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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년 12월 11일 서울역광장에서 열린 민주노총 경고 연대파업 결의대회의 참가자들이 철도노조 파업을 지지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
박근혜 정부의 KTX 경쟁체제 도입을 놓고 정부와 철도노조 간에 힘겨루기가 계속되고 있다. 철도노조파업은 연일 최장 신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이를 지켜보면서, 박근혜 대통령은 ‘법과 원칙’을 적용하여 노조파워를 무력화시킨 마거릿 대처가 될 수 있을까 관심이 간다. 노조파워를 무력화시킨 대처 이야기를 소개한다.
1970년대의 영국은 노조천국
1970년대의 영국은 그야말로 ‘노조천국’이었다. 노조는 정책 내용에 따라 노동당 보수당 할 것 없이 멋대로 정권을 갈아치웠다. ‘불만의 겨울’(winter of discontent)은 노동당 캘러헌 정권하에서 1978년 말부터 1979년 초에 걸쳐 자동차·운수·병원·청소 4개 노조가 연합해 일으킨 노조파업이다. 파업 기간 동안 노조는 사람이 죽어도 치우지 않았고, 쓰레기가 쌓여도 치우지 않았다. 이는 1970년대의 영국이 노조천국이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다. ‘불만의 겨울’은 국민들에게 참기 어려운 고통과 정부불신을 안겨주었다.
‘불만의 겨울’이 지나고 봄이 돌아오자 보수당 당수 마거릿 대처는 5월 총선거에서 ‘노조파워 무력화’와 ‘사회주의 추방’을 선거공약으로 내세워 승리했다.
‘법과 원칙’을 적용한 노동개혁
1979년 5월 4일 수상에 취임한 대처는 취임 1달 후인 6월 관례에 따라 정부 대표들과 노동조합본부 대표들을 수상관저에서 만났다. 회담 후 분위기가 나쁘지 않았는데도 역대 정권 때와는 달리 공동성명서 하나 발표되지 않았다. 더군다나 역대 정권에서 매월 열리던 수상과 함께하는 노조 대표와의 7월 모임은 언급조차 없었다. 한 술 더 떠, 대처는 7월 9일에 출간된 워킹페이퍼에서 노조파워 무력화 계획까지 밝혔다. 이는 집권 두 달 만에 구체화된 대처의 노조파워 무력화 계획이었다.
그 후 대처는 집권 11년 반 동안 다섯 차례에 걸쳐 고용법과 노동관계법 제정 및 개정을 통해 노조파워를 무력화시켰다. 이 과정에서 대처는 철저하게 ‘법과 원칙’을 적용했다. 대처는 집권 다음해 고용법을 제정한 후 이를 개정해 가면서 클로즈드숍(closed shop) 제도의 지나친 보호조항을 점점 약화시켜 갔고, 1988년에는 드디어 클로즈드숍 제도의 법적 보호규정을 완전히 삭제하는 데 성공했다. 클로즈드숍 제도란 노조에 가입해야만 회사원이 될 수 있는 제도로, 노조는 노조 결속에 기여하는 이 제도를 고수해 왔었다.1) 클로즈드숍 제도를 중심으로 노조파워 약화 과정을 보여주는 대처의 노동개혁을 요약한다.
1980년 고용법 제정
•클로즈드숍 제도의 지나친 보호조항 개정: 클로즈드숍을 채택할 때 비밀투표 의무화
•동정파업 불법화
•동정파업을 주도한 노조간부에 대한 면책조항 삭제
1982년 고용법 개정
•클로즈드숍 제도를 더욱 약화: 5년마다 비밀투표를 통해 클로즈드숍 유지여부 결정케 함
•노사분규 대상을 명문화하고, 정치적 파업 등과 관련해 노조간부의 면책특권 제한
1984년 고용법 개정
•노동조합의 면책특권 약화
•고용주의 명령권 강화
1984년 노동조합법 개정
•노조파업 때 파업여부에 관한 사전투표 의무화
•노조간부는 5년마다 조합원의 비밀투표를 통해 선출되도록 의무화
1988년 고용법 개정
•노조의 면책특권 완전 박탈: 클로즈드숍에 대한 법적 보호규정 삭제
•투표절차 엄격 규제
•노조에 반대할 수 있는 개별근로자의 권리 확대
이처럼 대처는 클로즈드샵 채택 때 조합원의 비밀투표를 의무화 했고, 그 유지는 5년마다 비밀투표를 통해 결정하게 했고, 노동조합의 면책특권을 약화시킨 후 클로즈드숍에 대한 법적 보호규정을 삭제해 버렸다. 대처의 이 같은 노조파워 무력화정책은 우리에게 교훈을 준다. 그것은 앞의 요약이 보여주는 대로, 대처는 당시 노조천국 영국에서 노조파워를 철저하게 ‘법과 원칙’으로 다스렸다는 점이다.
석탄노조와 363일 동안 싸워 이기다
대처가 구조개혁 과정에서 석탄노조와 싸워 노조파워를 어떻게 무력화시켰는가는 역사적 사건으로 기록되어 있다. ‘제왕’(帝王) 같은 노조위원장 스카길을 항복시킨 싸움을 보자.2)
1983년 6월 선거에서 승리한 대처는 1기에 마무리 짓지 못한 정책과제들에 손대기 시작했다. 그 중 하나는 효율성이 낮은 탄광 구조개혁이었다. 1984년 3월 6일 석탄공사 맥그리거 총재가 대처의 구조개혁의 일환으로 효율성이 낮은 탄광 20개소를 1985년에 폐쇄·통합하고 직원 2만 명을 감원한다는 계획을 노조 측에 제시했다. 석탄노조는 곧바로 파업에 들어갔다. 대처는 석탄노조 파업이 장기화하리라고 예상해 석탄을 몰래 수입해 놓는 등 대비책을 철저하게 마련했다. 이 파업은 대처의 정치철학에 대한 전면적인 도전이라는 것을 대처와 노조위원장 스카길 둘 다 잘 알고 있었기에 양쪽 다 한 치도 양보할 수 없었다.
스카길은 두 차례나 파업권 확립을 요구하는 노조원들의 투표를 실시했으나 실패했다. 그러자 그는 각 지부가 일제히 파업에 돌입하는 전국적 파업 전술을 채택했다. 그러나 생산성이 높은 주(州)의 탄광 노조원들이 반대하는 바람에 성공하지 못했다. 이 결과 석탄노조가 1984년 3월 6일에 시작해 363일 동안 끌어오던 파업은 드디어 끝이 났다. 스카길 위원장이 1985년 3월 3일 “여러분, 투쟁은 물론 계속합니다. 그러나 파업은 끝입니다”라고 선언한 것이다. 스카길은 1974년 전국탄광파업을 통해 당시 보수당 히스 정권을 무너뜨린 ‘제왕’ 같은 노조위원장이었다. 그러한 그가 ‘철의 여인’ 대처 총리 앞에서는 무릎을 꿇고 만 것이다.
대처의 노동개혁으로 영국은 노동시장이 유연한 나라로 바뀌어
대처의 과감한 노동개혁은 영국을 노동시장이 미국만큼 유연한 나라로 만들었다. 1985년 영국의 노조조직률은 50.5%였는데 2000년에는 15년 전보다 무려 21% 포인트 감소한 29.5%로 낮아졌고, 현재는 약 24%다. 또 OECD가 발표한 ‘고용보호’ 수준을 보면, 영국은 1998년과 2003년 고용보호가 심하지 않기로 OECD 국가 가운데 미국 다음이다. 또 2011년 프레이저 인스티튜트의 경제자유 평가에 따르면, 영국은 노동시장이 유연하기로 세계 152개국 가운데 17위다(한국은 133위). 한 마디로, 대처의 ‘법과 원칙을 적용한’ 노동개혁으로 영국은 노동시장이 유연한 나라로 바뀐 것이다.
각주
1) 클로즈드샵 외에 유니언샵(union shop)과 오픈샵(open shop)이 있다. 유니언샵은 노조에 가입하지 않아도 회사원이 될 수 있는데 회사원이 되면 노조에 가입해야 하는 제도, 오픈샵은 노조에 가입하지 않아도 회사원이 될 수 있는데 회사원이 된 후 노조에 가입하지 않아도 되는 제도다. 한국은 오픈샵 제도이지만 현실적으로는 유니언샵 제도라고 보면 된다.
2) 이 이야기는 앞선 칼럼 <‘빚더미 공공기관’ 개혁, 칼날이 너무 무디다>에서 언급한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