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의 기원이 되는 강-' 파라과이(Paraguay)

남미의 심장부 파라과이를 가다
  • 장상인 JSI 파트너스 대표
  • 업데이트 2013-10-08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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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앞으로 나아가는 길이요, 우리가 가고 싶은 곳으로 안내해주는 길이기도 하다"
 
철학자 파스칼(Pascal, 1623-1662)<빵세>에서 강()에 대해 설파한 말이다. 필자가 최근에 다녀온 파라과이(Paraguay)의 어원(語源)'바다의 기원이 되는 강'이다. 그래서 일까. 파라과이가 최근 들어 남미의 심장부 역할을 하기 위해 앞으로 나아가면서 사람들을 안내하려고 한다.
 
수도 아순시온(Asuncion)에 첫 발을-
 
실제로 비행기에서 내려다본 파라과이는 참으로 강이 많았다. 뱀처럼 구불거리는 강줄기는 성형수술을 하지 않은 시골처녀의 맨얼굴처럼 강둑도 없이 자연그대로였다. 강줄기를 따라 낮게 선회하던 비행기가 수도 아순시온(Asuncion: '성모마리아가 천국에 오르다'의 의미)의 공항의 활주로에 요란스럽게 내려앉았다. 국제공항의 이름은 '실비오 페티로시(Silvio Pettirossi)-' 단 하나뿐인 활주로의 길이가 3,353m에 불과해 큰 비행기의 이착륙이 어려운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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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라과이 국제 공항 청사

공항을 출발해서 아순시온(Asuncion) 시내로 향했다. 키가 큰 야자나무 등 열대 식물들이 죽죽 뻗어 있었다. 마침 그곳은 우리와 반대로 겨울철이라서 기온은 섭씨 15-17도였다. 시내로 들어서자 유럽의 한 도시로 착각할 정도로 고전적인 건축물들이 많았다. 그러나, 사람의 손길이 못 미쳐서인지 빈 건물들처럼 보였다. 전쟁으로 폭탄을 맞아 불에 탄 듯 한 오랜 건물들을 보면서 도심 한 복판으로 들어갔다.
도심의 길은 꼬불꼬불한 곳은 거의 없었다. 바닥은 덜컹거렸어도 모양새는 바둑판처럼 사방형으로 나 있었다. 신호등이 잘 보이질 않아서 '지나치게 세분된 도로가 오히려 차량의 흐름을 방해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내 한 복판에 있는 중앙 공원에는 울타리가 둘러쳐 있었고, 자물쇠까지 채워져 있었다.
 
"노숙자들이 점거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들을 추방한 후 이렇게 관리하고 있습니다."
필자를 안내한 현지인 니콜라스(26)의 말이다. 이 나라는 44%에 이르는 극빈자들의 처우가 가장 큰 문제이다. 그들은 항상 정부에 '불만을 품고 산다'고 했다. 노숙자 문제는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풀어야 할 숙명적 과제물이다.
 
파라과이도 혼혈의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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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로의 벼룩시장

중앙 공원 앞 센트로(Centro)에는 벼룩시장이 형성돼 있었다. 물건을 파는 사람들은 대체로 원주민들이었다. 여성들이 좋아할 액세서리와 뜨개질한 손가방, 식탁보, 컵 받침 등을 팔고 있는 원주민들이 바로 과라니 족()이다. 과라니 족()은 파라과이와 브라질 남부에 거주하는 원주민을 일컫는다. 과라니 족()은 생긴 모양이 동양인과 유사하고 성격은 호전적이라고 했다. 거주 지역에는 울타리를 치고 살았으나, '5년마다 취락을 이동하는 화전(火田) 농경민들로 옥수수 · 감자 등을 재배하하면서 사냥으로 생계를 이었다'고 한다.
 
이러한 과라니 족()16세기까지 약 50만 명이었으나, 스페인의 식민지가 되면서부터 90% 이상이 혼혈이 되었고, 순수 원주민은 10만에도 못 미친다고 한다. 역사의 흐름에 따라 숫자가 점점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원주민들은 전쟁이나 질병을 견디지 못해 식민 초기부터 감소했다. 이에, 스페인은 아프리카의 흑인노예를 대량으로 유입했다. 유럽의 이민자들도 가족 단위가 아니라 30세 미만의 남자들이 많았다. 그래서 유럽인과 원주민, 백인과 흑인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이 많았다. 라틴 아메리카는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 이 후 식민 지배를 받으면서 다양한 혼혈의 다인종 다문화가 자연스럽게 형성됐던 것이다. 이들 혼혈인들이 남미 대륙의 새로운 지도층으로 부상했던 것이다.
 
혼혈인들이 새로운 지도층 형성
 
"백인과 원주민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은 '메스티소', 백인과 흑인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은 '몰라토', 원주민과 흑인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은 '삼보'라 불렀다. 이들이 신대륙의 새로운 사회계층을 형성했다."
 
이강혁 선생이 <라틴아메리카 역사 다이제스트 100>에서 서술한 남미의 혼혈에 대한 내용이다.
단일민족을 자랑해온 우리의 입장에서 보면 익숙지 않은 문제이나, 이미 우리나라도 다문화 가정이 많아졌다. 세계는 오래전부터 혼종성 속에서 갖가지 형태의 문화를 창출하며 발전을 거듭해왔던 사실을 상기해 볼 필요가 있다. 그 중심에 이베리아 반도에 위치한 스페인이 있었으며, 그들의 열정은 남미에서 새로운 문화를 발아(發芽)시켰던 것이다.
 
서울대 라틴아메리카 연구소 김창민 소장이 펴낸 <스페인 문화 순례>를 통해 다문화에 대한 문제를 짚어본다.
 
"스페인이 아프리카의 교차점이고 가톨릭 문명과 이슬람 문명이 충돌한 곳이고, 유럽과 라틴아메리카의 연결고리이며 오랜 세월 지중해 해상 세력의 각축장이었다. 오랜 세월 동안 이베리아 반도는 그렇게 치열한 생존 투쟁의 현장이었지만, 동시에 수많은 민족과 문화가 공존하고 뒤섞여온 그야말로 문명의 샐러드 그릇(salad bowl)이자 문명의 용광로(melting pot)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문명의 샐러드 그릇(salad bowl)이자 문명의 용광로(melting pot)- 그래서 스페인의 문화가 용광로처럼 뜨거운 것인가.'
 
관광지로 변한 '산 헤로니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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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헤로니모의 가정집

파라과이의 수도 아순시온(Asuncion)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이 있다. 다름 아닌 산 헤로니모(SAN JERONIMO)라는 곳이다. 산 헤로니모의 근원은 스페인 왕립 교회로 거슬러 올라간다. 15세기 히에로니무스(Hieronymus) 수도원에서 시작된 교회의 이름이기도 하다.
 
아무튼, 유럽에서 건너온 사람들이 아순시온의 강 언덕에 정착하면서 형성된 마을이라고 한다. 어쩌면 아순시온에서 가장 오래된 마을일지도 모른다. 독재 정부 시절에 개발계획에서 제외됐던 곳이 오히려 귀한 문화유산으로 각광을 받게 됐다고 했다. 올해 봄 정부와 주민들의 합의에 의해 관광지구로 지정된 것이다. 소외됐다고 서러워 할 일이 아니다. 기다리면 언젠가 기회가 온다.
 
골목 입구에서 우리의 빈대떡 같은 것을 구워내는 아리따운 아가씨의 손놀림은 관광객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 생김새로 봐서 유럽의 백인과 흑인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인 '몰라토' 가 아닐까? 말이 통하지 않아서 확인은 못했으나 사람들의 인기를 독차지 하고 있었다.
 
우리나라도 골목길을 아름답게 채색해서 미화시킨 곳도 많지만, 산 헤로니모의 칼러는 남미의 강렬한 채색이 그대로 묻어났다. 50여 채의 크고 작은 집과 가게들이 나름대로의 개성을 드러내며 관광객들의 발길을 모으고 있었다. 한 사람 겨우 비집고 들어갈 만한 골목길도 오히려 값진 보배처럼 느껴졌고, 질서 없이 널린 빨래들도 그들의 속마음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듯했다. 어린 아이도, 고양이도, 벽에 걸린 타이어도 모두 볼거리로 충분했다. 그만큼 개성이 독특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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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 아순시온 '산 헤로니모'의 독특한 컬러의 골목길, (오) 카페의 여인.

과거 · 현재 · 미래가 이어지는 강()
 
필자는 점심시간이 되자 일단 골목길의 한 카페에 자리 잡았다. 완벽한 레스토랑은 아니었지만, 제법 맛깔스러운 음식들이 나왔다. 파라과이 강에서 잡은 커다란 물고기와 빵 값보다 싸다는 소고기가 점심 메뉴로 깜짝 등장했다.
 
시간 가는 줄 모르는 점심시간-. '말이 통하지 않는다'는 아쉬움 빼고는 불편한 것이 없었다. 그래도 현지인들과 눈으로 대화할 수 있었다.
 
열정과 낭만과 인정이 넘쳐나는 '산 헤로니모'와 기약'없는 작별을 고()하고 파라과이 강()으로 내려갔다. 겨울철이라고 해도 태양빛이 강렬했다. 강변에는 젊은 학생들이 옹기종기 뭔가를 얘기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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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라과이 강변의 학생들-

내륙인 까닭에 유일하게 바다와 소통하고 있는 파라과이. 그래서 나라의 이름을 '바다의 기원이 되는 강'으로 했을까
 
 
"....하지만 강은 아랑곳없이/ 그 깊고 넓은 침묵을 안고/ 태고의 모습으로 흐른다/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한데 이어져서 흐른다."
 
구강(1919-2004) 선생의 시 <한강근경>처럼 '파라과이 강'도 그렇게 흐르고 있었다.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한데 이어지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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