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박물관을 찾아서(2)

  • 장상인 JSI 파트너스 대표
  • 업데이트 2011-08-19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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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는 커피 한잔을 마시고서 방향을 틀어 박물관 입구 홀로 들어섰다. 홀에는 인물 사진 12장이 단체로 걸려있었다. 커피와 관련이 있는 저명인사의 사진과 어록이었다. 독일의 대작곡가인 바흐(1685-1750), 프랑스의 계몽사상가 몽테뉴(1689-1755), 프랑스의 황제 나폴레옹(1769-1821) 등 12명이었다. 모두 커피를 사랑했던 사람들이다.

  "아! 커피-
   천 번의 키스보다도 멋들어진
   머스캣(muscat: 포도의 한 품종)보다도 더 달콤한 커피-
   커피- 커피는 끊을 수 없노라"

 흐의 오페라 '커피 칸타타'의 일부다. 한 번 맛들이면 도저히 끊을 수 없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 이었나보다.

  전시실 순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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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초 카페의 선구자 동상
지하 1층 지상 3층의 박물관 건물에는 6개의 전시실이 있다. 제1전시실에는 에티오피아 목동 칼디(Kaldi) 등 커피에 얽힌 전설과 세계 최초의 커피 하우스, 일본의 커피 역사에 대해서 세세하게 망라되어 있다.
 
일본의 커피는 1690년경 네덜란드 사람에 의해서 나가사키(長崎)의 데지마(出島)에 전해진 것으로 기록되어 있었다. 일본에서 처음으로 커피를 마신 것은 나가사키의 데지마(出島)에 출입이 허용된 공무원이나 유녀(遊女)였다. 막부 신하의 한 사람으로 광가(狂歌: 에도시대의 풍속소설)의 작자로 유명한 '오오타 난보(大田南畝, 1749-1823)'는, 1804년 나가사키 봉행소(奉行所)에 파견되었을 때, 커피 음용 체험을 기록으로 남겼다고 했다. 그의 저서인 게이호 유우테츠(瓊浦又綴)에는 다음과 같은 기록이 있다.

 "홍모선(紅毛船)에서 커피라는 것을 권한다. 콩을 검게 구워서 가루로 만들어 흰 설탕을 섞기도 하고, 타서 눌었지만 견디지 못하고....(커피는 탄내가 많이 나서 마시려면 참기 어렵다는 뜻)"

 일본인들이 거리에서 일반적으로 커피를 마시게 된 것은, 메이지(明治) 시대(1868-1912)의 이후의 일이나. 세월이 흐른 지금 일본은 미국 · 독일에 이어 세계 제 3위의 커피 수입국으로 발돋움했다.

 세계 제 3위의 커피 수입국

 
제2전시실에는 세계 커피의 생산량과 나무 재배에 대한 내용이 사실대로 전시되어 있다. 커피 생산국의 통계치, 커피의 품종, 커피나무의 일생이 사진설명과 함께 생생하게 설명되어 있다는 것이다. 커피 씨앗의 발아->묘목->개화->결실->수확->정제에 이르기까지 커피 생산지를 가보지 않아도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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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나무의 일생

  제3전시실에는 '커피의 긴 여행'이라는 테마 즉, 커피의 유통에 대한 내용이 전시되어있다.

생산국에서 수확된 커피 전량이 소비국에 수출되어 가는 것은 아니다. 농산물로서 생산된 커피의 품질을 엄격하게 감정해, 국제 상품으로서 시장에서 거래되기 위한 가치를 판별하는 커피 감정사의 역할이 있어야 한다.

 커피 감정사는 커피 생콩의 색이나 형태, 입도의 갖춤 상태, 결점 콩을 골라내는 작업을 실시한다. 이 박물관에서는 그러한 커피 감정사의 일련의 역할을 모형이나 영상으로 알 수 있도록 전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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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벨트
 제4전시실은 커피를 창조하는 즉, 가공에 대한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다. 커피 가공 중 중요한 공정은 '커피를 볶는 일(Roasting)'이다. 일본에서는 로스팅(Roasting)을 '바이센(焙煎)'이라고 한다. 고소한 커피의 독특한 향기는 로스팅에 의해 좌우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같은 산지의 생두(green bean)도, 로스팅 시간이나 온도에 의해서 완전히 다른 풍미를 낳는다. 이 박물관에서는 라이트 로스팅에서부터, 에스프레소용 이탈리안 로스트까지의 '바이센(焙煎)' 정도를 8개 단계로 나누어 전시하고 있다.

 제5전시실에는 각종 커피 기구를 전시하고 있다. 유럽을 비롯해서 일본의 커피 컵(cup)과 고대의 추출기구들이 유리 선반에서 층을 이루어 그 자태를 뽐내고 있다. 또한, 세계의 유명 카페 메뉴 북은 물론, 맛있게 커피를 타는 7가지 방법에 대해서도 전시하고 있다.


 '한국인들도 많이 다녀가'

 1층에서 시작된 전시는 2층과 3층을 돌아 다시 1층으로 돌아온다. 전시실 입구에는 '커피 박사에 도전하시지 않겠습니까?'라는 안내문구가 눈길을 끈다. 커피 용어의 기초지식, 커피의 Q&A, 박물관을 돌아보고 난 후 전시실에서 획득한 커피 지식을 컴퓨터를 사용해서 재인식하는 코너이다. 그리고, 커피의 꽃, 열매(cherry), 농장 풍경 등 커피를 모티프로 한 세계 각국의 우표나 지폐를 수집할 수도 있다. 이 박물관에서는 세계적으로 희귀한 커피 우표 200점을 전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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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CC 역대 제품들

 필자는 이곳을 찾는 관람객이 어느 정도인지가 궁금했다. 일본인은 물론 한국인 · 중국인도 제법 많이 다녀간다고 했다.

 "한국인의 경우 3-5명 씩 월2-3팀 정도이고, 단체로는 15-20명 단위로 방문하십니다. 단체의 경우도 월 2-3팀 정도가 될 듯합니다."

 안내 직원 아이노(相野, 24) 씨의 말이다. 그는 또, "전체적으로 보면 지난해에는 모두 29,840명이 다녀가셨습니다."고 말했다. 방문객 수는 날이 갈수록 점점 늘어나는 추세라고 했다.

 그러면서 아이노(相野) 씨는 "입장료(210엔) 수입만으로 박물관을 운영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라면서 ”기업이 운영하는 커피 박물관은 UCC 커피 박물관이 일본에서 유일하다"고 했다. 그리고, "박물관에 근무하면서 느낀 점은 한 잔의 커피를 마시는 즐거움보다는 커피의 아픈 일생과 제3세계 사람들의 처절한 삶을 이해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기업은 경영을 잘해서 이익을 남겨야 하지만, 그 이익을 사회에 돌려주는 역할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 UCC커피 박물관은 고베의 포트 아일랜드에서 1981년 3월 20일-9월 15일에 개최된 박람회에 출품된 거대한 커피 컵(CUP)인 UCC 커피 관(館)을 개장(改裝)한 것으로써, 외관은 '커피 음용(飮用)을 세계적으로 확대한 아랍의 이슬람 모스크(寺院)의 이미지를 기조(基調)로 형상화 했다'고 한다(자료: UCC커피 박물관).

 커피에는 이처럼 오묘한 진리가 담겨져 있다. 커피를 단순하게 훌쩍 마셔버리는 것보다 원산지의 특성과 품질, 제3세계인들의 삶과 고뇌 등을 이해하면서 마시는 것도 커피의 풍미(豊味)를 더욱 진하게 느낄 수 있으리라는 생각을 해본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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