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아일랜드 더블린. /조선DB
‘유럽의 병자’가 ‘켈틱 타이거’로 변신하다
아일랜드는 면적이 약 7만 ㎢로 남한의 70% 정도, 인구가 약 420만 명으로 남한의 9% 정도인 작은 나라다. 아일랜드는 한 때 ‘유럽의 병자’로 불렸을 만큼 가난한 나라였다. 그러한 아일랜드가 구조개혁에 성공하여 해외직접투자 유치로 1995∼2000년간 연평균 9.4%에 이르는 고도성장을 이룩하자 ‘켈틱 타이거’(Celtic Tiger)라는 별명을 얻었다. 아일랜드는 1인당 국민소득을 19년(1988∼2007) 만에 1만 달러에서 5만 달러로 올린 나라다. 세계 역사에서 그런 유례를 찾을 수 없다.
구조개혁만이 경제회생의 대안
아일랜드는 1937년 독립할 때까지 400여 년 동안 영국의 식민지 통치를 받았다. 1845∼51년간에는 감자 흉작으로 100만여 명이 굶어 죽고, 100만여 명이 일자리를 찾아 해외로 떠났다. 이 가운데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의 할아버지도 들어 있었다. 아일랜드는 1970년대 1, 2차 유가파동 이후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실업률이 17.5%까지 증가하는 등 경제사정이 극도로 악화되었다. 확장재정 정책으로 경기 회복을 꾀하다 보니 정부규모는 GDP 대비 56%까지 증가했고, 정부부채는 1979년 GDP 대비 125%까지 증가하여 IMF에 구제금융까지 요청했다. 아일랜드는 규제가 심했고, 노사분규가 그치지 않았다. 1980년대 중반만 해도 4만여 명이 일자리를 찾아 이민을 떠났을 정도로 아일랜드는 경제 사정이 좋지 않았다.
아일랜드는 경제 회생을 위해 구조개혁 외에 다른 대안이 없었다. 1987년 정권을 잡은 호이(C. Haughey) 총리는, 1979년 이웃나라 영국의 마거릿 대처 총리가, 1984년 뉴질랜드의 롱이 수상이 했던 것처럼 구조개혁에 착수했다. 호이 총리는 재정지출 삭감과 정부조직 축소·폐지부터 과감하게 추진했다. 이어 소득세율, 법인세율, 자본이득세율, 관세율 등을 엄청나게 인하했다. 한 예로, 법인세율을 50%에서 16%로 인하했는데, 후임 총리가 2003년에 12.5%까지 인하했다. 법인세율 12.5%는 현재 법인세 자체가 없는 몇 나라를 제외하고 세계에서 가장 낮은 세율이다. 규제개혁도 폭넓게 추진되었다. 호이 총리는 경제 전반에 걸쳐 구조개혁을 과감하게 추진해갔다.
사회연대협약은 경제안정에 기여
구조개혁 추진 과정에서 개혁은 정부 밖에서도 이루어졌다. 정부가 추진하는 구조개혁을 지켜보던 제1야당인 민족당의 앨런 덕스(Allen Ducks) 당수와 최대 노조인 전국노조연합(ICTU)이 공동으로 정부에 제안하여 ‘국가재건을 위한 프로그램’이라는 ‘사회연대협약’(Social Partnership Agreement)이 1987년 10월에 체결된 것이다.
사회연대협약은 소위 아일랜드식 노사정위원회의 협약이다. 아일랜드식 노사정위원회는 정부・주요 사용자그룹・노조가 ‘자발적’으로 참여하여 구성된 모임이다. 사회연대협약은 구조개혁이 추진된 1987년부터 3년 단위로, 2006년에는 10년 단위로 체결되어 지금까지 모두 7차에 걸쳐 경제・사회 발전을 위한 프로그램을 제공해 왔다(<표>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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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 약 |
명 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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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차(1987~1990) |
국가재건 프로그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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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1991~1993) |
경제·사회발전을 위한 프로그램(Program for Economic & Social Progres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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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차(1994~1996) |
경쟁력과 일자리를 위한 프로그램(Program for Competitiveness & Wor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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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차(1997~1999) |
파트너십 2000(Partnership 20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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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차(2000~2002) |
번영과 공정성을 위한 프로그램(Program for Prosperity & Fairnes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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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차(2003~2005) |
성장 지속(Sustaining Progres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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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차(2006~2015) |
2016년을 향하여(Towards 2016) |
<표> 아일랜드의 사회연대협약 내용
자료: 구동현(2008), 『세계 최강소국 아일랜드의 경제성장 전략』, FKI미디어.
<표>의 내용을 요약한다.
∙1∼3차 협약: 경제안정과 위기극복
∙4∼6차 협약: 사회통합과 분배개선
∙7차 협약: 종전과는 달리 ‘2016년을 향해서(Towards 2016)’라는 이름으로 10년 (2006∼2015)을 대상으로 체결된 협약인데, 주요 내용은 일자리 창출, 공정성 확립, 성장 지속, 복지와 분배 개선 등
사회연대협약은 생산적 노사관계를 정착시켜 경제안정에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사회연대협약은 노동시장 유연화에도 기여
사회연대협약 체결 후 아일랜드 노동시장은 어떻게 변했을까? 몇 가지 주요 내용을 보자.
첫째, 연평균 임금상승률은 사회연대협약 체결 이전에는 20%를 넘었으나 1차 협약에 따라 2.5%로 억제된 결과 그 후 3~5% 수준에서 안정되었다.
둘째, 노사분규 발생건수는 1974년과 1984년에 각각 250건과 200건에 달했으나 1988년 이후에는 연평균 50건 미만으로 크게 감소했다.
셋째, 기업의 80%에 노조가 조직되어 있지 않아 노사관계가 안정되었다.
넷째, 실업률이 1992년 15%를 넘었으나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2007년에는 4%대로 떨어졌다.
결과적으로 사회연대협약은 노동시장 유연화에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노동시장 유연성을 측정하는 두 가지 지표가 이를 말해준다.
첫째, OECD가 발표하는 ‘고용보호’(employment protection)를 보자. 아일랜드는 OECD 국가 가운데 고용보호가 약하기로 1998년과 2003년에 5위다. 고용보호가 약한 순서대로 쓰면, 미국, 영국, 캐나다, 뉴질랜드, 아일랜드다. 고용보호가 약하다는 것은 해고가 쉽다는 것을 뜻한다. 그래서 아일랜드 노동시장은 유연하다.
둘째, 프레이저 인스티튜트가 발표하는 ‘노동시장 규제 관련 경제자유’(economic freedom related to labor market regulation)를 보자. 이는 ‘최저임금, 채용·해고 규제, 중앙집권적 단체협상, 채용비용, 해고비용, 징집(徵集) 유무(有無)’ 6개 항목을 바탕으로 평가된다. ‘노동시장 규제 관련 경제자유’로 평가할 때 노동시장 규제가 약하기로 아일랜드는 2011년 152개국 가운데 20위인데, 홍콩, 피지, 우간다 같은 국가 체제를 제대로 갖추지 못한 13개국을 제외하면, 7위다. 노동시장 규제가 약한 순서대로 쓰면, 미국, 뉴질랜드, 캐나다, 스위스, 일본, 영국, 아일랜드다.
아일랜드, 1인당 국민소득이 19년 만에 1만→5만 달러로 오르다
구조개혁을 통해 법인세율을 12.5%로 낮추고, 투자의 걸림돌이 되는 규제를 완화하고, 노동시장을 유연하게 한 결과 아일랜드에 해외직접투자가 밀려들었다. 아일랜드의 해외직접투자 연간 유입액은 1970년 0.3억 달러였는데 그 후 빠르게 증가하여 1991년 10억 달러, 1999년 100억 달러, 2000년 200억 달러, 2010년 400억 달러를 기록했다. 그러다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2012년에는 293.2억 달러로 감소했다.
아일랜드는 엄청난 해외직접투자 유입에 힘입어 1970∼2012년간 연평균 성장률이 4.2%나 된다. 특히 세계경제가 호황국면에 접어든 1992년 이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전까지 아일랜드의 연평균 성장률은 6.8%로, 선진국 가운데 가장 높다. 불행하게도 아일랜드는 개방도가 큰 나라여서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글로벌 금융위기의 피해가 컸다. 아일랜드는 금융위기로 인한 경기침체를 재정지출로 대응하다보니 재정적자가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나 2010년 EU와 IMF로부터 850억 유로(약 122조 원)의 구제금융을 제공받았다. 그러나 아일랜드는 해외자본 유치로 최근 경제가 다시 살아나 2013년 11월 ‘구제금융 딱지’를 유럽에서는 처음으로 뗐다.
아일랜드는 엄청난 해외직접투자 유입에 힘입어 1인당 국민소득이 1970년 1,655달러였는데, 1988년에 1만 달러, 1998년에 2만 달러, 2003년에 3만 달러, 2005년에 4만 달러, 2007년에 5만 달러를 넘어섰다. 불행하게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아일랜드는 1인당 국민소득이 2012년 말 현재 37,804달러에 머물러 있다. 어떻든 1인당 국민소득이 아일랜드처럼 17년(1988∼2005년) 만에 1만 달러에서 4만 달러로, 19년(1988∼2007) 만에 1만 달러에서 5만 달러로 오른 나라는 어디에도 없다.
한국에 주는 교훈
아일랜드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어떤 것일까? 우리나라에도 노사정위원회가 있다. 한국경제가 1997년 12월 3일 IMF 관리체제에 들어가자마자 김대중 정부는 구제금융을 제공한 IMF의 요청에 따라 노동개혁을 추진했다. 김대중 대통령은 당시 ‘노사개혁위원회’가 있었지만 노사정위원회를 새로 발족시켰다. 김대중 정부의 노사정위원회는 1998년 2월 60개 항의 ‘국민적 합의’ 사항을 만들어냈고, 이 과정에서 정리해고법과 근로자파견법을 도입하는 등 기여한 바도 있다.
그러나 그 후 노사정위원회는 노무현 정부를 거쳐 이명박 정부에 이르기까지 기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다. 그동안 노사정위원회는 노정(勞政)위원회 또는 사정(使政)위원회로 전락하여 정치 싸움만 일삼아 왔다. 우리의 노사정위원회는 아일랜드의 사회연대협약을 본받아 생산적 노사정위원회로 발전되어야 한다.
지금 노사정위원회는 ‘국민대통합’ 차원에서 할 일이 있다. 그것은 경제 전반에 걸쳐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는 일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2013년에 ‘근로자 정년 60세 의무화’ 정책을 도입했지만 이 정책에는 반드시 수반되어야 할 임금 정책이 빠져 있다. 그런데 삼성이 최근 임금피크제를 이미 시행하고 있는 LG, GS, 포스코에 이어 대기업으로서는 네 번째로 임금피크제 도입을 발표했다. 다른 대기업들은 노조의 눈치를 살피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실정에서 노사정위원회가 나서서 경제 전반에 걸쳐 임금피크제 도입을 선언해줄 필요가 있다. 이것이 바로 ‘국민대통합’이다.1)
1) 2014년 3월 1일 자 《동아일보》사설도 이 같은 내용을 제안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