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생산조정제도'시행해야

시장경제에서는 경제 운용의 키잡이가 사회주의와는 달리 가격 시스템이다
  • 박동운 단국대 경제학과 명예 교수
  • 업데이트 2013-11-02  10:15
URL이 성공적으로 복사되었습니다.
정치권이 도입하려는 쌀 목표가격 인상은 재정지출 폭증을 가져오게 되므로 쌀값 안정을 가져올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인 '쌀생산조정제도' 도입의 필요성을 강조
보도에 따르면, 세수(稅收) 부족으로 정부 재정에 적신호가 켜졌는데도, 정치권은 쌀 농가에 대한 정부 보조금 지원 기준인 쌀의 목표가격을 15%가량 올리는 내용의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쌀의 목표가격은 정부가 쌀 재배 농가에 보조금을 지급할 때 적용하는 기준가격이다.
 
쌀 목표가격은 현재는 80한 가마당 17만원인데, 정부는 이를 올해 174000원으로 올릴 계획이다. 그러나 민주당은 쌀 목표가격을 195900원으로, 농민 단체는 23만원으로 올리라고 요구하고 있다. 문제는 일부 농촌 지역 여당 의원들까지 야당 측 요구에 동조하고 있어 야당 측 요구안이 법제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정부는 이 법안이 통과되면 한 해 최고 15000억 원의 보조금이 쌀 재배 농가에 지원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세수 부족과 복지지출 폭증으로 국고가 거덜날 판에, 쌀 보조금 지급은 농민을 돕는 해법이 아니라는 것을 정치권을 향해 외친다. 대안은 김대중 정부가 도입한 후 폐기되었다가 이명박 정부가 재도입한 쌀생산조정제도의 시행에 있다는 것을 밝힌다.
 
시장경제에서 가격 시스템은 경제 운용의 키잡이
 
한국은 시장경제국가다. 시장경제에서는 경제 운용의 키잡이가 사회주의와는 달리 가격 시스템이다. 그래서 시장경제국가 한국은 가격 시스템이 제 기능을 잘 해야 경제가 활성화되어 국민이 잘 살 수 있다. 그런데도 정치가들은 걸핏하면 민생을 위해서라는 명분을 내세워 가격 시스템을 규제하곤 한다(보조금 지급도 가격규제에 포함된다).
 
그렇게 되면 경제가 활성화될 리 없어 가격규제는 결국 국민을 괴롭히고 만다. 한국 정치가들은 밀튼 프리드먼의 명언을 한번쯤 새겨볼 필요가 있다가격 시스템은 너무나 효율적으로 작동을 하기 때문에 작동을 할 때는 별로 깨닫지 못하다가 작동을 못하게 될 때에야 비로소 작동을 얼마나 잘하는지 깨닫게 된다.” 그래서 시장경제에서 정부가 실시해야 할 가격정책은 가격이 제 기능을 다할 수 있도록 돕는 정책으로, 직접적인 가격규제가 아니라 간접적인 가격규제, 곧 수요 및 공급 관리를 통한 가격정책이어야 한다. 세 가지 예부터 든다.
 
첫째, 석탄산업 합리화 10개년 계획.’ 소득 증가로 에너지 수요가 석탄에서 석유로 빠르게 바뀌자 석탄산업은 사양 산업으로 몰락했고, 연탄은 서민의 에너지로 전락했다. 그러자 정부는 석탄 수요 감소로 광부들이 입게 될 피해를 줄이고, 이들이 수요 변화에 적응할 수 있도록 1995년에 이어 2005년에도 석탄산업 합리화 10개년 계획을 마련했다. 이는 석탄에 대한 수요 감소를 줄여 간접적으로 석탄 광부들의 일자리를 유지하게 하려는 수요관리 정책이다.
 
둘째, 20121월 초 송아지 1마리 값이 삼겹살 1인분 값’, ‘송아지 3마리 값이 등심 1인분 값보도가 우리들의 가슴을 무척 아프게 했다. 그래서 정부는 폭락한 한우 값을 끌어올리기 위해 암소 40만 마리를 도축하기로 하고, 암소 도태에 참여하는 농가에 마리당 3050만 원의 장려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이는 한우의 과잉생산을 줄여 한우 가격을 적정 수준에서 유지하게 하려는 공급관리 정책이다.
 
셋째, 중국으로부터 배추 수입. 2012년 겨울 냉해로 배추 값이 천정부지로 오르자 정부가 부랴부랴 중국으로부터 배추를 대거 수입했다. 이는 배추의 공급을 늘려 배추 가격을 안정시키려는 공급관리 정책이다.
 
김대중 정부가 쌀값 하락 막기 위해 쌀생산조정제도도입
 
해방 이후 농민보호를 위해 지속해 온 쌀값지지정책은 정부가 쌀값 하락을 막기 위해 일반적으로 시중가격보다 다소 높은 가격으로 추수기에 쌀을 사들여 비축했다가 필요한 때에 시장에 내다파는 정책이다. 이 제도에서는 쌀값이 보장되므로 농민들의 소득도 보장된다. 그런데 쌀값지지정책은 농민들을 보호하는 대신 몇 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었다.
 
첫째, 쌀값이 일정 수준에서 보장되므로 농민들은 구태여 쌀 생산을 줄일 필요를 느끼지 않았다. 둘째, 쌀값지지정책 실시에는 정부의 재정지출 증가가 뒤따랐다. 셋째, 식단 다양화로 쌀에 대한 수요는 감소하는데 쌀값지지정책으로 쌀 공급은 해마다 쌓여갔다. 넷째, 쌀값이 일정 수준을 유지하기 때문에 도시근로자들은 상대적으로 비싼 쌀을 사먹게 되었다.
 
특히 쌀값지지정책으로 1996년 이후 쌀 재고량이 크게 늘어나 20011335000, 20021447000톤을 기록했는데, 이로 인해 쌀값이 하락하여 쌀 농가가 큰 타격을 받은 적도 있다. 이는 쌀값지지정책의 한계를 보여주는 예로, 김대중 정부는 정책 전환을 시도했다. 그래서 도입된 것이 2003년부터 시행된 쌀생산조정제도. ‘쌀생산조정제도란 벼농사 논을 놀리거나(休耕) 벼 대신 다른 농작물을 재배하는(轉作) 경우 정부가 매년 1300만 원씩 보조금을 지급한 제도다. 이는 쌀 과잉공급을 줄여 쌀값을 안정시키려는 제도로, 공급관리정책의 한 예다.
 
쌀생산조정제도실시가 유보, 폐지, 재도입돼
 
그런데 이 제도는 200320053년간 실시 결과 당초 전망했던 생산 감축효과를 달성하지 못한 것으로 평가되었다. 그러자 2007년에 실시가 유보되었고, 2008년에 폐지되었다. 여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또 있었다. 그동안 쌀 재배면적이 다소 감소해 왔고,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대북 쌀 지원으로 쌀 재고량이 감소하여 쌀 수급 안정이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에서 대북 쌀 지원이 중단된 데다 연이은 풍작으로 쌀이 또다시 남아돌았다. 농업관련 한 보고서에서는 2018년까지 연간 약 40만 톤씩 쌀이 남아돌 것으로 추정되었다. 여기에다 시장 개방으로 쌀 수입량은 해마다 증가하고, 여러 나라와 FTA가 체결될 경우 쌀시장 개방은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되었다. 그래서 이명박 정부는 201045일 쌀생산조정제도를 다시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쌀생산조정제도는 쌀값 안정에 기여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
 
앞에서 언급한 대로 쌀생산조정제도는 쌀 공급을 줄여 쌀값을 안정시킬 수 있는 공급관리 정책이다. 농민들에게 필요한 것은 안정된 쌀값이다. 따라서 정부는 쌀값을 안정시키기만 하면 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쌀생산조정제도만이 유일한 대안이다. 쌀생산조정제도 시행에 필요한 재정지출은 많지 않다. 그러나 정부나 정치권이 쌀의 목표가격을 올려 매년 최고 15000억 원씩 재정지출을 늘려간다면 농민 아닌 국민들이 이를 세금으로 충당해야 한다. ‘농민 좋고, 정부 좋고하는 정책!정치권이 쌀 보조금 지급은 농민들을 돕는 해법이 아니라는 것만 깨달으면 된다.
 
  • 스크랩
URL이 성공적으로 복사되었습니다.
많이 본 뉴스
  • 세계속 코이카'
  • 배진영의 '어제 오늘 내일'
  • 김태완 'Stand Up Daddy'
  • 권세진 ‘별별이슈’
  • 정혜연 ‘세상 속으로’
  • 박희석 ‘시시비비’
  • 이정현 ‘블루오션을 찾아서’
  • 박지현 ‘포켓 저널리즘’
  • 하주희 ‘블루칩’
  • 이경훈 현장으로’
  • 김광주의 뒤끝
  • 백재호의 레이더
  • 고기정의 特別靑春
  • 슬기로운 지방생활
  • 이상곤의 흐름
  • 서봉대의 되짚기
  • 국제상인 장상인의 세계, 세계인
  • 취재본부는 지금’
  • 조갑제 기자의 최신정보파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