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 가면 '이자카야(居酒屋)'가 무척 많다. 굳이 우리말로 푼다면 '선술집'의 개념이다. 최근 들어 우리나라에도 이러한 류(類)의 가게가 많이 생겨났다. 일본에서 들여온 일본식 선술집 문화다. 홍대 앞이나 이태원 등에 가면 일본어 간판 그대로인 집도 많다. 한일 간의 어긋난 정치적 이슈와 관계없이 사람들은 독특한 일본식 '이자카야'를 찾는다.
우리보다 일몰이 빠른 일본 나고야의 여름날. 낮과 밤이 교차하는 경계의 시간이 되자 도시의 색채가 분홍빛 네온으로 젖어 들고 있었다.
'죠우징(提灯)'은 손에 들고 다니는 초롱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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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자카야의 간판 죠우징(提灯) |
필자는 '나고야 사카에(榮) 거리에 즐비한 이자카야' 중에서 싸고 맛있어 보이는 집을 골라 종업원이 안내한 후미진 곳에 자리 잡았다. 일본인들처럼 생맥주를 시켰다. 무더운 여름철에 들이키는 생맥주 한잔- 내장까지 시원해진 기분을 누가 말린단 말인가. 생맥주의 안주로 나물이 나왔다.
"나무르입니다."
"나물? 한국말을 잘하시네요?"
"나무르가 한국말 입니까?"
"나물? 한국말을 잘하시네요?"
"나무르가 한국말 입니까?"
필자와 종업원 '모리 미도리(森 midori · 20)' 씨와 나눈 대화다. 언제부터인가 '나물'이 일본에서 '나무르'라는 보편적인 어휘가 됐다. 젊은 종업원은 '나물'이 일본어라고 굳게 믿고 있었다. '고추장'도 그렇다. '이자카야'에서 잘 통하는 음식 중 하나다. 근원에 대한 연구 없이 자연스러운 흐름 속에서 '이자카야'의 음식처럼 익혀진 것이다. 역사 문제도 그렇다. 그래서 역사는 정확한 사실에 근거해서 그 흐름을 이어가야 젊은 세대들이 혼돈하지 않는다.
'구치코미'-입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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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소문'의 오징어구이(왼), 안주를 설명하는 '이자카야'의 종업원 |
수 십 종에서 수 백 종에 이르는 메뉴를 '이자카야'에서는 '구치코미'로 표현하기도 한다. '구치'는 입(口)을 말하고, '코미'는 커뮤니케이션(communication)의 약자다. 소위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것으로 '입소문'을 일컫는다. 사람들은 '어느 이자카야의 음식이 맛있다'는 입소문을 듣고 찾아들기 때문이다. 요즈음과 같은 SNS시대에는 인터넷을 통해 '입소문'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하지만, 그러한 인위적인 입소문 전략은 오래가지 못한다. 사람들의 입맛은 까다롭기 그지없기 때문이다.
필자가 찾은 '이자카야'는 500여 석을 갖추고 있었다. 나이든 여자 주인과 요리사가 정성스럽게 만들어 내는 작은 공간의 '이자카야'가 아니라, 대형 프랜차이즈였다. 때마침 금요일(7/4) 저녁이라서 젊은 샐러리맨들이 많았다. 밤이 이슥해질수록 손님들이 속속 몰려들었다.
샐러리맨들의 집합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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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자카야에 모여드는 샐러리맨들 |
<'못해먹을 짓은 고용살이다.' 샐러리맨들은 한 번쯤 생각해보는 말이다. 직장의 불합리에 분노하고, 때로는 회한의 눈물을 술로 달랜다. 그러나, 다음날 아침 정신을 차리고 근무처를 향해 신발을 신는다.>
일본 아사히(朝日)신문 7월 6일자 '천성인어(天聲人語)'의 첫머리가 마음에 와 닿았다. 직장인의 심리 상태가 적절하게 묘사돼 있어서다.
요즈음 젊은 세대들이 직장을 잡는 것도 어렵지만, 취직을 해도 직장에서 견디기가 어렵다. 그만큼 일이 많고, 기업들의 부침이 심하기 때문이다.
"상사에 대한 욕이나 직장에서의 불만을 털어내는 곳이 바로 '이자카야'입니다. 어느 테이블이나 술잔이 돌면 큰 목소리로 떠들어 대는 소리가 난무하죠."
언론인 이토 슌이치(伊藤俊一·61) 씨의 코멘트다. 샐러리맨들은 한국과 일본이 다르지 않다. 직장인들은 몇 잔의 술에 피로와 분노를 털어버리고, 다시 내일을 준비한다. 직장인의 하루하루는 이렇게 세월을 쌓아간다.
아무튼, 요즈음 일본의 젊은이들은 술을 덜 마시는 분위기다. 그래서 '이자카야'도 맛있는 음식이나 여성들이 좋아하는 메뉴를 개발해서 손님들을 부른다. 샐러리맨을 위한 주점(酒店) 중심에서 음식점 스타일로 변하고 있는 것이다.
거주(居)와 술(酒)과 집(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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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미즈 시게오 씨- |
"대체로 여자 주인과 요리사 한 명이 운영하는 작은 집이었습니다. 손님들은 카운터에 둘러앉아 눈앞에서 만든 안주로 술을 마시면서 세상사는 이야기로 하루의 피로를 풀었습니다. 그러한 형태가 요즈음 대규모 체인점 이자카야(居酒屋)로 발전한 것입니다."
필자가 일본 나고야(名古屋)의 '이자카야' 형(形) '소바(蕎麦)' 전문점에서 만난 '시미즈 시게오(淸水重雄·72)' 씨와 '오오모리 미키히코(大森幹彦·66)' 씨의 말이다.
실제로 인근 주민들과 가볍게 한 잔 하는 기능의 '이자카야'가 나날이 진화(進化)했다. 특히, 1980년대부터 일본에서는 '이자카야'의 체인점이 생겨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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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오모리 미키히코 씨- |
"맥주 기운이 퍼지면서, 방파제를 따라 정박해 있는 어선처럼 내 마음이 아슴아슴 흔들린다."
정미경의 소설 <밤이여, 나뉘어라>에 들어있는 맥주 이야기다. 아슴아슴 마음이 흔들렸을까. 집으로 돌아가는 샐러리맨들의 걸음걸이가 엇박자를 연출하며 비틀거렸다.
'저 사람들도 회한의 눈물을 흘리고 있는 것일까.'
때마침 불어온 골목길의 바람에 '이자카야'의 초롱불(提灯)도 좌우로 흔들거렸다.
나고야의 밤은 이렇게 깊어갔다. 또 다른 내일을 위하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