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어덮밥-히츠 마부시

  • 장상인 JSI 파트너스 대표
  • 업데이트 2009-01-13  1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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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음식도 지역별로 특색이 있지만, 일본의 음식은 지역별 색깔이 우리보다 뚜렷하다. 나고야(名古屋)에는 명물로 일컬어지는 미소(味噲)우동, 카레우동. 닭고기 사시미, 장어덮밥 등이 있다. 그 중에서 으뜸을 꼽는다면 역시 장어덮밥이다.


나고야의 역사를 한 몸에 짊어지고 있는 듯 도심 한 복판에서 위용을 과시하고 있는 나고야성(名古屋城) 인접한 곳에 유명한 장어덮밥 집이 있다. 제법 오래 된 전문 식당이다.


이 식당은 1948년(昭和 23년) 덴뿌라 전문점으로 문을 열었다고 한다. 일본인 하야시 유스케(林祐助, 35세)씨의 안내로 이곳을 찾은 필자는 사람들이 붐비는 것을 보고 놀랐다. 총 100석을 가지고 있다는 이 음식점은 1, 2층 모두가 손님들로 가득했다. 차례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이 식당 현관은 물론, 도로변까지 길게 줄을 잇고 있었다. 필자는 썰렁한 식당보다는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은 나름대로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자리하기 전부터 기대가 부풀었다.

히츠 마부시란?


일본에는 일찍이 가바야키(蒲燒: 다래를 발라서 굽는 방식), 우나기돈부리(鰻丼: 장어덮밥) 등의 조리방법이 있었다. 이는 일본의 식문화와 깊은 관련이 있다. '히츠 마부시(櫃塗し)'는 이러한 요리 방법에 기초를 둔 장어덮밥을 말한다. 이 '히츠 마부시(櫃塗し)'는 일본 전국적으로 정평이 나있는데, 나고야(名古屋) 특유의 향토 요리다.


일본의 장어덮밥은 장어를 길게 잘라서 밥 위에 얹어 놓은 것이 일반적이다. 예로부터 간사이(關西) 지방에서는 장어덮밥을 의미하는 '마무시'라는 음식이 있었다. 그러나, 나고야 지역에서는 '마부스'에 어원을 두고 있는 말이 전화(轉化)되었다는 설이 유력하다. 여기에서 히츠(櫃)란 뚜껑이 위로 열리는 상자를 말하는데, 장어덮밥을 넣는 밥통을 말한다.


이 식당에 여러 가지 종류의 일본요리가 있었지만, 주문은 간단명료했다. 이곳의 명물인 '히츠 마부시(櫃塗し)'가 중심메뉴였다. 주변의 일본인들도 모두 히츠(櫃) 하나씩을 앞에 놓고 있었다. 잠시 시간이 흐르자 나이든 종업원이 땀을 흘리면서 음식을 내왔다. 종업원은 먹는 방법에 대해 친절하게 설명 했다.

밥을 4등분해서 먹는다.


"자- 주걱을 드세요. 밥통의 뚜껑을 열고서 주걱으로 밥을 4등분하세요. 그리고 한 부분 씩 밥공기에 덜어서 드시기 바랍니다. 잘게 잘린 장어를 사용한 것이 바로 나고야 식 장어덮밥입니다. 이를 '히츠 마부시(櫃塗し)'라고 합니다."


히츠(櫃)의 뚜껑을 열자 붉게 그을린 장어들이 말 그대로 잘게 잘려서 촘촘히 밥을 덮고 있었다. 맛있는 냄새와 함께 봄 안개 같은 김이 모락모락 피어올랐다.
필자는 종업원이 시키는 대로 나무주걱을 곧추세우고 밥의 영역을 넷으로 나누었다. 밥을 4등분 하는 데는 이유가 있었다.


첫 번째는 장어덮밥 그 자체로 먹는다.
두 번째는 밥 위에 놓인 장어를 비빔밥처럼 비벼서 먹는다. 이때는 김, 파, 와사비 등을 섞는다.
세 번째는 소위 '오차츠케(お茶漬け)'를 만든다. 이때는 '다시(出し汁: 가다랑어·다시마·멸치 등을 삶아서 우려낸 국물)'를 부어서 말아 먹는다.


세 가지 방법으로 각기 다른 맛을 느낀 후 나머지 밥은 어떻게 먹을까? 질문을 하기 전에 하야시(林)씨가 나서서 설명 했다.


"세 가지 방법 중에서 본인이 가장 맛있었다고 생각하는 방식으로 나머지 밥을 드시기 바랍니다."
비빔밥이 우리의 체질에 맞아서 일까? 필자는 자연스럽게 두 번째 방식인 비빔밥 형식을 다시 한 번 선택했다. 맛의 여운은 필자가 나고야에 머무는 동안 내내 떠나지 않았다.

나고야는 일본 제2의 뱀장어 산지.....상품화에 성공


일본에서는 뱀장어를 우나기(鰻)라고 한다. 영어 이름이 'Japanese eel'이라는 것만 봐도 일본에서 뱀장어가 인기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뱀장어는 원래 담수어(淡水魚)로 알러져 있으나, 멀리 필리핀 인근의 깊은 바다에서 짝짓기를 하며, 700-1,200만 개의 알을 낳고 죽는다 한다. 사람들이 소비하는 뱀장어는 주로 강을 거슬러오는 실뱀장어를 그물로 잡아서 양식을 하게 된다.
일본에서는 메이지(明治) 12년인 1880년에 도쿄의 심천(深川)에서 뱀장어 양식이 시작되었다고 한다. 현재의 일본 제1의 뱀장어 양식산지는 규슈의 가고시마(鹿兒島)현이고 두 번째가 나고야 지역인 아이치(愛知)현이지만, 옛날에는 시즈오카(靜岡)현·아이치(愛知)현·미에(三重)현이 일본 전체의 90%를 생산했었다. '히츠 마부시(櫃塗し)'가 나고야 지역에서 출현하게 된 배경이 있었던 것이다.


나고야의 '히츠 마부시(櫃塗し)'는 1887년 아츠다(熱田) 호우라이켄(逢來軒)이 상표 등록을 함으로써 공고한 위치를 확보하게 되었다. 그렇다고 해서 호우라이켄(逢來軒)이 상표권을 독점했다는 의미는 아니다. 향토음식의 상표화를 도모한 것이다. 나고야 사람들은 그 상표권을 바탕으로 나름대로의 특성을 가미한 일본 최고의 장어 덮밥인 '히츠 마부시(櫃塗し)'를 만들었다.
이 음식이 생겨난 과정도 재미있다. 고급 요정이었던 호우라이켄(逢來軒)에서는 장어의 몸통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을 그대로 버리게 되었다. 이 때 한 종업원이 '비싼 장어를 버리지 말고, 잘게 썰어서 장어 덮밥을 만들자'고 아이디어를 내어 '히츠 마부시(櫃塗し)'가 탄생하게 되었다고 한다.


아무튼, 일본은 음식 하나하나를 브랜드(Brand)화 하고 있다. 그 지역의 특성을 살린 음식이 지역을 대표하는 명물로 자리하여 사람들의 발길을 불러 모으고 있다. 음식도 그렇지만, 술(酒)의 경우는 더욱 독특하다. 특별한 제조법으로 술을 빚어 고유한 상표를 붙이는 지역별 명주(銘酒)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풍천 장어, 전주비빔밥, 함흥냉면 등 유명 음식들이 많이 있다. 하지만 우리의 유명 음식들은 어느 지역이나, 누구나 만들 수 있는 보통명사가 되어 버렸다.독특한 상품화가 미흡하다는 것이다.


우리도 명품 음식을 만들어 브랜드화를 추진해야 한다. 이것은 바로 한국음식의 세계화를 이룩하기 위한 디딤돌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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