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시장 유연화로 ‘일자리 기적’을 이룩한 나라

노동시장 유연성⑦- 독일
  • 박동운 단국대 경제학과 명예 교수
  • 업데이트 2014-04-10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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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 뮌헨 공장에서 근로자들이 준중형차인 3시리즈의 바닥에 전기 배선을 연결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BMW제공. 조선DB

독일 노동시장은 메르켈 통치를 기점으로 양분(兩分)돼

루드비히 에르하르트 총리는 2차 대전 직후 패전의 아픔을 딛고 자유주의를 바탕으로 ‘라인강의 기적’을 이룩했다.
그 후 독일은 1970년대부터 사민당이 정권을 잡고 16개 주 가운데 15개 주에서 사회주의 정책을 실시하여 경제가 침체에 빠졌다. 이런 과정에서 독일은 ‘유럽의 병자’로 불렸는데, 이를 우려한 사민당 슈뢰더 총리가 2003년 3월 ‘독일 자체가 망하지 않게 하기 위해 분배 중심의 사회주의 정책을 버리고 성장 중심의 시장경제 정책을 실시하겠다’고 선언하고, 사회·경제 개혁 프로그램인 ‘어젠다 2010’(Agenda 2010)을 발표했다.
이 프로그램은 2004년 1월부터 시행되었다. 불행하게도 슈뢰더는 앙겔라 메르켈에게 정권을 내주고 말았지만 메르켈은 ‘제2의 대처’로 불리며 ‘어젠다 2010’을 지속적으로 추진하여 독일경제를 살려냈다. 이 점에서 독일 노동시장은 2005년 1월을 기점으로 양분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 같다.1)

독일경제는 사회주의 정책 실시로 침체에 빠져

독일경제는 2차 대전 직후 잠깐 호황을 이루었다가 1970년대∼2000년대 전반 기간에 침체로 돌아섰다. 이 기간 동안 연평균 성장률은 1951∼1960년간에는 7.9%로 높았으나 1960년대에 4.5%, 1970년대에 2.7%, 1980년대에 2.6%, 1990년대에 1.4%로 지속적으로 감소했고, 메르켈 집권 이전인 2001∼2005년간에는 0.6%를 기록했다. 2005년 독일의 성장률은 0.8%로, 이는 포르투갈과 함께 OECD 국가 가운데 가장 낮다(2005년 OECD 평균 성장률은 2.9%).

평균 실업률은 1961∼1970년간에는 0.97%로 낮았으나 1981∼1990년간에 8.2%로 오른 후 지속적으로 증가하여 2005년에는 11.3%를 기록했다. 2005년 독일 실업률 11.3%는 OECD 국가 가운데 슬로바키아(16.4%) 다음으로 높았다. 한 마디로, 메르켈 이전의 독일경제는 저성장·고실업 구조였다. 이는 사회주의 정책이 가져온 결과로, 사민당 슈뢰더 총리가 ‘어젠다 2010’을 발표하게 된 배경이다.

독일경제의 침체 원인은 경직된 노동시장 때문

독일경제의 침체 원인은 근본적으로 사회주의 정책 실시에서 찾아야 하지만 경직된 노동시장도 그 원인의 하나다.
‘어젠다 2010’이 등장하기 전 독일 노동시장은 산업별노조가 막강한 파워를 행사하고, 임금교섭은 기업단위가 아닌 산업별 단체교섭 방식으로 이루어져 매우 경직된 구조였다. 이러한 경직된 구조는 기업들, 특히 중소기업들에는 경영상 큰 부담이었다. 중소기업이 실적이 악화되어 구조조정을 실시하려 해도 고용보호가 지나쳐 해고가 쉽지 않았던 것이다. 노동자경영참여제도 역시 기업이 경쟁력 제고를 위해 사업을 다각화하거나 경영구조를 개선하려 해도 걸림돌이 되었다. 여기에다 정부가 노동 관련 법안을 도입하거나 개정하려 해도 노조와의 합의 없이는 이루어질 수 없었다.
 이처럼 경직된 노동시장 구조에다 높은 노동비용으로 인해 독일 기업은 1980년대부터 생산기지를 해외로 이전했다. 2001년 현재 500명 이상 대기업의 경우 85%가 생산기지를 해외로 이전한 상태였다.2) 

독일 노동시장은 선진국 가운데 가장 경직돼

독일 노동시장은 한 때 선진국 가운데 가장 경직된 것으로 알려졌다. 내용을 보자.
 
첫째, OECD가 발표하는 ‘고용보호’(employment protection)를 보자. 독일은 OECD 국가 가운데 정규직 고용보호가 약하기로 21위 정도다. 고용보호가 심하다는 것은 해고가 어렵다는 것을 뜻한다. 그래서 독일 노동시장은 유연하지 않았다.

둘째, 프레이저 인스티튜트가 발표하는 ‘노동시장 규제 관련 경제자유’(economic freedom related to labor market regulation)를 보자. <표>에서 보듯이, ‘노동시장 규제 관련 경제자유’로 평가할 때 독일 노동시장은 미국, 일본, 영국, 뉴질랜드, 아일랜드에 비해 지나치게 경직되어 있다. 독일 노동시장은 규제가 약하기로 2000년에 123개국 가운데 74위였는데 2005년에는 127개국 가운데 무려 124위로 악화되었다. 2000∼2005년은 사회주의 정책을 실시한 슈뢰더 통치 기간이다.
 그러다가 메르켈 통치 기간인 2006년부터는(2007∼2010년은 <표>에 없음) 개선되기 시작하여 2011년에는 평점 6.3, 순위 83위(152개국 가운데)를 나타냈다. 크게 두드러진 개선이다.
 
       <표> 몇몇 국가의 ‘노동시장 규제’ 관련 ‘경제자유’
나라
2000년
(123개국)
2005년
(127개국)
2006년
(141개국)
2011년
(152개국)
미국
7.2  (3위)
8.1  (4위)
8.3  (2위)
9.0  (2위)
일본
6.5 (11위)
6.8 (28위)
7.5 (14위)
8.3 (14위)
영국
6.9  (5위)
7.4 (17위)
7.4 (17위)
8.3 (17위)
뉴질랜드
5.9 (21위)
8.1  (5위)
7.8  (9위)
8.7  (9위)
아일랜드
5.3 (30위)
5.8 (72위)
6.5 (47위)
8.1 (20위)
독일
2.9 (74위)
4.3(124위)
4.0(124위)
6.3 (83위)
주: 평점은 10점 만점. 평점이 높고 순위 숫자가 낮을수록 규제가 약함.
자료: Fraser Institute, Economic Freedom of the World, 각 연도.
 
슈뢰더, ‘어젠더 2010’으로 시장경제로의 전환을 계획하다

슈뢰더는 독일경제가 더 이상 추락하는 것을 막기 위해 2003년 ‘어젠더 2010’을 발표했다. 이는 ‘노동시장, 사회복지제도, 경제 활성화, 재정, 교육 및 훈련’에 관한 다섯 가지 개혁 내용을 골자로 한 것이다. ‘어젠더 2010’은 독일경제 회생의 주역으로 평가받고 있다.3) ‘어젠더 2010’에 포함된 노동개혁의 핵심 내용은 바로 노동시장 유연화다. 노동시장 개혁의 주요 내용을 소개한다.4)

•5인 이하의 소기업들이 해고를 쉽게 할 수 있게 하여 신규채용 부담을 줄였다.
•파트타임과 임시직(비정규직) 규제를 완화하여 이 분야 일자리 증가를 꾀했다.
•실업자들이 취업에 나서도록 자극책을 마련했다.
•실업급여 기간을 32개월에서 12개월로 줄여(55세 이상은 18개월) 취업을 촉진했다.
•취업 알선 거부자에게는 실업급여 지급을 중단하여 일자리를 고르지 못하게 했다.  
•창업의 경우 창업 이후 4년까지는 고용계약기간을 신축적으로 조정할 수 있게 하여 단기계약근로자 채용을 촉진했다.
•산업별 단체협상으로 이루어졌던 임금협상을 기업별 협상으로도 가능하게 했다.
•연방고용서비스청을 민간운영체계로 개편하여 고용알선제도를 효율화했다.
•실업자나 훈련생을 고용한 기업에 감세와 저리 융자로 10만 유로까지 지원했다. 
•연방·지방정부로 나뉜 실업자 지원체계를 하나로 통합하여 재정 부담을 줄였다.

메르켈, ‘어젠다 2010’을 지속적으로 시행하여 ‘일자리 기적’을 이룩하다

슈뢰더가 선언했듯이, ‘어젠다 2010’은 사회주의 정책에서 시장경제 정책으로의 전환이다. 메르켈은 정권을 잡은 후 슈뢰더가 계획한 ‘어젠다 2010’의 노동개혁을 그대로 추진했다. 메르켈이 2006년 이후 도입한 노동개혁은 신규직원 해고가능 기간을 6개월에서 2년으로 연장하고, 고령자 고용에 대한 고용주 지원 등 재취업 촉진 정책 정도다.

‘어젠다 2010’가 내포한 노동개혁의 핵심 내용은 노동시장 유연화를 위한 고용보호 완화와 단기계약근로 활성화다. 그러면 노동개혁은 어떤 성과를 가져왔을까? 대표적인 성과는 실업률 감소와 고용률 증가다.

독일 실업률은 2005년에 11.3%로 OECD 국가 가운데 두 번째로 높았으나 지속적으로 감소하여 2012년에는 5.5%로, OECD 국가 가운데 열 번째로 낮았다. 실업률이 7년 동안에 5.8%포인트나 감소하여, 감소폭 크기로 7.8%포인트인 폴란드에 이어 2위다. 특히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거의 모든 나라들이 성장률이 감소하고 실업률이 크게 증가했지만 독일은 2009년 성장률이 –5.1%였는데도 실업률 증가는 겨우 0.3%포인트에 지나지 않는다. 같은 해 실업률 증가는 OECD 국가 가운데 독일은 0.2%포인트인 룩셈부르크에 이어 2위다.

독일이 마이너스 성장률에도 실업률 증가가 낮은 것을 놓고, OECD는 한 보고서에서 ‘독일의 일자리 기적’(German job miracle)이라 표현하고,5) 이는 ‘단시간근로’(short-time work) 제도의 도입 효과로 보았다. 단시간근로제도란, 경기 불황이나 계절적 이유로 인해 근로시간이 감소하게 될 때 사용자가 근로시간 단축을 연방고용청에 신고한 후 근로자에게 근로시간 단축 이전 임금의 60∼70%를 지급하면 나머지를 연방고용청으로부터 지원받는 제도다.

‘단시간근로’의 효과는 독일 고용률 증가에 결정인 영향을 미쳤다. 독일 고용률은 2005년에 65.5%로 OECD 국가 가운데 높기로 18위였으나 2012년에는 72.8%로 6위다. 고용률이 7년 동안에 7.3%포인트나 증가했다. 같은 기간 고용률 증가폭은 독일이 7.4%포인트 증가한 칠레에 이어 2위다. 놀라운 것은, 독일은 금융위기로 2009년 성장률이 –5.1%인데도 고용률은 0.2%포인트나 증가한 것이다. 이 또한 ‘독일의 일자리 기적’의 결과다.

독일의 노동 개혁이 한국에 주는 교훈

노무현 정부는 일자리 창출을 주요 노동정책 과제로 내세워 ‘사회적 일자리 창출’을 추진했다. 그러나 그 결과는 예산 낭비에 그치고 말았다. 이어 이명박 정부는 노무현 정부가 계획한 ‘사회적 기업 육성을 통한 일자리 창출’을 추진했다. 그러나 그 결과 역시 성과가 크지 않았다.

일자리 창출의 확실한 해법은 경제 활성화다. 그러나 국내외 여건을 감안할 때 경제 활성화를 통한 일자리 창출은 기대하기 쉽지 않다. 다른 정책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2012년 대선 후보로서 ‘70-70정책’을 제시하고 ‘중산층 70%에 고용률 70% 달성’을 약속했다. 한국은 고용률이 2002년에 63.3%였는데 2012년에 64.2%로 10년 동안에 겨우 0.9%포인트 증가했다. 이 같이 거북이걸음으로 증가해온 고용률을 박근혜 대통령이 2017년에 70%로, 곧 5년 동안에  5.8%포인트나 올리겠다고 하니 우려가 앞선다. 따라서 박근혜 정부는 독일의 ‘단시간근로제’를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다행히도 박근혜 정부는, ‘4대 보험, 복리후생 등 정규직과 동일한 대우를 받으면서, 근무시간만 풀타임 근무가 아닌 양질의 일자리’로 알려진 ‘시간선택제일자리’ 창출에 전력투구하고 있고, 기업들도 이를 따르고 있다. 그 성과는 기다려보기로 하자.
 
각주
1) 현재 세 번째 임기 중인 메르켈은 2005년 11월 22일에 취임했으므로 양분 기점은 2005년 말이 된다.
2) 박영곤(2003. 10), 「독일 ‘구조개혁안(Agenda 2010’의 주요 내용과 향후 전망」, KIEP.
3) Spiegel Online(2008.1.15.), Schröder Reforms Bear Fruit in German Recovery.
4) 박영곤(2003. 10), 「독일 ‘구조개혁안(Agenda 2010’의 주요 내용과 향후 전망」, KIEP.
5) OECD(2013), Economic Survey of Germany 2012, p.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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