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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년 11월 6일 광주광역시 광산구청 앞 광장에서 전국농민회총연맹 광주시 농민회 회원들이 나락 야적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들은 쌀 목표 가격 23만원 보장, 기초농산물 국가수매제 실시를 요구했다./조선DB |
2015년부터 개방되는 쌀시장을 놓고, 조선일보는 2013년 12월 21일자 사설에서 ‘더 미루기 힘든 쌀 개방, 정부 대책 뭔가’라고 물었다. 20년간 미뤄온 쌀 시장 개방이 코앞에 다가왔고, 세수(稅收) 부족으로 정부 재정에 적신호가 켜졌는데도 정치권이 쌀 농가에 대한 정부 보조금 지원 기준인 쌀의 목표가격을 올렸다는 점을 감안할 때 조선일보가 사설에서 던진 질문은 시의적절하다고 생각된다.
쌀 목표가격이 80㎏ 한 가마당 17만83원이었는데, 그 인상을 놓고 여야가 팽팽히 맞서다가 2014년 1월 1일 예산안 통과 때 18만8000원으로 인상했다. 이 액수는 앞으로 5년간 유지된다. 그런데 보조금이 지급되면 쌀 농가는 쌀 생산을 줄이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이 결과 쌀 공급은 계속 쌓여가 쌀값 하락으로 쌀 농가가 피해를 입게 될 것이다. 쌀 시장 개방을 앞두고 쌀 보조금 인상은 대안이 될 수 없다.
쌀시장 개방 코앞에 다가와
우리나라는 우루과이라운드 협상에서 1995년부터 10년간 쌀 시장 개방을 미룬 데 이어 2005년에 다시 10년을 더 연장했다. 이에 따라 2015년부터는 국내 쌀 시장을 개방해야 한다. 우리는 쌀 시장 개방을 20년 동안 미뤄온 대신 그 대가(代價)를 톡톡히 지불해왔다. 쌀 시장 개방을 늦추면서 매년 5%의 낮은 관세율로 의무적으로 수입한 쌀이 1995년 5만1000t에서 2013년 38만8000t으로 늘어났고, 2015년에는 40만9000t을 수입해야 한다. 국민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이 1995년 106.5㎏에서 2013년 68.5㎏으로 40㎏ 가까이 줄어든 데다 쌀 생산마저 남아도는 상황에서 쌀 시장 개방을 더 늦추려면 의무 수입 물량도 더 늘려야 한다.
쌀 시장 개방을 늦추면 늦출수록 의무 수입 물량이 늘어나 재정(財政) 부담이 매년 수백억 원씩 증가한다. 여기에다 수입쌀로 인해 공급이 넘쳐나 쌀 가격이 떨어지면 농민들도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 지금이야말로 정부, 정치권, 농민이 머리를 맞대고 쌀 농가의 미래를 위한 현실적인 대안을 찾아야 할 때다.
쌀 농가 위한 대안은 쌀생산조정제도 확대 실시뿐!
앞에서 조선일보 사설이 던진 질문에 필자가 대답한다―‘쌀시장 개방, 쌀생산조정제도 확대 실시가 유일한 대안이다.’1)
쌀생산조정제도는 김대중 정부가 도입했다가 노무현 정부가 유보, 폐지
김대중 정부 이전까지 역대 정부는 농민보호를 위해 쌀값지지정책을 실시했다. 쌀값지지정책이란 정부가 쌀값 하락을 막기 위해 시중가격보다 다소 높은 가격으로 추수기에 쌀을 사들여 비축했다가 필요한 때에 시장에 내다파는 제도다. 이 제도에서는 쌀값이 보장되므로 농민들의 소득도 보장된다. 따라서 농민들은 쌀 생산을 줄일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 이 같은 쌀값지지정책은 농민들을 보호하는 대신 몇 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었다.
첫째, 쌀값이 일정 수준에서 보장되므로 농민들은 구태여 쌀 생산을 줄일 필요를 느끼지 않았다. 둘째, 쌀값지지정책 실시에는 정부의 재정지출 증가가 뒤따랐다. 셋째, 식단 다양화로 쌀에 대한 수요는 감소하는데 쌀값지지정책으로 쌀 공급은 해마다 증가했다. 넷째, 도시인들은 비싼 쌀을 사먹었다.
쌀값지지정책으로 1996년 이후 쌀 재고량은 크게 늘어나 2001년 133만5000톤, 2002년 144만7000톤을 기록했다. 이로 인해 쌀값이 하락하여 쌀 농가가 큰 타격을 받은 적도 있다. 이는 쌀값지지정책의 한계를 보여주는 근거로, 김대중 정부는 정책 전환을 시도했다. 그래서 김대중 정부는 2003년부터 쌀생산조정제도를 시행했다. 쌀생산조정제도란 벼농사 논을 놀리거나(休耕) 벼 대신 다른 농작물을 재배하는(轉作) 경우 정부가 매년 1㏊당 300만 원씩 보조금을 지급한 제도다. 이는 쌀 과잉생산을 줄여 쌀값을 안정시키려는 제도로, 한국 같은 시장경제에 적합한 공급관리정책이다.
그런데 이 제도는 2003∼2005년 3년간 실시 결과 당초 예상했던 생산 감축효과를 달성하지 못한 것으로 평가되었다. 그러자 이 제도는 노무현 정부에서 2007년 실시가 유보되었고, 2008년 폐지되었다. 여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그동안 쌀 재배면적이 다소 감소해온 데다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대북 쌀 지원으로 쌀 재고량이 감소하여 쌀 수급이 어느 정도 안정되었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가 쌀생산조정제도 다시 도입
그 후 이명박 정부에서 대북 쌀 지원이 중단된 데다 연이은 풍작으로 쌀이 다시 남아돌았다. 농업관련 한 보고서는 2018년까지 연간 약 40만 톤씩 쌀이 남아돌 것으로 추정했다. 여기에다 쌀 수입량은 해마다 증가하고, 여러 나라와 FTA가 체결될 경우 쌀시장 개방은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되었다. 그래서 이명박 정부는 2010년 4월 5일 쌀생산조정제도를 다시 도입했다.
서둘러 쌀 시장 개방에 대처해야 한다
쌀생산조정제도는 쌀 생산을 줄여 쌀값을 안정시키려는 공급관리정책이다. 농민들에게 필요한 것은 쌀값 안정이다. 따라서 정부는 쌀값을 안정시키기만 하면 되는데, 쌀생산조정제도가 그 대안이다. 쌀생산조정제도 시행에 필요한 재정지출은 많지 않다. ‘농민 좋고, 정부 좋고’ 하는 정책―김대중 정부가 처음으로 도입했고, 노무현 정부가 폐지한 것을 이명박 정부가 재도입한 쌀생산조정제도 확대 실시가 유일한 대안이다.
쌀 시장 개방이 코앞에 다가왔다. 정부는 벼농사 철이 오기 전인 2014년 초에 구체적인 정책 내용을 마련하여 2015년 1월 1일부터 시행되는 쌀시장 개방에 대처해야 한다. 시간이 없다. 조선일보가 2013년 12월 21일자 사설에서 ‘더 미루기 힘든 쌀 개방, 정부 대책 뭔가’라고 물은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정부는 서둘러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
각주
1)이 글은 조선팝에 실린 필자의 글 “‘쌀생산조정제도’ 실시해야”(2013.11.2.)를 상당 부분 인용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