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랜드의 고도성장 비결

성장 동력은 외자(外資) 유치에 있다➂
  • 박동운 단국대 경제학과 명예 교수
  • 업데이트 2013-11-26  10:58
URL이 성공적으로 복사되었습니다.
한국경제가 성장 동력을 잃어 저성장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필자는 성장 동력은 외자 유치에 있다는 관점에서, 4회에 걸쳐 해외직접투자를 중심으로 중국(1), 싱가포르(2), 아일랜드(3), 한국(4)의 경제발전을 이야기한다.
본문이미지
<아일랜드 수도 더블린>

 
아일랜드는 1922년 독립할 때까지 750여 년 동안 영국의 지배를 받았다. 1845∼51년간에는 감자 대기근으로 100만여 명이 굶어 죽었고, 200만여 명이 일자리를 찾아 고국을 떠났다. 아일랜드는 한 때 ‘유럽의 병자’로 불렸을 만큼 가난한 나라였다. 1980년대만 해도 4만여 명이 일자리를 찾아 이민을 떠났을 정도로 아일랜드는 경제 사정이 좋지 않았다. 그러한 아일랜드가 해외직접투자에 힘입어 1995∼2000년간 연평균 9.4%에 이르는 고도성장을 이룩하자 ‘셀틱 타이거’(Celtic Tiger)라는 별명을 얻었다. 남한 면적의 약 70%, 남한 인구의 약 9%에 지나지 않는 아일랜드의 저력을 보자.
 
찰스 호이, 마거릿 대처처럼 구조개혁을 추진하다
 
아일랜드경제는 1, 2차 유가파동을 계기로 빠르게 악화되었다. 특히 2차 유가파동 이후에는 아일랜드경제가 대기근 때처럼 극심한 침체에 빠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아일랜드는 구조개혁 외에는 다른 선택이 없었다. 이웃나라 영국에서 마거릿 대처가 1979년 정권을 잡고 구조개혁을 과감하게 추진했다는 사실이 아일랜드에는 교훈이 되었을 것이다. 1987년에 취임한 찰스 호이(Charles Haugyey) 수상과 후임 수상들도 구조개혁을 추진했다. 네 가지 주요 내용을 언급한다.
 
첫째, 재정지출을 과감하게 축소하다.
호이 수상이 첫 번째로 추진한 구조개혁은 재정지출 축소를 통한 작은 정부 만들기였다. 아일랜드는 1973년 1차 유가파동으로 침체에 빠진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확장재정정책을 실시했으나 이는 경기 부양에는 도움을 주지 못한 채 조세부담과 정부부채만 증가시켰다. 아일랜드는 1979년 정부부채 증가로 IMF에 구제금융을 받았었다.
 
둘째, 조세율을 과감하게 인하하다.
아일랜드 정부는 재정지출을 축소하면서 재정적자로 인해 높아진 세율을 인하하여 경제주체들의 조세 부담을 낮췄다. 1985~2001년간 세율 인하 추이를 보자: 소득세 최고 세율 65%→42%, 법인세율 50%→16%, 자본이득세율 60%→20%, 자본취득세율 55%→20%, 관세율 9%→6.9%.
 
셋째, 경제안정을 위한 사회연대협약이 체결되다.
개혁은 정부 밖에서도 이루어졌다. 1980년대 중반 아일랜드는 극심한 노사분규로 임금이 지나치게 상승하여 기업 수익이 감소하고, 경기침체가 심화되고, 고용사정이 악화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1987년 10월 제1야당인 아일랜드민족당의 앨런 듁스 당수와 아일랜드 최대 노조인 전국노조연합이 제안하여 노·사·정간에 ‘국가재건을 위한 프로그램’이라는 사회연대협약(social partnership agreement)이 체결되었다. 이를 계기로 경제회복을 위한 발판이 마련되었다. 1987년 이후 사회연대협약은 3년마다 체결되었고, 2006년에는 7차 협약(2005~2015년간)이 마무리되었다.
 
넷째, 외자 유치 위해 법인세율을 세계에서 가장 낮은 12.5%로 인하하다.
아일랜드는 외국기업 유치로 경제성장을 이룩하기 위해 이미 1973년에 IDA(Industrial Development Agency; 산업개발처)와 자유무역지대를 설립했다. IDA는 외국기업의 신규 투자와 사업 확장을 지원하는 업무 담당 정부기관으로, 15여 개 해외사무소와 300여 명의 직원을 두고 있다. IDA는 대상기업 선정, 투자정보 제공, 공장입지 선정, 경영자문 및 지원, 사후 관리 등을 모두 한 곳에서 결정하는 ‘원스톱서비스’(one-stop service)를 제공한다.
 
무엇보다도 외자 유치 정책 가운데 법인세율 인하는 가장 중요하다. 아일랜드는 1987년 금융서비스센터에 입주한 국제금융기관에 대한 법인세율을 10%로 정해 외국 기업의 조세부담을 낮췄다. 그러자 EU가 자본이 아일랜드로 대거 유입될 것으로 우려하여 차별적 조세부과 금지를 내세워 법인세 인상을 요구하자 아일랜드는 2003년 1월부터 법인세율을 12.5%로 인상했다. 이는 현재 세계에서 가장 낮은 법인세율이다. 이처럼 낮은 법인세율이 해외직접투자 유치에 얼마나 크게 기여했을까!
 
구조개혁 후 해외직접투자가 밀물처럼 몰려오다
 
아일랜드도 중국과 싱가포르처럼 해외직접투자는 유출 아닌 유입이 중요하다. 아일랜드는 구조개혁 후 해외직접투자가 밀물처럼 유입되었다. 해외직접투자 연간 유입액과 저량(貯量; stock)을 보자.
 
<표 1> 아일랜드의 해외직접투자 유입액과 저량, 1970∼2012 (단위: 미 1억 달러)
1970
1980
1990
1995
2000
2005
2010
2012
연간 유입액
0.3
2.9
6.2
15.8
257.8
-316.9
428.0
293.2
저량
-
354.4
379.9
441.9
1,270.9
1,635.3
2,855.8
2,980.9
자료: UNCTAD.
 
아일랜드의 해외직접투자 연간 유입액은 1970년 0.3억 달러였는데 그 후 빠르게 증가하여 (<표>에는 나타나 있지 않은데) 연간 유입액이 10억 달러를 넘어선 연도는 1991년, 100억 달러를 넘어선 연도는 1999년, 200억 달러를 넘어선 연도는 2000년, 400억 달러를 넘어선 연도는 2010년이다. 2012년 293.2억 달러로 감소했다. 그런데 아일랜드는 경기불황으로 2004∼6년과 2008년 4년간 해외자본이 대거 유출했다.
 
아일랜드의 해외직접투자 유입액 저량은, 유입액의 지속적인 증가에 힘입어 1980년 200억 달러를 넘어선 후 1992년 400억 달러, 2000년 1,000억 달러, 2004년 2,000억 달러, 2012년 2980.9억 달러로 3,000억 달러에 근접했다.
 
해외직접투자 관련 아일랜드의 현주소를 보자. IMD(국제경영개발원)는 <2013년 국가경쟁력>(National Competitiveness Yearbook)에서 여러 항목을 바탕으로 60개국의 경쟁력을 평가했는데 그 가운데 한 항목이 해외직접투자다. 싱가포르 평가를 보자.
 
∙직접투자 유입: 2012년 329.3억 달러⑴로 11위(한국 48.4억 달러로 36위)
∙직접투자 유입저량: 2011년 2,435.8억 달러로 19위(한국 1,317.1억 달러로 30위)
∙직접투자 순유입⑵: 2012년 101.9억 달러로 12위(한국 -164.1억 달러로 53위)
∙직접투자 순유입저량⑶: 2011년 -807.4억 달러로 51위(한국 -276.3억 달러로 45위)
∙GDP 대비 유입액 비율: 2012년 15.67%로 4위(한국 0.43%로 51위)
∙GDP 대비 유입저량 비율: 2011년 110.16%로 6위(한국 11.82%로 56위)
아일랜드는 작은 나라인데도 해외직접투자 순유입저량을 제외하고 유입, 유입저량, 순유입 등에서 세계 60개국 가운데 대부분 상위권에 든다.
 
해외직접투자 유입이 성장 동력이 되다
 
아일랜드에 유입된 막대한 해외직접투자는 어떤 성과를 가져왔는가? 아일랜드는 구조개혁과 해외자본 유치 정책으로 경제가 크게 바뀌었다.
 
<표 2> 아일랜드의 성장률과 1인당 국민소득 변화, 1970∼2012 (단위: %, 미 1달러)
연도
’71-’80
’81-’85
’86-’90
’91-’95
’96-’00
’01-’05
’06-’10
’11-12’
연평균 성장률
4.5
1.7
4.1
4.6
10.3
5.0
0.5
1.2
연도
’70
’80
’90
’95
’00
’05
’10
’11
1인당 국민소득
1,655
7,345
12,971
16,996
22,111
42,046
38,903
39,409
자료: UN통계국.
 
아일랜드의 1970∼2012년간 연평균 성장률은 4.2%다. 특히 세계경제가 호황국면에 접어든 1992년 이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전까지 아일랜드의 연평균 성장률은 6.8%로, 선진국 가운데 가장 높다. 불행하게도 아일랜드는 개방도가 큰 나라여서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글로벌 금융위기의 피해가 컸다. 아일랜드는 경기침체를 재정지출로 대응하다보니 재정적자가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나 2010년 EU와 IMF로부터 850억 유로(약 122조 원)의 구제금융을 제공받았다. 그러나 아일랜드는 해외자본 유치로 최근 경제가 살아나 ‘구제금융 딱지’를 유럽에서는 처음으로 떼게 되었다.⑷
 
아일랜드의 1인당 국민소득을 보자. 1인당 국민소득은 1970년 1,655달러였는데 1978년에 5,000달러, 1988년에 1만 달러를 넘어섰다. 그 후 지속적인 고도성장에 힘입어 1998년에 2만 달러, 2003년에 3만 달러, 2005년에 4만 달러, 2007년에 5만 달러를 넘어섰다. 불행하게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아일랜드 1인당 국민소득은 뚝 떨어져 아직 4만 달러대에 진입하지 못하고 있다. 어떻든 아일랜드처럼 17년(1988∼2005년) 만에 1만 달러에서 4만 달러로, 19년(1988∼2007) 만에 1만 달러에서 5만 달러를 달성한 나라는 세계 어디에도 없다. 작은 나라 아일랜드에 해외직접투자가 유입되어 2012년 2,980.9억 달러나 쌓인 효과다. 같은 해 한국은 유입된 저량이 1,472.3억 달러에 그쳤다.
 
아일랜드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
 
첫째, 지도자는 비전을 가져야 한다. 덩샤오핑, 리콴유, 찰스 호이를 비롯한 아일랜드 정치 지도자들처럼 성장 동력은 해외자본 유치에 있다는 확신을 가져야 한다.
 
둘째, 우리도 싱가포르나 아일랜드처럼 법인세율을 낮춰 외국자본 유치에서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 법인세 인하를 부자 감세라고 주장하는 야당은 ‘법인은 사람이 아니다’라는 것을 깨우쳐야 한다. 사람에게 조세가 부과되면 그 조세는 다른 사람에게 전가될 수 없다. 그러나 법인세는 전가가 일어날 수 있다. 글로벌시대에 법인세율 인하는 해외자본을 끌어들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래서 세계는 진즉 법인세 인하 경쟁에 들어간 것이다.
 
셋째, 아일랜드는 구조개혁을 통해 경제구조가 크게 바뀌었다. 아일랜드는 구조개혁을 통해 작은 정부를 실현한 결과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에는 미국과 함께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세계에서 가장 작은 정부 실현 경쟁을 벌여 왔다. 아일랜드는 영국 다음으로 규제가 약한 나라고, 노동시장이 미국, 영국, 뉴질랜드 다음으로 유연한 나라다. 구조개혁의 결과다. 그래서 한국도 구조개혁이 필요하다.
 
각주
 
1) 이는 <표 1>의 293.2억 달러와 다른데, UNCTAT 통계를 사용하는 IMD의 오류가 아닌가 생각된다.
2) IMD는 순유입(유입-유출) 대신 순유출(유출-유입) 용어를 쓰고 있는데 필자는 순유입으로 바꿔 쓴다.
3) IMD는 순유입저량 대신 순유출저량 용어를 쓰고 있는데 필자는 순유입저량으로 바꿔 쓴다.
4) <조선일보>, 2013.11.16.
  • 스크랩
URL이 성공적으로 복사되었습니다.
많이 본 뉴스
  • 세계속 코이카'
  • 배진영의 '어제 오늘 내일'
  • 김태완 'Stand Up Daddy'
  • 권세진 ‘별별이슈’
  • 정혜연 ‘세상 속으로’
  • 박희석 ‘시시비비’
  • 이정현 ‘블루오션을 찾아서’
  • 박지현 ‘포켓 저널리즘’
  • 하주희 ‘블루칩’
  • 이경훈 현장으로’
  • 김광주의 뒤끝
  • 백재호의 레이더
  • 고기정의 特別靑春
  • 슬기로운 지방생활
  • 이상곤의 흐름
  • 서봉대의 되짚기
  • 국제상인 장상인의 세계, 세계인
  • 취재본부는 지금’
  • 조갑제 기자의 최신정보파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