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커피는 새로운 시대를 맞고 있다. 지역이나 농장 등의 개성 있는 스페셜티 커피가 등장했다. 와인처럼 산지별, 품종별로 커피를 선택하는 시대에 돌입한 것이다."
일본의 <커피의 기초 지식>이라는 책에 기술되어 있는 커피에 대한 이야기다. 오늘날 커피는 이처럼 새로운 시대를 맞고 있다. 필자는 이러한 커피의 역사와 문화를 배우기 위해 뒤늦은 도전을 계속하고 있다. 고베의 이와타(岩田)씨 가족과 함께 '니시무라(西村) 커피점(珈琲店)'을 찾는 이유도 그러하다.
니시무라(西村)는 1948년 테이블 3개의 작은 커피점(珈琲店)으로부터 시작됐다고 한다. 1948년은 전쟁이 끝난 3년 후라서 일본 전체가 대단히 궁핍했던 시절이기도 하다. 그 시절 일본에서는 커피 콩 대신 대두(大豆)로 만든 대용커피를 마시기도 했다. 그러한 시대에 '니시무라(西村) 커피점'은 '자긍심을 높여주는 한 잔의 커피를 제공했던 곳'으로 유명하다. '니시무라 커피점'은 고베 지역 뿐만 아니라 일본 전역으로도 명성을 날리고 있다.

니시무라 커피점의 안내 간판
"고베에 가시면 필히 니시무라 커피점을 들러보시기 바랍니다." 전 날 나고야에서 만난 '시미즈 시게오(淸水重雄 · 68)'씨도 필자에게 이렇게 권했다.
아무튼, 니시무라(西村) 기타노(北野)점은 1974년 회원제로서 개점한 '독특한 커피숍'이기도 하다. 각계각층의 저명인사들이 회원으로 참여해 사교와 휴식의 장(場)으로 이름을 떨쳤지만, '95년 한신 대지진을 계기로 일반인에게도 개방했다고 한다.
붉은 벽돌의 영국 풍(風) 건축물
붉은 벽돌로 지어진 이 건축물은 상하이의 영국 풍 양옥을 모티브로 한 것으로 서양의 냄새가 물씬 풍기는 건물이었다. 입구에는 창립 1948년 이라는 간판이 역사의 흐름을 증명했고, 무질서한 담쟁이넝쿨의 얽힘이 세월을 휘감고 있었다. 커피 숍 내부의 앤티크 가구들도 고풍스러운 자태를 과시했고, 조각품 하나하나가 일본이 아닌 유럽을 연상시키고 있었다. 그러나, 커피 값이 꽤나 비싼 편이었다. 일반 커피기 800엔-900엔(11,000원-12,000원) 이었고, 세계 2위라는 하와이 코나 커피는 한 잔에 1,000엔(14,000원), 세계1위의 권좌를 지키고 있는 '자메이카 블루마운틴'은 한 잔에 1,200엔(16,000원)이었다. 커피 박물관보다도 2배 가깝게 높은 가격에 필자는 다시 한 번 놀랐다. 일본이 물가가 비싸기로 유명하지만, 커피 값이 비싸다는 것을 그동안 생각해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니시무라 커피점 내부
6명의 커피 값이 우리 돈으로 10만원이 넘는다는 사실에 니시무라 커피점 타령을 했던 필자가 크게 반성(反省)을 했다.
하지만, 점장(店長)인 도모야마(伴山 · 52)씨는 "다른 점포에 비해 값이 두 배 정도 비싼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당초 회원제의 커피점이기 때문에 그 값을 유지하기 때문입니다"고 하면서, '일본 커피 산업의 역사와 니시무라의 기업문화'를 설명했다.
'고객 만족과 고객감동'
'도모야마'씨의 커피 이야기는 긴 흐름을 이어갔다.
"이 한 잔의 커피에 담겨 있는 것은 단순한 가격이 아니라 돈으로 계산할 수 없는 무수한 상상력입니다. 블루마운틴, 킬리만자로, 모카.....등을 블랜딩하는 것은 각각의 특성을 지닌 일등급 커피를 만들기 위한 것입니다. 니시무라는 일본 커피 업계에서 최초로 산지별 원두커피를 메뉴로 제시했습니다. 그리고, 카푸치노, 비엔나커피, 커피 제리 등도 저희 니시무라(西村)가 파이어니어의 역할을 수행한 것입니다. 한 잔의 커피를 통해서 '고객 만족과 고객감동'이라는 용어가 등장한 것이지요."
그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커피 값에 대한 부담을 털어냈다. 그러면서 니시무라 대표(吉谷博光)의 인사말을 다시금 되새겨 보았다.
"저희 니시무라(西村) 커피점에서는 창업 이래 현재에 이르기까지 단순하게 연간매출 · 점포수 확대를 계량(計量)하는 것이 아니라, 질적인 측면에서
<일류>를 목표로 해, 높은 이념과 철학으로 영업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살벌 한 세상에서 무엇보다도 인간미 풍부하게 마음과 마음이 서로 통하는 가게이고 싶습니다...... 테이블 3개의 작은 커피점으로 개업한 당초부터의 그렇게 따뜻한 구상은 시대를 넘어 우리 회사의 젊은 활성화 집단에도 그 맥(脈)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한 잔의 커피를 통해서 사람을 소중히 생각함은 물론, 사람의 행복을 계속적으로 추구하고 싶습니다. 그것이 우리의 기쁨이며 니시무라(西村) 커피점의 영원한 목표입니다."

점포는 14개로 한정
니시무라(西村) 커피점은 그 명성에 비해 점포가 14개에 불과하다. 고베시에 10개, 오사카에 1개, 그리고 인접 도시에 3개뿐이다. 앞으로도 '더 이상 확대할 계획이 없다'고 했다. 그 이유는 물(水)때문이다.
"저희 니시무라(西村) 커피점에서는 커피에 가장 알맞은 물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한정된 물의 공급 때문에 점포를 더 이상 확대할 수 없습니다."
물이 커피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99%다. 그 만큼 물이 중요하다. 커피의 원두도 중요하지만, 물 역시 커피의 맛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라는 것이다. 물은 미네랄의 함유량에 의해 연수(軟水), 중경수(中硬水), 경수(硬水)로 분류된다. 예를 들어 세계적으로 유명한 에비앙(evian)이 대표적인 중경수로 꼽힌다.
니시무라 커피점은 예로부터 일본의 명수인 '미야미즈(宮水)'를 사용하고 있다. 지나치게 강하지 않는 적당한 경도(硬度)의 물이 커피 맛을 한층 높여주기 때문이다. 이러한 부분까지 세심한 배려를 하는 것이 커피를 만드는 사람의 기본 정신이자 자세다.
우리나라는 지금 커피의 열풍 속에 빠져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고나면 새로이 모습을 드러내는 커피숍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다. 사람들은 이를 걱정한다. 이토록 많은 커피숍들이 얼마나 오랫동안 버틸 수 있을까? 단순하게 매출을 높이고, 점포수를 무분별하게 늘려가는 것보다는 '커피의 맛과 문화'를 영원토록 이어갈 수 있는 '장인정신'이 필수적인 요소이기 때문이다.
또 다른 만남을 기대하며....
필자 부부는 이와타(岩田)씨 가족과 니시무라 커피점 앞에서 헤어졌다. 다음번에는 '서울에서 가족 미팅을 하자'고 했다. 서로 뒤돌아보면서 손을 흔들었다. 필자 부부는 그들의 모습이 인파 속으로 사라져 보이지 않을 때까지 서 있다가 기타노초(北野町) 언덕길을 올랐다.
| 이와타(우)씨와 부인 게이코씨 |
"맴-매앰, 맴-매앰"
서울에서처럼 유별나게 목청을 높이는 짜증스러운 매미 소리가 아니라, 흡사 클래식의 선율(旋律)같은 잔잔한 '매앰-, 매앰-'소리에 박자를 맞추며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갔다. 고베 시내의 전경이 한 눈에 들어왔다.
'하루를 사는 것은 하루가 진보한다'고 했던가-
이날 하루의 진보에 감사드리며, 인연의 소중함과 니시무라 커피의 풍미(風味)를 가슴 속 깊이 담았다.
내일은 또, 어떠한 배움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 런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