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공정(東北工程)이니 독도 영유권이니 하는 문제들도 선조들이 일군 역사와 문화에 대한 연구와 확실한 고고학적인 증거가 부족했기 때문에 자꾸 불거진다.
선사시대에서부터 우리 조상들이 이 땅에서 살아오면서 남긴 유물과 유적들은 국가의 존립을 좌우하거니와 나라 경제와 직결되는 관광자원이 되기도 한다. 한 때 역사적인 재앙으로 받아들였던 흔적들이나 잘 받들어 모신 선조들의 무덤들이 이제는 크나 큰 자산이 되여 보물로 여기고 있는 나라들이 얼마나 많은가.
그동안 우리는 한민족의 자긍심을 갖게 하는 역사, 문화적으로 가치 있는 유적지들을 개발이라는 명목으로 마구 파헤치고 훼손시켜 왔다.
삼국시대 신라의 유적들은 그런대로 많이 남아 있건만 백제 유적과 유물들은 다 어디에 있는 것일까? 일본 고대 문화에 많은 영향을 미쳤던 부여 백제시대(서기 538-660) 122년 동안 도읍지였던 고도(古都) 부여에서도 백제 역사와 문화의 흔적들을 찾아보기가 힘들다.
하늘에서 본 고도 부여邑. 금강이 구비치는 강변의 우뚝 솟은 산 속에 사비성의 주성인 부소산성이 있다.
“나당 연합군에 의해 함락된 부여는 당시에 다 불타 없어졌을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이라도 땅 밑으로 1m만 파면 백제 고도의 자취가 그대로 드러날 것입니다.”
문화재 전문가들과 고고학 교수들이 입을 모아 하는 말이다.
현재 왕궁터로 알려진 부여 관북리 백제 유적(사적 제428호)과 부소산성(扶蘇山城), 부여 정림사지(定林寺址, 사적 제301호)와 오층석탑(국보 제288호), 백제금동대향로(국보 제287호)가 출토된 부여 능산리 사지(寺址)와 고분群들, 부여 궁남지 유적(사적 제135호), 부여 군수리 사지(寺址) (사적 제44호) 등이 백제의 마지막 도읍지였던 부여의 대표적인 유적으로 남아 있다.
부여읍내 한가운데 자리 잡은 정림사지 오층석탑(국보 제9호). 고대 일본과 백제의 문화 교류에 관심이 많은 일본 관광단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
“부여도 50년에서 100년 후를 내다보고 더 이상 개발되기 전에 지금부터라도 부여邑 전체를 발굴해야 합니다. 큰 빌딩이 들어서기 전인 지금이 복원하기 좋은 기회입니다. 그러나 발굴은 정확하고 신중하게 이뤄져야 합니다.” 일본의 백제 문화와 역사 탐방단을 이끌고 온 한 고고학자의 말이다.
문화재 발굴은 1971년 7월 공주 송산리 6호분의 배수로 작업 중에 우연히 발견된 공주 무령왕릉을 12시간 만에 졸속으로 발굴했던 것처럼 해서는 절대 안 된다. 당시 1500년 동안 땅속에 묻혔던 무령왕의 무덤이 주민들과 신문과 방송사 기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공개적으로 발굴됐다.
이는 1972년 일본이 나라縣 아스카(飛鳥)에서 사신도를 비롯해 여자 군상, 성좌 등이 극채색으로 그려진 벽화로 유명한 다카마쓰즈카(高松塚) 고분을 발굴할 때 내시경으로 고분의 내부를 사전에 조사하고 복원과 보존 처리 방법을 철저히 연구하고 준비한 다음 발굴을 시작한 것과 너무나 대조적이었다.
무령왕릉 발굴 당시 내부 실측 도면과 부장품의 위치를 제대로 기록하지 못하고 하룻밤 사이에 수거해 당시 부여 박물관 마루바닥에 늘어놓았던 것이다. 당시의 발굴 현장에 있었던 관계자들은 죽는 날 까지 후회를 할 일을 저지른 것이다.
1993년 부여 능산리 고분 사이 절터에서 450여점의 유물과 함께 출토된 높이 64cm, 무게 11.8kg의 백제금동대향로(百濟金銅大香爐, 국보 제287호).
오스트리아의 수도 빈의 시청 옆에는 서울 청계천 광장 넓이의 고대 로마시대의 유구가 몇 년 전에 발굴됐다. 지금은 발굴 현장을 관광지로 개발하여 빈의 오랜 역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명소로 만들었다.
삼국이 치열하게 싸웠던 삼국시대의 역사가 일러주는 교훈을 되새기며 통일 된 한반도의 영토를 굳건히 지키기 위해서는 우리의 역사를 뒷받침하는 고대 유물과 유적들을 철저히 조사하고 발굴, 복원하는 일이 선행되어야 한다.
백제의 고도였던 부여, 공주, 익산을 중심으로 백제 문화 유적에 대한 발굴 조사와 지표 조사를 통해서 사라져 가는 백제 문화의 원형을 되찾아 정비하고 복원하는 일이 행정수도 이전 보다 더 시급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