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마가렛 대처 영국 수상./
다큐멘터리 한장면.
1970년대의 영국은 노조천국
1970년대의 영국은 그야말로 노조천국이었다. 노조는 자기편인 노동당이나 반대편인 보수당 할 것 없이 총리를 멋대로 갈아치웠다.
노동당 윌슨 총리는 1968년에 불시파업의 악습을 고치기 위해 노사관계 개혁입법 도입을 시도했다가 노동조합본부인 노동조합회의(TUC)의 반대로 물러나고 말았다.
뒤이어 1970년에 정권을 잡은 보수당 히스 총리는 윌슨 정부가 도입하려다 실패한 노사관계 개혁입법 도입에는 성공했으나 노조의 지나친 임금인상이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노·사·정 협력관계를 추구하려다 노사관계 개혁입법 폐지를 요구하는 노조의 거센 저항 앞에 물러나고 말았다.
보수당이 무너지자 노동당 윌슨이 다시 집권했다. 윌슨은 재집권을 목적으로 노조를 위한 선거공약 이행을 내세우고, 노동조합회의에 입법우선순위 결정을 요청할 정도로 노조 편에 섰지만 1차 유가파동이 일어나 실업 증가와 인플레이션 발생으로 영국경제가 통제할 수 없게 되자 2년 만에 물러나고 말았다.
노동당 캘러헌 총리가 들어섰다. 노조의 신뢰를 받았던 캘러헌 정부는 인플레이션을 치유하기 위해 소득정책을 실시하려고 했다. 그러나 노조는 조합원의 임금을 소득정책에 묶어둘 수 없다고 버틴 데다 높은 임금인상까지 요구했다. 설상가상으로 1978년 겨울 ‘불만의 겨울’(winter of discontent)로 불린 노조파업이 영국을 강타했다. 노동당 캘러헌 정부도 결국 1979년 5월 물러나고 말았다. 이처럼 영국은 노조천국이었다.
대처, 노동개혁을 구상하다
‘불만의 겨울’이란 대처가 집권하기 직전 캘러헌 정부에서 1978년 말부터 1979년 초에 걸쳐 자동차·운수·병원·청소노조가 연대하여 일으킨 장기파업으로, 런던 거리가 쓰레기와 악취로 가득 찼고, 사람이 죽어도 치우지 않았고, 노인들은 겨울을 살아남을 수 있을까 불안에 떨었던 사건이다.
뒤이어 1979년 3월 28일, 하원의 급식업체가 파업에 들어갔다. 이를 놓고 실시한 불신임투표에서 노동당 정부가 지고 말았다. 그것도 딱 한 표 차이로! 캘러헌 총리는 총선거를 선언하는 것 외에 다른 대안이 없었다. 보수당 대처는 선거에서 ‘노조파워 무력화’와 ‘사회주의 추방’을 국민들에게 공약으로 내세웠다. 대처가 이끄는 보수당이 339표, 노동당이 268표를 얻었다. 마거릿 대처는 영국 최초의 여성 총리가 되었다.
대처는 노동당 윌슨 정권과 보수당 히스 정권이 노조파워 앞에 힘없이 무너지는 것을 보았기 때문에 노조에 대해 적대감을 갖고 있었다. 더군다나 국민들도 ‘불만의 겨울’을 통해 지나친 노조파워에 식상해 있던 터라 대처는 이를 활용할 계획이었다. 대처는 집권하자마자 이전 정권에서 노조파워를 강화시키는 데 기여한 소득정책 관련 기구를 사실상 없애버렸다. 이어 대처는 노조의 위상을 낮추기 위해 노조파워 무력화 계획을 계속 발표해 갔다. 드디어 대처는 1980∼1988년간 다섯 차례에 걸친 고용법과 노동조합법 제정 및 개정을 통해 노조파워를 무력화하는 데 성공했다.
대처, 법과 원칙으로 노동개혁을 추진하다
하이에크는 시장경제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경제를 ‘법의 지배’ 안에 가둬두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변호사 경력을 가진 대처는 그 막강한 노조파워를 무력화시키기 위해 노조를 ‘법의 지배’ 안에 가둬두는 데 성공했다. 대처는 다섯 차례나 고용법과 노동조합법을 제정하고 개정하면서 노조파워를 무력화하는 데 성공했다. 주요 내용을 소개한다. 여기에서는 클로즈드샾(closed shop) 제도의 폐지, 노조의 면책특권 약화에 관심을 두면 된다. 클로즈드샾이란 노조에 가입해야만 회사원이 될 수 있는 제도로, 노조의 결속 강화에 기여하는 노조조직의 한 형태다.
1980년 고용법 제정
•클로즈드샾 제도의 지나친 보호조항 개정: 클로즈드샾을 채택할 때 비밀투표 의무화
•동정파업 불법화
•동정파업을 주도한 노조간부에 대한 면책조항 삭제
1982년 고용법 개정
•클로즈드샾 제도를 더욱 약화: 5년마다 비밀투표를 통해 클로즈드샾 유지여부를 결 정케 함
•노사분규 대상을 명문화하고, 정치적 파업 등과 관련해 노조간부의 면책특권 제한
1984년 고용법 개정
•노동조합의 면책특권 약화
•고용주의 명령권 강화
1984년 노동조합법 개정
•노조파업 때 파업여부에 관한 사전투표 의무화
•노조간부는 5년마다 조합원의 비밀투표를 통해 선출되도록 의무화
1988년 고용법 개정
•노조의 면책특권 완전 박탈: 클로즈드샾에 대한 법적 보호규정 삭제
•투표절차 엄격 규제
•노조에 반대할 수 있는 개별근로자의 권리 확대
이처럼 대처는 클로즈드샵 채택 때 조합원의 비밀투표를 의무화했고, 그 유지는 5년마다 비밀투표를 통해 결정하게 했고, 노동조합의 면책특권을 약화시킨 후 결국에는 클로즈드샾에 대한 법적 보호규정을 삭제해 버렸다.
대처의 노동개혁의 효과
마거릿 대처의 노동개혁으로 영국 노동시장은 어떻게 변했을까? 몇 가지 주요 내용을 보자.
첫째, OECD가 발표하는 ‘고용보호’(employment protection)를 보자. 영국은 OECD 국가 가운데 고용보호가 약하기로 미국에 이어 2위다. 고용보호가 약한 순서대로 쓰면, 미국, 영국, 캐나다, 뉴질랜드, 아일랜드다. 고용보호가 약하다는 것은 해고가 쉽다는 것을 뜻한다. 그래서 영국 노동시장은 유연하다.
둘째, 프레이저 인스티튜트가 발표하는 ‘노동시장 규제 관련 경제자유’(economic freedom related to labor market regulation)를 보자. 이는 ‘최저임금, 채용·해고 규제, 중앙집권적 단체협상, 채용비용, 해고비용, 징집(徵集) 유무(有無)’ 6개 항목을 바탕으로 평가된다. ‘노동시장 규제 관련 경제자유’로 평가할 때 노동시장 규제가 약하기로 홍콩, 피지, 우간다 같은 국가 체제를 제대로 갖추지 못한 몇몇 나라를 제외하면, 영국은 2011년 152개국 가운데 6위다. 노동시장 규제가 약한 순서대로 쓰면, 미국, 뉴질랜드, 캐나다, 스위스, 일본, 영국, 아일랜드다.
셋째 노조조직률 감소를 보자. 영국은 노조조직률이 대처가 집권한 1979년 55.8%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나라 가운데 하나였는데 1985년에 50.5%, 대처의 임기가 끝난 1990년에 43.4%, 노동당 블레어 정부에서도 지속적으로 감소하여 2000년에 29.5%, 그리고 2012년에 26.0%를 기록했다. 2012년 노조조직률은 한국 10.3%, 미국 11.3%, 일본 17.9%, 호주 18.2%, 영국 26.0%다.
대처의 노동개혁이 한국에 주는 교훈
대규모 정리해고가 발단이 된 ‘한진중공업 노조파업’이 2011년 6월 27일 타결되었다.1) 사측 정리해고 방침에 맞서 노조가 2010년 12월 20일 총파업에 들어간 지 189일 만의 타결이었다. 타결의 실마리는 ‘무노동·무임금’ 원칙 고수, 불법 점거에 대한 공권력 투입 가능성, 노조원에 대한 법원의 조선소 출입금지 결정 등 ‘파업에 대한 원칙적 대응’에 있었다. 타결 후 노사갈등 과정에서 빚어진 온갖 고소 및 고발 사건은 노사 간에 모두 취소되었다.
한진중 노조파업 타결은 ‘노조의 불법 파업’은 법과 원칙으로 다스려야 한다는 것을 새삼 확인시켜준 사건이다. 한국은 김대중 정부에 이어 노무현 정부에서 ‘파업공화국’이라는 악명을 떨쳤다. 노무현 대통령은 2002년 16대 대선에서 ‘한국노조는 사용자에 비해 힘이 약하다’고 말함으로써 노조 편에 힘을 실어주었다. 이를 계기로 노무현 정부 출범과 함께 한국은 삽시간에 파업공화국이 되고 말았다. 노무현 정부에서 노사분규 발생건수, 참가자수, 근로손실일수는 김영삼 정부에 비해 각각 무려 3~4배 이상이나 증가했다. 왜 그랬을까? 당시 정부가 노조파업이 불법인 경우에도 ‘법과 원칙의 대응’으로 맞설 계획이 없었기 때문이다.
시장경제에서 ‘법치’가 지켜지지 않으면 세상은 무법천지가 되고 말 것이다. 그래서 시장경제는 ‘법치’를 주요 원리로 내세운다. 이와 관련하여 마거릿 대처는 이렇게 썼다―“나는 자유로 인해 무정부 상태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신념을 갖고 있다. 자유는 법에 의해 만들어진다(freedom is the creature of law). 그렇지 않으면 인간은 야수(野獸)가 될 것이다.”2) 이처럼 자유는 법과 불가분의 관계가 있다.
노사갈등은 반드시 ‘법과 원칙의 대응’으로 풀어야 한다. 한진중 노조파업에서 타결의 실마리가 된 ‘무노동·무임금’ 원칙 고수 같은 ‘법과 원칙의 대응’, 마거릿 대처의 법과 원칙에 근거한 노동개혁은 앞으로 노사분규 타결에서 지침이 되어야 할 것이다.
각주
1) 이 글은 한진중공업 노조파업이 노사 간에 자율적으로 해결된 것만 관련된다. 노사 간 자율적 해결 후 한진중공업 문제는 야당과 노동계의 개입으로 정치 이슈화했는데 이 부분은 포함되지 않는다.
2) 1) Thatcher, M.(1992), “On Thatcherism: Its Ideology and Practicies,” The Future of Industrial Democracy, The Inchon Memorial Lecture, Korea University, Sept. 3-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