雪國에서 만나는 북유럽의 신사

  • 이오봉 월간조선 객원사진기자 oblee@chosun.com
  • 업데이트 2008-12-29  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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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마음씨를 잘 써야한다.


눈 내리는 날, 경기도 안성시 원곡면 성은 송어낚시터 잔교에 줄지어선 루어낚시인들이 북유럽의 신사-송어를 기다린다.

미국의 임상심리학자인 폴 퀸네트(Paul Quinnet)가 지은 ‘인생의 어느 순간에는 반드시 낚시를 해야 할 때가 온다(Fishing Lessons)’에서 저자는 자기 집에서 80킬로미터 떨어진 곳의 외딴 강에 가서 단 1-2마리의 송어를 낚으면서 그 감회를 이렇게 섰다.

“2월에 이 작은 강에서 무지개송어를 잡으려면, 신들이 요구하는 게 뭔지 알아야 한다. 이 작은 강을 다스리는 신들은 기묘하다. 그들은 기도에 응답하지 않는다. 그들은 기도를 멋지고 명예로운 삶을 위한 싸구려 대용품이라고 믿기라도 하는 것 같다. 그들은 말한다. ‘약속을 지켜라. 우리에게 선행을 보여라.’ 그들은 낚시꾼에게 선행을 요구한다. 하루 동안도 아니고 한 주도 아니고, 심지어 한 달도 아니고 1년 내내 선행을 할 것을 요구한다.”

이 책에서 낚시 기술만 좋다고 무지개 송어를 낚는 것이 아니라 매사에 마음씨를 잘 써야 하며 사람과 모든 피조물을 위해 지구를 보살펴야 강에서 송어를 낚을 수 있다는 교훈도 함께 일깨워준다.

무지개 송어를 만나러 낚싯대를 챙기기 전에 자신을 뒤돌아보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어디 송어 낚시 갈 때뿐 이겠는가.


한 겨울 송어낚시를 ‘흐르는 강물처럼’


눈발이 거세져도 나 여기서 그대를 만나리라.

송어는 원래 영화 ‘흐르는 강물처럼’에서 나오는 플라이 낚시로 낚는다. 물속의 벌레나 수면에 떨어진 곤충을 잡아먹는 송어의 습성을 이용해 날 벌레를 본 뜬 플라이로 낚는다. 계곡이나 강에서 새털처럼 춤을 추는 라인에 플라이 훅(인조미끼)을 달아 흐르는 물살에 던져서 물살을 따라 움직이게 하여 물속의 송어를 유혹한다.

송어 낚시꾼들은 많이 잡기 보다는 고요한 기다림 끝에 낚이는 자연산 송어가 전해 주는 짜릿한 손맛을 잊지 못한다. 그러나 최근에는 플라이 낚시보다는 마이크로 스푼, 마이크로 미노우 등 인공미끼와 작고 부드러운 수퍼 울트라이트 낚시대로 송어를 낚는 루어낚시가 젊은이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최근 우리의 고유한 낚시인 견지낚시로 계류에서 잘게 썬 생 오징어 미끼로 겨울 송어를 낚는 이들도 있다.

송어의 종류가 많지만 우리나라에서 보는 송어는 무지개 빛을 띠어 무지개 송어(Rainbow trout)라고 부른다. 송어는 연어과 냉수 어종으로 10-15도C 수온에서 활성도가 가장 좋다. 7도C 이하에서는 활성도가 확 떨어지고 25도C 이상의 수온에서는 폐사를 한다. 한 예로 송어를 낚아 올렸을 때 손으로 오래 동안 붙들고 있으면 송어는 화상을 입어 껍질이 허옇게 벗겨진다. 방류한다 하더라고 곧 죽어버린다.

송어는 육식성으로 물속의 작은 수생 곤충이나 갑각류, 벌레와 작은 물고기를 먹으며 산소가 풍부한 맑은 물에 서식을 한다. 약 60cm 씨알의 무지개 빛 송어들을 낚으려면 강원도 평창, 정선 등 몇 몇 산간 지역의 계곡과 남한강 지류를 찾아가야 한다. 이곳에서는 홍수 때 양식장을 탈출해 야생화 된 송어들을 만 날 수 있다. 대부분의 송어낚시는 깊은 계곡을 끼고 있는 저수지에 양식 송어를 방류하여 낚시꾼에게 개방을 한 유료 관리낚시터에서 한다.


낚시는 체력. 꾼들은 세찬 눈보라에도 아랑곳없이 케스팅(Casting)과 릴링(Reeling)을 반복한다.


서설인가. 드디어 무지개 빛 송어를 가까이서 보았다네.


폭설이 내리고 있는 겨울 송어낚시터의 고요. 침묵의 긴 턴널 끝머리에 송어가 찾아 온다.


추위도 잊고 조용히 릴링을 하며 깊은 사색에 잠기기도 한다.


물살 소리 요란한 강 여울을 찾아 떠도는 송어 견지낚시인들. 평창군 미탄면 동강 상류에서 그들을 만날 수 있었다.


눈 덮인 정선군 동남천 한가운데로 들어가 생 오징어 미끼로 송어 견지낚시를 시도한다.


동강의 비경을 두루 볼 수 있는 정선군 정선읍 가수리, 조양강과 동남천이 만나 동강으로 흘러드는 합수머리는 강낚시터로 잘 알려져 있는 곳.


흘림과 챔질를 반복하기를 몇 시간이나 했을까. 해질 무렵이 되서야 드디어 얼굴 보기 힘든 송어를 낚은 조상훈 조사.


"나도 1마리를 낚았어요."-이기현 조사.


양식장에서 흘러나와 동강에 사는 북유럽의 송어를 플라이낚시나 루어낚시도 아닌 우리의 견지낚시대로 낚다니-. 이 기쁨을 어디에 전할까. 찰칵!


저녁밥 짓는 연기 굴뚝에서 피어 오를 때. 조과는 사진으로 남기고 견지낚시로 겨울 송어를 낚은 기쁨으로 막걸리 한잔. 자, 축배를 들자구!


훈향으로 익히는 송어 요리
냉훈과 삼나무 판 구이

1965년 1월 미국 캘리포니아 국립양식장에서 송어 알 1만개를 들여와 양식을 하기 시작하면서 우리나라에 유입된 송어는 1급수 맑은 물에서만 살아서 횟감으로 인기가 높다. 그러나 살에 물기가 많아서 그냥 회로 먹으면 미끄럽고 씹는 맛이 떨어진다. 그래서 유럽에서는 송어의 물기를 연기로 말린 훈연(燻煙), 즉 훈제 송어로 조리를 해서 먹는다.

훈제를 하는 방식에는 냉훈(冷燻)과 온훈(溫燻)으로 하는 두 가지 방식이 있다. 30도C 이하의 낮은 온도에서 2-3시간 동안 연기를 쏘여서 건조시키고 향을 가미하거나 에스키모들이 연어를 장기간 보관하기 위해 50-60도C 온도에서 훈연하는 온훈법이 있다. 훈연을 하기 전에 각종 허브를 가미한 염장 소스에 송어 포(필레)나 통째(내장 제거)로 절인다. 이 소스의 맛이 냉훈의 맛을 1차로 결정하고 훈연 방법에서 그 맛이 완성된다. 구이도 한다.

은은한 향의 삼나무(Cedar) 판 위에 약한 숯불로 송어 포를 익혀서 먹는다. 송어는 냉수 어종이라서 센 불에 조리를 하면 살이 허옇게 뜨고 맛이 떨어진다. 송어 구이의 맛을 좌우하는 것은 불의 세기 조절에 달려 있다. 구이를 하던 훈제를 하던 송어는 시간을 가지고 느긋하게 요리를 해야 제 맛을 내는 물고기다.


송어 훈제 첫 번째 과정-송어 포에 양념을 끼얹고 배어들기를 기다린다.


송어낚시터에서 만난 바베큐클럽 회원들이 숯불에 훈제 木을 얹고 불을 지핀 그릴의 뚜껑을 열고 잠시 冷 훈연의 상태를 살핀다.


"이제 먹어도 되겠지?"


송어 삼나무 판 구이-송어 포에 애호박을 썰어 그 위에 송어를 올린 다음 버터를 잘라서 얹는다. 다음으로 소금과 후추로 간을 하고 거의 다 탄 숯불에 삼나무 판을 얹는다.


삼나무 판 위에 구은 송어에 크림을 얹어서 먹으면 부드럽고 향긋한 송어의 참 맛을 더욱 잘 느낄 수 있다.



"그대들의 입 맛을 다시게 하는 나는 이제 미이라가 되어도 좋다."
송어을 맛 있게 먹으려면 내장을 꺼내고 통채로 훈연을 하기도 한다.

자, 이제 근교의 송어 유료관리낚시터로 떠나보자. 낚시터 마다 휴게실이 잘 갖춰져 있어 가족 나들이에 불편함이 없다. 단지 최근에 모든 물가가 그러하듯 양식 송어 값이 올라서 유료낚시터 이용료가 5000원에서 1만원 정도 가까이 올라 꾼들의 부담이 조금 커졌다.

강원도 평창군 진부면 오대천에서 2009년 1월부터 2월말 까지 평창송어축제가 열린다. 무지개 송어 얼음낚시를 온 가족과 즐기면서 송어 요리도 맛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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