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시장 유연화하는 데 17년 걸린 뉴질랜드

노동시장 유연성③- 노조파워 약화로 단체행동에 의한 파업이 크게 감소
  • 박동운 단국대 경제학과 명예 교수
  • 업데이트 2014-02-16  1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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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는 약 1000년 전 북쪽에 위치한 폴리네시아의 하와이키에서 마오리족이 이주하여 세운 마오리족의 나라였다. 유럽인 아벨 타즈만이 뉴질랜드를 처음 발견했는데, 그는 전설속의 거대한 남쪽대륙을 찾아 1642년 이곳에 왔다고 한다.
 
그 후 1769년 제임스 쿡 선장이 이곳을 영국의 땅으로 선포했다. 이를 계기로 유럽인들이 뉴질랜드로 이주해 뉴질랜드는 한 때 무법천지가 되기도 했다. 그러자 영국이 1840년 윌리엄 홉슨 선장을 부총독으로 보내 마오리 족장들과 ‘와이탕기 조약’을 체결케 하여 뉴질랜드를 하나의 독립 국가로 세웠다. 뉴질랜드는 영연방의 일원이다.
 
뉴질랜드는 사실상 영국인들이 ‘신이 내린 천국’을 건설할 목적으로 1800년대 중반부터 뉴질랜드에 정착하기 시작하여 세워진 나라다. 영국인들은 출발부터 뉴질랜드를 ‘노동자 천국’으로 건설해 갔다. 뉴질랜드는 1894년 세계 역사상 처음으로 최저임금제도를 도입했고, 같은 해 ‘노동자 천국’의 기반을 마련해 준 ‘산업평화와 중재에 관한 법’(Industrial Conciliation and Arbitration Act of 1894)을 도입했다.

‘산업평화와 중재에 관한 법’은 항만노조의 격렬한 파업을 막고 산업평화와 중재를 목적으로 도입되었다. 이 법은 노조에게 파업을 불허하는 대신 그 대가로 분쟁 해결을 위한 분쟁조정기구로서 노동법정을 설치하게 했다. 이 법은 노동문제를 보통법에서 분리하여 특별법으로 다뤘다. 이 법을 기반으로 뉴질랜드는 중앙집권적 노사관계를 도입했다.
 
그런데 이 법이 뒷받침되어 강성노조는 오히려 법을 무시하고 파업을 강행하다가 1916년 노동당을 창설했고, 1935년 집권에 성공했다. 노동당은 모든 노동자를 의무적으로 노조에 가입케 했고, 각종 사회입법과 사회보장제도를 도입했다. 이로 인해 노조 권한이 막강해졌다. 모든 노동자는 고용계약 체결 후 14일 이내에 노조에 가입해야 했고, 정부에 설립신고를 마친 노조는 해당 직종의 모든 노동자에 대해 독점권을 갖게 되었다. 뉴질랜드는 ‘산업평화와 중재에 관한 법’ 도입으로 100여 년 동안 중앙집권적 노사관계를 유지했다. 그러다가 뉴질랜드는 경제 활력을 잃고 말았다.
 
‘고용계약법’ 도입으로 노동개혁에 성공하다

영국경제에 의존해오던 뉴질랜드는 1950년대만 해도 1인당 국민소득 세계 5위의 선진복지국가였다. 1960년대에 들어와 영국경제가 몰락하자 영국경제 의존도가 높던 뉴질랜드경제도 기울기 시작했고, 1970년대에 들어와 두 차례의 유가파동을 겪고 나서는 그만 활력을 잃고 말았다. ‘산업평화와 중재에 관한 법’을 기반으로 중앙집권적 노사관계가 100여 년간 유지된 결과 뉴질랜드는 1980년대 중반 노동시장이 세계에서 가장 경직된 나라가 되고 말았다.
 
이런 여건에서 노동당 롱이 수상은 1984년 정권을 잡자마자 영국의 마거릿 대처처럼 구조개혁을 추진하기 시작했다.1) 롱이 수상에 이어 팔머 수상, 무어 수상, 볼저 수상도 1996까지 지속적으로 구조개혁을 추진했다.

구조개혁은 어렵지 않게 추진되었지만 노동개혁은 노조의 막강한 힘에 밀려 성역(聖域)으로 남아 있었다. 노동개혁은 1, 2차 개혁은 실패로 돌아갔고, 1990년 국민당이 재집권한 후에야 비로소 추진되었다. 국민당은 1991년 5월 15일 가까스로 ‘고용계약법’(Employment Contract Act of 1991) 도입에 성공했다. 이 결과 100여 년 동안 유지되어왔던 중앙집권적 노사관계가 분권적 노사관계로 ‘혁명적으로’ 바뀌었다. 드디어 노동개혁이 성공한 것이다. 노동개혁 성공으로 노동시장이 크게 변했다. 대표적인 변화 내용을 요약한다.

∙고용계약은 고용주와 노동자가 자유롭게 체결하게 되었다.
∙고용계약에서는 법적 규제가 거의 없어졌다.
∙노조가 가졌던 의무가입규정과 독점적 교섭권이 폐지되었다.
∙노조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고는 산업별・직종별 파업을 할 수 없게 되었다.
∙분쟁조정은 원칙적으로 자율적으로 해결하게 되었다.
∙단체협약의 포괄적 적용이 폐지되었다.
∙기업별 임금교섭이 가능해져 교섭에 수반되는 거래비용이 감소했다.
∙노동이 더 이상 특별 상품으로 간주되지 않게 되었다.
∙노조파워 약화로 단체행동에 의한 파업이 크게 감소했다.
∙임금상승률이 낮아졌고 근로형태가 다양하게 되었다.

노동개혁 성공으로 노동시장이 유연해지다

뉴질랜드는 ‘고용계약법’ 도입만으로 노동시장이 유연하게 된 나라다. 구조개혁 차원에서 노동개혁을 추진한 결과 뉴질랜드는 지금 노동시장이 유연하기로 세계 3위 안에 든다. 노동시장 유연성을 나타내는 두 가지 지표가 이를 말해준다.  

첫째, OECD가 발표하는 ‘고용보호’(employment protection)를 보자. 뉴질랜드는 OECD 국가 가운데 고용보호가 약하기로 1998년 3위, 2003년 4위다. 고용보호가 약하다는 것은 해고가 쉽다는 것을 뜻한다. 뉴질랜드는 고용보호에서 미국, 영국 다음으로 노동시장이 유연한 나라다. 뉴질랜드의 고용보호가 이렇게 약한 이유는 집단해고가 가장 쉽게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OECD의 한 보고서에서 따르면, 1980년대 중반까지 뉴질랜드 노동시장은 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경직되었을 정도로 온통 규제로 범벅되어 있었다. 이로 보아, 뉴질랜드의 약한 고용보호는 노동개혁의 성과가 얼마나 컸는가를 알 수 있다.

둘째, 프레이저 인스티튜트가 발표하는 ‘노동시장 규제 관련 경제자유’(economic freedom related to labor market regulation)를 보자. 이는 ‘최저임금, 채용·해고 규제, 중앙집권적 단체협상, 채용비용, 해고비용, 징집(徵集) 유무(有無)’ 6개 항목을 바탕으로 평가된다. 이들 6개 항목을 바탕으로 ‘노동시장 규제 관련 경제자유’로 평가할 때 홍콩, 피지, 우간다 같은 국가 체제를 제대로 갖추지 못한 7개국을 제외하면, 뉴질랜드는 노동시장이 유연하기로 2011년 152개국 가운데 미국에 이어 2위다.2)

노동개혁 성공의 결과 1990년 이전 노조천국이었던 뉴질랜드는 크게 달라졌다. 노조조직률 감소 추세가 이를 말해준다. 뉴질랜드는 노조조직률이 노동개혁 이전인 1988년 44.7%였는데 1995년 21.7%로, 7년 만에 무려 23.0%포인트나 감소한 것이다. 노조조직률이 7년 동안 23.%포인트나 감소한 예는 세계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다.

노동시장 유연성이 성장의 엔진 역할을 하다

노동개혁으로 노동시장이 유연해진 뉴질랜드경제는 어떠했는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의 실업률과 성장률을 보자. 1992∼2007년간 뉴질랜드는 연평균 성장률이 2.8%로, G7 국가 가운데 미국 다음으로 높았다. 뉴질랜드는 실업률이 1992년 10.3%였는데 최근에 이를수록 지속적으로 감소하여 2006년 3.5%, 2007년 3.6%까지 떨어졌다. 2006년 뉴질랜드 실업률 3.5%는 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낮았다. 이는 노동시장 유연성이 뉴질랜드에서도 성장의 엔진 역할을 톡톡히 했다는 증거다.

유연한 뉴질랜드 노동시장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

유연한 뉴질랜드 노동시장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무엇일까? 뉴질랜드는 구조개혁 차원에서 노동개혁을 추진하여 노동시장이 유연하게 된 나라다. 미국은 애초부터 시장경제로 출발했기 때문에 경쟁원리가 바탕이 되어 노동시장이 유연한 나라다. 뉴질랜드는 마거릿 대처가 구조개혁 차원에서 추진한 노동개혁이 거울이 되었을 것이다. 한국은 경제자유로 평가할 때 노동시장이 경직되기로 2011년 152개국 가운데 20위다. 우리도 경직된 노동시장을 유연하게 하려면 노동개혁을 추진해야 한다.
 
각주
 
1)각주 1은 제목: 박동운(2009), 『노동시장은 왜 유연해야 하는가?―노동시장 유연성의 국제비교가 주는 교훈』, 한국경제연구원.
2) 이계식·배준호·전성인(1998), 『350만의 드라마』, 중앙M&B. 
3) 정상적인 국가로 보기 어려운 홍콩(1위), 피지(3위), 브루나이(4위), 우간다(5위), 바레인(6위), 바하마스(7위), 파푸아뉴기니(8위) 7개국을 제외하면 노동시장이 유연하기로 뉴질랜드는 2011년 152개국 가운데 미국에 이어 2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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