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이 열리다'

  • 장상인 JSI 파트너스 대표
  • 업데이트 2012-01-03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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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출(사진: 야후재팬)


   "2012년이 열렸습니다. 새 해 복 많이 받으시기 바랍니다."

 
2011년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12월 31일 자정. 필자가 첫 번 째로 받은 신년인사다. 휴대전화에서 흘러나오는 목소리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일본 후쿠오카에서 살고 있는 전직 언론인 '오츠보 시게타카(大坪重隆 · 71) '씨다.


  "아! 안녕하세요. 새 해 복 많이 받으세요. 70억 세계인 중에서 올 해 최초로 저에게 전화를 하셨군요. 감사합니다."


  보신각에서 제야(除夜)의 종소리가 울려 퍼지는 순간 필자는 오츠보(大坪) 씨와 길게 통화를 했다. 일본에서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제야(除夜)의 종을 친다. 요즈음은 일본도 젊은이들이 '카운트다운'을 하기 위해 도심이나 절에 모이기도 하나 대체로 종소리를 들으면서 조용히 참배를 한다.

 
 종을 치는 횟수에 있어서도 차이가 있다. 우리는 33번을 치는데 일본은 108번을 친다. 다분히 불교적인 의식에 바탕을 둔 백팔번뇌(百八煩惱)에서 비롯됐다. 108번의 종소리를 들으면서 지난해의 번뇌를 떨쳐버리고, 정결(淨潔)한 마음으로 새해를 맞으라는 뜻이다. 지역에 따라서는 자정이 되기 전에 107번의 종을 치고 마지막 한 번의 종을 새해를 맞는 순간(子正)에 치기도 한다.


  그리고, 12월의 마지막 날에는 대체로 소바
(蕎麦)를 먹는다. 이를 '도시코시소바(年越し蕎麦)'라고 한다. 소바처럼 가늘고 길게 살라는 의미와, 지난해의 온갖 고뇌를 끊어버리라는 두 가지 의미에서다. 오츠보(大坪) 씨도 "제야(除夜)의 종소리를 들으면서 소바를 먹다가 필자에게 전화를 걸었다"고 했다. 필자는 '용의 해' 2012년을 일본의 오츠보(大坪) 씨와 함께 휴대전화로 열었다.

 

용은 우리의 마음속에서 산다?

  일본도 우리와 동일하게 올해가 '용(龍)의 해'이다. 용에 대한 유래는 중국에서 전래된 다양한 문화와 함께 원래 일본에 있던 사신(蛇神) 신앙과 융합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한, 중세 이후의 용에 대한 해석에서는 일본 신화에 등장하는 야마타노오로치(八岐大蛇)도 용의 일종으로 보고 있다. 일본에서는 고분 등에서 나타나는 사신(四神)인 청룡이 유명하지만, 이외에도 용이 '물의 신'으로 민간 신앙의 대상이 됐었다. 관개 기술이 미숙했던 시대에는 가뭄이 계속되면 용신(龍神)에게 음식과 제물을 바치거나, 제사장이 기우제를 올리기도 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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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신화에 등장하는 전설의 동물(사진: 야후재팬)
 
이러한 풍습은 오늘에까지 이어져 승룡(昇龍)과 용신((龍神)이라고 불리는 용이 힘차게 하늘로 오르는 모습은 강력한 존재로 인식되고 있으며, '용의 해'에 대한 기대도 높다.

지난 해 말 방한(訪韓) 시 용(龍)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던 중 언론인 '이토 슌이치(伊藤俊一 · 59)' 씨의 '용에 대한 이야기가 현실적이다'는 생각이 든다. 도호쿠(東北) 대지진 이후 첫 국빈 방문한 부탄(Bhutan) 국왕의 용에 대한 내용이다.

<지난 해 부탄 국왕이 지진 후 첫 국빈 손님으로 일본을 방문했지만, 일본을 잘 아는 부탄 국왕이 일본의 어린이들에게 용에 얽힌 이야기를 남기고 떠났습니다. 부탄 국왕의 말입니다.
"여러분은 용(龍)을 본 적이 있습니까?"

"아닙니다."
"나는 용을 본 적이 있습니다. 용은 여러분의 마음속에 있는 거예요. 마음속의 용은 여러분의 경험을 먹고 성장하고 있는 것입니다. 사람은 경험을 쌓음으로써 무게가 늘어나고, 강해집니다."

도호쿠(東北) 지진 피해자를 이런 말로 격려했습니다. 국왕의 센스가 돋보였다고 생각합니다.>
 
  '용의 나라'로 일컫는 부탄의 국왕답다. 그렇다. 인간은 좌절과 실패를 통해서, 수많은 경험을 쌓으면서 성장한다. 일본은 지난해에 겪은 지진과 쓰나미(津波), 원자력발전소 사고에 따른 방사능 유출 등의 아픈 경험을 토대로 더욱 발전할 것이다.


 

용의 해에 대한 기대와 우려


  "2012년은 '용의 해'이다. 우리에게 용은 적인가 아군인가. 선(善)인가 악마인가. 구세주인가 파괴의 마왕인가. 자비로운가 냉혹한 경쟁자인가, 아무래도 잘 모르겠다."


  "결국, 만사는 이쪽의 대응 여하에 달려 있을 것이다. 교제를 잘해 친해진다면 용(龍)님은 우리의 좋은 아군이 되어 줄 것이다. 허나, 대응을 잘못하면 우리를 먹어 치울 것이다."


  "생각하면, 지구 경제도 용적(龍的)이다. 우리에게 글로벌 시대는 좋은 시대인가, 악한 시대인가. 그것이 아직도 확연하지 않다. 확연하지 않는 것 또한, 우리의 대응이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일본 도우시샤(同志社)대학의 '하마 노리코(浜矩子 · 60) 교수가 '용의 해'를 맞아 마이니치(每日) 신문에 쓴 칼럼의 한 대목이다.

  부탄 국왕의 말이나 '하마 노리코(浜矩子) 교수의 칼럼이나  표현 방법만 다를 뿐 일맥상통하다. 마음속의 용(龍)도, 현실적 용(龍)도 우리의 자세와 태도에 따라 달라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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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주를 물고 있는 용의 모습(사진: 불교신문)

 

2012년은 세계 경제의 활성화를...

 

  아무튼, 2011년은 지구촌 곳곳이 그 어느 때보다도 다사다난(多事多難)했던 격동의 한 해였다. 튀니지에서 시작된 재스민 혁명과 아랍의 봄, 유럽의 채무위기, 노르웨이의 총기 난사 사건, 태국의 홍수 등 어느 것 하나 사람들을 놀라게 하지 않은 사건이 없다.
 

  일본의 경우도 빈번한 수상 교체 등 정치적으로 격동기를 보냈으나, 그 중에서도 가장 큰 이슈는 아마도 도후쿠(東北) 대지진일 것이다.


"요즈음도 일본에 자주 가십니까?"

"일본 음식을 먹어도 괜찮습니까?"


  필자가 최근 들어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다. 한국에서는 아직도 개인적인 여행은 물론이고, 업무상 일본 출장을 기피하는 현상이 비일비재
(非一非再)하다. 일반인들의 생각이 심각한 지경에 처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일본 정부의 정확한 조사 자료 공개와 재발 방지를 위한 사후 대책이 하루빨리 시행되어야 한다.

 
"도후쿠(東北) 대지진은 우리들에게 끼친 영향이 큽니다. 지진 그 자체의 공포, 거대한 쓰나미(津波)의 공포, 원자력발전소 사고에 의한 커다란 피해 등을 경험했습니다. 피해자들에 대한 대응과 부흥 정책은 아직, 아직.....지금부터 입니다. 원자력사고에 의한 방사능 오염 대응도 지금부터 입니다."


  경제학자 '오오다케 후미오(大竹文雄 · 50)' 오사카(大坂) 대학 교수가 '쥬오고우론(中央公論)' 2012년 1월호에 기고한 시평(時評)의 한 대목이다. 이 평론에는 거대한 쓰나미(津波)와 원자력발전소 사고에 따른 방사능 공포가 아직도 일본인의 뇌리 속에서 맴돌고 있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


  2012년은 '용의 해'이다. 지난해의 모든 아픔과 상처를 날려버리고, 한국 · 일본은 물론 세계 경제가 하늘로 승천하는 용처럼 비상(飛翔)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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