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우리나라는 김대중‧노무현 정부 출범 이후 극심한 좌우 이념 대결을 거치면서 소위 ‘진보’로 불리던 세력들이 ‘좌파’와 ‘종북’으로 구분되기 시작했다. 최근 통합진보당 이석기 사태를 통해 국민과 정치권은 '종북'은 제대로 된 '진보'나 '좌파'가 아니라는 공감대를 형성했다. 사진은 2008년 6월 촛불시위가 한창일 때 서울시청 광장에서 경찰이 보수단체회원들(사진 아래쪽)과 촛불시위 참석자들이 충돌하지 않도록 갈라놓고 있는 모습. |
2012년에 출간된 저서 <좋은 정책이 좋은 나라를 만든다!> 첫머리에서 나는 이념과 관련하여 내 자신을 이렇게 묘사했다― “나는 보수주의 우파다. 진보주의 좌파의 대칭적 의미인 우파다.” 이념 논쟁은 발전해야 한다는 논지에서 쓴 표현이다.
선진국에서 ‘보수’와 ‘진보’는 정치 이념으로 자리 잡아
‘좌파’라는 말은 한국 사회에서 그동안 종북(從北) 세력으로 인식되어 부정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젠 ‘진보’ 대신 ‘좌파’라고 불러도 된다>라는 글을 읽고⑴, 이제는 ‘좌파’라는 말을 마음 편히 사용해도 되겠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한국 사회에서 ‘진보’라는 용어가 정착된 것은 1990년대 이후의 일이다. 그 이전까지 좌파 세력은 스스로를 ‘민주화 세력’이라고 불렀다. 김대중·노무현 정부가 들어서면서 두 정부가 ‘진보 정권’을 자처했고, 그 후 ‘보수’는 자연스레 '진보'와 짝을 이루는 용어로 자리 잡았다.
일반적으로 ‘보수는 과거에서 가치 있는 것을 보전하여 지킨다’는 뜻으로, ‘진보는 미래에서 새로운 것을 찾아 나아간다’뜻으로 받아들여진다. 이 같은 뜻을 가진 보수와 진보는 정치 이념으로 저리 잡았다. 미국을 보자. 정책을 놓고, ‘보수’를 중시하는 공화당과 ‘진보’를 중시하는 민주당은 서로가 이념 색깔이 다르다는 것을 강조한다.
영국도 마찬가지다. 정책을 놓고, ‘보수’를 중시하는 보수당과 ‘진보’를 중시하는 노동당 역시 서로가 이념 색깔이 다르다는 것을 강조한다. 이들 나라에서는 ‘과거에서 가치 있는 것을 보전하여 지키려는 보수’와 ‘미래에서 새로운 것을 찾아 나아가려는 진보’ 가운데 어느 것이 좋은가는 투표자가 선택한다.
한국 정치권은 포퓰리즘을 선호해
한국은 어떠한가? 공공선택이론에 ‘최소 차이의 원칙’이라는 이론이 있다. 이 이론에 따르면, 진보와 보수가 겨루는 양당 정치의 경우 보수가 한 표라도 더 얻기 위해 진보 정책 쪽으로 기울게 되면 진보도 역시 한 표라도 더 얻기 위해 보수 정책 쪽으로 기울게 되고, 이런 식으로 정책 경쟁을 벌이다 보면 보수와 진보의 한중간에 위치한 투표자의 마음을 먼저 사로잡는 정당이 선거에서 승리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는 곧 선거에서 이념을 고수하지 않으면 이념 색깔이 사라지고 만다는 것을 시사한다. 2012년에 치러진 18대 대선에서 여야 후보들은 ‘알파도 복지, 오메가도 복지’ 하는 바람에 이념 경쟁은 포퓰리즘에 편승해 실종되고 말았다. 이런 추세대로라면 한국에서 정치권의 이념 논쟁은 당분간 등장할 것 같지 않다.
대처와 메르켈, 이념을 내세워 경제를 살리다
정치권이 이념을 내세워 경제를 살린 두 가지 예를 든다. 하나는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 그녀는 1979년 총선에서 사회주의 추방과 노조 무력화를 정책 이슈로 내세워 승리했다. 대처는 정권을 잡자마자 예산을 줄여 작은 정부를 실현했고, 세금으로 보전되던 공기업을 민영화했으며 노동관련법 제정과 개정으로 노조파워를 무력화했다. 또 금융개혁에 성공했고, 친시장적 분배정책으로 ‘영국병’을 치유했다.
대처는 구조개혁에 성공하여 사회주의에 만연(蔓延)된 영국을 시장경제국가로 살려냈다. 대처는 같은 시기 작은 정부를 실현한 미국의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과 함께 신자유주의를 탄생시켰다. 구조개혁 성공으로 대처는 영국 총리 가운데 이름 다음에 ‘이즘(ism·대처리즘)’이 붙는 유일한 총리로 칭송받는다.
다른 하나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그녀는 총리 재도전을 앞둔 2009년 금융위기로 경제가 악화되는 상황에서도 측근들의 재정지출 증가 권유를 일축하고 과감하게 예산을 삭감했다. 포퓰리즘 대신 작은 정부, 곧 시장경제를 택한 것이다. 독일은 GDP 대비 정부규모가 메르켈이 정권을 잡은 2005년 47.0%였는데 2011년 45.4%로 감소했다.
독일은 같은 기간 OECD 국가 가운데 이스라엘과 함께 정부규모가 감소한 두 나라다. 또 독일경제가 살아났다. 독일 실업률은 2005년 11.5%에서 2013년 7월 5.3%로 지속적으로 감소했다. 2013년 7월 실업률이 유로지역 12.1%, 미국 7.4%, 영국 7.8%, 프랑스 11.0%인데 비해 독일은 낮아도 너무 낮다. 성장률은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의 -5.1%를 제외하면 2005~12년간 해마다 0.7~4.2%에 이른다.
이는 미국, 영국, 프랑스 등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높고, OECD 국가 가운데 가장 높은 편에 속한다. 현재 선진국 가운데 독일경제만 독야청청(獨也靑靑)하다. 메르켈은 2013년 3선 총리가 되었다. 이는 시장경제 신봉의 결과다. 그동안 ‘제2의 대처’로 불렸던 메르켈이 이제는 대처를 앞선다.
이념 논쟁은 발전해야 한다
그래서 나는 우파와 좌파를 이렇게 정의한다―하나의 스펙트럼 상에서 보수주의 우파는 오른쪽에 위치하여 ‘작은 정부·큰 시장’을 지지하는 자유주의를 바탕으로 개인의 자유를 중시하고, 진보주의 좌파는 왼쪽에 위치하여 ‘큰 정부·작은 시장’을 지지하는 사회주의를 바탕으로 공동체의 평등을 중시하는 이념상의 구분이다.
그런데 지금 대한민국은 하나가 아니다. 둘이고 셋도 된다. 대한민국 국민도 하나가 아니다. 둘로, 셋으로 갈려 서로가 이를 악물고 서로를 증오하고 있다. 그러니 이 나라 정치권이 사사건건 대립하며 원수처럼 으르렁대고 서로 잡아먹을 듯이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것은 당연하다.⑵
언제까지 이대로 갈 것인가. 경제규모 15위의 경제대국 대한민국은 이제 세계의 중심국가로 발돋움해야 한다. 대한민국은 이제 ‘진화하는 자본주의 위에 진화하는 민주주의 국가’로 발돋움해야 한다. 그래서 이념 논쟁은 발전해야 한다.
각주)
1) 홍찬식, <이젠 ‘진보’ 대신 ‘좌파’라고 불러도 된다>, 《동아일보》, 2012.2.1.
2) 김대중, 〈'닭그네'와 '고노무'〉, 《조선일보》, 2013.1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