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문화재위원회는 재빨리 회의를 열어 "복원된 남대문도 국보 1호 지위를 유지하기로 결정 했다"고 발표 했습니다. 그 이유가 가관인데 "숭례문은 국보와 사적 의미를 복합적으로 가지고 있고, 국보로 지정할 당시 목조건축만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라 역사적 의미 등 복합적 요소를 감안해서 결정했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오늘 아침 문화재위원회의 위원이라는 사람이 KBS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서 비슷한 이야기를 했습니다.
"숭례문이 국보가 된 것은 목조건물 뿐 아니라, 아래 석축이나 성곽까지 포함해서 역사적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비록 목조건물이 불타도 석조 건축물이 있기 때문에 국보의 지위를 유지하는데 별 문제가 없다. 또 숭례문 1층은 다 탄 것이 아니다. 남은 목재를 최대한 활용해서 복구하면 된다. 때문에 우리는 '복원'이 아니라 '복구'라고 표현 한다." 등등
'복원'과 '복구'에 그런 뜻 깊은 차이가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이 인터뷰를 우연하게 듣고 우리나라 문화재위원의 수준을 개탄했습니다. 라디오 인터뷰에서 출현한 이 사람은 좋은 말은 다 가져다 붙이면서 한가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문화재위의 해석대로 하자면 우리의 국보가 전부 파괴된다고 해도 전혀 걱정할 것이 없게 됩니다.
복제한 후 역사적 의미를 부여해서 국보로 지정하면 되기 때문입니다. 또한 그렇게 따져들면 우리나라에 존재하는 모든 '물건'(굳이 유물이 아니어도 됨)은 국보가 될 수도 있습니다.
예를들어 문화재위원회 논리대로 하면 우리 뒷집 처마 밑에 장단지도 국보가 될 수 있습니다. 우선 우리 뒷집 된장 항아리에는 수천년 내려온 도자기의 전통이 스며있기 때문에 고려 청자의 역사성을 공유하고 있다고 할 수 있고, 항아리를 만든 사람이 그 기술을 조상에게 받았으니 정신 문화사적인 측면이 있고, 항아리를 만든 흙은 유구한 도자기 역사를 가진 이땅에서 왔기 때문에 충분히 역사적 문화적 가치가 있다고 하겠습니다.
문화재위원회의 입맛편한 해석대로 이런저런 이유를 가져다 대면서 우리 뒷집의 장단지를 국보로 지정한다면 아마 전 세계의 웃음거리가 될 것입니다. 어떻게 전소(全燒)된 건물의 목재 몇개를 겨우 건져서 복원하는데 사용했다고 해서 그것을 마치 조금 허물어 진 것을 복구한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할 수 있는지 기가 찰 뿐입니다. 차라리 "국보가 탈 때 나온 연기도 물리적으로는 국보의 일부니까 그 연기를 복원한 문화재에 쐬면 예전의 문화재와 동일한 가치를 가진다"고 주장하는 편이 더 설득력 있어 보입니다.
물론 다른 역사적 이유도 크겠지만, 남대문이 국보가 된 가장 큰 이유는 부석사 무량수전과 봉정사 극락전과 함께 사실상 우리나라에서 몇 남지 않은 가장 오래된 목조건물 중에 하나였기 때문입니다. 목조 건물로서는 믿기 힘든 긴 세월의 영욕을 견더왔고, 수많은 조상들의 숨결이 스며있던 그 건물이 불에 탄 것입니다.
복원된 남대문에 대해서 국보 지정이야 하면 그만이지만, 그렇게 국보를 지정했다고 해서 그것이 예전의 남대문과 동일한 역사적 가치를 지닐 수는 없는 것입니다. 문화재위원회는 제발 정신 나간 소리 좀 그만했으면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