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물길 옆으로 나무를 자라게 하고 꽃을 피우는 강처럼 당신을 사랑합니다....폭포에 이르면 다르게 흘러야 함을 알고, 낮은 땅에 이르면 쉬어가는 법을 배우는 강물처럼 당신을 사랑합니다. 우리 모두는 같은 곳에서, 언제나 풍부한 물을 끊임없이 제공하는 하나의 힘의 원천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당신을 사랑합니다."
브라질 출신 세계적인 인기 작가 '파울로 코엘료(Paulo Coelho)'의 소설 <알레프, Aleph>의 한 대목이다. 한 여인에 대한 사랑을 절절하게 강물에 비유한 것도 좋지만, 강물 그 자체에서 사랑이 넘쳐난다. 작가의 말처럼 '나무를 자라게 하고 꽃을 피우면서 평범하게 흐름을 잇던 강물'이 폭포에 이르면 이렇게 달라질 수 있을까.
"아! 악마의 목구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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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당 6만t의 물이 쏟아지는 모습 |
이토록 격정적인 기운을 뿜어내고, 강바닥의 물을 송두리째 벌컥벌컥 들이키는 악마(惡魔)가 이 세상에 또 있을까. 초당 6만t의 물을 '한 방울도 남김없이 삼켜버린다'는 의미에서 붙여진 이름이 '악마의 목구멍'이란다. 그 누가 이름을 붙였는지는 모르겠으나 참으로 적절한 표현이다.
'악마의 목구멍' 앞에 선 피부 색깔이 각기 다른 세계 사람들도 저마다의 언어로 탄성을 질었다. 구사(驅使)하는 언어는 달라도 표정과 공명(共鳴)은 동일했다.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황홀해 하는 모습들을 보면서 필자 역시 그들과 동화돼 카메라의 셔터를 눌렀다. 순간의 감동을 카메라에 담는 것 말고는 어떠한 언어도 행동도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단지, '이토록 거대한 물의 향연을 연출하는 자연 앞에서 인간은 무기력한 존재에 불과하다'. '부질없는 번민과 고통은 강물처럼 흘러갈 뿐이다'는 말을 되뇔 따름이었다.
자연이 만들어낸 신비의 폭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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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악마의 목구멍에 몰려드는 관광객들- |
너비 4.5km. 평균 낙차 70m인 이과수 폭포는 세계 3대 폭포로 일컫는다. 높이 80m, 폭 150m인 U자형 '악마의 목구멍'은 보는 순간 몸집의 거대함에 기가 죽고, 물이 떨어지는 굉음(轟音)에 혼(魂)이 나가고 만다. 그렇다면, 이와 같은 폭포의 격동적(激動的) 에너지는 어디서부터 내려오는 것일까.
각종 자료를 더듬어 본 파라나 강은 길이가 3,299km라고 했다. 라플라나 수계(水系)의 주류(主流)이며 발원지는 브라질 고원의 서부, 브라질리아 남서쪽(파라나이바江)과 미나스제라이스주(州) 남부(그란데강)이다. 그러한 물줄기는 남동쪽으로 흐르다가 상파울루 · 파라나 · 미나스제라이스 등 광대한 브라질 유역의 물길과 합류한다.
이과수강의 수원지는 세하두마르(Serra do Mar)이며, 브라질의 파라나(Paraná)주에서 남동쪽의 파라나강(Paraná River)까지 수천 km를 흐르면서 파라과이·아르헨티나·브라질 3국의 국경을 이룬다. 상류에서 몇 km 지나지 않아 고원에서 떨어져 내린 물이 이과수 폭포(Iguazu Falls)를 형성한 것이다.
영화 미션의 촬영지로 유명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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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악마의 목구멍의 본류 |
이과수 폭포는 영화 미션(The Mission)의 촬영지로도 유명하다. 1986년 영국(감독: 롤랑 조페)에서 만들어진 이 영화는 1750년 아르헨티나·파라과이·브라질 국경 지역에서 일어난 역사적 실화를 소재로 했다. 대체로 아름다운 이과수(Iguazu)폭포의 모습을 거론하지만, 실상은 원주민의 서러운 삶과 애환이 담겨 있다. 원주민은 이과수(Iguazu) 폭포를 중심으로 살고 있던 과라니(Guarani) 족을 말한다. 영화 속으로 들어가 본다.
"교황님의 영토 끝에서 발생한 문제는 해결됐습니다, 인디언들은 다시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노예가 될 겁니다. 교황님! 1758년 지금 저는 남미 대륙에서 편지를 쓰고 있습니다. 여긴 남미 라플라타의 '앙상센'이란 마을인데, '산 미겔' 선교회에서 도보로 2주 걸립니다. 이 선교회는 개척민들로부터 인디언을 보호하려 했으나, 오히려 반감을 사고 있습니다. 이곳 인디언들은 음악적 재능이 풍부해서, 로마에서 연주되는 바이올린도 그들이 만든 것이 많습니다. 이곳으로 파견된 예수교 신부들은 인디언들에게 복음을 전하려 했지만, 오히려 순교를 당하게 됐습니다."
<1750년, 스페인과 포르투갈은 남미 오지(奧地)에 있는 그들의 영토 경계 문제로 합의를 했으나, 유럽 한구석의 탁자 위에서 그은 선(線)이 얼마나 끔찍한 사태를 일으킬 지 아무도 알지 못한다. 그곳에서 선교활동을 하던 제수이트 신부들은 과라니(Guarani)족을 감화시켜 근대적인 마을로 발전시키고 교회를 세우는데 성공한다. 신부들 중에 악랄한 노예 상이었던 멘도자(로버트 드니로 분)는 가브리엘 신부(제레미 아이언스 분)의 권유로 신부가 돼 헌신적으로 개화에 힘쓰고 있다. 새로운 영토 분계선에 따라 과라니 족의 마을은 무신론의 포르투갈 식민지로 편입되고, 불응하는 과라니 족과 일부 신부들을 설득하려는 추기경이 파견되지만, 결과는 포르투갈 군대와 맞서 싸운 과라니 족의 전멸로 끝이 난다.>
"표면적으로는 신부 몇 명과 과라니 족의 멸종으로 끝났습니다만, 죽은 것은 저 자신이고 저들은 영원히 살아남을 것입니다. 사람들의 마음속에서 말입니다."
"표면적으로는 신부 몇 명과 과라니 족의 멸종으로 끝났습니다만, 죽은 것은 저 자신이고 저들은 영원히 살아남을 것입니다. 사람들의 마음속에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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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악마의 목구멍 우측편에서 흐르는 폭포 |
미션의 마지막 부분에 나오는 대사가 의미심장하다. 파라과이 이민 1.5세대 명세범 씨는 이 <내 인생 파라과이>에서 볼리비아 교사와 나눴던 대화를 이렇게 전했다.
"분명히 그 원주민들은 수 천 년의 역사와 전통을 가졌음에도 유럽 제국에 의해 역사가 말살되고 왜곡돼 야만인으로 단정 지어졌음을 알아야 한다고 말입니다."
문화의 상대성을 인정해야
나라마다 전통적으로 이어오는 독특한 문화가 있다. 그러나 지배자들은 그 문화를 말살하려고 한다. 자신의 문화에 대한 우월성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서울대 라틴아메리카연구소장 김창민 교수가 <스페인 문화순례>의 서문에서 언급한 내용을 보면 이에 대한 해석이 분명하게 제시된다.
"우리가 문화의 상대성을 인정하고 겸허히 수용한다는 것은 우리와 다른 공간에서 삶을 영위하고 있는 타인의 방식을 인정하는 것이고, 그들을 존중하고 사랑하는 인식의 지평이다."
'문화는 그 문화가 탄생하고 성장해온 삶의 방식'이기에 '자기의 문화가 더 우월하다고 억지를 부리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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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악마의 목구멍 U자형의 끝 방향, (오)현지 카메라맨도 한 컷 |
'악마의 목구멍'에서 머무른 시간은 그리 길지 못했다. 브라질 쪽의 이과수 폭포로 이동하기 위해서다. 필자는 짧은 순간 악마의 목구멍에 영혼(靈魂)을 빼앗기고 발길을 돌렸다. 돌아오는 기차는 중간에 머무르지 않았다. 머무르지 않는 기차에는 관심이 없는 듯 긴 꼬리의 '코아티(Coati)'들이 숲 속에서 꼬리만 흔들었다.
길을 잃은 운전수(니콜라스, 26) 때문에 아르헨티나의 시골 마을을 몇 바퀴 돌았으나,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았다. 국적이 다른 그들이 과라니 어(語)로 의사소통을 잘 했기 때문이다. 본디 같은 뿌리의 종족들이 각기 다른 국적으로 살고 있음이 자연스럽게 드러났다.
속도를 낸 차는 아르헨티나 국경에서 한국인 2세 안내원을 태우고 다시 브라질 땅으로 들어갔다. 아르헨티나 하늘의 구름도 바람에 쫓기어 브라질 쪽으로 성급하게 넘어왔다(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