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관세화’를 지지하며 보완책을 제시한다

  • 박동운 단국대 경제학과 명예 교수
  • 업데이트 2014-07-09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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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_조선일보DB

쌀 수입 관세화인가, ‘쌀 수입 관세화 유예인가
 
2015년부터 개방되는 쌀시장을 놓고, ‘쌀 수입 관세화인가 아니면 쌀 수입 관세화 유예인가라는 상반된 이슈가 떠올라 있다. ‘쌀 수입 관세화란 쌀 수입을 완전 개방하되 국내시장을 보호하기 위해 가능한 한 최고의 관세율을 설정하는 것이고, ‘쌀 수입 관세화 유예란 쌀시장 개방을 유예하되 일정 의무수입량을 증가시키는 것이다.
 
1994년 우루과이 협상에 따라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한 국가들은 자국의 농산물에 대한 비관세장벽(: 수입수량제한, 수입허가제도 등)을 없애는 대신 관세를 부과하여 시장을 개방해야 한다. 이를 관세화라고 부른다. 우리나라는 다른 농산물은 모두 관세화의무를 이행했으나 쌀은 의무적으로 일정량을 수입하는 조건으로 관세화이행을 두 차례에 걸쳐 20년간(19952014) 유예해 왔다. 올해 말로 두 번째 유예기간이 끝나게 된다. 이를 계기로, 일각에서는 쌀 수입 관세화, 농민단체 중심의 다른 일각에서는 쌀 수입 관세화 유예를 내세우고 있다. 정부는 적어도 오는 9월 말까지 WTO에 입장을 통보해야 하는데 지금까지는 함구 상태다.
 
쌀 수입 관세화 유예의 문제점
 
먼저 쌀 수입 관세화 유예를 보자. 우리나라는 1995년과 2005년 두 차례에 걸친 협상을 통해 쌀 수입 관세화 유예를 얻어냈다. 이는 WTO개방과 관세화 원칙에 대한 예외여서 그 대가로 우리는 외국 쌀을 의무적으로 수입해야 했다. 의무수입량은 1995년에 51000톤에서 시작해 2005205000톤으로 늘었고, 2015년부터는 무려 409000톤을 의무적으로 수입해야 한다. 쌀 의무수입량은 2013년의 경우 전체 소비량의 9%나 되었다. 2012년의 경우 의무수입량을 사들이고 관리하는 데 지불한 농업예산은 3300억 원에 달했다. 여기에다 2012년 쌀 소비량은 30년 전의 절반 수준에 지나지 않는데, 쌀 생산은 2018년까지 연간 약 40만 톤이 남아돌 것으로 추산되었다.
 이런 여건임에도 불구하고 일부 농민단체는 웨이버(waiver; 일정 기간 WTO 협정상의 의무를 면제 받는 것)나 현상유지(standing still; 협상 타결 전까지 관세화 유예를 계속 유지하여 의무수입량을 종전대로 유지할 수 있는 것)를 내세워 쌀 수입 관세화 유예를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WTO 회원국의 동의를 얻지 않고는 실현될 수 없다.
현재 우리나라와 필리핀만 쌀 수입 관세화 유예국가로 남아 있다. 쌀 수입 국가인 필리핀은 5년간의 쌀 수입 관세화 유예자격을 얻고자 최근 의무수입량을 무려 2.3배나 늘리기로 했다.
 
쌀 수입 관세화의 문제점
 
쌀 수입 관세화를 보자. 핵심 내용은 관세율인데, 관세율 산정식은 이미 주어져 있다. , 국내산 쌀값에서 수입 쌀값을 뺀 가격 차이를 수입 쌀값으로 나누고, 여기에 100을 곱한 후 여기에서 개발도상국의 농산물 관세 감축률인 10%를 빼면 관세율이 나온다. 그런데 관건은 국내외 쌀값에 어떤 값을 대입하느냐에 있다. 국내외 쌀값은 우루과이 라운드가 진행되던 19861988년도 통계가 사용되는데, 이는 전문가들의 몫이다.
관세율 산정식에 따르면, 국내산 쌀값이 높을수록, 수입 쌀값이 낮을수록 관세율은 높아진다. 관세율이 높으면 수입량은 적을 것이다. ‘쌀 수입 관세화를 택한 일본은 관세율이 1066%, 대만은 563%. 우리나라는 400%500% 정도가 되리라고 얘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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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_조선일보DB

 
우리의 선택은 위험이 적은 쌀 수입 관세화
 
쌀 수입 관세화인가, ‘쌀 수입 관세화 유예인가를 놓고 우리는 지금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필자는 쌀 수입 관세화를 택하는 것이 위험이 적다고 생각한다. ‘쌀 수입 관세화가 선택되면 높은 관세율을 설정하여 WTO의 동의를 얻는 것이 남은 과제다.
 
쌀 수입 관세화는 결국 쌀시장 개방으로 통한다. 국산 쌀 가격은 중국산보다 2.1, 미국산보다 2.8배 더 높다고 한다. 설사 높은 관세율을 부과한다 할지라도 쌀시장 개방은 쌀 수입을 막지는 못할 것이다. 그렇다면 쌀 농가 피해는 불 보듯 뻔하다. 그래서 필자는 쌀 수입 관세화를 뒷받침할 보완책을 제시한다. 그것은 쌀생산조정제도다. (이는 쌀 농가의 소득보전을 목적으로 쌀값지지정책 대신에 도입된 쌀 직불제와는 전혀 다르다.)
 
쌀생산조정제도는 김대중 정부가 도입했다가 노무현 정부가 유보, 폐지
 
김대중 정부 이전까지 역대 정부는 농민보호를 위해 쌀값지지정책을 실시했다. 쌀값지지정책이란 정부가 쌀값 하락을 막기 위해 시중가격보다 다소 높은 가격으로 추수기에 쌀을 사들여 비축했다가 필요한 때에 시장에 내다파는 제도다. 이 제도에서는 쌀값이 보장되므로 농민들의 소득도 보장된다. 따라서 농민들은 쌀 생산을 줄일 필요를 느끼지 않았다. 이 같은 쌀값지지정책은 농민들을 보호하는 대신 몇 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었다. 첫째, 쌀값이 일정 수준에서 보장되므로 농민들은 구태여 쌀 생산을 줄일 필요를 느끼지 않았다. 둘째, 쌀값지지정책 실시에는 정부의 재정지출 증가가 뒤따랐다. 셋째, 식단 다양화로 쌀에 대한 수요는 감소하는데 쌀값지지정책으로 쌀 공급은 해마다 증가했다.
  
쌀값지지정책으로 1996년 이후 쌀 재고량은 크게 늘어나 쌀값 하락으로 쌀 농가가 큰 타격을 받은 적도 있다. 이는 쌀값지지정책의 한계를 보여주는 근거로, 김대중 정부는 정책 전환을 시도했다. 그래서 김대중 정부는 2003년부터 쌀생산조정제도를 시행했다. 쌀생산조정제도란 벼농사 논을 놀리거나(休耕) 벼 대신 다른 농작물을 재배하는(轉作) 경우 정부가 매년 1300만 원씩 보조금을 지급한 제도다. 이는 쌀 과잉생산을 줄여 쌀값을 안정시키려는 제도로, 한국 같은 시장경제에 적합한 공급관리정책이다.
  
그런데 이 제도는 200320053년간 실시 결과 당초 예상했던 생산 감축효과를 달성하지 못한 것으로 평가되었다. 그러자 이 제도는 노무현 정부가 실시를 유보했고, 2008년에 폐지했다. 여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그동안 쌀 재배면적이 다소 감소해온 데다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대북 쌀 지원으로 쌀 재고량이 감소하여 쌀 수급이 어느 정도 안정되었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가 쌀생산조정제도를 다시 도입
 
그 후 이명박 정부에서 대북 쌀 지원이 중단된 데다 연이은 풍작으로 쌀이 다시 남아돌았다. 여기에다 쌀 수입 관세화 유예쌀 수입량은 증가하고, 여러 나라와 FTA가 체결될 경우 쌀시장 개방은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되었다. 그래서 이명박 정부는 201045일 쌀생산조정제도를 다시 도입했다.
  
쌀생산조정제도 확대 실시가 쌀시장 개방의 보완책이다
 
쌀생산조정제도는 논 면적을 축소하여 쌀 생산을 줄임으로써 쌀값을 안정시키려는 공급관리정책이다. 농민들에게 필요한 것은 쌀값 안정이다. 따라서 정부는 쌀값을 안정시키기만 하면 되는데, 쌀생산조정제도가 그 대안이다. 쌀생산조정제도 시행에 필요한 재정지출은 많지 않다. ‘농민 좋고, 정부 좋고하는 정책김대중 정부가 처음 도입했고, 노무현 정부가 폐지한 것을 이명박 정부가 재도입한 쌀생산조정제도 확대 실시가 확실한 대안이다.
 
쌀 시장 개방이 코앞에 다가왔다. 정부는 적어도 9월 말까지 WTO쌀 수입 관세화인가, ‘쌀 수입 관세화 유예인가를 선택하여 통보하는 한편 서둘러 쌀생산조정제도 확대 실시도 결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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