) |
(4)
지니계수 |
(5)
2010년
1인당
국민소득
(미1달러) | ||
|
(1)
최하위 10%
(D1) |
(2)
최상위 10%
(D10) |
(3)
최하위 10%에 대한 최상위 10%
크기 (D10/D1) | |||
|
미국
일본
독일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
캐나다 |
1.9
4.8
3.2
2.8
2.1
2.3
2.6 |
29.9
21.7
22.1
25.1
28.5
26.8
24.8 |
15.9
4.5
6.9
9.1
13.8
11.6
9.4 |
0.408
0.249
0.283
0.327
0.360
0.360
0.326 |
52,013
48,324
42,364
40,297
39,248
32,828
51,346 |
|
스웨덴
노르웨이
핀란드 |
3.6
3.9
4.0 |
22.2
23.4
22.6 |
6.2
6.1
5.6 |
0.250
0.258
0.269 |
56,304
102,067
45,686 |
|
중국
러시아 |
2.4
2.6 |
31.4
28.4 |
13.2
11.0 |
0.415
0.375 |
5,958
13,711 |
|
아르헨티나
브라질 |
1.2
1.1 |
37.3
43.0 |
31.6
40.6 |
0.500
0.550 |
11,363
11,169 |
|
필리핀 |
2.4 |
33.9 |
14.1 |
0.440 |
3,087 |
|
한국 |
2.9 |
22.5 |
7.8 |
0.316 |
23,180 |
자료: UNDP, Human Development Report 2009. UN, Statistics Division.
한국을 스칸디나비아 복지 3국과 비교해보자. 한국(0.316; 7.8)은 지니계수와 D10/D1가 스웨덴(0.250; 6.2), 노르웨이(0.258; 6.1), 핀란드(0.269; 5.6)보다 커 소득양극화와 소득불평등이 이들 세 나라에 비해 심한 편이다. 이들 세 나라는 복지국가이기 때문에 소득양극화와 소득불평등이 심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들 복지 3국은 지니계수와 D10/D1가 일본보다는 약간 크지만 독일보다는 약간 작아 소득양극화와 소득불평등이 심하지 않은 대표적인 국가라고 볼 수 있다.
한국을 사회주의 국가에서 시장경제 국가로 전환한 중국과 러시아와 비교해보자. 중국은 지니계수가 0.415에 D10/D1가 13.2로, 러시아는 지니계수가 0.375에 D10/D1가 11.0으로 한국보다 훨씬 커 소득불평등과 소득양극화가 심한 편이다. 사회주의 체제에서 구 소련은 지니계수가 0.229로 작았지만 시장경제로 전환한 후에 0.375로 커졌다. 이는 시장경제에서는 소득불평등과 소득양극화가 심하다는 증거로 볼 수 있다.
한국을 대표적인 포퓰리즘 국가인 아르헨티나와 브라질과 비교해보자. 아르헨티나는 지니계수가 0.500에 D10/D1가 31.6, 브라질은 지니계수가 0.550에 D10/D1가 40.6으로 소득불평등과 소득양극화가 매우 심한 편이다. 포퓰리즘 정책을 편다 할지라도 소득불평등과 소득양극화 개선은 쉽지 않다는 증거로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한국을 필리핀과 비교해보자. 한국을 필리핀과 비교하는 이유는 1962년만 해도 1인당 국민소득이 필리핀은 220달러로 87달러의 한국보다 2.5배나 더 많았는데, 50년 후인 2012년에는 한국이 23,190달러로 3,087달러의 필리핀보다 무려 7.5배나 더 많다는 사실 때문이다. 그런데 필리핀은 지니계수가 0.440, D10/D1가 14.1로 소득불평등과 소득양극화가 한국보다 훨씬 더 심한 편이다. 왜 그럴까? 필리핀은 소수의 부자가 전 국토의 대부분을 소유하고 있다고 하는데, 이 점이 소득불평등과 소득양극화가 심한 이유가 아닐까?
한국은 왜 소득불평등과 소득양극화가 심하지 않을까?
첫째, 이승만 정부의 농지개혁이 농지 소유의 편중을 막았다.
한국은 일제치하 때인 1919년에 전 농가의 3.4%에 지나지 않은 지주가 전체 경지면적의 52.2%나 소유했다. 대부분의 농민들은 소작농이었다. 1948년에 대한민국이 수립된 직후 북한은 농지를 무상몰수(無償沒收)하여 농민에게 무상분배한 농지개혁을 실시했다. 이승만 정부는 자본주의체제에서 북한과 같이 무상몰수와 무상분배는 허용할 수 없어 ‘농지개혁법’을 도입했다. 농지개혁법은 1949년 1월 국무회의에 상정되었고, 같은 해 6월 21일 법률 제31호로 공포되었으며, 1950년 3월 개정법안이 공포되었다. 그러나 6・25전쟁으로 농지개혁은 중단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1954년에 끝낼 예정이었던 농지개혁은 지연되다가 박정희 정부에서 1969년 4월에야 마무리되었다. 농지개혁법은 1994년 12월 22일 농지법(법률 4817호) 제정으로 폐지, 대체되었다.
농지개혁법의 핵심 내용은 정부가 농가 아닌 자의 농지, 자신이 직접 경작하지 않는 농지, 그리고 소유상한을 초과하는 농지를 사들여 이를 직접 경작할 농가에 분배하여 소유하게 하는 것이었다. 농지개혁법의 핵심 내용은 농지소유상한제로, 농지 소유는 1가구당 3정보(주: 약 9천 평)를 초과하지 못하게 하고, 3정보 초과 농지는 정부가 매수했다. 이러한 농지개혁의 가장 큰 의의는 농지가 소수의 지주에게 편중(偏重)되지 않도록 지주의 소유를 농민의 소유로 전환시켰다는 데 있다. 농업이 산업의 근간이었던 때에 이승만 정부가 농지 소유를 제한하여 농지의 편중을 막은 것이다. 앞에서 여러 차례 언급했듯이, 한국이 소득불평등과 소득양극화가 다른 나라에 비해 심하지 않은 가장 중요한 이유는 이승만 정부가 도입한 농지소유상한이 핵심내용인 농지개혁의 기여가 아닐 수 없다. 농지를 중심으로 300년 동안 부를 이어오던 경주 최 부잣집이 부를 마감하게 된 것은 하나의 대표적인 예가 될 수 있다.3)
둘째, 6・25전쟁이 부의 축적에서 사람들을 ‘똑같은 선’에서 출발하게 했다.
토마 피케티가 쓴 『21세기 자본』에 따르면, 제1, 2차 세계대전이 소득불평등 감소에 기여했다고 한다.4) 6・25전쟁도 마찬가지다. 고(故) 이병철 삼성 회장의 기업사는 ‘1936년에 협동정미소 설립, 1938년에 3만 원의 자본금으로 대구 수동에 三星商會 설립, 1951년에 부산에서 삼성물산 세워 무역업 시작, 1969년에 삼성전자 설립하여 삼성그룹 육성의 도약대’를 마련한 것으로 요약된다. 고(故) 정주영 현대 회장의 기업사는 배가 고파 네 번 가출하여 고생고생하면서 현대그룹 육성의 도약대를 마련한 것으로 요약된다. 그들은 오늘날처럼 ‘어마어마한 부자’로 출발하지 않았다. 그들은 기업가정신과 노력만으로 성공했다. 그런데 6・25전쟁은 ‘부의 축적’과 관련하여 우리 모두를 사실상 맨손으로 ‘똑같은 선’에서 달리기를 시작하게 했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한국은 소득불평등과 소득양극화가 다른 나라에 비해 심화되지 않은 것이다.
셋째, 한국 국민들의 높은 교육열이 사회적 계층이동(Social Mobility)을 도와 소득불평등 해소에 크게 기여했다.
한국은 교육열이 높은 나라다. 고려 광종 9년에 도입된 과거제도가 높은 교육열의 뿌리일 것이다. 6・25전쟁 직후 ‘논 팔고 소 팔아’ 대학에 가려는 교육열로 대학은 ‘우골탑(牛骨塔)’으로 묘사되었다. 6・25전쟁 발발(勃發)과 자유주의 확대로 계급제도가 사라진 한국에서 계층이동의 원동력은 교육이었다. 바로 높은 교육열이 사회적 계층이동의 원동력이 되어 소득불평등 해소에 크게 기여했다고 볼 수 있다.
넷째, 특히 중요한 것은, 외국자본을 도입하여 국내의 값싼 노동력과 결합해서 공업제품을 생산하고 그것을 내수(內需) 아닌 수출로 판로를 개척한 우리 경제의 성장모형이 소득불평등 해소에 기여했다.5)
1960∼70년대를 지나면서 박정희 대통령이 추진한 ‘수출주도형 개방경제정책’이 수출 증대를 통해 남아도는 근로자를 제조업 부문으로 흡수하고, 저임금을 고임금으로 끌어올려 경제발전 초기부터 소득불평등이 심화되기 어려운 여건을 마련했다.
각주
1) 앞선 글에서, 소득불평등은 지니계수로, 소득양극화는 ‘최하위 10% 소득점유율(D1)’에 대한 ‘최상위 10% 소득점유율(D10)’ 비율인 (D10/D1) 크기로 측정한다는 것을 논의했다.
2) 김우철(2014. 10.1), <소득불평등 지수의 정확한 추정을 위한 조건>, cfe. issue 14-13.
3) 전진문(2004), 『경주 최 부잣집 300년 富의 비밀』, 황금가지.
4) Piketty, Thomas(2013), Capital in the Twenty-First Century. (장경덕(2014) 외 번역, 글항아리, pp.178∼181.)
5) 박승(1987. 2), 「바람직한 소득분배는 어떤 것인가」, 『展望』, 사회발전연구소, pp.4-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