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훈없는 한국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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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훈없는 한국영화


먼저 서두에, 모든 영화가 반드시 교훈을 남겨야하며, 애국심을 불어넣어야 한다는 인식의 민족주의자적 생각을  필자는 가지고 있지 않다. 또한 대부분의 영상물들이 픽션(Fiction)과 팩트(Fact)를 기반으로 만든 팩션(Faction)이라고 할지라도, 그 정도가 너무 지나치고, 보고나서 남는 것이 없는 한국 영화에 대한 답답할을 토로하고자 본 글을 쓴 것이다. 그리고 사회적으로  문화적인 영향력을 가진 이러한 매체들의 중요성을 잘 알기에 간과할 수 없었다.
 

필자는 영화를 좋아하고 즐겨보는 편이다. 물론 영화 광(狂)정도라고 칭할 정도는 아
니지만 그래도 영화를 좋아한다. 
따라서 종종 새로운 영화들이 개봉을 하면 극장을 찾는 편이다. 몇달 전에 필자는 인기가 있다는 영화, '최종병기 활'을 극장에서 가족과 함께 보았다. 옛날 한국영화이고 활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만든영화라 어떤내용일지 기대를 하고 보았다. 영화의 재미적인 측면만을 본다면, 이야기의 흐름과 시나리오의 구성도 좋고 재미가 있었다. 그러나 최근 한국영화들에서 가진 공통점 바로 교훈의 부재는 역시나 이 영화에도 있었다. 내용중 그 어디에서도 우리나라 활에 대한 의미라던지, 장점과 특징에 대한 내용은 어디에도 없었다. 예전에 필자가 국궁체험 이벤트를 주미대한민국 대사관에서 개최하여 진행을 협조한 일이 있는데, 당시 한국의 활의 우수성을 여러가지 들은 바가 있다. 그러나 영화를 보면서 예전에 필자가 배웠던 내용에 대한 한 부분도 언급되지 않았다.

다만 '우리의 화살은 사람을 죽이기 위한 화살이 아니다'라는 모호한 대사만 연기자들이 되풀이 할 뿐이었다. 그러면서 적들의 공격을 받고 피해만 보면서도 끝까지 '우리 한국의 활은 죽이기 위한 활이 아니다'라는 말만 되풀이 하는 점은 오히려 답답하고 우매해보였다. 그리고 영화에서 줄곧 말하던 '호랑이 꼬리처럼 비틀어 쏜다'라던지, 내용 중 대나무로 케이스(case)를 만들어 작은 화살을 넣어 쏘는 화살이라던지, 이런 점들은 보는 내내 필자를 궁금하게했다.

왜 활의 줄을 비틀어 쏘면 더 좋은 것인지? 또 실제로 비틀어 쏠 수 있는 것인지? 대나무 케이스를 넣어 만들면 어떤점이 좋은 것인지? 더 멀리 날아가는 것인지? 등등 끈임없는 관객의 궁금증에 대한 답은 영화가 끝나서 엔딩 크레딧(Ending Credit)이 올라가는 순간까지도 나오지 않았다. 그 외에도 주인공(박해일 분)이 어릴적에 동생과 함께 도망치는 중에 군견들을 풀어서 추적하는데, 과연 이 역시도 궁금했다. 조선시대부터 개를 이용한 추적을 하였는지도 매우 궁금하다. 


영화를 보는내내 참으로 궁금하게 해놓고선 답은 알려주지 않는 애매한 영화였다. 만약 단순히 웃고마는 코미디 영화였다면, 그려려니 하겠지만, 실제 역사적 고증과 역사를 토대로 만든 역사 영화에 아무런 교훈도 없이 배울만한 '건더기'가 없다는 점은 참으로 답답하기 그지없다. 미국의 할리우드 영화를 본다면, 이러한 부분에 단서가 될만한 부분을 반드시 삽입하여, 영화를 보는 관객은 주인공의 이해력과 동일한 이해력을 같이 가지고 진행된다.


만약 할리우드에서 영화를 만들었다면 어땠을까? 필자의 생각에 크게 내용을 해치지 않고도 충분히 활의 간단한 설명을 넣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초반에 활을 쏘는 주인공(박해일 분)이 어릴적에 활 고수인 자신의 아버지에게서 활에대한 설명을 들으며, 쏘는 법을 배운다던지 왜 비틀어 쏴야하는지에 대한 간단한 내용정도만 들을 수 있었어도 충분히 영화를 보는데 스토리 전개에 피해를 주지 않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면 영화한편 보고서도 보는 관객들도 우리의 국궁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무언가 배울만한 지식과 교훈이 남는 영화가 되었을텐데 참으로 아쉽다. 

한국 영화에 이런 지식적인 부분에 대한 결여와 교훈의 부재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또한 고증조차 하지 않는 사극영화 속 복장도 드라마마다 제각각이다. 세계적으로 유명세를 탄 장금이 신드롬의 대장금 , 최근 인기인 공주의 남자, 추노, 무사 백동수 등등 드라마마다 복장이 다르다. 또 무사와 같은 주제의 드라마 속 복장은 흡사 일본의 닌자를 방불케 한다. 도대체 어느나라 복장인지, 알수 없는 복장도 참 많고, 말만 사극이지 공상이라고 해도 믿을 만한 과하게 화려한 복장은 외국에도 팔릴 생각을 하면, 부끄럽다.


예전에 한국영화의 흥행 시발점이라고 보는 쉬리에서도 옥의티가 있다. 이미 많이 알려진 이 장면은 등장하는 대테러 진압요원과 같은 사람들의 장비가 문제였다. 어두운 배안을 침투하기 위해 몰래 잡입한 요원들은 적외선 안경(Infrared goggle)을 착용하고 들어가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소총에는 후레시 라이트(Flash Light)를 장착하고 있었다. 이 적외선 고글은 어두운 밤에 매우 소량의 빛의 입자가 반사되는 것을 모아서 사람이 볼 수 있는 빛의 양만큼 확장시켜서 보여주게 되어있다. 따라서 아무런 렌즈없이 육안으로 볼 수 있는 후레시 라이트 정도의 빛이라면 눈을 멀게 할 만큼의 강한 빛이다.
마치 태양을 직접 보는 것과 같은 양의 빛이 고글을 통해서 들어오게 된다. 따
라서 적외선 고글을 끼고 후레시라이트를 켜고 들어갈 수 없다. 이런 점은 미국의 할리우드에서는 기초적인 군사지식이다. 이를 잘 이용한 영화가 바로 해리슨포드 주연의 '도망자' 였다. 영화속에서 해리슨포드를 따라 자신의 집 부엌으로 들어온 두명의 암살자들은 역시나 어둠 속에서 적외선 고글을 착용하고 있었다. 이 때 해리슨포드는 부엌의 조명을 켜는 스위치 옆에 있다가 불을 켠다. 이 불을 켜는 것만으로 집에 침입했던 암살범 두명은 눈이 아파 고통속에 비명을 지르며 고글을 벗는다. 


한국영화는 고증과 상식없이 영화를 만들다보니, 사실성이 결여되었고 또 지식으로 활용하기에도 참으로 애매해진다. 사극임에도 사극을 보고 역사를 배우지 못한다는 것은 참으로 웃지못할 일이다. 미국에서 2차세계대전이나 베트남 전쟁을 배경으로 한 영화를 보면, 당시 등장했던 군복, 소총, 자동차, 등등 심지어 군인들이 차고다니는 수통의 모양까지도 당시의 스타일을 똑같이 재현해낸다.


우리나라에서도 권상우, 차승원, 빅뱅의 탑이 주연한 영화 '포화속으로'도 보았는데, 참으로 북한군 복장이 말이 아니었다. 당시 차승원은 흰색 인민군 복장을 입고 있었다. 과연 전쟁터에서 흰색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나 여기있으니, 날 죽이시오라는 폭탄의 탄착지점이 아닐까? 그리고 그의 어깨 위 계급장은 더더욱 알 수 없었다. 소령계급장의 모양도 아닌것이 그것도 준장의 별도 아닌, 참으로 기이하다할 정도로 어색한 계급장이었다. 그리고 그와 언쟁을 벌이던 다른 북한군 지휘관 역시, 계급장이 모호하기는 마찬가지이다. 아직도 그가 그의 상관이었는지, 아니면 차승원이 상관이었는지 알 수없다. 물론 장성급 장군의 복장중 정복이상의 예우를 필요로 하는 복장에 흰색의 장군정복이 있기는 하다만, 과연 북한군도 그런 복장이 있는지? 또한 전쟁터에서 그런 예우를 갖추고 뛰어들 장군이 있을지? 참으로 개근콘서트의 두분토론 유행어마냥,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히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면서 마지막 엔딩부분에 당시 한국의 실제 학도병들의 사진과 내용을 보여주면서 실화를 토대로 만들어졌다는데, 도리어 실제 그분들의 업적에 누가 되지는 않을지 걱정이다. 


한국영화만큼 공부하기 싫어하는 영화는 없는 것 같다. 고증과 지식적인 공부를 하는데에만 몇년이 걸리다보니, 그런걸 아예 생략하고 대충대충 만들거나 부족한 부분은 상상으로 매꾸려는 것 같다. 영화나 드라마 같은 이러한 작품들은 후대에도 남겨져 후손들이 보는 것이고, 또 외국에도 한국을 알리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런데 대충만들어서야 어디다 한국을 알리겠다는 말인가?


미국영화 속  가장 큰 교훈은 바로 애국심이다. 흥행과 공상으로만 이루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트랜스포머에서도 항상 미국에 대한 강한이미지, 세계 최강의 군사력을 가진 나라, 세계의 안보는 미국만이 지킬수 있다는 무언의 암시를 영화 속 내내 하고 있다. 그리고 등장하는 미국의 탱크 킬러, A-10 공격기 역시도 미국의 강한 군사력을 단편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 항공기의 경우 미국에서 외국에 수출이 제한된 항공기 중 하나이다. 이 항공기는 지상군 근접지원(CAS: Close Air Support)를 위해 제작된 것으로 지상 육군이 적에게 밀리거나 돌파시에 지원을 하여 격파하는데 유용한 항공기이다. 영화 속에서 외계에서 온 악당 로봇들을 모조리 부셔버리는 A-10은 그런점을 잘 나타내고 있다.

이 장면을 보고, 일부 밀리터리 매니아들은 '외계인이 지구에 침공해도 A-10기만 있으면 게임오버'라는 농담을 한다. 그리고 주의 깊게 보았다면, 영화속에서 미국 성조기가 펄럭이는 장면을 잘 나타내며, 위기 속에서 인종에 관계없이 흑인과 백인이 머뭇거리지 않고, '좋다 나도 같이 가겠다.'라며 전쟁터에 뛰어드는 모습은 흡사 이라크 참전 미군을 보는 기분마저든다. 
이러한 점을 꼬집어 미국 언론사들 사이에서도 '미군 미화성' 수위에 대해 잘잘못을 따지고 있기도 하다. 이렇게 흥행만을 위한 목적으로 만든 영화가 이런정도인데, 다른 영화들은 말할 것도 없다. 


그 외에도 브루스 윌리스 주연의 하트의 전쟁(Hart's War)은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에 잡힌 미군포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영화 속 성조기를 향해 거수 경례를 하는 순간은 보는 관객의 국적을 불문하고 감동과 눈물을 흘리게 만든다. 그만큼 미국 영화속에서 교훈과 지식에 대해서 배울 수 있는 영화는 참 많다. 
물론 미국영화라고 해서 다 그렇게 교훈적이고 좋다는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 이런류의 영화를 너무 쉽게 찾을 수 있다는 점이다.


헌데 국내영화중에서는 정말로 사막에서 바늘 찾기만큼 어렵다는 점이다. 세계적으로 최고의 영화라는 극찬을 받은 영화들, 올드보이, 놈놈놈, 괴물, 등의 영화들에서 교훈을 찾기는 힘들다. 물론 취화선과 같이 한국의 전통을 제대로 알리는 영화도 종종 있지만, 흥행을 목표로 한 액션영화 속에서도 한국의 좋은 이미지와 교훈을 남기는 영화들이 더 많이 나왔으면 한다. 취화선, 씨받이 같은 교훈을 주는 영화들도 몇백만 관객 돌파라는 흥행을 함께 등에 없지 못한다는 점이 참으로 안타깝다는 것이다. 올드보이가 히트를 치고 난 이후, 그와 비슷하게 피, 잔인함, 섹스, 복수 등과 같은 것들만을 주류로 만든 영화들이 무더기같이 쏟아져 나왔다. 이런 너무 트랜드 성에 취합한 영화들이 너무 많다는 것도 문제다.
마치 한국계 영화가 국제적인 상을 받기 위해선 이 키워드들 없이는 상 받을 수 없다, 혹은 이것이 한국판 스타일로 국제무대에 서는 방식이라는 일종의 공식처럼 자리잡았다. 황해라는 영화를 가족과 함께 본 적이 있는데, 정말 가족과 봐서는 안되는 영화를 본 것만 같았다. 피, 살인, 잔인함, 극악함, 등은 정말로 보는 내내 모방범죄까지 나오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고 그 장면들을 머릿 속에서 지우는데 몇일이 걸렸다. 정말이지 남는게 하나도 없는 영화였다. 실제 여러 실험에서도 영상을 보고나서 하는 인간의 행동과 심리상태에서 영향을 미치기 마련인데, 참으로 걱정이 들었다.


한국에서 흔히 '대박'나는 영화에서도 교훈을 주고, 지식을 주는 영화들이 나타나기만을 기다린다. 한국의 교훈은 단순히 실제 태극기를 논하지 않고서도 얼마든지 교훈과 한국인으로서 자긍심을 유발할 영화 콘텐츠는 많다.
다만 생각하지 않았고, 그 누구도 아직 시도하지 않았을 뿐이다. 한국인만의 "빨리 빨리"문화라던지, 매운맛 사랑, 2002년 월드컵, 등등 하나만으로도 영화를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고 본다. 사소한듯 그러나 독특한 것들 말이다.

앞으로 극장에서 무엇을 볼지 고민되는 한국영화와 외국영화 중에 당연히 외국영화가 나을 것이다 라는 생각 그리고 한국영화는 남는게 없어라는 생각으로 발길을 돌리는 필자와 같은 관객이 줄어들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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