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널드 레이건은 ‘근혜노믹스’를 어떻게 생각할까?

  • 박동운 단국대 경제학과 명예 교수
  • 업데이트 2014-09-30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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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1주년을 맞은 박근혜 대통령이 2월 25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제4차 국민경제자문회의 및 경제관계장관회의 연석회의에 참석해 박수를 치고 있다./조선DB

2015년 예산의 특징은 복지 예산과 기채
(起債) 예산

2015년 정부 예산이 밝혀졌다. 두 가지 특징이 눈에 띈다. 하나는 복지 예산. 376조 원에 이르는 총예산 가운데 복지 예산 규모가 지난해보다 9조1000억 원이 늘어난 30.7%로, 사상 처음으로 30%를 넘어섰다. 이를 놓고 한 신문은 “복지 예산이 늘어난 것은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이 내년에 완전히 반영된 것”이라고 썼다. 다른 하나는 기채 예산. 부족한 예산을 국채를 발행해 33조 원을 충당했다. 이로써 2015년 국가채무는 570조 원을 돌파한다고 한다. 박근혜 정부의 향후 5년(2014∼2018년)간 국가재정 운용계획에 따르면, 박근혜 정부에서 국가채무는 165조원으로 늘어난다고 한다. 드디어 박근혜 정부가 적자재정을 딛고 ‘큰 정부’로 치닫고 있는 것이 눈에 보인다.

박근혜 정부에서도 국가채무가 늘어나니 역대 정부에서와 마찬가지로 정부팽창이 염려된다. 한국은 정부회계 관리 미숙으로1) OECD 국가 가운데 재정건전성이 가장 뛰어난 나라로 기록되어 왔다. 2012년의 경우 OECD 국가들 가운데 한국의 재정건전성 순위를 보면, GDP 대비 일반정부총지출 비율은 1위, 조세부담률은 2위, 재정수지 비율은 1위, 국가채무 비율은 5위다. 이는 다른 나라와는 달리 한국은 ‘일반정부’에 포함되어야 할 ‘지방정부, 공기업, 기금 등’이 제외되어 왔기 때문에 나타난 결과다. 잘못된 재정통계가 IMF의 새 정부회계 매뉴얼에 따라 금년 말에 조정되면 ‘재정건전성이 가장 뛰어난 나라’라는 한국은 망신당하게 될 것이다.

한국의 국가채무는 문제가 없다고?

IMF의 새 정부회계 매뉴얼에 따라 한국의 재정통계가 조정되면, 2012년 GDP 대비 35.5%로 OECD 국가들 가운데 재정건전성 5위로 기록된 한국의 국가채무 비율은 60∼70%로 껑충 뛰게 될 것이다.2) 그런데도 정부는 한국의 국가채무 비율(2012년 35.5%)이 OECD 평균치(글로벌 금융위기로 2012년 107.4%)의 약 3분의 1에 지나지 않을 정도로 건전하다고 자화자찬하면서 정부가 국가채무를 늘린다 해도 문제가 없다고 호언장담하고 있으니 기가 막힐 일이다. 2015년 적자재정을 놓고 최경환 부총리는 ‘경제가 살아나고 소득과 투자가 확대되면 세수가 늘어나 재정적자가 감소할 수 있다’고 보고, 재정적자 우려에 대해 ‘지고지순한 정책은 없다’고 낙관한다. 이런 식의 얘기는 역대 대통령들도 줄곧 해왔다. 한 예로, 노무현 대통령은 2006년 1월 18일 신년사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리나라의 재정규모는 GDP 대비 27.3%입니다. 미국 36%, 일본 37%, 영국 44%, 스웨덴 57%인데 비하면 턱없이 작은 규모라고 할 것입니다. 복지예산의 비율은 더 적습니다. 앞의 나라들이 중앙정부 재정의 절반 이상을 복지에 쓰고 있는데 우리는 그 4분의 1밖에 되지 않습니다.”3)

이런 식의 주장이 박근혜 정부에서 더욱 탄력을 받고 있으니 박근혜 정부가 마음 놓고 적자 예산을 편성한 것이 아니겠는가!

균형재정 달성은 역대 정부의 공통적인 거짓말

정부 예산에 관해 역대 대통령들의 공통점이 하나 있다. 이는 김대중 대통령부터 박근혜 대통령까지 어김없이 이어져 온 공통점이다. 그것은 대통령들이 자신의 임기 중에 균형재정을 달성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약속을 지킨 대통령은 아무도 없다. 그래서 정부규모는 팽창일로를 걸어 왔다. 김대중 대통령이 집권한 1998년 정부 규모는 GDP 대비 24.7%였다. 이 비율은 앞에서 언급한 대로 박근혜 정부가 끝나는 2018년에 36.7%로 늘어날 예정이다. 20년 만에 정부 규모가 무려 12%포인트나 증가한다. 세계 역사상 이런 나라는 찾아볼 수 없다. 그 배경에는 재정적자의 기여가 있다. 세계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전까지 경쟁적으로 ‘작은 정부’를 실현해 왔는데 한국 대통령들은 세계적인 추세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큰 정부’로만 치달아 왔다.

로널드 레이건은 ‘근혜노믹스’를 어떻게 볼까?

김대중 대통령부터 박근혜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공통점이 또 하나 있다. 그들은 어김없이 ‘노믹스’(Nomics) 시리즈를 연출해 왔다는 점이다. ‘DJ노믹스, MH노믹스, MB노믹스, 근혜노믹스’가 바로 그렇다. 그런데 역대 대통령들은 ‘노믹스’의 연원(淵源)을 알고서 이런 이름을 붙이기나 한 것일까? ‘노믹스’의 연원을 밝힌다.

미국의 40대 대통령 로널드 레이건이 ‘노믹스’의 원조(元祖)다. 로널드 레이건의 비전은 ‘작은 정부 체제에서 미국 국민 모두가 자유롭고 풍요롭게 살아가는 나라 미국’을 만드는 것이었다. 그는 1981년 1월 21일 대통령 취임사에서 미국이 당면한 문제를 다음과 같이 진단했다.

“정부는 우리의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 아닙니다. 정부 자체가 문제입니다.”

뉴딜정책 이후 민주당 존슨 정부의 복지프로그램인 ‘풍요한 사회’를 거쳐 팽창일로를 걸어온 거대한 미국 정부가 국민으로 하여금 국가에 더욱 의존하게 만들었다는 것이 레이건의 진단이었다. 의존하는 국민 수가 많을수록 국가는 더 많은 돈을 쓰게 되고, 늘어난 예산을 맞추기 위해 더 많은 세금을 거두게 되어 궁극적으로 거대한 미국 정부가 개인의 자유와 기업 활동을 방해한다고 그는 믿었다. 또 거대한 미국 정부가 거대한 재정적자를 낳게 된다고 그는 믿었다. 뿐만 아니라 늘어난 통화는 인플레이션을 불러와 물가를 불안하게 만든다고 그는 믿었다. 결국 거대한 미국 정부가 미국경제가 안고 있는 문제의 핵심이라고 그는 믿은 것이다.

레이건은 경제를 살리기 위해 경제개혁 프로그램을 발표했는데 그것은 ‘정부지출 삭감, 감세, 규제 완화 및 철폐, 통화 긴축’ 네 가지로, 이는 작은 정부 실현의 필수조건들이다. 레이건은 자신이 제시한 경제 살리기 정책을 “미국의 새로운 시작: 경기회복을 위한 프로그램”이라고 불렀다. 레이건의 이 같은 경제철학은 곧 ‘레이거노믹스’(Reaganomics)라는 말로 불리게 되었다. 이를 본 따 김대중·노무현·이명박·박근혜 대통령들도 ‘노믹스’ 시리즈를 내놓게 된 것이다.

레이건은 미국경제를 살렸다. 그러면 레이건을 흉내 내 ‘노믹스’ 시리즈를 연출해온 한국의 대통령들도 과연 경제를 살렸을까?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1980년대 후반기에 9.2%였는데 그 후 지속적으로 감소하여 2000년대 전반기에 4.5%를 기록했고, 2010년대 후반기에는 3.5%로 감소할 것으로 예측되었다. 실제성장률은 1987년에 12.3%였는데 기복이 있기는 하나 점점 감소하여 2005년에 4.0%, 2012년에 2.0%, 2014년 전반기에 0.75%를 나타냈다. 김대중 대통령부터 박근혜 대통령까지 역대 대통령들이 경제를 살렸는가에 대한 평가는 독자들의 판단에 맡긴다. 여기서는 필자의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생각 하나를 밝힌다―로널드 레이건은 ‘근혜노믹스’를 어떻게 생각할까?
 
각주
 
1) 한국은 일반회계 중심으로 일반정부 예산이 편성되어 왔기 때문에 정부 규모가 작은 편이다. 예를 들면, 시차 관계로 지방정부가 제외되고, 공기업 가운데 철도사업 하나만 정부 예산에 포함되기 때문에 지방정부, 공기업, 기금 등이 폭넓게 포함되는 다른 나라에 비해 한국의 정부 규모는 작을 수밖에 없다. 이 문제는 IMF의 새로운 정부회계 방식이 도입되는 2014년 말쯤에 해결될 것으로 기대된다.
 
2) 이는 2014년 2월 4일에 자유경제원 주최로 열린 <공기업 개혁> 세미나에서 필자가 발표한 ‘공기업 개혁, 민영화가 대안이다’에서 밝힌 내용이다.
 
3) 박동운(2006), 『경제정책의 방향을 돌려라 노무현 정부의 반(反)시장정책, 비판과 대안』, 자유기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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