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東京)를 위기관리하자'

-위기관리산업전 2014, 뜨거운 열기속에 열려
  • 장상인 JSI 파트너스 대표
  • 업데이트 2014-10-21  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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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는 먼 거리에 있지 않고 항상 우리의 주변에서 맴돌고 있다. 어쩌면 우리 모두는 위기와 함께 살고 있는지 모르겠다. 최근 들어 자고나면 터지는 위기 상황들이 바로 그렇다. 위기의 항목들을 열거하려면 수 없이 많다. 그러나, 범위를 좁히면 천재지변에 의한 불가항력적 위기, 회사 경영상의 위기, 사건·사고·불상사 위기 등 3가지 유형으로 정리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위기관리(Risk Management)가 점점 핵심 영역으로 부각되고 있다. 기업 경영의 불확실성을 예측하고, 이에 대한 대책을 수립하는 종래의 개념을 뛰어넘어 '산업 전반에 대한 분야별 위기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지구 환경은 인간이 예측할 수 없는 돌연변이성 재해를 몰아오고 있다. 뿐만 아니라 개인의 일상생활 속에도 각양각색의 위기요소들이 도사리고 있다.
 
"국지화·집중화·격심화의 재해에 새로운 대책을 수립하는 방재(防災)·감재(減災)를 위한 본연의 자세에 관한 간담회 조직을 설치하고, 10월 8일 첫 모임을 가졌습니다. 시간당 강우량이 50mm를 초과하는 호우가 빈발하고, 토사 재해와 침수 피해가 속출하며, 화산이 폭발하고 대형 태풍이 강타하는 등 격화되는 재해에 대한 새로운 틀을 짜기 위해서 입니다."
 
일본의 건설관련 전문지 겐쓰(建通) 신문이 지난 10일 보도한 '오타 아키히로(太田 昭宏, 69)' 일본 국토교통성 장관의 말이다. 그의 말대로 작금의 자연 재해는 국지화·집중화·격심화의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그래서 일본은 '정부 중심만이 아니라, 문호를 넓혀서 민간 전문가까지 투입시켜 이에 대한 지혜를 모은다'는 것이다. 백번 옳은 대책이다. 재해를 막는 일에 있어서 관민은 물론, 지위 고하(高下) 구분 없이 전문가 중심으로 틀을 짜야 한다.
일본은 2011년 동일본대지진에서 지진과 쓰나미(津波)에 대한 교훈을 뼈저리게 느꼈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을 위한 '고심(苦心)의 강도'를 높이고 있는 것이다.
 
'Risk Control in Toky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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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관리 산업전시회 2014-등록 창구에 줄을 선 관람객들의 모습

필자는 지난 15일-17일 도쿄의 ‘빅 사이트(Big Sight)’에서 개최된 위기관리산업전시회를 다녀왔다. 제19호 태풍 '봉풍'이 일본 열도를 강타한 직후라서인지 도쿄에 가을비 치고는 제법 줄기가 굵은 비가 주룩주룩 내리고 있었다. 그런데도 검정색 정장 차림의 신사(?)들이 전시관으로 몰려들었다. 날로 거칠어지는 자연 재해는 물론 인간의 부주의나 대응 미비로 발생하는 인재(人災)가 빈번하기 때문에 위기관리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진 듯싶었다.
 
"올해로 10회 째를 맞는 전시회입니다. 해마다 관람객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등록 데스크에서 분주한 손놀림을 하는 담당 직원의 말이다. 밀려오는 사람들을 대응하느라 동분서주. 묻는 말에 대한 답변이 도마뱀 꼬리 자르 듯했다.
전시장에 들어서자 도쿄 소방청의 파빌리온(pavilion)이 눈에 들어왔다. 파빌리온에서는 인명 구출 로봇이 인기를 끌었다. 이 로봇은 무선으로 멀리서도 조작이 가능했다. 소방대원이 다가갈 수 없는 위험한 재해 현장에서 대원을 대신해서 구조 활동이 가능한 용감한 로봇이다. 또한, 이 로봇은 방사선이나 가연성 가스, 화학제 등을 감지하는 능력도 지니고 있었다. 관람객들을 위해 시간대별로 시범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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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소방청 전시관(좌), 중견기업이 제작한 방호복(우)

이어서 물(水) 문제에 대응하는 도쿄 수도국, 해상 보안청의 인명 구조 등에 대한 전시관에도 사람들이 많았다. 다양화의 니즈에 대응하는 비상식량의 전시, 노후 인프라(infra)에 대한 점검·보수·유지·관리기술의 집중 전시관 등도 나름 의미가 있었다.
 
위기관리 심포지엄·세미나에 일반인의 관심 고조
 
관람객들이 부스에 전시된 안전 관계 제품에도 관심이 많았지만, 3일간 진행되는 심포지엄과 세미나에 대한 열기가 뜨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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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운집한 세미나장(場)-강사가 위기관리의 중요성을 역설하고 잇다.

15일 첫날의 주제는 '2020 도쿄 올림픽을 향한 위기관리 로드맵- 인프라와 시큐리티(security)의 과제와 대책-' 이라는 주제로 열띤 토론이 있었다. 지난 해 9월 2020 도쿄 올림픽 개최를 따낸 일본은 흥분의 도가니였다. 하지만, '현시점에서 계획과 과제를 확인함과 동시에 도시 방재의 관점도 중요하다'는 의견이 대두됐다. 결국, 도시 인프라 구축과 시큐리티(security) 대책에 초점을 맞추고, '관민 합동으로 해결책을 모색한다'는 취지였다. 진행은 데이쿄(帝京) 대학 법학부 '시카타 도시유키(志方俊之, 78)' 교수가 했다.
 
이어서, '세계 제일의 안심·안전한 도시- 도쿄를 만들기 위하여-' 라는 주제로 '마스조에 요이치(舛添 要一, 66)' 도쿄 도지사의 강연회가 있었다. '마스조에(舛添)' 지사 역시 "행정 관청·기업·도민이 함께 어떻게 위기관리 체계를 구축할 것인가?" 에 초점을 맞췄다.
 
16일 둘째 날의 주제는 보다 현실적 문제를 다뤄졌다. '동일본진대지진의 교훈으로부터 배운다'는 주제 하에 '재해 발생 시 의료 활동과 사업자·지방 자치단체의 연대(連帶)'라는 테마로 패널들의 열띤 토론이 펼쳐졌다.
 
또한, 국토교통성의 '인프라 장수명화(長壽命化) 계획- 메인터넌스 원년의 위기감과 행동의 미래 계승-' 에 대해 '마스야 신지(松家 新治)' 국토교통성 추진관의 강연이 있었다.
 
17일 셋째 날은 '사이버 시큐리티(cyber security) 대책의 현상과 전망'에 대해 도쿄 덴키(電機)대학 미래과학부 '야스다 히로시(安田 浩)' 교수의 주제 발표가 있었다. 이어서, '수도직하지진 시(時) ICT(Information & Communication Technology)활용의 가능성에 대하여-' 라는 주제로 경제산업성 CIO보좌관 '히라모토 겐지(平本 健二)' 씨의 강연이 있었다.
 
BCP 도입, 대기업 50% 이상으로 증가세
 
기간 중 전개된 심포지엄이나 세미나를 큰 카테고리(category)로 나누면 지진재해 복구와 재해 의료, 노후 인프라 대책, 사이버 시큐리티(security), ICT방재, 지방 자치단체의 BCP(Business Continuity Planning)와 기업의 BCP로 요약됐다. 어느 것 하나 소홀하게 다룰 수 없는 중요한 주제였다. 여기에서 BCP(Business Continuity Planning)와 BCM(Business Continuity Management)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BCP와 BCM은 업무연속성 계획·관리를 말한다. 이는 재해가 발생한 위기 상황에서 예방·대비·대응·복구 등 전 과정에 대한 역량을 확보하며, 체계적으로 운영하고 관리하는 포괄적 운영 체계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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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미나장의 열기- 모두가 진지한 모습들이다

영국 BCI(Business Continuity Institute)의 한국 대표 유종기 씨는 저서 에서 "기업의 생존을 위협하는 주요한 비즈니스 중단에 대한 대응 체계를 갖추고 복원력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CEO나 비즈니스 담당자들은 위기 상황을 미연에 방지하거나 위기 발생 시, 빠르게 대응·극복하는 비즈니스 연속성 확보 방안을 사전에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BCP와 BCM은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생소하지만, 일본은 많은 기업이나 지방자치단체에서 이를 채택하고 있었다.
 
일본 정부가 조사(2014, 1월 6일-2월 28일)한 바에 의하면 기업들의 BCP의 채택 상황이 크게 향상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동일본대지가 발생한 2011년에 비해 7.8%가 증가한 수치다. 현재 도입중인 대기업이 19.9%인 점을 감안하면 이를 채택하는 기업이 73.5%로 상승한다(리스크대책.com).
 
협동력과 도로방재도 중요한 위기관리 요소
 
'재해발생시 무엇이 중요할까?'
 
NPO법인 사쿠라넷의 '이시이 후키코(石井 布紀子)' 대표는 잡지 <월간 사업구상>의 '위기관리산업전 2014 특별호'에서 "방재와 복지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잡는 지역 만들기를 목표로 협동에 의한 시민사회 만들기를 하는 단체다"면서, "재해지역에 재해 자원봉사자 센터를 세우고 외부지원조직과의 코디네이터를 맡는 것 외에, 자치단체나 기업·학교 등의 요청을 받아 방재 교육과 연수를 실시하며 커뮤니티 방재의 기반 강화를 지원한다"고 했다. 그러나 무엇 보다 중요한 것은 '재해 발생 시  행정 관청·지역·기업·사업소 등의 협력관계다' 고 강조했다.
 
이어서  '다나베 노부히로(田邊 信宏)' 시즈오카(靜岡) 시장은 동 잡지와의 인터뷰에서 도로 방재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강조했다.
 
"재해 발생 시 소방 등 긴급 차량의 통행과 구원 물자의 운반 등에 사용되는 도로 정보는 방재에 있어서 중요한 위치를 점합니다. 시즈오카 시(市)는 타블릿을 사용한 정보 수집, 즉시 발신을 가능토록 하는 시스템을 구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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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 이엑스티의 송기용대표
3일 동안 진행된 '위기관리산업전 2014'에는 모두 54,000명이 다녀간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해 전시회보다 1만 명이 늘어난 수치다. 그만큼 내용도 좋았고, 위기관리에 대한 사회적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위기관리를 산업 전반에 걸쳐 체계적으로 관리하며 이에 대한 솔루션(solution)을 제시하고 있는 점이 좋았습니다. 건설회사들도 연약지반 대책과 바닷물 즉, 쓰나미(津波) 등에 대한 자연 재해 안전에 만전을 기해야 합니다."
 
서울에서 이 전시회에 참관하기 위해 관계 임원들과 전시장을 찾은 SE 이엑스티 송기용(44) 대표의 말이다. 또한, SE 이엑스티의 송기용 대표는 "우리나라의 전시회도 보다 세분화되고 전문성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필자가 일본에서 위기관리 산업전을 참여하고 공항에 내리자마자 놀라운 뉴스가 들려왔다. '걸그룹 공연을 보던 16명이 주차장 환풍구 덮개 붕괴로 18.7m 아래로 떨어져 숨졌다'는 뉴스였다. 언론들은 '주변에 안전요원 배치도 없었고, 주차장 환풍구에 대한 안전 기준이 없어 법(法) 부실이 부른 인재(人災)다'고 질타했다.
 
세월호 참사로 인해 아직도 거리 곳곳에서 노란 리본이 바람에 펄럭이고 있는 가운데 반 년 만에 벌어진 어처구니없는 참사다.
 
우리의 안전 의식과 위기관리는 언제나 제자리를 찾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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