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 사진=뉴시스
더불어민주당이 당원투표 끝에 비례대표 전용 정당을 창당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민주당이 사실상 결론을 정해두고 '답정너(답은 정해져있으니 너는 대답만 해)' 식의 당원투표를 진행한 점, 과거 자유한국당의 비례전용정당을 맹비난했던 점 등으로 볼 때 후폭풍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또 정의당은 연합비례정당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비례정당의 의석 획득 효과도 미지수다.
민주당은 12일 오전 6시부터 24시간동안 권리당원 78만9868명을 대상으로 비례 연합정당 찬반투표를 진행한 결과 투표에 참여한 24만1559명 중 찬성 74.1%(17만9096명), 반대 25.9%(6만2463명)으로 연합정당 참여안이 가결됐다고 13일 국회 브리핑을 통해 밝혔다.
강훈식 수석대변인은 이날 국회 브리핑에서 "(찬성률) 74%는 사실상 압도적인 지지로 권리당원들이 (연합정당 참여를) 요청했다고 받아들이고 있다"고 했다.
민주당은 13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결과를 공유하고 비례연합정당 참여를 결정했다. 신당 창당 절차도 곧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신당 창당의 목적이 오로지 미래통합당 제1당 저지를 위한 것이라는 비난은 피할 수 없게 됐다.
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민주당과 정의당이 비례 연합 정당에 참여할 경우 이 정당의 비례대표 의석수는 22석, 미래한국당의 비례대표 의석수는 18석 정도일 것으로 전망했다. 그렇지 않고 현재 상황대로 민주당과 정의당 등 범여권 각 당이 비례대표 후보자를 내고 선거를 치르면 민주당은 비례대표로 6~7석, 정의당은 9석 정도를 얻고, 미래한국당은 최소 25석을 차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같은 전망 때문에 민주당은 비례대표 추천권을 포기하더라도 비례정당을 창당해야 한다는 강경한 입장을 고수해왔다. 이미 민주당은 군소정당의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민주당 비례대표 후보들을 당선권 밖 후순위에 배치하겠다는 '당근'도 내놓은 상태다.
그러나 정의당은 비례연합정당에 대해 여전히 "관심없다"는 입장이다. 정의당은 지난 2016년 총선에서 정당 지지율 7% 이상을 얻었고, 이번에도 10명 전후의 비례대표 당선자를 낼 가능성이 있다. 정의당은 비례대표 경선을 통해 비례대표 후보 29명의 명단과 순번을 이미 발표한 상태다. 민주당은 정의당을 끝까지 설득한다는 입장이다.
한편 정의당 참여여부도 문제지만, 민주당이 미래통합당을 향해 그토록 비난하던 비례전용정당 창당을 결국 따라하고 있다는 점에서 민심을 얼마나 얻을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정치권에서는 "이미 비례정당을 창당하고 홍보하기엔 늦은 시점인데다 그 정당이 국민들에게 얼마나 각인될 지 알 수 없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글=권세진 월간조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