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9일 토요일 오후 4시 서울 여의도문화마당은 광활한 쓰레기마당으로 변해 있었습니다. 2008년 한 노동단체의 전국 대회가 끝난 직후 7,500평의 여의도문화마당은 마침 강풍을 타고 휘날린 쓰레기들이 너른 광장을 완전히 뒤덮어버렸습니다.


묵묵히 쓰레기광장을 걷는 행인들과 그 가운데서 자전거 와 인라인 스케이트를 타는 천진난만한 아이들을 보는 순간, 어느 행위 예술가들이 펼친 거대한 작품 전시회가 열린 것처럼 보였다.
대회가 끝 난 후 주말을 이용해 놀러 나왔던 시민들은 이 쓰레기광장 한 쪽에서 자전거와 인라인 스케이트를 타고 한편에서는 농구를 하기도 했습니다.
바람에 흩날리는 종이 쓰레기들은 인근의 공원에 까지 날아가 공원 잔디밭을 덮고 풀숲에 틀어박혀 한 장씩 집게로 끄집어내지 않으면 치우기가 힘들게 보였습니다.
여의도 공원에 산책을 나왔던 시민들은 분풀이라도 하듯 마구 버려진 여러 종류의 대회 관련 인쇄물과 음식물, 음료수와 술병 등이 마구 뒤섞인 산더미 같은 쓰레기를 어떻게 치울 것인가 걱정을 하며 혀를 차기도 했습니다. 어떤 시민들은 참석자들의 망가진 시민정신을 탓하며 분개를 하기도 했습니다.



광장에서 놀던 아이들을 쓰레기 더미에 걸려 넘어지기도 했다. 어른들이 이 아이들에게는 보여줄 것이 이것이 다가 아닐 터인데-. 왜 그런지 서글퍼지도 한다.

방금 전 이 자리를 차지했던 참석자들이 외쳤던 아우성처럼 들려오는 대회용 전단들이 강한 겨울바람에 흩날리면서 내는 서걱거리는 소리들. 그 속에서도 어디선가 희망의 속삭임이 들려왔다.
광장 전체와 구석구석을 뒤덮은 쓰레기 더미를 보고 있노라니 2002년 32개국이 참가한 제17회 한, 일 월드컵 경기가 열렸을 때 서울시청 앞 광장과 광화문 일대에서 응원을 펼치던 100만 여명의 거리응원단들이 머물었던 자리마다 쓰레기봉투를 들고 다니면서 깨끗이 치우던 여고생들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잊지 못할 2002년 6월 22일, 한국과 스페인이 4강 진출을 다투던 날, 승부차기에서 5:3으로 한국이 승리를 한 순간들. 서울 시청 앞 광장과 광화문 일대에 모인 이 같은 거리응원단은 세계를 놀라게 했다.
당시 세계를 감동시켰던 거리응원단들이 보여줬던 질서의식들은 다 어디로 간 것일까요. 이 날 버려진 쓰레기가 몇 톤이나 될지 모르지만 용역 회사에 맡겨서 치운다고 했습니다. 보고 있노라니 자원 낭비는 말 할 것도 없고 국민들의 혈세가 이런 쓰레기들을 수거하느라 헛되이 쓰이는 것이 너무 아까웠습니다.


2002년 6월 19일, 한국과 이태리戰이 끝난 후 밤늦게 까지 광화문 일대에서 거리청소를 하는 여고생들.

한,일 월드컵을 치루면서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은 거리응원의 뒤풀이에는 거리청소가 빠지지 않았다.
체감 온도가 영하인 매섭게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전국에서 8만 여명의 노동자들이 모여 대회를 아무 탈 없이 잘 치렀다고 하지만 그들이 분리수거커녕 앉은 자리에 그냥 버리고 떠난 황량한 쓰레기광장을 지나치는 시민들의 마음속에는 만감이 교차했을 것입니다. 온 국민이 나라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가슴을 졸이고 살아야 하는 이런 때 벌어진 일이라서 더욱 안타까웠습니다.
























































