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心)의 교류'로 현해탄을 넘는다

일본인 <나들이>회 4반세기②
  • 장상인 JSI 파트너스 대표
  • 업데이트 2014-02-11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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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들이 회의 참석자들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우연히 필자를 놀라게 한 일이 있었다. 임진왜란 때 3살의 나이로 일본에 끌려간 성녀 '오다 줄리아'의 뮤지컬 전단지를 돌리고 있는 '이다 히사에(井田 尙江·32)' 씨와  마주한 것이다.
 
'아! 오다 줄리아-'
 
필자가 수 년 전 '오다 줄리아'가 귀양 갔던 절해고도 고우즈시마(神津島)까지 취재를 간적이 있었기에 더욱 놀랐다. 오히려 필자가 신이 나서 그녀에게 '오다 줄리아'에 대해서 설명했다. 옆에 있던 '오츠보(大坪)' 씨가 "오늘 임자 만났군요"하면서 빙긋이 웃었다. 필자는 휴대폰을 꺼내서 필자의 글(월간조선 2008년 7월호)을 그녀에게 보여 줬다.
 
'영원히 시들지 않는 조선의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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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해고도 고우즈 시마에 있는 오다 줄리아의 묘(墓)

<임진왜란(1592~1598년) 당시 5만여 명의 조선 포로가 일본에 끌려갔다. 포로 중에 조선 왕족(?) 출신의 세 살배기 여자 아이가 있었다. 왜장 '고니시 유키나가(小西行長)'는 이 아이를 일본으로 데려갔다. 독실한 천주교인 '고니시(小西')는 아이를 양녀로 삼아 '줄리아'라는 세례명을 붙여 주었다. 1600년 양아버지 '고니시(小西)'가 '도쿠가와 이에야스(德川家康)'에 의해 죽임을 당하자, '줄리아'는 그의 시녀로 전락했다.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천주교 박해령으로 '줄리아'는 1612년 4월, 그녀의 나이 21세에 오오시마(大島), 니이지마(新島)를 거쳐 절해고도인 고우즈시마(神津島)로 유배됐다.>

<오늘 우리가 오다 줄리아 님의 ‘겐쇼우비(顯彰碑)’ 앞에 모인 이유는 하늘의 뜻입니다. 400여 년 전 조선에서 태어나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의 조선 정벌에 따른 피해자로서, 이 섬에서 복음을 전하다 생을 마감한 오다 줄리아 님의 넋을 기리기 위해 이 자리에 모였습니다. 여러분! 다 같이 기도합시다.>(도쿄 교구의 浦野雄二 신부) 

'오다 줄리아'의 뮤지컬 홍보차 특별 회원으로 나들이 회(會)에 참가한 '이다 히사에(井田 尙江)' 씨도 필자의 설명을 듣더니 신이 나서 '오다 줄리아' PR에 열을 올렸다. 그녀는 '일본의 3대 뮤지컬 극단(와라비座)에서 마음먹고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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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오다 줄리아'의 홍보 담당 '이다 히사에' 씨.
"오는 9월 아키다(秋田), 10월 구마모토(熊本)와 쓰시마(對馬島), 2015년 후쿠오카 공연이 계획돼 있습니다. 초청장을 보내겠습니다. 꼭 관람해 주시기 바랍니다."
 
"네- 꼭 참석하겠습니다."
 
참으로 여운(餘韻)이 길게 남은 대화였다. 역사란 때때로 기구하기도 하지만, 역사의 밑바닥에는 항상 진실이 흐르고 있으리라. '오다 줄리아-'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역사의 진실이다.
 
'나들이 회'의 발전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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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를 마치고- 나들이회 간부들의 전략 모임

'나들이 회'의 공식 행사를 마치고 회장단과 간사 등 간부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20여 명 정도의 모임이었으나 절차가 있었다. '사카구치 다카요시(坂口隆義)' 회장의 건배사는 한국어였다.
 
"여러분! 오늘 수고 많으셨습니다. 다 같이 건배합시다. '나들이 회'의 발전을 위하여!"
 
이들은 이날 행사의 잘된 점을 칭찬하고 잘못된 점에 대해서는 반성을 했다. 이들은 매월 1회씩 정기 모임을 통해 전체 나들이 회의 방향을 결정한다. 2014년의 나들이 회는 한국과 더욱 가까운 민간인 중심의 친선 교류회로 발전할 것이다.
 
필자는 나들이 회의 신년모임과 별도로 '사카구치 다카요시(坂口隆義, 71)' 회장과 인터뷰 시간을 가졌다. 다음은 '사카구치(坂口)' 회장과의 일문일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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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중 활짝 웃는 사카구치 회장

∎ 한일친선 하카다회(韓日親善博多會)는 언제 몇 명으로 시작된 어떤 성격의 모임입니까?
 
"한국의 88올림픽 이듬해인 1989년 2월 20일 '니시테츠(西鐵) 그랜드 호텔'에서 창립됐습니다. 앞에서 잠깐 언급한대로 후쿠오카 지역 언론인들의 중심이 돼 결성된 모임입니다. 그 당시만 해도 한국에 대한 취재 정보와 관광 정보가 그리 많지 않았던 시기였습니다. 이에 뜻이 맞은 15명이 한국관광공사 후쿠오카 지사에 본거지를 두고 <일한친선 하카다회>를 스타트했습니다. 그 때부터 일명 <나들이 회>라는 별명을 붙였습니다."
 
∎ 그럼 그 때부터 '나들이'라는 의미를 알고 계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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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들이 회' 회장의 명함
"물론입니다. 하지만 일본인들이 대체로 한국어의 받침에 대한 발음이 약하기 때문에 '나도리'- 나도리-' 합니다. 그런데 1993년 9월 10일 한국의 유명한 이어령(80) 박사가 오셔서 '나도리'가 아니고 '나들이'로 발음하고 표기도 '나들이'로 해야 한다고 말씀하신 후부터 간행물이나 명함에 '나들이'로 표기하기 시작했습니다."
 
 
∎지금 회원이 100여 명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회원 수와 회원들의 직업에 대해서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정회원은 정확히 65명입니다. 오늘 참석인원은 100여명이 됩니다만, 초청 회원들이 참석했기 때문입니다. '회원 수가 줄어든 것은 기타규슈(北九州) 지회'가 탈퇴해서 입니다. 기타규슈 나들이 회는 2년 전 중국·베트남 등 '아시아 회'로 범위를 넓히기 위해서 저희와 방향을 달리했습니다. '미야자키(宮崎) 지회'는 수 십 명이 아직 멤버로써 활동하고 있습니다. 회원들의 직업은 언론인뿐만 아니라 대학 교수, 의사, 공무원, 기업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해 졌습니다. 정회원 두 명이상이 추천을 하면 심사를 거쳐서 회원으로 임명됩니다."
 
'겨울이 오면 곧 봄이 온다'
 
∎'사카구치 다카요시(坂口隆義)' 회장님은 이 모임의 회장직이 두 번째라고 들었습니다. 몇 년 동안 회장직을 맡고 계시나요? 그동안의 업적과 보람이 있으시다면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2대 회장을 맡아서 4년간 했습니다. 그리고 2008년부터 4대 회장직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장기집권(?)하고 있습니다. (웃음). 업적이라면 1993년 대전 엑스포(EXPO)를 시작으로 한국의 큰 행사가 있을 때마다 회원들과 함께 방문 했습니다. 2002년에는 한국관광공사의 후쿠오카 지사 창립 35주년을 맞아 관광공사의 서울 본사를 찾기도 했습니다. 최근에는 2012년 여수 해양 박람회, 2013년에는 순천 정원 박람회를 다녀왔고요. 보람 있는 일이라면 여수·순천·창원 등 지방 도시의 시장님이나 군수님들이 후쿠오카를 찾아주셔서 서로 대화하고 즐거워하시며 교류를 하게 된 것입니다. 또한, 저희 회원들이 전라북도의 순창을 다녀온 후로 복분자 술과 고추장을 좋아하게 된 것도 큰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 민간 모임에서 회장직을 서로 기피합니다만, 용케도 잘하고 계시는군요. 한일 관계가 여전히 경색되고 있습니다. 나들이 회의 회장으로써 이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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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들이 회 고문 오츠보(왼쪽) 씨와 규슈대 교수이자 조각가인 이시카와 씨-
"언제나 있었던 일이 아닙니까? 약 20-30% 정도? 그 외의 일본인들은 정치적 문제에 대해 크게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고 있습니다. 우리 같은 민간인들은 생각이 다르다는 것이지요. 특히 나들이 회는 이익집단이 아닙니다. 순수한 마음의 교류입니다. 이러한 민간인 교류가 확대되다 보면 현해탄의 파고(波高)를 넘어 보다 가까운 친구가 될 것입니다."
 
∎ 마지막으로 한국의 독자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국가의 입장이 나름 다르겠지만, 민간인들의 교류는 '마음(心)의 교류'입니다. 일본이 한국을 이해하고 한국이 일본을 이해하지 않으면 영원히 두 나라는 철도의 선로처럼 평행선을 긋습니다. '겨울이 오면 곧 봄이 온다'는 일본 속담이 있습니다. 겨울이 오지 않고 봄이 올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일한, 한일 관계도 그렇습니다. 지금이 겨울이니 곧 봄이 오지 않을까요?"
 
'사카구치 다카요시(坂口隆義)' 회장의 멘트다. 참으로 의미 있는 말이다. 지금의 한일 관계가 아직은 겨울이지만 그는 언젠가는 봄이 온다고 했다.
 
이미 계절은 봄(立春)의 문턱에 들어섰다. 그러나 한·일간의 관계는 거꾸로 겨울로 되돌아가는 듯싶다.
 
과연 한일 간의 봄이 오긴 올까? 그 봄을 기다려보지만 온통 폭설(暴雪) 소식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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