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박물관을 찾아서(1)

  • 장상인 JSI 파트너스 대표
  • 업데이트 2011-08-14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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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악마처럼 검고, 사랑처럼 감미로우며, 지옥처럼 뜨겁다”

  터키의 속담에서 유래되었다는 커피에 대한 묘사다. 이처럼 검고, 감미로우며, 뜨거운 커피가 대한민국을 뒤흔들고 있다. 나이 불문 온 국민이 커피의 아로마(Aroma)에 흠뻑 취해 있는 느낌이다. 대로변, 골목길 구분 없이 커피 숍 · 카페 들이 즐비하고, 거리마다 커피 잔을 들고 활보하는 샐러리맨들의 발걸음이 자연스레 눈에 들어온다. 커피 향의 강렬함이 여름 태양보다도 뜨겁다. 이러한 커피 열풍을 일시적인 현상으로 보는 사람들도 많지만, 오랫동안 지속될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도 만만치 않다.
아무튼, 커피 향(香)은 시시각각 사람들을 유혹한다. 필자도 최근 들어 커피 향(香)에 끌려 '커피의 늪'에 빠져들었다. 지난 5월 커피 농장 취재를 위해 파푸아뉴기니를 다녀온 이후 그 속도가  빨라지고 있음을 스스로 인식하고 있다.

  '포트 라이너'를 타고 Coffee Road로

  아무튼, 커피는 단순한 기호음료가 아니다. 커피 콩(豆) 하나하나에는 가난한 원주민들의 삶과 고뇌, 전통과 문화가 눈물처럼 배어있다. 그리고. 배에 실려 세계를 여행하는 커피 콩(豆)의 운명과 여정(旅程)도 실타래처럼 복잡하게 얽혀있다. 우리는 이러한 배경을 알아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한 잔의 커피에 서려 있는 깊은 가치를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저런 연유로 필자는 일본 나고야(名古屋) 출장길에 일부러 시간을 내어 고베(神戶)시에 있는 커피 박물관을 찾았다.

  인구 150만 정도의 고베시는 일본에서 여섯 번째로 큰 도시다. 1995년 한신 대지진으로 수 천 명이 목숨을 잃었고, 건물과 도로가 파괴되었으나 빠른 복구를 통해 정상을 되찾은 곳이기도 하다. 신칸센 노조미 7호는 한 시간 만에 필자를 신고베(新神戶) 역에 내려놓았다. 손을 꼽아보니 3년만의 방문이었다. 신고베 역에서 다시 지하철을 타고, 산노미야(三宮)역에 내렸다. 산노미야에서 에스컬레이터를 몇 차례 바꿔 타고 일종의 모노레일인 '포트 라이너'를 탔다. 빌딩 허리를 휘감으며 곡예사처럼 도시 하늘을 숨 가쁘게 달리는 '포트 라이너'를 탄 필자는 커피 박물관이 있는 ‘미나미(南) 공원역’에서 내렸다. 유난히 푹푹 찌는 고베의 여름 날씨에 온 몸이 땀으로 흠뻑 젖었다. 우리의 시골 간이역과 흡사한 '미나미 공원역'을 나서자 한자와 한글로 쓰여 진 안내 표지판이 눈에 띄었다.

“西出口 UCC 커피 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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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CC본사와 커피 박물관(좌)


안내 표지판을 따라 나가자 육교가 있었고, 육교 건너편에 우뚝 솟은 건물 하나가 보였다. UCC(上島커피회사)의 본사 건물이었다. UCC 본사 건물을 향해 무작정 걸었다. 육교 계단을 내려오자 3층 높이의 커피 박물관이 다소곳이 앉아 있었다. 건물 앞에는 ‘UCC COFFEE MUSEUM Coffee Road'라는 영어 안내판이 양각으로 새겨져 있었다.
“아! 커피 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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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박물관 안내 표지판

박물관은 역사적 유물이나 고고학적 자료, 예술품 등을 수집해서 보존하고 진열하는 곳으로 많은 사람들을 위한 학술 연구와 사회 교육에 기여하는 중요한 시설이다. 하지만, 역사 · 민속 · 미술 · 과학박물관과 달리 커피 박물관이 존재한다는 것만으로도 독특했다. 이와 같은 커피 박물관은 일본에 하나밖에 없다. 박물관 입구 화강암 의자들도 커피 콩 모양을 하고 있었다. 건물 안으로 들어서자 매표소 반대편 커피숍에서 새어나오는 커피 향이 필자의 발길을 멈추게 했다.

박물관도 식후경

 불현듯 2011년 일본 서점대상 1위 베스트셀러인 '수수께끼 풀이는 저녁 식사 후에'라는 추리 소설(東川篤哉 作)의 한 대목이 떠올랐다.
 <'가자 마쓰리' 경부(재벌의 아들이자 경관)는 다른 두 사람이 무난하게 브랜드 커피를 주문하려는 것을 막더니, 멋대로 ‘블루마운틴 스페셜 셀렉트’를 세 잔 주문하고는 움츠리는 기색도 없이 질문을 계속했다.>
 “그래, '가자 마쓰리' 경부처럼 블루마운틴 스페셜 셀렉트로 하자”
 필자는 UCC사가 자메이카에서 생두를 직접 수입하기에 우리나라에서 보다는 싼값으로 ‘블루마운틴 스페셜 셀렉트’를 마실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메뉴판을 펼쳤다. 그러나, 예상 밖의 가격에 눈이커졌다.
‘한 잔에 750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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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구 홀에 있는 커피 콩 조각(마-틴 루비오 작, 미국)

최근 환율로 계산해보면 만 원이 넘었다. 어쩔 수 없이 그보다 낮은 가격인 520엔 (7300원)짜리 브랜딩 냉커피를 주문했다. 일본은 음식점이나 커피숍에서 우리처럼 '빨리빨리'가 통하지 않는다. 때로는 인내심을 시험하려는 듯 하염없이 기다리게 하는 경우도 있다. 필자가 주문한 커피가 바로 인내심 테스트였다. 하지만, 눈앞에서 만들어지는 핸드드립 커피가 달콤한 아로마 향기와 함께 시간을 녹이는데 있어서는 지루함이 없었다. 별도의 유리컵에 얼음이 가득했고, 바스켓 필터(Basket Filter)를 통과한 커피는 낙숫물처럼 느린 흐름을 이어갔다. 15분 정도 여유 넘치는 흐름을 마친 뜨거운 커피는 즉석에서 얼음 잔으로 부어졌고, 유리컵속의 얼음조각은 작은 신음소리를 내면서 몸을 낮췄다.
 '여름 더위를 순식간에 식혀버린 아이스커피 한 잔-'
 지금까지 맛보지 못했던 커피의 풍미(豐味)를 느끼면서 발걸음을 박물관으로 옮겼다.

향이 높은 커피- 문화 발신(發信)을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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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CC 창업자 우에시마 다다오(上島忠雄)씨
이 박물관은 UCC커피 회사가 운영하는 기업 박물관이다. UCC社는 '사람과 대화하는 기업박물관'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커피 문화의 꿈이 부푸는 보전(寶殿)’이라고 했다. 이 박물관의 탄생 역사도 제법 길다. 1987년 10월 1일에 설립되었으니 올해로 24주년이 되는 셈이다. 일본의 10월 1일은 커피의 날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 박물관이 고베(神戶)에 세워진 이유는 UCC회사가 바로 이곳 고베 항에서 출범했기 때문이다. 박물관장의 인사말을 발췌해서 옮겨본다.

"한 사람이라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커피문화의 보전(寶殿)으로서 이용해주시고, 커피가 있는 풍부한 생활의 제안을 통해서, 지역사회와 대화하는 기업 박물관인 것을 목적으로서, 더불어 세계인들로부터 사랑받고 친숙해진 기호음료인 커피에 학술의 빛을 더하고, 조사연구 활동을 행하는 중에, 자연의 풍부한 은혜와 커피를 키우는 사람들의 훌륭한 지혜와 창조력을 느끼는, 커피가 가져오는 사람과 사람의 커뮤니케이션이 한 층 넓어지는 장소가 되기를 바라마지 않습니다."

 참으로 지당한 말이다. 만약 커피가 없었다면 사람과 사람의 만남이 이토록 폭넓게 이어질 수 있었을까? 그래서 커피는 단순한 음료가 아닌 대화와 낭만과 문화가 깃들어 있는 매력적인 기호품(嗜好品)으로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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