칙칙한 세상에서 우리는 너무 우울하게 살아오고 있지 않는가.
겨울이 오면 가끔 산뜻한 눈빛 세상에서 잠시 나를 잊을 수 있는 곳을 찾아가고 싶어진다.
눈이 내리면 달려가 하루 종일 걷고 싶은 조용한 산길, 강원도 방태산 주변 트레킹 코스를 가면 얼어붙은 계곡의 텅 빈 고요 속에 펼쳐진 자작나무 숲 속을 하루 종일 걷으면서 잠시 깊은 사색에 잠길 수 있어 더욱 좋다.
방태산 등산지도
나도 한 때는 그렇게 자작나무를 휘여 잡는 소년이었다.
그래서 나는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어 한다.
걱정이 많아지고
인생이 정말 길 없는 숲 같아서
얼굴이 거미줄에 걸려 얼얼하고 간지러울 때
그리고 작은 가지가 눈을 때려
한쪽 눈에서 눈물이 날 때면
더욱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
이 세상을 잠시 떠났다가
다시 와서 새 출발을 하고 싶어진다.
(미국 시인 프로스트(1874-1963) ‘자작나무’ 중에서)
눈밭에 늘어선 자작나무 숲에서 잠시 발길을 멈추고 혼자서 프로스트의 詩 ‘자작나무’를 떠올리며 심산유곡을 거닐어 본다.
이곳의 산천은 너무 고요해 다른 세상이다. 
한겨울 방태산 주변 트레킹 코스를 종주 하려면 하루 종일 걸을 각오와 준비를 해야 한다.
트레킹은 홍천군 내면 광원리 계방천 다리에서부터 시작하여 백두대간 산속으로 들어간다.
널찍한 월둔 고갯길은 계속되는 오르막이여서 힘이 들어 쉬엄쉬엄 가야 한다.
해발 1천m나 되는 월둔 고개 못미처 눈길에 주저앉아서 잠시 쉬여 간다.
월둔 고개를 넘어서면 인제군 기린면의 심산유곡(深山幽谷)이 펼쳐진다.
얼어 붙어버린 계곡을 따라 이어지는 자작나무 숲길.
조경동으로 내려서는 자작나무 숲길은 내리막 길이여서 편안한 마음으로 걷고 걷는다.
끝없는 머나먼 사색의 산길.
힘 많이 들이지 않고 고요한 산길 25km를 친한 친구들과 오손 도손 이야기를 나누면 걷을 수 있는 길은 백두대간을 가로 지르는 산불 방지용으로 닦아 놓은 임도 중에 하나이다.
오대산-응복산을 지나 구룡덕봉(1368.4m)과 방태산(1443.7m) 줄기로 이어지는 산기슭에는 1천m에 가까운 높은 고개를 넘는 꼬불꼬불한 임도가 나 있다. 차량 출입은 금지돼 있다.
강원도 홍천군 내면 광원리에서 계방천 다리를 건너 월둔 계곡의 임도를 따라 백두대간 종주산행 팀들이 건너다니는 월둔 고개 마루까지 간다.
월둔 고개에서 인제군 기린면의 내린천 변의 방동리로 내려가는 계곡을 끼고 임도를 따라 끝없이 걷다 보면 지금은 문 닫은 방동 초등학교 조경동 분교가 있는 조경동 마을이 나온다. 여기를 지나서 고개 하나를 더 넘으면 트레킹의 종점인 방동약수터로 내려선다.
며칠 전 눈 쌓인 오대산엘 다녀왔다는 친구의 말을 들으면 그 곳도 지금쯤 분명히 고요가 깃든 온 통 눈빛 세상일 것이다.
가을이면 사진가들이 그토록 찾아 헤매는 자작나무 숲을 이곳에서 만나다니-.
고요가 깃든 조경동 자작나무 숲 속에는 드문드문 빈 농가들이 웅크리고 있다.
사시사철 어느 때고 다시 찾아와 보고 싶어지는 자작나무 숲.
눈밭에서 프로스트의 詩에서처럼 어린 시절로 돌아간 김영수(前 문화체육부 장관) 내외분.
지금은 폐교가 된 방동초교 조경동 분교.
이 학교에 다니던 산골 아이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긴 겨울잠에 빠진 조경동 산촌.
조경동에서 올려다 본 구룡덕봉-방태산 연봉들. 한 폭의 수묵화다.
눈 덮인 자작나무 숲길을 걸으며 우정을 다진 토요산행 회원들. 왼쪽부터 문희태(건화진흥 사장), 주경식(前 보건복지부 차관), 신영무(세종법무법인 대표 변호사), 이승묵(前 합섬협회 이사), 조탁균(광진그룹 회장), 한 사람 건너 김영수(前 문화체육부 장관).
방동약수터로 내려가는 마지막 고갯길을 넘는 발걸음은 처음보다 훨씬 가벼워진다.
트레킹의 종점. 영하의 추위 속에서 하루의 갈증과 피로를 방동약수 한 모금으로 시원하게 풀어버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