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 속에서
이창기
앨범 속에서뿐이다
내가 벌거벗고 사진을 찍는 것도
검은 교복을 입고 버짐처럼 웃는 것도
십여 년 전에 죽은 털이 짧은 벙어리 개를
끌어안고 하모니카를 부는 저녁도 모두
이 흔쾌한 무덤 속에서
나의 생애는 사각으로 절단되어 얄팍하게 눌려 있다
그 무덤의 계단으로 내려가면 내 젊은 어머니의 분 냄새
때론 눈 감고 찡그리며 비원의 벚꽃 아래서
군복 입은 아버지와 뒹굴고 죽은 사촌과 악수하고
그 변화없음에 화들짝 놀라며 졸업과 입학
흑백에서 컬러의 시대로 터덜터덜 뒤돌아보지 않고
걸아갔다 낯익은 여자와 웃으며 끌어안고 술 마시고 가출하며
더러 흔들리고 흐려진 초점 군대 갔다 오니 어느새 죽은 X숙이
포기하고 싶은, 차마 입에 담지 못할 희망의 쪽박들
울고불고 약 먹고 아우성치며 칼 들고 살아온
아, 나는 그럭저럭 반쯤 죽어서
반쯤 까무라쳐서 무덤의 실내를 더듬는다
꿈도 갇힌 화강감 벽 속에서
에라 사정없이 오줌을 깔긴다
누가 플래시를 터뜨리며 사진을 찍는다
나는 갑자기 눈이 휘둥그래져서
이창기
1959년 인천 출생. 1984년 문예중앙을 통해 등단. 시집 <꿈에도 별은 찬밥처럼>, <나라고 할 만한 것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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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 시즌이 다가온다. 끝냄은 또다른 출발을 의미한다. 항상 그렇게 떠나고 정착하고 다시 시작하고 싸우고 다투며 헐떡이며 살아간다. 사는 일은 배우는 일과 다르지 않다. <아서 왕 이야기>에 나오는 마법사 멀린(Merlin)은 이런 말을 한다.
"슬플 때는 무언가를 배울 일이다. 배우는 것이 가장 좋다. 배우는 일, 오직 그것만이 결코 실패 않는 일이다. 너는 나이가 들어서 해골처럼 되어 떨게 될는지는 모른다. 흐트러진 맥박 소리를 들으면서 밤잠을 이루지 못할는지도 모른다. 사랑하는, 오직 유일한 애인을 그리워할는지도 모른다. 자신이 살고 있는 세계가 사악한 미치광이들의 손으로 엉망이 되는 것을 눈앞에서 보고, 자신의 명예가 한심스러운 마음씨의 무리들에게 짓밟힐는지도 모른다. 그럴 때 할 수 있는 일은 오직 한 가지밖에 없다. 즉, 배우는 일이다. 어떻게 세계가 움직이고 있는가, 무엇이 세계를 움직이는가를 배우는 것이다. 오직, 그것만이 정신력을 소모시키지 않고, 소외되지 않고, 두려워하거나 불신하지 않고, 후회를 상상하지도 않게 되는 것이다.배움이라는 것은 그러한 것이다. 배우는 일이야말로 당신에게 적합하다. 보라! 배워야 할 것이 얼마나 많은 가를!"
인간성이란 것은 없다. 인간성이라는 말은 사람을 멋대로 분류하고 구실을 만들어 내도록 의도된 것이다. 당신이라는 인간은 당신이 행한 선택을 하나하나 쌓아 올림으로써 이뤄진 것이기 때문에, 대단히 소중한 존재다. 따라서 당신은 "나는.......이다"라는 딱지를 "나는 자신이 정해서 이렇게 되었다"는 식으로 바꿀 수가 있는 것이다.
세상은 자기식대로 살아간다. 하지만 변화의 꿈을 꿀 수 있는 것, 그것은 배움밖에 없다. 배우지 않고선 변화할 수 없다. 졸업은 새로운 배움의 시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