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호품(嗜好品)의 소멸은 일본침몰(日本沈沒)보다도 임팩트가 있다."
지난 7월. 80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한 소설가 '고마츠 사쿄(小松左京, 1931-2011) 선생이 남긴 어록 중의 하나이다. 그가 내세우는 기호품은 커피 · 술 · 담배 · 사탕 · 향신료 등이다. 고마츠(小松) 씨는 <일본 침몰>, <부활의 날> 등을 쓴 일본의 대표적인 공상과학소설 작가다. 교토대학 문학부를 졸업한 그는 1962년 <일본의 아파치 족>으로 일약 일본 SF 소설의 선두주자로 등극했다.
그는 '커피라고 하는 문화(UCC 커피박물관 編)'를 통해 '일본 끽차(喫茶) 문화의 변천'을 언급하면서, "다도(茶道)는 세리머니(ceremony)이고, 찻집(茶店)은 서비스(service)이다"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이는 커피숍이나 카페 등의 서비스를 두고 한 말이다.
나고야(名古屋)의 다방(茶房)들-
그런데, 이러한 찻집의 서비스가 근래 들어 양상을 달리하고 있다. 과거 다방(茶房)의 여종업원이 커피 심부름을 하던 때와는 판이하게 다른 셀프 서비스 등 새로운 찻집 문화가 등장했다. 하지만, 일본에는 옛날식 찻집 문화가 아직도 살아있다. 손님이 좌석에 앉으면 여성 종업원이 찾아와서 친절하게 커피, 주스 등의 주문을 받는다.
그런데 나고야(名古屋)만 지니고 있는 독특한 커피점(coffee shop) 문화가 있다. 커피 한잔 시키면 빵과 달걀 등 식사 대용품목이 무료로 따라 나온다. 어쩌면 나고야가 자랑하는 커피 문화이자 오랜 전통이기도 하다. 커피점마다 서비스의 질과 양이 다르고 메뉴도 각양각색이다. 고객들은 이런 서비스에 환호하고 있다.

나고야 커피숍에서 모닝서비스를 즐기면서 환담을 나누는 모습
나고야의 거리를 걷다보면 커피점이 제법 많이 눈에 띤다. 물론, 스타벅스나 맥도널드 등 외국 체인점도 많다. 그러나, 거리를 몇 분 정도만 걸으면 다방(茶房)이라는 간판의 커피숍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다방(茶房)이라면 우리의 70년대의 다방이 연상된다. 과거의 다방은 커피 맛을 제대로 알지 못하면서 하루 종일 담배 연기 속에서 시간을 때우던 시절의 대명사이기도 했다.
나고야 사람들은 이러한 다방(茶房)식 커피숍을 좋아한다. 이곳에는 아침 이른 시각부터 손님들이 많이 모인다. 나고야는 한 세대 당 커피숍에 뿌리는 금액이 전국 1위라고 한다. 일본 전국 평균의 3배에 해당된다.
오쓰(大須) 거리
![]() |
| 오쓰(大須) 거리 |
필자는 나고야의 커피숍 문화를 체험하기 위해 아침 일찍 '이토 순이치(伊藤俊一 · 58)' 씨와 함께 호텔을 나섰다. 모닝서비스의 현장을 목격하기 위해서다. 나고야 가나야마(金山) 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그다지 멀지않은 오쓰(大須)로 갔다. 오쓰(大須)에는 반쇼지(萬松寺)라는 절(寺)이 있다. 나고야의 영웅이자, 일본의 영웅인 '오다 노부나가(織田信長)'의 부친 '오다 노부히데(織田信秀)'의 묘소가 있다.
한 번 생(生)을 얻어/ 멸하지 않을 자 누구 있으랴."
'오다 노부나가'가 좋아했던 이 시구(詩句)의 해석을 두고 나고야 중부전략연구회 회원들이 서울 방문 시, 필자의 집에서 논쟁(?)을 벌이던 생각이 나서 웃음이 저절로 나왔다. 그 때가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4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참으로 빠른 세월의 흐름이다.
오쓰(大須) 거리는 아침 시간인데도 사람들도 많았고 날씨도 무척 더웠다. 순식간에 온 몸이 땀으로 흠뻑 젖었다. 이날 최고 기온이 39도로 예상된다고 했다. 빗속에서 살다시피 한 서울에 비하면, 차라리 폭염이 반가웠다.
나고야(名古屋) 모닝
"아침부터 고져스(gorgeous) 서비스! 나고야(名古屋) 모닝!"
손님들의 눈길을 끌게 하는 광고문구가 필자의 눈에도 쏘옥 들어왔다. 커피숍에 들어서자 연령대에 관계없이 많은 사람들이 있었고, 가족단위로 온 사람들도 많았다. 시계를 들여다보니 8시 20분이었다. 이 커피숍은 아침 8시부터 영업을 개시한다. 여성 종업원이 메뉴 표와 물 컵을 들고 필자에게 다가왔다. 필자는 더위를 식히기 위해 아이스커피를 주문했다. 얼음 가득한 유리컵과 일반 커피 잔에 담긴 브랜딩 커피가 뜨거운 열기를 내뿜으며 필자 앞에 놓여졌다.
"뜨거운 커피를 그대로 유리컵에 부으세요. 바로 아이스커피가 됩니다."
여종업원이 마시는 방법을 설명해 주었다.
냉커피를 스스로 제조하는 기분이 상쾌하고 신선했다. 그리고, 덤으로 따라 나오는 토스트와 삶은 계란이 구수한 맛을 더했다. 이처럼 모닝서비스 시간에는 손님이 커피 한 잔을 시키면 토스트와 삶은 계란이 따라 나온다. 가격은 커피 한 잔 값인 400엔(5,000원) 전 후다. 물론 모닝서비스는 시간제한이 있다. 오전 10시 반까지다.

모닝세트
대부분 도쿄에서 생활한 '이토 순이치(伊藤俊一)' 씨도 처음에는 나고야의 커피 숍 문화에 익숙지 않아 어색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토 씨는 "어느 곳이나 모닝 서비스가 있지만, 나고야는 커피 한 잔 값으로 무료서비스를 한다"고 했다.
"어느 가게에서는 토스트 대신 우동도 주고, 또 다른 집에서는 스시(초밥)도 제공합니다. 물론 무료이지요. 이것이 나고야의 독특한 모닝 서비스입니다."
일본에서 유일한 나고야의 커피숍 문화인 것이다.
공격적인 고메다 커피점(珈琲店)
이러한 모닝 서비스를 잘하고 있는 커피점이 있다. 나고야를 중심으로 400여 개의 점포수를 자랑하는 커피점 체인 '고메다 커피점'이다. 코메다는 지난 8월 24일, 간토(関東), 간사이(関西) 지역에 새로운 점포를 낸다고 발표했다.

고메다 커피점
산케이신문(産経新聞)에 의하면 "간토 지구의 '고메다'의 점포수는 2011년 현재 45개이지만, 2014년까지 약 3배인 120-130 점포로 늘린다"고 했다. 출점이 끝난 도쿄(東京), 가나가와(神奈川), 치바(千葉), 사이타마(埼玉) 외에도 이바라키(茨城)나 도치기(栃木), 군마(群馬) 등도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고 한다. 또, 장기적으로는 해외 진출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한다. 현재 중국이나 대만, 한국, 태국 등에서 시장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만약 이 커피점이 한국 진출한다면 한국의 커피 시장은 새로운 춘추전국 시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일본의 커피 맛이 생각보다 수준이 높기 때문이다.
'고메다 커피점'은 2014년 2월기 결산의 매출을 2011년 2월기에 비해 약 3 할이 증가한 약 100억 엔으로 하고, 영업이익은 5할 이 증가한 30억 엔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일본인들이 대체로 차(茶)를 많이 마시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으나 의외로 커피를 많이 마신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고메다 커피점'은 도심에도 많지만, 교통이 편리한 교외에 대형점포를 설치하여 근린의 주부나 고령자, 가족 동반을 하는 고객에 대해 점원이 풀 서비스하는 업태를 취하고 있다.
나고야의 커피숍들은 대체로 손님들이 장시간 머무를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신문이나 잡지를 많이 비치하고 있고, 커피를 주문하면 다양한 품목들이 무료로 제공되는 모닝서비스가 특징이다.
<· 미인 점원이 많아서 서비스도 OK
· 보고 싶은 잡지는 요청하면 바로 비치
· 무료 개방 무선 LAN이 매우 고맙다.
· 모닝서비스 참으로 이득(利得)이 있네.
· 커피콩에 배어 있는 맛있는 풍미(豊味).....>
손님들을 유혹(?)하는 광고성 문구이나 손님들에게 맛있는 커피와 휴식 공간을 제공하려는 서비스 정신이 깃들어 있다.
일본의 커피는 메이지(明治, 1868-1912) 시대에 등장했으나, 맛이나 향이 너무 강렬해서 가정에 널리 보급되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이제는 가족 모두가 즐기는 기호품이 되어 가정에서는 물론, 맛좋고 서비스 좋은 커피점을 찾아다니는 가족 중심의 기호품으로 자리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