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시장에 수입차 판매율은 지속적으로 오르고 있다. 이미 2012년 말 수입차의 내수시장 점유율은 10%를 넘어섰다 (매경 11월26일자) 이정도 속도로 라면 국내시장에 수입차 점유율은 곧 20%대에 진입할 것이라고 본다. 이에 대비해 현대 기아차도 20%까지 내수시장을 수입차에 내줄 것이라고 예측하고 전략을 짜고 있다. 얼마 전 나온 대표적인 전략 중 하나가 바로 가격 인하였다. 문제는 가격인하 폭이 100만원내외(차종별 차이 있음)라는 것이다. 과연 이정도 가격인하폭으로 수입차의 시장점유율을 막아낼 수 있을까? 최근 현대와 기아는 내수시장에서 떨어진 수익을 해외시장에서 올린 수익으로 막아내고 있다.
우리나라보다 먼저 수입차 개방에 앞선 일본을 보자.
미국의 3대 자동차 기업, GM, Ford, Chrysler로 구성된 미국자동차정책위원회 (American Automotive Policy Council)가 일본시장을 뚫기 위해서 작성한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내수자동차시장(JDM: Japanese Domestic Market)은 오로지 3.9%만이 수입차 점유율이라고 한다. 헌데 동일보고서에서 제시한 2008년도 통계에 따르면, 일본은 미국과 유럽에서 굴러다니는 트럭 중, 10대중 6대가 일본산 트럭이며, 모든 차량 중, 10대중 4대가 일본산 차량이라는 것이다.
일본은 이미 수입차개방(Open Trade)을 1970년대부터 점증적으로 시작해왔다.(위 동일 보고서내용) 이 개방에는 낮은 수입차관세, 일본시장 투자완화조치 등이 포함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시 일본 내수차 시장은 100% 일본이 점유했다. 과연 무엇 때문에 일본은 수입차 개방을 하고도 이토록 굳건히 국산차가 시장을 점령하고 있는 것일까?
여기에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는 차별화이고, 둘째는 가격이다.
1. 내수용 (JDM) 차별화
일본자동차 메이커들은 국내시장임에도 불구하고 다른 나라 시장에 진출할 때만큼의 차별화를 일본내수시장에 적용하고 있다. 일단 그 기본적인 차별화로는 품질 경쟁력이다. 일본 내수용 차량의 품질을 최우선으로 생각한다. 이 때문에 이미 전 세계적으로 일본산 차량 애호가들 사이에서는 일본내수용 모델을 역수입하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이른바 JDM(Japanese Domestic Market) 스펙모델을 직수입 하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유독 일본차량 애호가들 사이에서만 자리 잡는 이유는 바로 일본 내수용의 탁월한 품질적 우위 때문이다. 이러한 일본자동차메이커들의 정책은 1970년대 수입차 개방을 하기 전부터 변함없이 진행되어왔다. 수입차 개방 전, 일본차량이 세계시장에서 자립할 수 있는 기회를 국가에서 주고 기다려준 국민들에게 일본기업은 그 신뢰를 품질로서 보답해주었다. 즉 일본자동차 시장에서는 국산차가 제일 튼튼하고, 품질이 우수하다는 인식이 강하게 자리 잡았다. 이 때문에 고객입장에서는 품질이 우수한 국산차를 외면할 이유도 없고, 국산차를 타면서 일본인으로서의 긍지도 가지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예는 여러 메이커들 사이에서 볼 수 있다. 이는 바로 일본 내수용으로만 판매하는 스페셜에디션 모델들이다. 각 메이커마다, 차종별 에디션 혹은 한정모델 등을 제작하고 있다. 예를 들어 스바루의 스포츠 세단 임프레자의 경우, Spec C가 있다. 이 스펙C는 일본내수용으로만 판매가 된다. 스펙C는 더 가볍고, 서스펜션 세팅이 달라 코너링이 더 빠른 모델이었다. 이 때문에 외국의 일본차 마니아들은 이 모델을 직수입하고 싶어 했다.
이렇게 아예 스페셜 모델로 판매를 하는 경우 외에도 일본내수용 차량(JDM)은 동일 모델이라고 해도 미국이나, 유럽, 그 외에 국가에서 판매된 '수출형' 보다 성능이 더 좋다. 이 때문에 JDM 스펙은 더 좋은 연비, 더 높은 마력, 더 많은 장비가 장착된 경우가 다반사다. 미쓰비시의 대표모델인 랜서에볼루션의 경우 북미형(USDM)에는 AYC(Active Yaw Control)이라는 전자장비가 빠져있었다. 당시 이 장비가 뛰어난 코너링에 핵심적인 장비였음에도 일본내수모델이 아니면, 미국오너들은 튜닝을 통한 편법 외에는 장착할 수가 없었다.
이렇게 수출형보다 내수용이 더 좋다보니, 당연히 일본 고객들은 국산차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 또한 일본인이라서 '특별한 혜택'을 받는 듯한 기분도 들것이다.
우리나라도 차별화 전략을 쓰고 있다. 단지 그 차별화가 일본과 같은 '특별한 혜택'이 아니라 '푸대접'이다. 이미 국산차 오너들 중에 차량에 관심이 있어서 자신의 차 본넷을 열어보고 구석구석 살펴본 사람들이라면 알 것이다. 페인트가 보이지 않는 곳에는 뿌려져 있지도 않고, 전선이 언제부턴가 제대로 된 튜브 안에 들어가지 않고 검정테이프로 감겨져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튜닝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수출형' 부품 구하기에 열을 올려본 적도 있을 것이다. 동일모델인데도 수출형 라디에이터, 수출형 시트, 수출형 라이트, 수출형 스트럿 바 등등이 더 좋다는 것을 익히 알고 있다. 머든지 '수출형 부품'이 더 튼실하다. 오죽하면, 한때 국내에서 수출형 국산차를 역수입해 오는 것이 유행이었을까?
2. 가격
일본 내수용 모델들은 가격이 해외 수출된 모델보다 저렴한 편이다. 또한 차량의 베이스모델(Base Model)을 제공하여, 저렴한 가격에 차량을 구입할 수 있다. 베이스모델이란 차량의 편의장비(예: 내비게이션, 열선시트, 안개등, 등)를 모두 제거한 가장 기본적인 모델로서 차량의 가격을 상당히 내릴 수 있다. 때로는 애프터마켓이 활성화된 일본에서 튜닝을 위한 모델로 팔리기도 한다.
국내 베이스 모델들에는 웬만한 옵션이 다 들어가 있다. 이미 특정가격이하로 내리기 어려운 구조다. 그리고 국내처럼 옵션 끼워 넣기 식으로 치사하게 차를 팔지 않는다. 일본도 미국만큼이나 차량의 옵션을 입맛대로 고를 수 있다. 이러한 옵션은 차량의 편의장비에서부터 퍼포먼스 장비까지 다양하다.
이를 햄버거를 살 때에 비유한다면, 한국에서는 세트로 메뉴를 고른다. 소비자가 소비자의 취향대로 고를 수 있는 것은 별로 많지 않다. 고작 할 수 있는 주문은 '음료수에서 얼음 빼주세요' 정도일까? 일본의 옵션체계는 '토마토는 빼주세요', '치즈는 빼주세요,' '소금을 뿌려주세요', '소스는 바르지 마세요' 등등 개인이 원하는 취향을 존중하는 개별화(individualization)가 확고하게 되어 있다. 일본에서는 특정 모델의 경우 소비자가 원하는 차량의 타이어 종류까지도 고를 수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차량의 핵심 옵션을 저가 등급에서는 고를 수도 없게 짜여서 울며 겨자 먹기로 등급을 올려야만 한다. 이 때문에 흔히 자동차 업계에서 '차는 옵션장사다'라는 말이 도는 것이다. 옵션이 이렇다보니 최저가격을 보고 소비자가 관심을 가지다가도, 결국 필요한 옵션이 상위 등급에 있다 보니 예상비용보다 적게는 몇 십만 원에서 많게는 몇 백만 원을 더 줘야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고가 차량에서는 옵션등급별 차량가격차이가 몇 천만 원 이상 차이난다는 점을 보면, 과연 누구를 위한 자동차인지 묻고 싶다.
'고객이 먼저'라는 서비스의 기본상식조차 적용되었는지 의문이다.
일본에서 국산차(일본차)가 간혹 수입차와 비슷한 가격에 포지셔닝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는 분명 일본 내수용 모델이 그만큼의 품질이 보장되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한국은 내수용 차량의 확실한 품질의 우위도 없이, 수입차와 비슷한 가격에 출시하고 있다. 과연 타당한 것인가?
애국심에 호소하며 한국 사람은 한국 차를 타야한다는 말을 하던 시절, 공무원이나 자국기업 종사자가 수입차를 타면 눈살을 찌푸리던 시절도 지나갔다. 요즘은 전문직 종사자 외에도 공무원, 심지어 군인도 수입차를 타는 시대다. 오히려 같은 값에 국산차를 타면 '이상한 거 아닌가?' 라는 인식도 자리 잡기 시작했다.
국내 시장을 수입차들로부터 지켜내기 위해서는 일본의 방식을 고려해볼만하다.
분명 파격적인 가격조건과 뛰어난 품질만이 살길이다. 더 이상은 이런 두 가지 조건을 해외시장에서만 내걸 때가 아니다. 언젠가는 자기 집 안방에서도 팔리지 않는 차를 해외에서 팔아달라는 모순에 해외시장도 돌아설지 모른다는 걸 알아야 한다. 오늘날 국산차가 세계적인 반열에 오를 수 있었던 이유는 항상 국산차를 사주었던 국민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을 쓰며 모두가 다 스마트한 세상이다. 누구나 다 알고 있다. 해외에서 파워트레인 10년간 10만마일 보증기간, 세계최대 보증기간, 전례 없는 보증 해준다는 점, 한국에도 그런 전례 없는 파격조건과, 파격적인 가격이 필요한 때이다.
서비스 운운하며, 호화 리조트니 호텔이니 무료 콘서트 공연 제공과 같은 소소한 환심 사기로 돌아간 소비자 마음 붙잡으려는 국산차 업계에 일침을 가한다. "국밥집은 국밥의 맛으로 승부를 봐야한다.” 국밥집 인테리어 보고 국밥 먹으로 안 간다는 것을 알아야한다.
인용보고서:
How Japan has maintained the most protected and closed auto market in the industrialized world
자동차 칼럼니스트, 김동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