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키지 시장(築地市場)에서 아침 식사를

  • 장상인 JSI 파트너스 대표
  • 업데이트 2010-08-28  1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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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키지 시장의 참다랑어 경매 모습

 도교(東京)의 불볕더위는 연일 열기를 더했다. 필자는 시간을 쪼개어 사람을 만나다 보니 더위에 지치지 않을 수 없었다. 다음 날 '아침 식사를 같이 하자'는 도미타 카츠나리(富田一成 · 56) 씨의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비교적 이른 시각인 밤 9시쯤 업무 파트너들과 헤어졌다. 일본 경기의 침체를 몸으로 느낄 수 있을 만큼 긴자(銀座) 거리가 한산했다. 80년 대 불야성을 이루던 때와 비교하면 격세지감(隔世之感)이 있었다.
아침 7시가 채 되기도 전에 도미타(富田) 씨가 호텔로 찾아왔다. 도쿄에서 아침 일찍부터 식사를 같이 하자는 것은 그리 흔한 일이 아니다. 도쿄 사람들은 대체로 집이 멀기 때문이다. 필자는 도미타(富田) 씨가 '한 시간 이상 걸려서 호텔까지 왔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가벼운 복장으로 로비로 나갔다.
"아침 식사는 쓰키지(築地) 시장에서 합시다."
필자는 도미타(富田) 씨의 돌발적(?)인 말을 듣고 놀랐으나 내심 쌍수를 들어 환영했다. 평소 가보고 싶었던 시장이었기 때문이다.
"아- 새벽에 일어나서 참다랑어(참치) 경매 광경을 봤어야 하는데...." 필자는 오히려 좋은 기회를 잃은 것이 못내 아쉬웠다. 사람들의 발길이 뜸한 시각 필자는 도미타(富田) 씨와 함께 긴자 거리를 지나 쓰키지(築地) 시장을 향했다. 빠른 걸음이기는 했지만 5분이 채 못 되어 티셔츠가 흠뻑 젖었다. 폭염 때문이다.
"전 날 도쿄(東京)의 기온이 37도에 육박했으니, 오늘은 얼마나 더울 것인가."
쓰키지 시장은 필자가 묵었던 호텔에서 도보로 20분 쯤 거리에 있었다. 맞은편에 아사히(朝日)신문의 본사 건물이 우뚝 서 있었다.

1935년에 개설된 시장

쓰키지 시장 정문


 쓰키지(築地) 시장은 도쿄(東京)도 쥬오(中央)구 쓰키지에 있는 도매시장이자 일본 최대의 어(魚)시장이다. 1935년 2월에 개설된 이 시장은 도쿄도 내 10여 개 도매시장 중의 하나이지만, 그 규모는 세계 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쓰키지(築地) 시장은 면적이 23만 평방미터에 달한다. 이 시장에는 7개의 도매업자와 약 1000개의 구매 업자가 있다. 쓰키지 시장에서 년 간 취급되는 물량은 2005년 기준으로 약 916,866톤에 달하며, 금액으로는 약 5,657억 엔이 된다고 한다. 이를 수산물과 청과류로 구분하면 수산물이 하루에 2,167톤(1,768만 엔)이 거래되고, 청과류는 하루에 1,170톤(320만 엔)이 거래된다. 청과류에 비해 수산물이 압도적으로 우위를 점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참다랑어(참치) 경매가 유명하다.
 필자는 다소 소란스럽고, 번잡한 시장 안으로 들어섰다. 점포들은 7시가 지난 시각이라서 새벽 장사를 대체로 마무리를 하는 듯 했다. 물론 참다랑어 경매는 완료되어 각 가게에서 부위별로 잘리고 있었다. 토막 난 참다랑어는 일반 식당으로 팔려 나간다.
참다랑어는 세계적으로 최고의 대접을 받는 어류이다. 특히, 도쿄에서 참다랑어는 필수 메뉴로 손꼽힌다. 20세기 중반까지도 항구를 출발한지 며칠 만에 도착한 수산물을 먹는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운송 체계의 발달은 수산업계에 커다란 변화를 초래했다.
'사샤 아이센버그(Sasha Issenberg)'가 쓴 '스시 이코노미(Sushi Economy)'라는 책을 통해 참치 유통에 대한 변화의 흐름을 알아본다.
"1960년대에 들어서면서 저온 냉동기술의 발달과 저온 유통체계 덕분에 참다랑어 판매가 활성화되었다. 1970년에 처음 선보인 보잉 점보제트기는 화물 중심설계로 컨테이너를 장거리 운반하는 일이 가능해졌으며, 1970년에 노르웨이에서 새지 않는 컨테이너가 발명되면서 수산물도 다른 상품들과 함께 소형 비행기에 실을 수 있게 되었다. 1970년 중반에는 일요일 저녁 대서양에서 잡힌 참다랑어가 수요일 점심 메뉴로 도쿄의 식당에 등장하는 것쯤은 흔한 일이 되었다."
냉동 기술의 발달과 함께 유통망의 확충은 이처럼 일반인의 식탁에 엄청난 변화를 야기 시켰고, 식도락가들에게 큰 기쁨을 선사했던 것이다.

금강산도 식후경

쓰키지 시장 내의 생선 가게

 넓은 시장을 돌다가 본래의 취지인 아침 식사를 깜박 잊을 뻔 했다. 필자는 도미타 씨에게 맛있는 집을 찾도록 부탁했다. 허름한 식당이지만 사람들이 많이 기다리고 있는 곳이 있었다. 맛으로 소문난 집이라고 했다. 사람의 입맛은 대체로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필자와 도미타 씨는 사람이 많은 곳을 피해 비교적 한적한 식당을 찾았다. 할 얘기도 많았고, 다음 일정도 여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필자는 아침부터 생선회 정식을 시켰다. 간단명료한 메뉴지만 값이 싸지 않았다. 생선의 선도(鮮度)가 좋아서 값이 비싸다고 했다. 필자가 그동안 일본을 수 없이 드나들었으나 아침 식사를 시장 통에서 한 것은 처음이었다. 참으로 인상 깊은 아침 식사였다.
타-레이를 운전하는 사람의 모습쓰키지 시장은 여전히 사람과 자전거, 리어커, 작은 트럭 등이 뒤엉킨 채 분주한 흐름을 이어갔다. 시장에서 물건을 운반하는 원통 달린 작은 자동차를 '타렛 트럭(Turret Truck)'이라고 했다. 시장사람들은 이 차를 약칭으로 '타-레이'라고 한다. 아무튼, 이 타렛 트럭(Turret Truck)은 물건을 가득 싣고 인파 사이를 교묘하게 헤집고 다녔다. 머리에 수건을 동여매고 '타-레이'를 운전하는 한 아저씨의 모습에서 흘러간 세월과 시장의 서정이 베어났다.
쓰키지 시장 내의 가게를 '장내 점포' 라고 하고, 시장 주변에서 일반인을 상대로 하는 가게를 '장외 점포'라고 한다. 시장 내 뿐만 아니라 '장외 점포'에도 사람들이 많았다. 물건을 사는 일본인들과 관광객이 뒤섞여 있었던 것이다. 시장은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사람 사는 냄새가 난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실감했다. 특히 서민들의 냄새가 .....

표결에 부쳐진 참다랑어

절단되는 참다랑어다시 일본인들이 좋아하는 참다랑어 이야기로 돌아가 본다. 국제대서양참치보존위원회(ICCAT)에 따르면 대서양의 참다랑어는 지난 50년간 80%나 급감했다고 한다. 급기야 모나코는 지난 해 멸종위기에 처한 참다랑어를 보호하기 위해 참다랑어 수출 금지안을 제안했고, 미국과 유럽 국가들이 모나코의 제안에 동참했다. 일본인들의 입장에서 보면 숨이 막힐 일이다. 참다랑어가 없는 식탁은 상상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일본은 연간 참다랑어 생산량 6만여t 중 80%인 4만3000t 을 소비하고 있다. 그 중 1만7000t 이 대서양산이다. 일본은 정부 차원에서 참다랑어 수출 금지안을 강력 저지해야 했다. 지난 3월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 동식물의 국제무역에 관한 유엔 협약(CITES)' 회의에서는 175개국 대표단이 참석해 지중해를 포함한 대서양 참다랑어와 북극곰에 대한 수출금지 안건을 표결에 부쳤다. 하지만, 투표결과 부결되었다. 참다랑어의 최대 수요국인 일본은 한숨을 돌렸다. 그러나 미국이 '일본의 로비에 의한 승리'라고 반발하고 있고, 비정부기구(NGO) 단체들은 '참다랑어 불매 운동에 나서겠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국민일보). 이 문제는 앞으로도 많은 논란이 예상된다. 일본이 '참다랑어 수출 금지는 수산업의 몰락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항변하고 있지만, 이 논리가 영원하지는 못할 것이다.
 하지만, 일본은 이러한 상황을 대비해서 참다랑어의 양식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이미 부분적으로 성공을 거두어 양식 참다랑어가 출하되었다.
"얼마 전 언론에서 폐교(廢校)의 풀장을 이용하여 참다랑어의 양식에 성공했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본격적인 출하에 이르기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 것입니다."
식도락가인 오츠보(大坪) 씨의 말이다. 일본인들은 참다랑어의 양식이 성공하여 대량으로 출하되기를 학수고대하고 있다. 날것에 대한 끝없는 도전이다.
"날것이 세계를 지배한다"는 '사샤 아이센버그(Sasha Issenberg)'의 주장에 일리가 있다. 도쿄의 쓰키지(築地) 시장에서 출발한 스시(壽司)가 글로벌 상품이 되어 지구촌을 누비고 있으니 말이다. 한식의 세계화에 박차를 가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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