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자의 ' 카페 파우리스타'

  • 장상인 JSI 파트너스 대표
  • 업데이트 2011-12-01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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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쿠시마(福島) 지진 여파로 지난 5월 한차례 바람처럼 스쳐갔던 도쿄 방문 이후, 실로 오랜만에 긴자(銀座) 거리를 걸어 봤다. 우리나라에서 자주 보도됐던 방사능 위험성에 대한 불안감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고, 긴자(銀座)는 안정을 되찾은 듯 어디론가 빠른 발걸음을 옮기는 사람들과 쇼핑객들로 분주했다.

 우리의 명동 같은 도쿄의 중심지인 긴자(銀座)는 1초메(丁目)에서 부터 8초메(丁目)에 이르기까지 백화점과 쇼핑 몰 · 전문 가게들이 즐비하다. 메이지(明治, 1868-1912) 중기부터 형성된 긴자는 수 십 년에서 수 백 년을 이어온 시니세(老鋪:오래된 전통 가게)와 현대적 유행을 리드하는 패션몰들이 공존하고 있다. 대표적인 귀금속 점 와코(和光), 양복점 도야(田屋), 진주로 유명한 미키모토, 양갱의 대명사인 도라(虎屋), 문구점 이토야(伊東屋), 안경점 마스시마(松島), 포목점 에치고야(越後屋) 등의 시니세(老鋪)들은 세월의 변화와 관계없이 전통적으로 대를 이어가고 있는 일본의 대표적인 전문점들이다.
 이러한 긴자에 숨어있는 또 하나의 명물을 든다면 창업 100년이 넘는 커피숍 '카페 파우리스타'이다.

 커피 향(香)과 사람 냄새

 
"커피의 향기에 숨이 막혔던 어젯밤보다
  꿈에서 보았던 사람이 옆에 비치누나."

 일본의 유명한 가인(歌人) '요시이 이사무(吉井 勇, 1886-1960)' 선생의 <酒의 詩歌句集>에 나오는 노랫말이다. 커피의 향기도 숨이 막히도록 좋지만, 옆에 앉아 있는 사람과의 넉넉한 나눔이 더욱 좋다는 말일 듯싶다. 우리나라도 최근 들어 커피 맛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으나, 본디 커피 숍은 커피의 맛을 즐기는 것과 더불어 사람을 만나고, 대화 장소로서의 비중이 컸기 때문에 비롯된 말일 수도 있으리라 본다. 
 긴자에서 저녁 식사를 마치고 커피 마시기에는 늦은 시각이었으나, 일본 친구 도미타 카츠나리(富田一成, 57)씨와 함께 커피숍을 찾았다. 일본 최초의 커피숍인 '카페 파우리스타-
 "악마와 같이 검고, 사랑과 같이 감미롭고, 지옥과 같이 뜨거운 커피"
 '카페
파우리스타' 문 앞에는 커피숍의 상징물인 커다란 마크 하나가 버티고 서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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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페 파우리스타의 심벌 
 
 
"별(星) 가운데 들어있는 여왕의 모습-
 
별을 둘러싸고 있는 커피나무 이파리와 붉은 커피 체리-"

 
브라질 '상파울로' 시(市)의 심벌 문장(市章)을 본떠서 만들었다는 이 마크는 100년 세월 동안 일본 커피계의 발전과 역사 그리고, 문화를 대변하고 있다. 세계 최대의 커피 생산국인 브라질 공화국 상파울로 주 정부가 메이지(明治) 중순 일본 이민을 받아들인 이후, 이곳 긴자에 커피숍이 탄생했던 것이다. 

 사장인 미즈노(水野) 씨는 커피숍을 개점하면서 "오늘 여러분에게 제공하는 커피는 일본에서 브라질로 이민가신 사람들의 노고가 가져온 수확물로, 그들의 땀의 결정이 여러분께 맛있는 커피를 제공하게 되었습니다. 그들에게 감사드립니다"면서, "일본의 커피 문화를 창출해 나가겠다"고 했다.  

 한 사람의 집념과 열정으로 탄생한 커피숍이 이토록 100년이 넘도록 한 자리를 지키면서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는 것이다.
 카페(café)는 브라질 어로 커피라는 의미이고, 파우리스타(Paulista)는 '상파울로 사람(子)'이라는 뜻의 '카페 파우리스타-'
 한 때 비틀즈의 '존 레논(John Lennon, 1940-1980)' 부부가 연 삼 일을 왕래하여 화제가 되기도 했다.

 커피 한잔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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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파우리스타의 외관


 "맛 좋은 커피 한 잔을 마시며 느긋하게 등을 기대고 앉아 있노라면 당신은 그 깊은 향기와 맛에 흠뻑 빠져들 것이다. 당신은 그 커피의 느낌을 하나하나 온 몸으로 음미하겠지만, 그 느낌은 커피의 겉모습일 뿐이다. 커피의 이면에는 수많은 문화와 관습, 환경과 정치가 거미줄처럼 얽힌 아주 복잡한 세계가 드리워져 있다. 세계화, 이주, 여성 운동, 환경오염,  원주민 인권, 자결권 등 21세기를 지배하는 주요 이슈들이 커피 한 잔을 둘러싸고 역동적으로 전개된다."

 
변호사이며 시민운동가인 ‘딘 사이컨(Dean Cycon)’의 역작 <자바 트레커>의 한 대목이다. 한 잔의 커피에도 이처럼 많은 사연이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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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파우리스타의 내부
결국, 
커피 한 잔을 마시더라도 가벼이 여기지 말아야 할 일이다.
 
우리나라는 요즈음 커피에 '흠뻑' 빠져있다고 한다. 하지만, 커피에 서려있는 진정한 의미와 깊이를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의 혀끝을 자극하는 이국적인 열매가 길고 긴 여정을 거쳐서 세계인들의 곁으로 다가간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커피의 향과 맛만 즐길 뿐 커피의 이면에 담겨 있는 문화와 관습, 생존을 위한 고뇌에 대해서는 깊게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아무튼, 감미로운 커피의 향과 맛은 끊임없이 사람들을 유혹한다.

"우리는 커피와 커피숍을 죽도록 좋아합니다....보세요. 이렇게 홀짝홀짝 마시고 있지 않습니까? 아아, 최고군요. 커피를 한 잔 마셨더니 몸도 따뜻해지고 눈도 예리해지고 머리도 맑아지는군요. 갑자기 뭔가 떠올랐습니다."

 
2006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이스탄불 출신의 '오르한 파묵(Orhan Pamuk, 1952- )'이 쓴 인기작 <내 이름은 빨강>이라는 소설에도 커피에 대한 이야기가 진하게 나온다.

 
요즈음 우리나라는 커피숍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난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커피숍이 생선가게로 변해버린 곳도 있다.

100년을 이어가는 커피숍- 고객들은 그러한 커피숍을 원하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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